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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2. 딸의 아버지 (5)2014.11.07 PM 10:02
톨러스는 예상치 못한 리타의 말에 당혹했다. 그가 검을 들이밀었을 때도 담담하기 그지없었는데, 지금은 그녀의 감정을 그대로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내가 짜증난다고?”
“마음 같아서는 기절시켜버리고 싶습니다. 아니면 그냥 이대로 이분들에게 죽임을 당하게 내버려 두는 것도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흥! 인간 같지도 않은 게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
리타는 아스화리탈에서 뛰어내렸다. 한 손으로 안장을 잡고 몸을 회전시키며 단숨에 바닥에 내려섰다. 허리에 찬 롱소드가 정강이에 부딪쳐서 조금 아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애꿎은 롱소드의 손잡이만 꽉 잡으면서, 당황했지만 적의를 지우지 않은 톨러스를 쳐다보았다.
“취익. 동족끼리 싸우는 건가?”
어느새 일어서있던 우두머리 오크는 앉아 있었다. 오히려 지금은 팔짱까지 끼고 재미있다는 듯 사태를 구경하는 태세를 취하고 있다. 다른 우르크들도 우두머리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톨러스와 리타의 대치를 구경하였다.
리타는 그런 우르크들을 잠시 스치듯 바라보며 나귀에 탄 톨러스에게 다가갔다. 톨러스는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검을 뽑으려고 했다. 하지만 단검은 이미 리타가 차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으헉!”
“크하핫. 웃긴다, 인간.”
톨러스는 나귀에서 황급히 내리려다가 땅바닥에 몸을 뒹굴었다. 그는 흙으로 전신을 색칠하며 당황해서 리타를 찾았다. 리타는 톨러스의 바로 옆에 있었지만 단순히 다가갔을 뿐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톨러스는 그게 빈틈이라고 생각했는지 땅에 떨어진 단검을 쥐며 뒤로 물러났다.
여전히 기본도 안 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를 보고, 리타는 고개를 돌려 우르크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 저 사람의 무기는 절 향하고 있습니다.”
“잘 안다, 인간. 취익.”
“명예를 중시하는 투사 우르크는 겨눠진 칼날이 아닌 칼에 대해선 자비를 베풀어 주리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취익. 어렵게 말하는 인간이군. 우리의 명예를 믿어라. 취익.”
우두머리 우르크는 흉흉한 이빨을 사정없이 드러내며 웃었다. 톨러스는 자신을 두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들이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를 비웃는 오크나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이나 다 죽여 버리고 싶었다.
“나, 나를 돕지는 못할망정 오크들의 편을 드는 거냐!”
“저는 스스로의 편을 들 뿐이지, 당신이나 오크의 편을 들 이유는 없습니다.”
“뭐?”
“당신은 지금 제 목숨이 위험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말리려는 것뿐입니다.”
“하! 결국 제 목숨이 제일 중하단 말이군. 같은 인간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말이지!”
리타는 팔짱을 꼈다. 도대체 앞에 있는 사람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이런 부류의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던 것은 아니다. 평소는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지만 흥분했을 때는 보이는 게 없다. 이런 걸 뭐라고 하는 책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
“아, 그렇군요. 당신은 분노조절장애자였어요.”
“뭐라고?”
“당신처럼 흥분해서 사리분별 못하게 되는 사람들을 그렇게 일컫더군요.”
“……”
톨러스는 리타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위협적인 말을 한 주제에 물리적인 공격은 가하지 않는다. 사실 리타가 했던 위협은 그녀의 기분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지만, 그것을 실천할 생각은 없었다. 타인이라고 그냥 죽게 내버려두기에는 인간이라는 측면이 너무 방해된다. 그렇다고 기절시키고 넘어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전의 그녀라면 아무 망설임 없이 그렇게 했겠지만.
“이게 다 그 사람 때문이네. 그래서 그 사람이 싫었어.”
리타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그녀는 혼잣말이었지만 잔뜩 움츠려있던 톨러스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리타는 험악한 표정의 톨러스를 마주보았다.
“그냥 할 수도 있는 일을 그냥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모든 걸 자기화 시키지 않으면 납득이 안 되는 사람이죠. 그 사람을 싫어했지만 그 사람의 영향을 받은 게 사실이군요. 당신을 기절시키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무슨 헛소리야?”
“혼잣말이었습니다. 당신에게는 도움이 되는 혼잣말이었죠. 아니었으면 당신은 이미 이분들에게 죽었습니다.”
‘아니면 저한테 기절 당했거나.’라는 뒷말은 삼켰다. 톨러스는 울컥하는 심정에 무슨 말이든 쏟아 내려고 했지만 리타의 손이 그것을 방해했다. 리타는 순식간에 손을 뻗어 톨러스의 입을 틀어막았다. 톨러스가 손에 든 단검을 움직이거나 할 겨를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깊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가 그를 파고든다.
“똑똑히 들으십시오. 당신의 전투능력은 여기 있는 분들은커녕 일반 오크 한 명도 못 당합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전사라고 하더라도 이분들을 앞두고 무조건적으로 칼을 뽑지 않습니다. 당신의 행위는 자살행위죠. 이 자살행위는 한 번 이었습니까?”
“우웁!”
“침 튀니까 닥치고 들으세요. 처음에 저를 습격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했습니다. 만약 제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다면 수많은 사람을 죽일 정도의 실력자인데, 전투 능력도 없는 사람이 달려들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까? 몰래 습격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안일한 마음이었겠죠. 남을 짐작하는 걸 싫어하지만, 그렇지 않고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으니 계속 짐작하겠습니다.”
리타는 단검을 휘두르는 톨러스의 손에서 단검을 빼앗았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여상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한테 들통 난 후에 달려들었던 것은 죽음을 각오하고서 일말의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것 보다는, 그냥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든 게 맞을 것 같군요. 그때는 그나마 이성을 찾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은 다르네요. 이성 같은 건 애초에 가질 생각조차 안하십니다.”
“끄으윽!”
리타의 손아귀 힘이 대단한 것인지 톨러스는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얼굴을 짓누르는 고통보다도 리타의 말이 그의 이성을 때리는 게 더 아프다.
“당신은 말하는 복수는 복수라는 단어에 부끄러울 정도죠. 그냥 분노의 표출입니다. 동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척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애꿎은 대상에게 화풀이 하는 것이 아닌가요? 당신이 그렇게 증오하는 오크에게 비웃음을 들을 정도로 어이없는 이유를 들어가면서 말입니다. 만약 제가 당신을 말릴 능력이 없었고, 당신이 우르크와 전투했다면 저도 거기에 휘말렸을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도와준 타인의 목숨까지 빼앗는 셈이 되겠군요. 분노에 모든 걸 맡기고 이성이 마비되어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죠. 그 분노를 다스릴 수 없으니까 이런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납득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남을 도울 줄도 모르고, 남을 배려하지도 않는 남자가, 자살도 모자라 동반자살 하려는 꼴이 당신의 모습입니다.”
“크윽!”
리타는 남자를 거칠게 내팽개쳤다. 톨러스는 뒤로 물러나며 리타를 노려보았지만 전 같은 적의는 사라졌다. 그는 이내 눈을 바닥으로 내리 깔았다. 리타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든다.
“이게 제가 당신을 짜증나 하는 이유입니다.”
“후…… 그러면 그냥 내버려두지 그랬습니까?”
리타는 팔짱을 풀고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서녘을 쳐다보았다. 왠지 저 끝에 있는 백발의 노 마법사가 음험하게 웃고 있을 것 같다.
“말하지 않았나요? 목숨을 버리려는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사람의 심리라고요. 그냥 기절시키지 않은 건 예의라고 하겠습니다. 당신이 좀 더 분노를 잊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
톨러스는 말없이 팔을 축 늘어트렸다. 그는 힘없는 눈으로 바닥을 쳐다 보다 이내 주저앉았다. 단검을 들었던 오른손이 시큰거린다. 그는 몹시 허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다 아는 사실이에요. 내 복수는 그다지도 허망한 것입니까?”
“적어도 동료들을 죽인 직접적인 대상에 대한 복수심은 옳습니다. 저는 아직 이해할 수 없지만, 복수의 방법이 같다는 측면에서 오크 군단 전체를 적대하는 것 까지는 납득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복수심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그 방법도 여러 가지니까요. 다만 이 분들이 전혀 상관없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우르크분들은 여행자를 습격하는 오크들의 동료인가요?”
“취익! 웃기지 마라 인간! 그딴 약한 놈들을 동료로 두지 않는다! 우리는 약자를 강탈 하지도 않는다! 취익. 우리는 명예를 아는 투사 우르크다!”
“들으셨죠? 당신이 이분들에게 가지는 감정은 복수심이 아닌 분노의 표출일 뿐입니다. 동료의 죽음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분노가 이성을 앗아가서 무분별하게 나올 뿐이에요.”
“……”
톨러스는 무엇이라도 말하고 싶었다. 무조건적으로 아니라고 악을 치고 싶었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사죄하고 싶었다. 리타의 말은 거의 틀리지 않았다. 그는 결국 분노에 모든걸 맡겼을 뿐이다. 목구멍에 커다란 무엇인가가 들어온 것처럼 아무것도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리타는 망연자실해 있는 톨러스를 불쌍하게 보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차갑고 감정이 없었을 뿐이다. 리타는 이내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을 구경하고 있는 아홉의 우르크가 눈에 들어온다.
“취익. 끝났나? 인간.”
“그런 것 같군요. 이 사람이 보인 적의는 방금 보신 유흥으로 잊어 주시면 좋겠네요.”
“취이익. 좋다.”
“감사합니다.”
우르크들은 고개를 숙이는 리타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들을 두려워하거나 적의를 드러내는 인간은 많이 보았지만, 그녀처럼 정중하게 대하는 인간은 처음 보았다. 이 인간 여자는 분명 정중하지만 그 안에 그들에게 겁먹은 기색 같은 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건넸던 인사도 기만이 아닌 그저 인사일 뿐이다.
“취익. 특이한 인간이로군. 취익. 어제 본 엘프여자가 생각난다.”
우두머리 우르크의 말에 다른 우르크들은 취익 거리며 동의를 표했다. 리타는 엘프를 봤다는 그들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묻지 않았다. 하지만 호기심하면 빠질 수 없는 존재가 그녀의 일행에 존재했다. 아스화리탈의 머리 위에서 똬리를 튼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카피가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오크, 엘프 봤다 에요?”
“취익?”
우르크들은 순간 어디서 들려온 목소리인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말의 머리 위에 있는 이상한 인형 같은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카피가 날개를 펴고 공중으로 날아 올랐을 때 기겁하는 것은 당연했다.
“취이익!”
“드, 드래곤인가? 취익”
카피는 놀라는 반응에 고개를 빳빳하게 세웠다. 놀라는 이유는 모르지만 그 반응은 재밌었다. 하지만 이내 자세를 풀고 그들 가까이 날아갔다. 그녀의 큰 눈동자는 답을 요구하였다.
“오크, 다시 묻겠다 해요. 엘프 봤다 에요?”
“취, 취익. 그, 그렇다. 아니, 그렇습니다?”
오크들은 본능적으로 드래곤에 대한 공포가 각인되어 있는 것인지 카피의 존재에 당황해하였다. 그들은 크기는 작을지라도 드래곤의 형상을 분명히 하고 있는 존재라면 그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맞을 것이라고 여겼다. 무엇보다 기운이라는 것이 그들의 본능에 드래곤이라는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리타는 카피의 존재에 겁먹은 것 같은 우르크들에게 친절히 말했다.
“이 분은 드래곤이 아니라 그 분신입니다. 여러분들을 먹이로 보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우르크들은 본능에 충실하였기 때문에 카피의 존재를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은 주춤하는 자세로 카피와 묘한 대치상태를 이뤘고, 리타는 쓰러져 있는 톨러스에게 몸을 돌렸다.
“이만 일어나시지요.”
톨러스는 뻗어온 리타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선을 위로 올리니 그녀의 덤덤한 얼굴이 들어온다. 날카로운 눈매에 가려져 있지만 그가 생전 처음 볼 정도의 미인이다. 그리고 그가 동료를 위로할 때 도와주었고 지금은 목숨까지 구해준 사람이다.
“미안…… 합니다.”
진심어린 사과가 묻어나는 목소리에 리타는 몸을 숙였다. 그리고 축 처진 그의 손을 잡았다. 생기가 없는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으나 그녀는 묵묵히 몸을 일으키며 손을 잡아 당겼다. 그는 힘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은인에게 폭언을 하고 목숨도 위험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리타는 다시 땅에 쓰러지기라도 하듯 몸을 숙이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짜증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그가 동정이 가거나 하진 않았다. 그녀는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는 레너스에서 받는 걸로 하겠습니다. 우선은 길을 가야하니 준비를 하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톨러스는 가타부타 말없이 리타에게 단검을 받아들고 허리춤에 찼다. 그리고 옷을 털며 나귀에 올라탈 준비를 했다. 리타는 우르크들을 압박하면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카피를 불렀다.
“카피, 이만 출발할게요.”
“알았다 해요.”
카피는 어느 정도 만족했는지 웃으면서 돌아왔다. 그 뒤로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는 우르크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리타는 아스화리탈에 올라타며 그들에게 물었다.
“이만 지나가도 되겠습니까?”
그들을 압박에서 구해준 구원자에게는 아무래도 관대해질 수밖에 없다. 우르크들은 전보다 부드러워진 어투로 대답했다.
“취익. 좋다. 우리를 적대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적대하지 않는다. 취익.”
“감사합니다.”
“재밌는 인간이다. 취익. 어제도 재밌는 인간을 만나더니 화렌차가 마련해준 건가 싶다. 취익.”
리타는 우르크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재밌는 인간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어제는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취익? 물어라.”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까?”
“취익. 허약한 놈들의 부탁으로 괴물 초장이를 만났다. 진짜 괴물 초장이였다.”
“괴물 초장이?”
“괴물같이 힘 쌘 초장이다. 취익.”
리타의 머리에는 자연스럽게 한 명이 떠올랐다. 오거의 힘을 내는 장갑을 끼고 있는 초장이는 흔치 않다.
“혹시 오거 같은 인간이랑 뱀 같은 인간이 같이 있진 않던가요?”
“뱀? 그런 인간은 없었다. 단지 오거 같은 인간은 있었다. 취익. 그리고 활을 들고 있는 허약한 인간도 있었다.”
오크의 시선에 칼은 뱀 같아 보이진 않았나 보다. 그래도 칼과 샌슨이 후치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어제 지나갔다는 이야기는 하루 차이로 따라잡았다는 소리다.
“그렇군요. 어제 언제쯤 지나갔습니까?”
“낮이다. 취익”
“취익취익, 괴물 초장이가 왜 재밌다 에요?”
카피는 오크의 말투를 흉내 내면서 고개를 들이 밀었다. 우르크들은 리타와 편하게 이야기하다가 다시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리타와는 달리 카피에게는 낱낱이 고해 바쳤다.
“취익. 12인의 다리에서 건방진 드워프놈과 엘프여자와 대치하고 있었다. 습니다. 그때 괴물 초장이와 인간 놈들이 나타났…… 습니다. 취익. 허약한 놈들의 부탁으로 괴물 초장이를 잡으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취이익. 그놈들은 다친 우리를 다섯만 치료하고 나머지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고 했습니다. 취익. 그러고 다리를 건넌 우리를 던져서 반대편으로 보냈습니다. 취이익.”
우르크는 그때의 생각이 나는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리타는 그들의 반응에 눈을 크게 떴다. 인간의 도움을 받은 오크가 그것을 즐겁게 이야기한다는 사실이 퍽 신기하다. 몬스터에 대해서 결코 친절할 리 없는 후치가 그들에게 이런 느낌을 주다니.
“에헤. 괴물 초장이가 던져서 다리를 건너게 해줬다 에요?”
“취익. 그렇다. 습니다. 취익.”
“그게 왜 재밌다 에요? 나는 게 재밌다 에요?”
카피의 질문 공세는 다시 시작되려고 하였다. 우르크들은 사람이라면 진땀을 흘린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것 같은 모습으로 카피의 질문에 대답했다. 리타는 그 모습을 보며 후치의 행위를 생각했다. 12인의 다리에 가면 다시 떠올릴 생각이지만 뭐랄까, 재미있다. 확실히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12인의 다리라는 게 강제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화라는 목적은 좋지만 그것을 강제적으로 이끌 필요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후치라는 소년은 다소 황당한 방법으로 조화를 이끌어냈다. 서로 목숨을 노렸던 종족들이 이제는 인정을 하고 있다.
“좋군요. 이만 갈까요?”
카피는 얌전히 아스화리탈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우르크들은 다시 한번 공포에서 해방시켜준 리타를 화렌차 보듯이 쳐다보았다. 그들은 매우 안심했다는 눈으로 리타를 올려다보았다.
“취익. 잘 가라, 인간.”
“화렌차의 칼날이 함께하길.”
리타의 인사에 우르크들의 눈은 이채를 띄었다. 그들은 글레이브를 들며 취익거리는 소리를 냈다. 카피는 신기한 듯이 그것을 바라보았고, 톨러스는 풀죽은 눈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리타는 그것이 작별인사의 의미라는 것을 이해하고 미소 지었다.
“복수와 함께하는 화렌차의 자식에게 복수대신 인사를 받는군요.”
“취이익. 복수는 영원하기에 종언을 고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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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크에게도 이름을 지어줄까 고민했지만, 잠시 스쳐가는 단역에게 이름따윈 사치입니다.
분노조절장애자의 대표주자 수아레즈에게서 톨러스 캐릭터를 따왔지만 별로 안닮았네요.
이 그리기 힘든놈도 이제 사이코짓 끝나니 다행.
ch1과는 달리 오리지널 내용이 꽤 길어서 비축분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완성도가 조악한건 어쩔 수 없네요.
그리고 댓글좀... 굽신굽신
그럼 좋은밤 되시길.
댓글 : 2 개
- 부가가치
- 2014/11/07 PM 10:35
단역에게 이름 지어주는 것 만큼 힘든 일도 없는 것 같아요 ㅎ
- Defiance
- 2014/11/08 PM 10:25
사실 단편이나 다른 작품에서 적당한거 붙여줘도 되긴 하는데, 괜히 등장인물 늘어나면 번거로우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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