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2. 딸의 아버지 (9)2014.11.12 PM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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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끝으로 리타는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지만, 톨러스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먼저 방을 안내해주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쩔쩔매며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 하루 묵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묘한 시선이 모아지는 가운데 그는 각지의 상인을 대상으로 익힌 유려한 말솜씨를 뽐내야만 하였다.



리타는 가족들에게 간단히 인사만 하고 집 밖으로 나갔다. 톨러스는 그녀가 집을 나가는 순간까지도 어머니와 여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그는 절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며, 어디까지 호의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니 믿어달라는 말만 반복하였다.



거리를 걸으며 리타는 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여행하는 동안 익숙해질 정도로 경험한 것이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자이펀 같이 남녀의 관계가 폐쇄적인 국가에서는 이런 시선을 받을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자이펀은 여자의 활동이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차라리 자이펀이 낫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 시선들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리타는 정보를 모았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다고 생각하는 시장이나 광장을 살폈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얻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군중들의 분위기로 파악할 수 있는 것도 많다. 그녀는 스스로가 감정적인 면은 부족하다 생각하지만,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의 심리는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대화와 분위기 속에서 무수히 많은 정보를 읽었다.



그렇게 광장을 살피고 있는데 어디선가 실랑이 소리가 들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구경하는 것을 보니 퍽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는 모양이다. 리타는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일대 다수의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일에 속하는 사람은 꼬마라고 생각할 정도로 키가 작았다. 하지만 얼굴은 수염이 덥수룩해서 나이가 꽤 들어 보인다.



“그래도 이 놈이! 네가 그러고도 남자냐!”



굵고 묵직한 목소리를 쩌렁쩌렁 내며 그는 다수를 힐난했다. 난쟁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정말 산골에서 지식에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저렇게 땅딸막하면서도 자존심이 강하고 억센 면을 보고 단번에 어떤 종족인지 알 수 있다.



“킥킥. 항상 땅속에 쳐 박혀 있기만 하니까 바깥세상을 알 리가 있나? 이봐, 드워프. 이 곳에서 네 말대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걸?”



다수의 사람 중에서 가장 앞에선 청년이 한 말이다. 근육이 잘 붙은 건장한 몸에 찢어진 눈을 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얼굴에 떠올라 있는 웃음이 기분 나빠 보인다.



그의 뒤로는 생김새는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청년들이 서 있었다. 흔히 말하는 동네 건달이나 한량 같은 부류로 보인다. 사람들이 수군수군 거리는 소리로 보아 확실하다.



“이, 이 놈!



드워프는 이죽대는 청년의 태도에 분을 참지 못한 듯 등 뒤의 도끼로 손을 가져갔다. 저렇게 작은 몸으로 다룰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의 큰 도끼다.



청년의 그런 드워프의 모습에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헤헤, 왜 그걸로 날 베기라도 하려고? 이 도시 안에서 그런 짓을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잘 알겠지? 드워프.”



“더러운 놈들! 이곳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두들겨 팼다!”



보아하니 드워프와 한량들이 시비가 붙은 모양이다. 누가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리타가 아는 것을 보면 말이다. 리타는 잘 보이지 않는 드워프라는 종족이 어째서 인간의 도시에서 시비가 붙었는지 궁금했다.



리타는 옆에 선 사람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돌아본 남자는 얼굴을 보고 이상한 미소를 얼굴에 띄웠다. 그것이 멋있어 보이려는 웃음이라는 것을 전혀 알 수 없는 리타는 그저 질문만 하였다.



“아, 이것 말입니까? 저 패거리들에게 드워프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하더군요. 저렇게 작은데도 참 대단한 강단입니다.”



“시비를 건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아하하. 저도 중간부터 봐서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 리타의 뒤에서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거라면 제가 알고 있습니다. 아리따운 아가씨.”



리타가 뒤돌아보니 어쩐지 헬턴트에 있는 그녀의 친구가 생각나는 인상의 남자가 서 있었다. 샌슨의 동생이자 대장장이 조이스의 아들인 그 친구처럼 능글맞아 보인다.



“말씀해 주시겠어요?”



“물론이지요. 원래 드워프란 종족이 불의를 참지 못하고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오, 그렇군요. 아리따운 외모뿐만 아니라 학식까지 갖추시다니 대단하시네요. 하하.”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것을 보니 허슨이랑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 맞나보다. 리타는 허슨을 상대할 때를 떠올리며 표정을 굳혔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보다 저는 이유를 더 듣고 싶습니다.”



“이런, 기다리게 해드렸군요. 실례했습니다. 미인에게 죄를 짓다니 저도 몹쓸 남자로군요.”



아무래도 좋으니 제발 말이나 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의견을 검은 눈동자에 가득 담았다. 기다리는 것에는 관대하지만 과정의 소홀함에는 그렇지 못하다.



리타의 차가운 눈을 마주친 남자는 능글맞은 웃음을 약간 굳히며 말했다.



“저 놈들은 이 도시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양아치들입니다. 하는 짓이 질 나쁜 놈들이죠. 지금 가장 앞에 서 있는 녀석이 리더 격인데, 아버지가 시청의 고위직입니다. 그 배경을 믿고 저렇게 설치고 다니는 거지요. 하지만 질 나쁘다고 해도 흉악 범죄에 들어갈 만한 일은 하지 않아서 경비대로서도 대응하기 까다롭습니다.”



“네, 배경은 잘 알겠습니다.”



대답을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을 것 같기에 중간에 끊었다. 남자는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 그러시군요. 역시 똑똑하십니다. 괜히 학식이 높으신 게 아니군요.”



자연스럽게 리타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흠흠, 어, 어쨌든 저 놈들이 지나가는 노인과 부딪쳤는데 노인에게 윽박지르며 되먹지 못한 짓을 했습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저런 배경을 가진 놈들이기에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 마침 저 드워프가 지나가다가 그 광경을 보았고, 지금같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렇군요. 이야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미인과 대화를 나누는 건 언제든지 즐겁지요. 부디 저에게 그 즐거움……”



남자는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리타는 완전히 무시했다. 리타가 고개를 돌렸지만 뒤에서 남자는 온갖 미사여구로 점철된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리타는 깔끔하게 안 들리는 것처럼 행동하며 상황을 주시했다. 여전히 드워프는 윽박지르고 사내들은 비웃고 있다.



리타는 그녀가 굳이 관심을 보일 일이 아니었기에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였다. 그때 그녀의 귀로 드워프의 노성이 들렸다.



“약자는 괴롭히고, 다수는 소수를 핍박하고, 불의에 침묵하다니. 이런 게 네 놈들 인간의 본 모습이냐!”



리타는 자리에 우뚝 섰다.



그의 말이 그녀의 귓가를 맴돈다. 청년들이 뭐라고 소리치면서 비웃는 건 전혀 들리지 않는다. 오직 인간을 힐난한 드워프의 발언만이 그녀의 귀를 차지했다.



인간을 대표해서 부정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성적으로 바라본 인간은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 사회와 관념이 만들어 낸 성향도 있지만, 그 탓을 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자유의지가 있다면 틀에서 얼마든지 벗어나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깨트릴 생각을 떠올리는 게 사회에 따라서 힘들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드워프의 말처럼 인간은 그렇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이 더 많다.



애초에 인간을 대표할만한 처지가 안 되는 주제에 뭘 하겠다는 건지. 리타는 입안이 씁쓸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바락바락 소리만 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 보시지? 왜? 그 용감한 드워프가 고작 인간에게 덤벼들기 겁이 나시나?”



“뭐라고? 겁을 상실한 게 어느 쪽인지 한 번 시험해 볼까!”



드워프는 으르렁 거렸지만 손에 잡은 도끼를 차마 꺼내지 못했다. 청년들은 그 모습을 보고 그들이 이제까지 괴롭혀 온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느낌을 받았다. 이죽거림이 심해졌다.



“시험해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며? 그런데 잘 참으시네. 대단하시구만, 드워프 양반. 법의 심판을 받는 게 그렇게 겁이 나시나봐? 잘난 정의도 법 앞에서는 소용없고만.”



“이, 이익! 그래, 불의를 참으면 드워프가 아니지!”



“왜, 이제 드디어 때리시게? 난 괜찮으니까 얼마든지 쳐보시지? 자자, 여기 한 대 치면 돼.”



“푸하하하!”



“그, 그만 놀려! 크하하핫.”



제일 앞에 서있던 청년은 얼굴을 내밀며 그의 한쪽 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행동에 뒤에 서 있던 사내들은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드워프는 모욕감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마침내 도끼를 앞으로 꺼내들었다. 그의 행동에 사내는 순간 겁먹은 표정을 보였지만 이내 사라졌다. 드워프는 도끼를 꺼내들었을 뿐, 그에게 공격을 가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어이쿠 나무라도 베시게요? 퉷. 어제도 너 같이 짜증나게 구는 놈이 하나 있었지. 나보고 생판 모르는 할머니를 구하래? 그러더니 그 놈은 지금 시청에 잡혀갔지. 너도 그렇게 되고 싶냐?”



“이제 도저히 못 참겠다. 오냐,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카리스누멘께 맹세코 네 놈은 곤죽을 만들어 놔야겠다!”



드워프는 노성을 터트리며 도끼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위협만이 전 같은 위협만이 아니었다. 그는 땅을 박차며 청년들에게 달려들었다.



구경하던 관객들은 곧 피가 뿌려질 것 같은 예감에 눈을 질끈 감거나 자리에서 이탈하려고 했다. 광장은 삽시간에 소란스러워 졌다.



“으랴얍!”



청년들은 드워프가 도끼를 쳐든 순간부터 얼굴을 사색으로 물들였다. 그들이 힘 좀 쓴다지만 무기를 가진 드워프를 맨손으로 상대할 수는 없었다.



“으악!”



그때 검은 색의 무엇인가가 그들의 앞을 스쳐지나갔다. 검은 색의 그것은 날렵하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달려드는 드워프를 옆에서 걷어 차 버렸다. 달려오는 기세 그대로 뛰어올라 양발을 모아 차버리는 드롭킥이었다.



“크억!”



실려 있는 힘이 상당했기에 드워프는 괴성을 지르며 옆으로 나뒹굴었다. 리타는 드워프를 걷어찬 반동으로 몸을 회전시켜 땅에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그 동작에 지켜보단 사람들 중 몇 명이 탄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느닷없이 벌어진 사태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드워프와 대치 중이던 청년들도 얼이 빠져 리타를 멍하니 보았다.



사람들의 관심이 리타 한 명에게 쏠렸다. 리타는 흩날린 머리를 쓸어 넘기며 그녀를 향하는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어떤 생각이 떠오른 듯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착한 아이는 따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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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분량이 1권 하고도 반 정도가 됩니다. 슬 조회수나 리플을 걱정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네요.

그래서 쓰는 법을 좀 바꿔 보았습니다. 주제는 가져가더라도 문체의 가벼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뭐 별 차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이번주는 아마 바빠서 어제처럼 빼먹는 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장 내일부터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1 개
내가 좋아했던 드래곤 라자였네요...이거 제가 엄청읽었는데

퓨처워커에서 마지막에 칼이 시오네를 이용해서 목을 물게한 목적과 그 속에 숨겨진 속셈을를안순간...
와.....소름이...

예상대로 그림자 왕국에서 운차이의 나라가 된것도...예상했던지라..

한때 수백번 퓨처워커 그이후의 대륙전쟁편 그이후을 상상했는데..

거기서는 칼과 결혼한 ................ 대륙이 최종적으로...........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냥 저만의 나래로 남겨놓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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