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4. 가장 빨리 죽는 새 (7)2015.03.10 PM 11:57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








종업원의 이름은 메리안이라고 했다. 그녀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삼촌에게 키워졌고 지금은 삼촌의 여관에서 일을 한다. 잘못짚어도 한참 잘못짚었다. 그녀는 아직 순결을 고이 간직한 몸이며, 그런 조카를 10셀짜리 하나에 팔아버린 사람이 삼촌이다. 그 말을 하는 후치는 제법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많이 놀랐나요?”



리타의 질문에 메리안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 아뇨. 놀라기는 했지만…… 괜찮아요.”



리타는 이해할 수 없는 메리안의 대답에 고개를 기울였다. 상태를 보니 아직 놀란 게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다. 리타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치가 연기랍시고 강제로 옷을 벗기진 않던가요?”



“네? 아…… 그러진 않았어요. 제가 스스로 벗었어요.”



“……”



리타의 시선이 길게 늘어지자 메리안은 그녀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녀는 양팔을 마구 휘저으며 말했다.



“제가 나서서 벗었다는 게 아니라! 그, 그게 후치가 버, 벗으라고 해서…… 옷을 벗어야 한다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럼 후치가 강제로 벗게 한 셈이네요?”



“으…… 후치는 그랬으면 하는 말만 했어요. 옷을 억지로 벗기지도 않았고 거칠게 나오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속옷까지 벗은 건가요?”



“그……!”



메리안은 차마 더 말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 리타는 모처럼 놀리는 재미가 있는 아가씨를 만난 것 같아 즐거웠다. 메리안은 양 손을 치마 앞으로 모아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는데, 그녀의 난처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연기라고 해도 완전히 알몸이 될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



“하지만 보통 그 상황에선 알몸이 되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서 부끄러운 걸 참고……”



“그렇다 하더라도 알몸이 된다면 덮쳐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했나요?”



“우…… 후치는 그렇지 않겠다고 약속했는걸요. 그리고 그 상황에서 저는 후치를 믿는 수밖에 없었어요.”



리타는 방안을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생전 처음 보는 건장한 남자를 믿는 것만큼 무모한 것도 없지 않나요? 아까 밑에서 하는 것 봤으면 알겠지만, 자연스럽게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놈이거든요.”



“하지만 제가 말을 안 들었다가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될지 몰랐어요.”



“그래도 완전히 알몸이 되는 건 그 상황이 가도 괜찮다는 표시 아닌가요? 후치 정도라면 몸을 맡겨도 되겠다…… 뭐 이런?”



메리안은 이제 당황해서 어쩌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과 새빨개진 얼굴이 안쓰럽다. 리타가 너무 놀렸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메리안은 어떤 생각이 퍼뜩 든 듯 주먹을 꽉 쥐며 리타를 올려다보았다. 어지간한 남자보다 더 큰 리타이기에 자연스럽게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러는 그쪽 분은 후치와 어떤 사이시죠?”



“동료? 친구? 누나? 뭐 그런 것들로 정의가 가능한 관계지요.”



메리안은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자세히 물어보시는 거죠?”



리타는 키득키득거렸다.



“관계를 하나 더 추가하자면, 위대한 나이트 후치경의 레이디 제미니 스마인타그의 언니가 됩니다.”



“예?”



“쿡쿡. 동생의 애인이 바람을 안 피는지 걱정하는 건 언니로서의 책무 중 하나거든요.”



그제서야 메리안은 납득했다는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타를 보았다. 그녀의 두 눈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아함을 품고 있었다.



“그 분의 언니라고요?”



“네.”



“…… 알았어요.”



이번엔 리타가 의아해졌다. 메리안은 전혀 납득한다는 기색이 아님에도 그냥 넘어가려는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리타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렸고 리타는 그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메리안은 그 시선에 어딘가 무뚝뚝한 느낌으로 말했다.



“동생의 애인 걱정을 하는 언니 같진 않네요.”



“그런가요?”



메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리타보다 열 살 가량은 어려보이는 소녀는 어딘지 날카로운 경계를 세우고 있는 것 같다. 리타는 그녀를 너무 놀려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메리안의 감정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고, 섬세한 사람이라면 그녀들 사이에서 흐르는 분위기가 다른 것임을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더 말을 걸기 애매해진 리타는 방 안으로 시선을 두었다. 마침 샌슨이 후치를 놀리는 참이었다.



“부럽다……”



“주, 죽일 거야!”



“정말 부럽다……”



샌슨이 멍한 눈초리로 후치를 바라보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후치는 그에게 주먹이나 발을 날리는 대신 억울함을 가득 담은 얼굴로 이루릴을 쳐다보았다.



“이, 이루릴! 제발 증명해 줘요. 나와 메리안은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아무 일? 뭘 말하는…… 아! 알았어요.”



이루릴은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생식 행위 말이죠?”



“푸흐업!”



점잖게 물을 마시고 있던 칼은 그가 쌓아온 수십년 간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물을 내뿜고 말았다. 그의 반응에 이루릴은 놀랐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예. 놀라셨군요. 후치는 생식 행위를 하지 않았어요. 이상하죠? 제가 알기론 후치 정도 나이대의 인간 남자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그런 충동이 대단히 강하다고 들었어요. 샌슨의 말을 통해 생각해 봐도 그렇게 판단되는데요.”



부럽다고 연신 중얼거리던 샌슨의 얼굴은 당장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후치는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외쳤다.



“언제나 가능하지만 아무와 하진 않아요!”



“이상해요, 후치. 당신은 짝이 없잖아요. 메리안 양은 아름다운 여성으로 보이는데…… 다른 여성상을 가지셨나요?”



후치는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답답한 가슴을 두들겼다. 그는 고개를 돌려버렸고 문 밖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리타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웃기만 했다. 이번에는 이루릴에게 인간의 성문화를 가르쳐줄 마음이 들지 않았다. 후치의 행동이 그녀에게 답이 되어줄 것이다.



일행은 여관 주인을 불러다 그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전했다. 그리고 후치는 개인적으로 몇 마디 덧붙이는 것 같았다. 메리안의 처지에 화를 낸 그니, 아마도 협박 비스무리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증거로 그는 연신 미소를 지으면서도 손으로는 청동 술잔을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주인의 얼굴도 훌륭한 증거다.



메리안은 후치가 나올 때를 기다려 그와 말을 주고받았다. 후치는 연극에 끌어들여 미안한 기색이었고 메리안은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리타는 그 장면을 가볍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러나 메리안이 남긴 마지막 말 한 마디에 미소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게 정말 고마운 것인지 모르겠어. 그런 상황까지 가서 날 건드리지 않았다는 거……”



그 말만 남기고 메리안은 도망가듯 뒤로 달려가 버렸다. 후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샌슨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들리는 마을마다 애인을 만드시는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후치가 발끈했지만 샌슨은 이제까지 그가 당했던 놀림을 갚아줄 기회를 순순히 놓지 않았다. 그는 짓궂은 웃음을 지으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레너스의 유스네는? 그녀의 마음을 훔쳐 달아났지. 칼라일의 에델린은? 오, 맙소사, 그녀의 품을 훔쳤지. 이라무스의 메리안은? 드디어 침대에까지 끌어들였네. 오! 위대한 모험가 후치. 어떠한 엄청난 모험에서도 꼬박꼬박 규칙적으로……”



“크아아악!”



후치는 괴성을 지르며 샌슨을 뒤쫓았다. 남겨진 리타와 칼은 서로 시선을 마주치더니 칼이 허허 웃고는 네리아를 들쳐 업었다. 결혼하기 전에 허리 안다치도록 조심하라는 리타의 충고에 네리아를 그대로 땅에 박을 뻔 하면서 말이다.








*








일행은 이라무스 플라이로 돌아왔다. 남자들이 묵는 큰 방에 네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다. 격한 카피의 환대와 아직도 꿈나라를 모험하는 운차이가 그들을 맞이했다. 샌슨과 후치는 네리아를 의자에 묶었다. 도중에 정신을 차린 그녀가 물고 뜯고 할퀴고 난리였지만, 어찌어찌 묶는 데 성공했다.



“뭘 바라는 거야!”



샌슨이 말했다.



“간단하지. 훔쳐간 것 돌려줘. 그걸로 끝내자.”



네리아가 놀랐는지 입을 떡 벌렸다.



“신고하지 않는 거야? 날 어떻게 한다든가……”



“네가 어떻게 할 정도로 스스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불순한 생각하고는. 하긴 그러니 물에 빠트리지 않고 마을까지 데려와준 사람의 돈주머니를 훔쳐가지.”



“쳇. 그렇게 말하니 쪼오금 찔리네.”



샌슨은 더 말하기 싫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것 필요없어. 도둑 길드에 원한을 사는 것도 싫고. 우린 바쁜 몸이라서 그건 안 돼. 그러니 훔쳐간 돈만 내놔. 그러면 놔주겠어.”



“놔준다고?”



네리아는 다시 입을 멍하니 벌렸다.



일행은 처음부터 그녀에게 복수를 할 생각이 없었다. 샌슨과 후치는 화나기는 했지만, 칼의 말처럼 그들의 임무보다 우선시 할 정도로 감정적이진 않았다. 칼의 계획은 그저 훔쳐간 돈을 돌려받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었다. 그래야 샌슨의 말처럼 깔끔하게 끝낼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샌슨은 아직도 못 믿는 기색인 네리아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두 번씩 말하게 하지마. 돈을 돌려주면, 놔준다. 이 이상 간다하게 말할 수는 없어.”



칼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그들의 일정엔 착오가 없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마음대로만 흘러가던가? 네리아는 난처하게 웃기 시작했다.



“에헤헤헤…… 미안해서 어쩌나? 나, 나이트호크라고. 그것, 이 도시에 들어와 영업하는 대신 길드 요금으로 벌써 바쳤는데.”



예상치 못한 그녀의 대답에 일행의 눈이 번쩍 떠졌다. 샌슨이 흥분해 외치듯 물었다.



“뭐, 뭐야? 그 많은 걸?”



“어. 조금 남긴 했지만, 그것도 정보료로 다 지불했어. 젠장. 정보료가 두 번이나 나갔다고. 처음에는 웬 모험가가 마법검을 가지고 있다길래 아이고 좋아라 지불했는데, 찾아가보니 벌써 떠났다잖아? 정보료 날리고 나서 홧김에 다른 정보를 사버렸어. 그게 바로 웬 모험가가 엄청난 팔찌를 가지고 있다는 정보였어. 뭔 말이지 알겠지?”



“으으으으음……”



샌슨은 신음을 길게 흘리다 이를 갈면서 말했다.



“그럼 몸으로 갚아!”



네리아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비단 그녀의 반응만이 아니었다. 일행의 놀란 기색을 진정이라도 시키려는지 샌슨이 이어 말했다.



“현상금! 너 현상금이 있을 거 아냐?”



그의 말에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네리아는 또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거…… 내 현상금? 그건 없는데.”



“뭐?”



“난 대개 정정 당당하게 통행료를 받거든. 그리고 여자 한 명에게 박살난 모험가들은 부끄러워서 별로 신고를 안 하고. 10셀이나 20셀은, 뭐 잃으면 아쉽지만 그렇다고 찾으려고 날뛰기엔 그런 돈이잖아? 적어도 여행자들에게는 말이야. 난 그렇게 잃어도 가슴 아파할 일이 적은 사람만 골라서 덮치거든.”



샌슨이 울컥하며 말했다.



“넌 우리 돈을 몽땅 훔쳐갔잖아?”



“어? 이상하네. 난 저 엘프 아가씨랑 무서운 언니 돈은 안 건드렸어!”



샌슨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없는 거다. 네리아는 계속 말했다.



“이야기가 도는데, 어쨌든 난 귀족이나 후환이 생기고 골치 아플 자들은 안 건드려. 그러니 현상금은 거의 없어. 몇몇 도시에는 날 현상범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 도시에서는 내게 건 현상금이 없는데.”



샌슨은 앓는 소리만 냈다. 네리아는 더 이상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태도였다. 후치는 골치가 아파져서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칼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퍼시발 군, 풀어주게.”



“예?”



멍하게 반문하는 샌슨에게 칼이 한숨을 쉬었다.



“어쩌겠는가, 풀어줘야지. 달리 방도가 없잖은가?”



샌슨은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이 되었지만, 칼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네리아의 결박을 풀어주었다. 네리아는 자기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놀랐다는 표정으로 일행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진짜 아무런 짓도 하지 않고 풀어준 일행이 퍽 신기한 것 같았다. 그런 네리아에게 샌슨이 꼴 보기 싫다는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가라, 가! 보고 있으면 울화통 터진다.”



“흐음…… 당신들, 세고, 머리도 좋은데, 정말 마음에 드네? 아까 아침에도 퍽 마음에 들게 행동하더니 말이야. 닳아빠진 모험가 같지 않아. 닳아빠진 모험가들이라면 돈을 못 찾을 거, 재미나 보자는 식으로 말할 텐데.”



“우릴 뭐 취급하는 거야!”



샌슨이 화를 냈고, 후치도 참을 수 없었는지 일어나며 한 마디 했다. 리타는 그럴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자기나 이루릴이 같이 다니겠냐고 농담을 할까 했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 참기로 했다. 확실히 동료들이랑 여행을 하다 보니 분위기라든지 말을 해야 할 때를 점점 알아가는 것 같다.



네리아는 킥킥 웃으면서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절하는 시늉을 하고 나가버렸다. 물을 닫은 다음 문 저편에서 쾌활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 안은 침울함으로 가득 찼다. 후치와 샌슨은 화는 나는데 어떻게 해소할 방법이 없어 속으로 삭히는 것 같았다. 칼도 난처하면서 불편한 기색이었다. 리타는 그런 일행을 둘러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저 좀 나갔다 오겠습니다.”



칼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스마인타그 양?”



“잠시 들러볼 곳이 생각났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질문에 자세한 답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걱정하지 않게끔 안심하도록 세세하게 말이다. 그러나 리타는 보통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지 않은 부류다. 칼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물었다.



“어디 가실 겁니까?”



“음…… 개인적인 용무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겁니다. 먼저 쉬시고 계세요.”



“이 시간에 혼자서 말입니까?”



“네.”



칼은 탐탁치 않은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더 말하진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리타는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아직 결혼도 못했는데 당연히 조심해야죠.”



칼은 난처한 듯 웃기만 했다. 리타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롱소드만 챙겼다. 카피가 자연스럽게 리타의 어깨로 날아와 앉았다. 리타는 카피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카피, 미안하지만 오늘은 먼저 쉬고 있어요. 저 혼자 할 일이 있거든요.”



“우웅…… 리타아아아.”



재밌는 연극에도 끼지 못하고 하루 종일 방 안에만 있던 게 심심했는지 카피가 투정을 부렸다. 그녀는 리타의 볼에 얼굴을 비비며 떨어지기 싫다는 의사를 표했다. 어깨를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카피도 데려가 달라 해요.”



리타는 떼쓰는 카피를 보며 고민했다. 그녀가 가고자 하는 곳에 카피를 동행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위험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녀 홀로 움직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카피라면 전투에서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전투력보다도 그곳에선 경험이 중요하다.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카피를 데려가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미안해요. 대신 맛있는 거 사올게요.”



“리타아아아.”



“정말 미안해요.”



리타의 태도가 확고하자 카피는 발의 힘을 풀면서 침대로 내려앉았다. 그녀는 리타에게서 등을 돌렸다. 누가 보더라도 삐진 모습이다. 리타는 난처하게 웃으며 꼭 맛있는 걸 사오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가 없었기에 리타는 바로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여관 앞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백한 달밤의 거리는 주정뱅이들을 제외하곤 한산했다. 리타는 좀 더 자세히 거리를 살폈다. 그러다 여관 옆 골목에서 손이 하나 튀어나와 있는 걸 발견했다.



“여기야.”



골목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리타는 그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타는 듯한 붉은 머리를 가진 여자가 벽에 등을 기대고 서있었다.



“어떻게 도둑들의 신호를 아는 거지?”



리타는 덤덤히 네리아에게 대답해 주었다.



“배웠습니다.”



“누구에게?”



“그 사람은 정체를 남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흥, 뭐 좋아. 그래서 난 왜 부른 거야?”



네리아는 일행에게서 좋은 느낌을 받았지만, 리타만큼은 예외였다. 그녀는 어딘가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고, 본능적으로 그녀와 가까이 하는 게 꺼려졌다. 도둑으로서의 감을 신뢰하는 그녀지만, 일행에게 잡혀 있는 동안 수신호를 보낸 것을 무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에 안 들지만 밖에서 리타를 기다렸다.



리타는 시린 달밤조차 얼려버릴 것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길드에 의뢰가 있습니다.”








--------------------------------------



5분남았다! 안 늦었다!

는 토요일 띵가먹은 타자가 할 소린 아니죠...

다시 궁상모드에 돌입하는 바람에 글이 잘 안적힙니다.

공모전용 글도 안적혀요! ㅠㅠ

안적힐땐 적으려고 해봤자 좋은 거 안나오니 놀아야 한다는 신조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4 개
드디어 이장면이 나왔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이루릴이... 헠
이루릴에게 리타가 성교육하는 장면을 넣고 싶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바뀔거 같아 자제했습니다.
아쉽...
와 다음장면 너무 기대되네요
네리아x리타
그러나 네리아는 금방 리타와 헤어지고 마는데...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