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4. 가장 빨리 죽는 새 (10)2015.03.18 AM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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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는 욕정으로 번들거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리타의 말이 퍽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수염에 가린 그의 입매가 비틀어지듯 움직였다.



“허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말한 그대로입니다.”



그렇게 말한 리타는 몸에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었다. 밤의 아찔할 정도로 싸늘한 공기를 막기에 그녀가 입은 원피스는 얇았기에 챙겨 입었다. 그녀는 벗은 망토를 네리아에게 둘러주었다. 등 뒤에서 들리는 아쉬움이 담긴 욕설은 무시했다. 그리고 망토를 벗음으로서 완연히 드러나는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에 쏠리는 시선과 음담패설 또한 무시했다.



마스터는 수염 가득한 입을 열고 입술을 핥았다. 뱀의 혀도 저것보단 보기 좋을 것이다. 그는 숨길 생각도 없이 음란한 빛을 가득 머금은 눈으로 리타의 전신을 훑었다. 단순히 키가 크고 모처럼 가진 예쁜 얼굴을 인상으로 망친다는 느낌의 여자였는데, 이리 보니 생전 보기 힘든 미인이다.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얇은 원피스 아래로 X자가 생각나는 커다란 가슴과 가는 허리, 다시 굴곡을 그리는 골반이 그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치마 아래로 드러난 길쭉하고 매끈한 다리도 예술작품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호오. 대단한데? 그래, 이 정도 되면 그만한 거금을 지불할 만하지. 어디 흔해빠진 여자 따위랑 비교할만한 게 아니군.”



여성의 입장에서 듣기에 상당히 불쾌할만한 말이었지만 리타는 무덤덤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머리가 미끄러지듯 하늘거린다.



“거금이라면 네리아가 바쳤다가 돌려 달라는 돈을 말하는 건가요?”



“그래, 그거.”



리타는 짧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정도 금액으로는 부족하군요.”



“뭐? 허허, 어지간히 자신감이 넘치는 아가씨일세?”



그의 비웃음에 대한 반항인지, 리타는 그의 웃음을 중간에 끊었다. 마스터와 리타에게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그녀의 말은 듣기 좋은 목소리로 울렸다.



“처녀니까요. 프리미엄이 붙거든요.”



누군가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고, 사레에 걸리는 바람에 콜록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어이없다는 듯 비웃는 여자들의 가는 말소리와 노골적인 외설도 있다.



그만큼 리타가 내뱉은 말의 파급력은 컸다. 뻔뻔할 정도로 표정의 변화 없는 리타에게 수많은 시선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마스터나 네리아도 예외는 아닌지라 리타를 황당하게 쳐다보았다. 특히 네리아는 둘렀던 망토가 흘러내리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마스터는 놀라서 얼이 빠져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으허허헛! 이거 재밌는 아가씨군. 유머감각이 상당하구만.”



유쾌하게 웃는 그에게 리타는 차분히 대답했다.



“농담이 아닙니다만.”



“뭐야? 그 나이 먹도록 사내새끼랑 뒹군 적이 없다고?”



“뒹군다의 의미가 사전적인 것이라면 여러 번 있습니다만, 성행위에 대한 비유라고 한다면 없습니다.”



무표정한 리타를 보다가 마스터는 또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껄껄 웃으며 연신 배를 두들겼다. 웃느라 아픈 배에 때리기까지 하면 더 아프지 않을까 싶었다. 그는 숨이 꺽꺽 넘어갈 정도까지 웃었다. 그 소리가 상당히 커다랬기에 리타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웃음소리는 잦아들었고 마스터의 눈은 다시 가늘어졌다. 그는 어둑한 실내에서도 마치 빛나는 것처럼 고고한 리타를 쳐다보았다.



“그런 간판과 몸매에다가 처녀다? 상당하구만. 이봐, 너. 나이가 몇이냐?”



마찬가지로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한다.



“매너가 없군요. 여자의 나이는 비밀입니다. 영원한 스물이죠.”



“허허허…… 뭐, 상관없겠지. 겉으로 봐도 그리 많아 보이진 않으니.”



“뭐가 상관없습니까?”



“상관없는 것이니 너랑 상관없지.”



말이 안돼는 대답에 리타는 입술을 굳게 닫았다. 보통 저런 식의 대답은 제대로 말해줄 의사가 없다는 표시다. 그 정도는 그녀라도 알고 있다. 아니, 안 좋은 쪽에 해당하는 인간의 행동들은 오히려 그녀라서 더 잘 안다.



리타가 입을 다물자 마스터는 네리아의 머리채를 붙잡았던 손을 떼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발치의 네리아를 힐끗 보며 말했다.



“의뢰인이라고? 의뢰는 다 했나?”



“의뢰는 접수했고, 지금은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렇군. 아까 전에 영감이 말해준 그건가?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러면 네리아를 산다는 말은 뭐냐?”



리타의 고개가 살짝 움직였다. 그녀는 마스터를 대할 때와는 달리 어떤 감정이 담긴 얼굴이 되어 네리아를 바라보았다. 흔한 표현이지만, 상처 입은 새라든가 가녀린 동물처럼 잔뜩 웅크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외면적으로 보이는 게 아니다. 그녀는 강한 척을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마음은 견디기 힘든 현실에 괴로워한다.



흘러내린 망토를 다시 어깨까지 올려주며 리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상냥하다고 생각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행에 실력 좋은 도둑이 필요합니다. 제가 여자이다 보니 같은 여자가 동행한다면 좋겠군요. 마침 안면도 있는 네리아가 적격이다 싶어서요.”



마스터의 눈빛이 변했다. 고저 없이 잔잔하기에 냉정하게까지 들리는 리타의 말이 품고 있는 의미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는 헛웃음을 지었다.



“고용하겠다는 말이냐?”



“네.”



“안 돼.”



“왜죠?”



“의뢰는 마스터가 받아들였을 때, 비로써 완전히 받아들여지는 것이지. 우선 나는 네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의뢰를 수행할 대상을 지정해주는 것도 마스터가 승인할 일이야. 나는 네리아에게 그 의뢰를 하도록 승인해줄 생각이 없어.”



리타가 가볍게 웃었다. 미녀가 웃으면 한겨울에도 꽃이 피어난다지만, 그 웃음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그것은 즐거움 대신 분노를 표현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냉기마저 느껴질 정도로 차게 웃으며 리타의 입술이 움직였다.



“이곳에 와서는 정말 실망만 계속하게 되는군요. 언제부터 길드가 이렇게 우습게 변한 것이지요? 마스터? 웃기는 소리 하는군요. 이 길드는 왕국이라도 되는 겁니까? 당신은 마스터가 아니라 왕이에요. 길드의 마스터는 당신 같이 하는 법이 없지요. 도둑의 규칙 같은 건 모조리 무시해 버리는군요.”



마스터의 두툼한 눈썹이 꿈틀거렸다. 쉐린도 참 수염이나 털이 많다지만, 그는 보기에 불쾌하지 않다. 하지만 이 남자는 불쾌함을 위해 수염을 길렀나 싶을 정도로 쳐다보기 싫다.



그는 화가 날 법했지만, 괜히 마스터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닌 듯 감정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는 육중한 팔을 서로 교차시키며 리타에게 한발짝 다가갔다. 팔짱을 끼고 있다지만 그의 거대한 몸체는 그 자체로 위협이 되기 충분했다. 다만, 리타는 그 정도 위협에 움츠러들 정도로 경험이 적지 않았다. 그녀에게 위협을 가하려면 오거는 고사하고 미노타우르스 정도는 등장해야 할 것이다.



리타의 안색에 변화가 없고 여전히 냉기가 풀풀 날리는 표정만 짓고 있자, 마스터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험악한 목소리를 냈다.



“그냥 의뢰한 것만 챙겨 가시지? 괜히 길드 일에 끼어들려다간 좋은 꼴 못 볼 거야.”



“이미 안 좋은 꼴은 봤습니다만.”



리타는 네리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비꼬는 말에 마스터는 처음 보았을 때처럼 유들거렸다.



“우린 어디까지나 서로의 이득을 위한 합의점을 찾은 것뿐이야. 네리아는 돈이 필요했고, 나는 여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제가 제의하는 겁니다. 네리아에게 의뢰를 해서 그녀에게 비용을 지불하면 네리아가 당신과 잘 필요는 없어지겠지요. 무엇인지 짐작하기도 싫은 무서운 꼴을 당하면서까지 말이에요.”



“저런. 그건 별로 무섭지 않아. 그건 첫경험이나 다름없는 거야. 아픔은 순간이고 쾌락만 남지. 아, 이런, 이렇게 말해도 그쪽은 모르려나?”



마스터는 실례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연기했다. 주위를 둘러싼 도둑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수많은 남자들이 여자 하나를 둘러싸고 빈정대는 꼴이 우습지만, 지금 이곳에선 그런 정상적인 사고를 할만한 사람은 없었다.



리타는 웃음소리를 한귀로 흘렸다. 마스터가 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웃는 것을 보니 조롱하는 의미가 담겨있나 보다.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은 정숙한 여인은 결혼하기 전까지 순결을 지킨다는 것인데, 이곳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나보다.



놀림은 상대방의 반응이 있을 때 재미난 법이다. 화내거나 부끄러워하거나 참거나 여러 가지 반응이 있건만, 리타는 어떤 것도 취하지 않았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무시였고, 그건 가장 좋은 대응방법이었다.



팔짱을 꼈던 손을 풀어 허리에 올리면서 마스터는 리타를 내려다보았다. 리타가 크다지만 마스터는 샌슨과 비슷할 정도로 커다랬다. 도둑이 아니라 푸줏간이나 사냥꾼에 어울릴법한 덩치다. 그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네리아에게 네 돈이 전달되려면 내가 승인해야만 하거든? 그러니까 그 방법은 안돼. 그리고 내 이 타오를 것 같은 가슴은 어떻게 해야 하지? 그쪽이 대신 해결이라도 해 줄 건가?”



이번만큼은 화낼 것이라는 게 마스터의 생각이었다. 허나 리타는 덤덤히 대답할 뿐이었다.



“말했다시피 제 몸값은 비쌉니다. 교환 가치가 맞지 않으니 거래는 무리입니다.”



“허…… 말은 잘하는구먼. 그런데 네 말 맞다나 거래가 무리니까 이만 꺼지는 게 어때? 괜한 오지랖부리지 말라고. 난 한시바삐 이년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단 말이다.”



리타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제대로 된 규율도 없고 내려오는 규칙도 무시하는 마스터가 있는 길드라면, 그 마스터의 말도 들을 필요가 없겠죠.”



“웃기는 소리. 규율이고 규칙이고 그건 마스터가 정하는 방침이야. 여기선 내가 곧 법이라고.”



“정말로 왕이 되고 싶은 겁니까? 마스터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만…… 말해봐야 당신에겐 쓸모없겠군요.”



마스터의 혼탁하고 더러움으로 가득한 눈을 들여다보며 리타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처럼 마스터란 이 남자는 네리아만을 원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품고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생각만 가득하다. 의뢰인을 대하는 태도부터 시작해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은 길드다. 길드원을 다루는 방식도 그렇고, 재미난 구경거리 삼아서 방관하는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리타는 롱소드로 손을 가져가려고 했다. 그때 네리아가 그녀의 다리를 붙잡았다. 네리아는 눈으로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이건 내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야. 저 놈이 변태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지만, 눈 꼭 감고 참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어.”



“당신이 상처 입을 겁니다.”



네리아는 빙긋 웃더니 망토를 젖혔다. 그녀의 섬세한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네리아는 가슴을 가릴 생각도 없이 팔을 옆으로 쭉 뻗어보였다.



“어차피 나 상처 많이 받았어. 여기서 하나 더 받아봐야 티도 안나. 괜히 잘 해결하고 있는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원하는 거나 얻고 나가.”



네리아는 수치심도 없는지 알몸으로 당당했다.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나신을 보면서 욕정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그럴 거면 왜 굳이 이를 악물까? 왜 눈가는 파르르 떨리고, 목소리는 힘없이 흘러나오며, 입술은 잘 지어지지 않는 미소를 지으려다 경련을 일으킬까?



허나 그런 것을 보지 못하는, 혹은 보았더라도 개의치 않을 남자는 통쾌하게 웃었다.



“허허헛. 들었지? 네리아가 이 몸에게 안기고 싶다잖아? 이제 더 이상 우리 일에 신경 끄셔. 당사자가 이렇게 말하는 데 끼어들기엔 영 그림이 이상하지 않아?”



리타는 그를 무시하고 네리아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힘을 준 그녀의 눈에서 리타는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녀가 일부러 리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그녀에게 빚을 지우지 않기 위해 매몰차게 대한다는 것을 알 순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목적은 모르지만 거짓말인 걸 뻔히 알면서도 네리아를 방치해두고 싶지 않았다.



네리아는 차가운 목소리를 냈다.



“난 어차피 이런 년이야. 돈 받고 아무하고나 자는 년. 돈을 더 주면 격렬한 플레이도 받아줘. 아, 너 혹시 여자 취향이야? 그래서 남자랑 경험이 없는 건가? 그러면 내가 알려줄 수도 있는데.”



옆으로 벌렸던 손이 리타에게로 향했다. 리타는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는 네리아의 손을 붙잡았다.



“새로운 성적 취향에 눈을 뜨는 경험은 뒤로 미뤄두지요. 저는 네리아가 저와 동행했으면 합니다만.”



“그만 포기해. 돈도 훔쳐간 년이 뭐가 좋다고 같이 다니자는 거야? 같이 다니면 또 훔칠지도 모르는데.”



“그럴지도 모르죠. 그래도 같이 가고 싶네요.”



“그만해.”



“당신은 더럽지 않아요. 더럽혀졌다? 저는 그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내가 보기에 네리아는 소심할 뿐이지 당당하고 강한 여자에요. 당신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뿐인걸요.”



“그만하라고!”



네리아는 리타에게 잡힌 손을 거칠게 빼냈다. 그녀는 난동을 피우듯 몸부림을 쳤다. 촉촉해진 눈망울을 사납게 뜨며 리타를 노려보았다.



“제발 나에게 신경 쓰지 마.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라고……”



목소리가 비 오는 날의 정경처럼 축축하다. 그녀의 앙탈은 번개가 내려치는 것 같고, 안에서 폭발할 것 같은 그녀의 외침은 천둥소리처럼 마음을 울린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처럼 가련하다.



그래서 리타는 미소를 지었다. 마치 어루달래고 안심시키는 것처럼.



“이건 네리아를 비참하게 하는 게 아니에요.”



“아냐.”



“저는 네리아가 우리 일행에게서 훔친 돈을 돌려주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요.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는 소년이랑 친구, 그리고 스승 같은 아저씨들은 누구였더라도 저처럼 했을 거예요. 우린 우릴 돕고자하는 당신을 외면하지 않아요. 그런 사람을 더럽다고 하지도 않고요.”



“나, 난 그런 게 아니라고……”



“스스로를 비하하지 마요. 네리아는 아름다워요. 우리가 마음에 들었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이렇게 행동하고 있잖아요.”



“……”



리타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네리아의 뺨을 쓰다듬었다. 네리아는 터져 나오는 무엇을 참으려는 것처럼 입을 앙다물고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리타의 손을 쳐내지 않았다. 두 손을 늘어트린 채 리타의 손길에 가만히 있을 뿐이다.



따스하고, 또는 확고한 의지가 실린 목소리가 그녀를 감쌌다.



“그래서 저는 네리아를 돕고 싶어요.”



“그러, 히끅, 지 마……”



“내 도움을 받아주겠어요?”



“나 같은, 끅, 거랑 엮이지 마. 그냥 무시해. 지나가면 잊혀질 년일 뿐이야. 당신들, 흐읍, 같은 그런 반짝반짝한 사람들이랑은, 안 맞아.”



“반짝반짝한 건 저랑 이루릴의 외모뿐이에요. 다른 남자들은 전혀 반짝거리지 않아요.”



네리아는 희뿌연 시야 속에서도 농담을 하는 리타를 멍하니 쳐다봤다. 리타가 전혀 농담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만을 말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네리아를 위로하기위해 지은 미소는 농담 같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고, 그래서 네리아는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다.



“큭, 큭큭.”



한층 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리타는 물었다.



“당신은 우리에게 돈을 돌려주고 싶나요?”



네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와 잠을 자서라도?”



다시 끄덕였다.



“그럼 내가 도와줘도 될까요?”



조금 머뭇거리던 고개는, 결국 끄덕였다.



“좋아요.”



리타는 웃으며 마치 어린 아이를 칭찬하듯 네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켰다. 조각도 이런 조각이 없을 것처럼, 넘쳐나고 주체 못할 정도로 폭발적인 몸이 우뚝 섰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 바위처럼 단단히 바닥을 딛고서 모든 일의 원흉을 바라보았다.



“신파는 끝나셨나?”



속을 게워내는 시늉을 하는 남자는 능글맞은 태도였다. 네리아와 리타의 대화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퍽 볼만했다.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이다.



리타는 스스로도 경멸할 때가 가끔 있다지만, 이들에겐 자신을 비교한다는 것조차 웃길 것 같다.



그녀는 롱소드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주변의 기세가 순식간에 날카롭게 변했다. 정면의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러함에도 리타는 차분한 목소리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거래는 결렬이로군요.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그 다음엔 힘으로 해결할 차례네요. 네리아를 데려가겠습니다.”



마스터가 흉흉하게 이빨을 수염사이로 드러냈다.



“우리가 순순히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냐?”



리타는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 그녀도 이가 드러날 정도로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제가 순순히 남겨두고 갈 거라 생각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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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드립으로 무리수를 던질까 하다가 참아낸 타자입니다.

오늘도 늦었군요.

역시 DR은 새벽에 올려야 제맛입니다.

이제 슬슬 리타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멋대로 손을 이끄네요.

그런만큼 구상한 것보다 스토리가 통통튀긴 합니다만... 뭐 글은 잘써지니 넘어가야죠.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2 개
ㅉㅉ 준다고 할떄 곱게 받을것이지!
히익 리타님이 화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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