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4. 가장 빨리 죽는 새 (11)2015.03.25 AM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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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도발이다. 그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일단 눈을 비비고 귀를 한번쯤 파볼 정도로 리타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리타는 비꼬거나 의중을 숨긴 말을 하지 않는다.



꼿꼿하게 서있는 자세는 잘 벼려진 칼날처럼 날카롭고, 손을 올려두고 있는 검은 금방이라도 뽑힐 것 같다. 눈빛은 심연처럼 가라앉아 기포조차 피어 올리지 못할 정도로 진지하다. 값싼 도발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자세다.



마스터는 헛웃음을 들이키다가 천천히 입을 닫았다.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하는 아가씨의 표정과 태도는 그게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할 것처럼 확연히 의도를 드러낸다.



그는 살짝 마른 것 같은 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여성이지만, 도무지 쉽게 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흔들려고 하다가 멈추었다. 그런 모습을 보여서 좋을 게 없다. 보여야 할 것은 다른 모습이다.



“허어. 제법 재밌는 농담을 하네?”



“농담이 아닙니다만.”



마스터의 잘 드러나지 않는 얼굴에도 확연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경직이 생겼다.



“그럼 이 곳에서 싸움을 거시겠다?”



“네리아를 보내주지 않는다면, 최후의 길은 강제입니다.”



“꽤나 대책 없는 아가씨로세. 이봐. 네가 얼마나 솜씨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우릴 앞에 두고 그딴 소리를 지껄이고도 무사할 줄 아냐?”



“무사할 거라 생각해서 한 말입니다만.”



“웃기는군. 혹시 어디서 만담이라도 배웠냐? 개소리를 그렇게 버젓이 해대니 꽤나 재미있어.”



마스터의 양 손이 허공에서 짝짝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박수소리가 묘하게 고요해진 공간을 울린다. 리타의 바로 눈앞에서 쳐지는 박수였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행동은 긴장을 부추겨 어떤 반응이든 일으키기 쉽건만, 그녀의 모습은 긴장과는 사이가 나빠 보인다.



미동도 않는 리타를 보며 마스터의 인상이 구겨졌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입술을 일그러트렸다. 리타는 날카롭게 뜬 눈으로 그의 변화를 보며 말했다.



“먼저 말했습니다만, 저는 길드와 척을 지고 싶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고 해결방법을 제의했습니다. 당신의 욕망이야 어찌되었든, 네리아가 당신과 동침할 필요성은 돈 때문입니다. 그 돈을 제가 해결해주는 걸로 네리아가 당신 말을 들어야 할 필요는 없어집니다. 당신의 본능적인 욕망과는 상관없이 네리아가 거부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길드의 마스터란 입장과 네리아의 자존심을 이용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몰고 왔습니다. 도둑의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상대를 앞에 두고 제가 택할 방법은 몇 개 없군요.”



리타는 어린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디트리히는 예외지만, 대게 아이들은 논리적이지 않다. 논리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대는 대하기 껄끄럽다. 톨러스와 실리키안도 그랬다. 그래서 그들 앞에서 리타는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었고, 흔치 않게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또박또박 한마디한마디 힘주어 말한 목소리는 서리가 어릴 만큼 차가웠다. 목소리의 주인도 그와 비슷하게 냉기를 풀풀 풍기며 차가운 눈을 하고 있었다. 상황에 대한 그녀의 반응은 실로 알기 쉬웠다.



그러나 마스터는 긴장하지 않았다. 그는 리타와 다르게 여유를 부렸다. 그가 손을 깍지끼며 우드득 소리를 냈다.



“뭔 소리를 그렇게 주절주절 어렵게 늘어놓나? 간단히 말해서 마음에 안 드니까 덤비겠다는 내용 아냐?”



“…… 목 위에 있는 그건 장식품이 아니라 사용하라고 있는 겁니다.”



“지금 잘 사용하고 있잖아?”



마스터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리타와 네리아를 음흉한 눈으로 훑었다. 네리아는 그의 시선에 저도 모르게 몸에 두르고 있는 망토를 꽉 쥐었다. 리타도 결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생각을 하란 의미였습니다만, 돌려 말하는 것도 상대방의 수준을 생각해서 해야 하는 건데,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



“모르는 척 하는 것과 모르는 건 다르지.”



“하아……”



리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질 낮은 대화를 계속 이어갈 필요성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겠다. 칼처럼 적절한 은유와 위트는 당연히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후치는 고사하고 우직한 샌슨조차도 하지 않을 저질스런 대화라니.



그녀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스르릉. 서늘한 은광과 함께 소름 돋는 금속음을 내며 롱소드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스터가 눈을 가늘게 뜨며 구부렸다. 초승달 마냥 일그러진다.



“허헛. 이만 닥치라 이거냐? 거 참. 당돌한 년일세.”



리타는 그를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싸우지 않으실 분은 가만히 계십시오.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움직인다면 전투의사가 있다는 걸로 간주하겠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어이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정말로 저 여자는 혼자서 이 많은 사람들에게 싸움을 걸고 있는 거다. 과연 현실감각이 제대로 박혀 있나 의심스럽다. 아무리 뛰어난 검사라고 하여도 도둑들의 아지트에서 이렇게 방자할 순 없다.



“건방진 년! 뚫린 입이라고 마음대로 지껄여?”



“아직 제대로 쓴 맛을 못 봤군!”



“입 함부로 놀리다가 어떻게 되는지 오빠가 가르쳐 줘야겠네.”



상소리가 그녀를 빙 둘러 감쌌다. 여기저기서 도둑들의 솔직한 감상이 튀어나왔다. 울컥한 그들은 침을 튀겨가며 바로 달려들려고 하였다. 가만히 서 있는 이들도 결코 좋은 눈초리는 아니었다. 다만 그들의 마스터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게, 그들이 유일하게 덤벼들지 않는 이유였다.



마스터는 결코 흥분하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고 욕정에 가득 찬데다 도둑의 규율도 무시하지만, 침착함 하나 만큼은 마스터에 걸맞아 보인다. 그는 험한 말들을 입에 담고 있었지만, 그건 습관적으로 나오는 것들에 불과했고, 그의 감정은 결코 격해지지 않았다.



리타는 바로 지척에 있는 그를 향해 검을 들어 올렸고, 그는 양 손을 앞으로 내밀며 뒤로 물러섰다.



“이봐, 난 맨손이라고. 맨손인 상대한테 그렇게 검을 들이대도 되는 거냐?”



“맨손인 건 당신의 선택입니다. 저에게 신경써주길 바라지 마시죠.”



“크핫! 걸작이구만.”



그는 감탄했다는 듯 손뼉을 치려고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그의 손아귀에서 움직였다. 네리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피해!”



마스터의 손은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그대로 리타에게로 뻗었다. 그리고 그 손에서는 손잡이 없이 날만 달려있는 작은 칼이 튀어나왔다. 리타는 네리아가 외치기도 전에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했다. 그녀가 피해낸 자리로 공기를 찢으며 비도가 스쳐지나갔다.



공격은 시작되었다. 리타는 대기하지 않고 곧장 마스터에게로 달려들었다. 네리아는 맨몸이었지만, 그들에게서 몸 하나 빼낼 정도는 될 것이다. 물론 규율을 따르는 곳이라면 네리아에게 손대는 일은 없겠지만, 이곳에서 그걸 바라는 건 사치일 것 같다. 그러니 시간을 길게 끌지 말고 재빨리 결판을 내야한다.



마스터가 뒤로 물러났다지만 리타와의 거리는 가까웠다. 리타가 크게 한걸음 내딛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보다 마스터가 뒤로 물러나는 게 더 빨랐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놀림은 엄청나게 가벼웠다. 그는 한 발로 몸을 허공에 띄우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 다시 품에서 비도를 꺼내들어 리타에게 던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외쳤다.



“쳐!”



다수가 한 명을 상대한다는 걸 부끄럽게 여기는 건 기사들이나 그런다. 전쟁터의 병사들이나 검으로 먹고 사는 용병, 그리고 도둑들에게 그건 전혀 거리낄 게 아니었다. 마스터의 명령에 도둑들은 금방 반응했다.



“크헤헤. 잔뜩 귀여워 해 주마.”



“…… 그 마스터에 그 길드원이군요.”



리타는 대거를 양 손에 들고 그녀를 덮쳐오는 남자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검을 휘둘렀다. 그 속도는 먼저 마스터에게 휘두르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여자가 휘두른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서운 검이 남자의 손에 들린 대거를 쳐냈다.



“크악!”



생각지도 못한 힘에 남자는 대거를 놓치며 손목을 쥐었다. 적을 앞에 두고 보이는 한심한 모습에 힘이 빠질 만도 하건만, 리타는 검을 휘두른 회전력을 죽이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그의 턱을 걷어차 올렸다. 건장한 남자의 몸이 가벼운 인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허공에 떠올랐다. 리타는 멈추지 않고 반대발을 그의 복부에 박아넣었다.



“컥!”



숨막히는 짧은 비명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며 남자는 주르륵 미끄러져 쓰러졌다. 리타는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바로 옆으로 검을 휘둘렀다.



채챙!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리며 그녀에 검에 맞은 비도가 옆으로 튕겨나갔다. 그것은 그녀에게 다가오던 사람들에게로 날아갔다. 그들은 재빨리 피해냈지만 재수 없게도 파편에 맞는 이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 리타는 그녀에게로 들이닥치는 몇 개의 병장기를 보며 몸을 뒤로 뺐다. 그녀는 네리아가 구석으로 몸을 피한 것을 확인하고 뒤 편의 테이블로 올라섰다.



“잡아!”



다른 남자가 그녀의 다리를 노리고 양 팔을 벌려 달려들었다. 리타는 가볍게 점프하며 남자의 어깨를 밟고 뛰었다. 달려드는 사람들을 가로질러 그녀는 천장에 달려있는 램프를 붙잡고 다른 쪽 테이블 위로 옮겨갔다.



그러나 그곳에도 그녀를 노리는 사람들은 있었다. 도둑이 평범한 무기를 안 쓴다는 말을 듣기가 싫었던 건지, 평범한 롱소드를 든 남자가 그녀를 밑에서 찔렀다.



리타는 허공에서 몸을 틀며 그 검을 쳐내고 테이블에 바로 착지했다. 테이블이 삐걱거리며 들렸지만 그녀는 교묘하게 그 위에서 균형을 잡아냈다. 그리고 롱소드를 밑으로 휘둘러 그녀를 찌르려고 했던 남자의 어깨를 베었다.



“어딜!”



하지만 남자는 검을 잡은 경력이 꽤 되는지, 갑작스런 공격에도 롱소드를 뻗어 리타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는 어림없다는 눈초리를 리타에게 보냈으나, 돌아온 답변은 리타의 반대 손에 들린 램프였다.



리타가 점프하며 잡았던 것을 그대로 떼서 남자에게 던진 것이다. 남자는 불붙은 기름 램프를 몸으로 맞이했다간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기겁하며 램프를 피하기 위해 몸을 수그렸다. 램프는 간발의 차이로 그를 스쳐지나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 무거운 충격이 그의 뒤통수를 강타했고, 그의 정신은 그것으로 종언을 고했다.



리타가 남자를 처리하는 사이 다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하지만 사람들보다 먼저 대거와 작은 도끼가 그녀에게 날아왔다. 던지는 무기가 없는 도둑은 갑옷과 방패를 놔두고 전쟁터에 나가는 기사와 같다. 리타는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테이블을 쓰러트리며 그 뒤로 몸을 피했다.



파파박 거리는 소리가 테이블에서 들려왔다. 손도끼는 두꺼운 테이블을 관통해서 날이 튀어나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리타는 땅을 손으로 짚으며 테이블을 강하게 걷어찼다.



테이블은 그대로 그녀에게 달려드는 사람들에게로 튕겨나갔다. 하지만 눈에 뻔히 보이는 공격에 당해줄 만큼 녹록한 이들은 아니다. 진짜 거기 맞아서 쓰러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테이블을 뛰어넘거나 옆으로 돌아서 리타에게 달려왔다.



리타는 그들 뒤에서 이죽거리고 있는 마스터를 보았다. 그는 공격에 참가하지도 않고 팔짱을 낀 채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얼마나 잘 싸우는지 보자는 태도 같다.



그녀의 시선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야를 방해하는 존재들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대체적으로 사람의 몸을 상하게 하기 위해 제작된 물건들이었다.



먼저 찔러 오는 숏소드를 몸을 돌려 피했다. 그리고 몸을 돌리며 팔꿈치로 그의 콧등을 찍어버리고 바로 발밑을 걷어차 균형을 잃게 만들었다. 그리고 쓰러지는 이의 뒷덜미를 잡아 막 도끼를 내려치려고 팔을 들어올린 남자에게 던졌다.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재빨리 몸을 숙였다. 등골이 오싹하게 만드는 파공음이 머리 위를 스쳐지나갔다. 말이 뒷발로 걷어차는 것처럼 그대로 뒷발을 뻗었다.



“끄억……”



“아, 죄송합니다.”



차마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하며 다리 사이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남자에게 짧게 사과한 리타는 곧장 검을 내질렀다. 인원수를 무기 삼아 그녀를 무력화 시키려고 달려드는 남자의 목을 교묘하게 스치며 지나갔다. 목젖이 있는 앞이 아니라 옆 부분이 베였기 때문에 바로 절명하진 않았지만, 엄청난 고통과 죽음을 앞둔 공포가 남자를 덮쳤다. 그리고 곧장 시야가 어두워졌다.



리타는 주먹을 얻어맞고 쓰러지는 남자의 품에 달려들어 그를 밀쳐냈다. 그의 뒤를 따르던 이들은 남자를 피해내며 공격을 거두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동료 의식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공격의 틈을 만들었고, 리타는 그 틈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주춤거리며 자세가 무너진 이들을 노린 롱소드가 뱀처럼 움직였다. 무기를 든 손이 베이고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급소로 매서운 주먹과 발이 날아든다.



리타는 들어오는 공격에만 반응했다. 그녀가 먼저 달려들지 않았다. 수세에 몰린 이들이 주로 하는 방법이지만 그건 멍청한 짓이다. 체력이 금방 떨어지고 다수가 동시에 달려들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리타는 그들의 공격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빠져나갔다.



동시에 들어오는 공격은 피해낸다. 그들의 동료를 이용하거나 주변의 기물을 사용한다. 그리고 다수가 아닌 개인의 공격은 바로 쳐내지 않고 카운터를 날려서 처리한다. 그러다 거리가 떨어져 그녀 홀로 남았을 때 날아오는 무기들은 다양한 임기응변을 통해 피해냈다.



리타는 그를 습격한 남자에게서 벗겨낸 망토를 휘둘러 대거를 쳐냈다. 그리고 날아오는 의자를 보고 망토를 놓으며 몸을 뒤로 젖히며 피해내고 그대로 덤블링 해서 거리를 벌렸다. 씩씩거리는 도둑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쥐새끼 같은 년이!”



아까 전에 유들거리며 대거를 목에 들이밀었던 청년이다. 흥분해서 상소리를 하는 걸로 보아 꽤나 화가 난 모양이다. 리타는 숨을 고르며 롱소드를 다시 잡았다.



그때, 갑자기 리타의 뒤쪽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뭔 소란이야?”



리타가 의뢰를 부탁했던 남자다. 그가 문을 열며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홀에는 부서진 집기가 가득하고 무기를 손에 꼬나든 남자들이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그에게 의뢰를 맡겼던 여자가 검을 들고 서있다.



리타는 검을 내리며 말했다.



“잠깐만. 의뢰는 끝내고 마저 하죠.”



“뭐?”



황당해하는 사람들은 무시했다. 그녀는 검을 들지 않은 손으로 품속을 뒤지더니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남성에게 손에 든 것을 던졌다.



“받으세요.”



리타의 손을 떠난 푸른색 보석이 포물선을 그리며 그에게 날아갔다. 그는 보석의 영롱한 빛에 시선을 빼앗겨 멍하니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아냈다. 행여 놓칠세라 더듬거리며 양손으로 꽉 붙잡은 그것을 자세히 보았다. 상당히 굵은 크기의 사파이어다.



남자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리고 멍하게 눈을 들어 리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상황을 잊은 건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수도에서 감정하니 1500셀은 될 거라고 하더군요. 나머지는 교환 수수료라고 생각하세요.”



“어, 어…… 이게?”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남자에게 리타는 손을 내밀었다. 그는 순간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몰라서 넋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금방 정신을 차리고 들고 나온 것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여, 여기 있네.



“많군요.”



리타는 서류뭉치를 받아들었다. 당장 어디 둘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서류를 들고 잠시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챙기는 건 나중으로 하고, 간단하게 말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무, 뭘 말인가?”



리타의 눈이 가늘어졌다. 남성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이것 참. 미안하네. 정신이 없군. 그런데 지금 그걸 들어야 겠나?”



그는 곁눈질로 도끼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뒤에서 덥수룩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바라보고 있는 마스터도 보았다. 불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지만 리타는 가차 없었다.



“네.”



“으음……”



그는 꺼림칙한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곁눈질로 계속 마스터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마스터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마스터는 의미 모를 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의뢰비까지 받은 마당이니 해주라는 건가 싶다.



“웨스트 그레이드 끝자락의 헬턴트란 곳으로 캇셀프라임과 그 라자가 움직였네. 지골레이드와 그 라자는 전선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군. 최근 극비리에 할슈타일 후작의 사병들이 무엇을 조사하고 다닌다고 해. 그게 뭔지는 모르겠군. 그리고 관련된 것인진 알 수 없지만, 북방으로 병력의 움직임이 요 몇 년전부터 나타났다고 하네. 그리고 최근에 캇셀프라임의 라자의 누나가 레너스 시에 들렀다고 하더군.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수도에서 목격했다는 정보가 있는 걸로 봐서는 잘못된 정보지 싶어.”



“그렇군요.”



리타는 아애 팔짱을 낀 채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무기를 들고 싸우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천연덕스러운 태도에 사람들은 어이가 없어졌다. 너무 어이가 없다보니 오히려 그 상황을 받아들여서 그들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정말로 그녀의 말처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이 말이다. 그것은 말하는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조사한 사실을 계속 말했다.



리타는 표정의 변화 없이 그의 말을 듣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마지막에 부탁드린 건 어떻습니까?”



“아, 그것 말인가?”



그의 표정이 환해졌다. 정보로 사람을 놀리는 이는 아닌 것 같으니, 저런 표정을 짓고 나서 못 찾았다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는 대단한 일을 한 것 마냥 자신만만한 얼굴이 되었다.



“물론 찾아냈지. 꽤 오래된 것이라 찾기 힘들었다만, 맡은 이상 제대로 한다는 일념으로 간신히 찾은 걸세.”



“……”



리타는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서 그저 지긋이 기다리기만 했다. 남자는 무안한지 헛기침을 한 후 말을 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에 도망친 부부의 이름이더군. 마치 아낙네들이 좋아하는 연애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귀족 가문의 여자가 평민 남자에게 반해서 둘이 야반도주 했다네. 이게 뭔 멍청한 짓거리인진 모르겠지만, 여튼 도망친 다음의 기록은 없군. 붙잡히지는 않았을 걸세. 가문의 수치라며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지만, 율리아나 할슈타일은 가족들에게 상당히 예쁨을 받았다고 하더군. 그렇다면 남자만 처리했겠지. 여자 쪽에 아직까지 이름이 안 나오는 걸로 봐서는 도망친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거야.”



“…… 그렇군요.”



“뭐, 어디까지나 추측이니까. 정보로는 그냥 잡힌 정보가 없다는 것뿐일세. 여기에 따르면 율리아나 할슈타일은 외모로도 상당히 이름이 높았다는데, 그 정도의 외모라면 누가 보더라도 눈에 띌 텐데 말이야. 그러면 어떻게든 정보가 남아야 하는데, 걸리지 않다니 이상하지.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어.”



남자는 말하다 보니 재미가 붙었는지 술술 내용을 내뱉었다. 마스터의 눈치나 살피면서 겁먹던 모습은 사라졌다.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추측을 덧붙이면서 알아낸 사실을 일러주었다. 리타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탄성 같은 것도 내지 않고, 그저 듣기만 했다. 그녀는 가라앉은 눈은 대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두면서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들었다.



“뭐, 알아낸 걸 요약하자면 이 정도일세. 자세한 것은 거기에 적혀있지.”



리타가 슬쩍 눈길을 뒤로 주며 말했다.



“이상하군요.”



“뭐가 말인가?”



“어째서 나이젤 아스화리탈에 관한 내용은 없죠?”



그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자신에 가득 차서 신나게 떠들던 모습이 사라졌다. 대신 나타난 것은, 자기도 모르겠다는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없으니까.”



그는 한번 끊은 다음 다시 말했다.



“그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율리아나 할슈타일과 같이 사라졌다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기록도 없었으니까.”



그럴 수가 없다는 것처럼, 어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앞에 둔 학자처럼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그는 환상처럼 나타났고, 신기루처럼 사라졌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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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나타난 타자입니다.

그리고 또 일주일 후를 기약하는군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한개라도 못하지만요.

최근 이번달 말일에 끝나는 공모전에 낼 글을 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1인칭에다 분위기도 꽤나 달라서 아무르타트와 병행하려니 글이 잘 안써지더군요.

그리고 이번달 공모전 끝나면 또 문피아쪽 써야해서... 하아... 할게 많네요.

어쨌든 그런고로 일주일 후에 오겠습니다.

몹쓸 타자, 욕이라도 하면서 기다려주세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1 개
욕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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