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4. 가장 빨리 죽는 새 (12)2015.04.01 PM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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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기대한 답을 못 주었군.”



“그다지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중년의 남성에게 리타는 아쉬운 기색이 조금도 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몸을 돌렸다. 그녀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남자들과 그들의 뒤에서 이죽거리는 마스터가 보인다. 그는 잠자코 기다리다 입을 열었다.



“자, 의뢰는 다 끝난 셈이지?”



“네.”



“그럼 이젠 손님이 아니군.”



“당신들도 더 이상 계약관계가 아니지요.”



“큭큭. 한창 싸워대던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



그 점은 둘 다 마찬가지였다. 마스터는 자신들도 포함해 그 말을 한 것이다. 리타는 여전히 빈정대고 있는 그를 노려보았다. 마스터는 그 눈빛을 여유롭게 받으면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안하지. 의뢰가 끝났으니 이대로 이곳을 떠나주지 않겠나?”



리타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제안하죠. 돈을 지불할 테니 이대로 네리아를 보내주지 않겠습니까?”



마스터가 씨익 웃었다.



“역시 결렬이군.”



“그렇군요.”



리타는 다시 검을 세워 들었다. 정보를 가져온 중년 남자는 그녀의 뒤에서 어찌해야 할지 눈치를 살폈다. 분명 그녀는 마스터를 비롯한 길드의 다른 이들과 싸우는 도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싸움을 멈추고 의뢰를 받더니, 이제는 다시 싸우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에 그는 길드원이므로 당연히 리타를 공격해야한다. 그러나 그는 리타의 뒤를 노리지 않았다.



리타는 뒤의 남자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몰라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고, 뒤의 중년 남자가 그녀에게 공격을 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가 무기를 들자 대치하고 있던 길드원들도 다시 달려들 태세를 했다. 그들은 도둑이었지만 단순히 비겁한 수만 쓸 줄 아는 게 아니었다. 비록 용병이나 검사들 정도의 솜씨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다.



거기다 그들은 아직 변칙적인 공격을 해오지 않았다. 기껏해야 나이프나 던진 게 전부다. 도둑이 무서운 이유는 정면으로 가하는 공격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는 그들이 아직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객관적인 전력차를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렀다. 그 순간 히죽거리던 마스터의 표정이 변했다. 그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영감. 알아서 잘 피해.”



그의 손을 벗어나 날아오는 것은 유리병이었다. 리타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칼라일에서 간첩이 던졌던 것과 비슷한 종류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게 터지도록 두면 안 된다.



“카……”



리타는 외치다말고 입술을 깨물었다. 카피는 지금 없다. 그녀가 위험할거라 판단하고 떼어놓고 왔었다. 그런 주제에 카피를 찾다니.



그때는 카피의 능력으로 독가스가 퍼지는 것을 막아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리타는 재빨리 근처의 테이블로 움직였다.



쨍그랑



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병 안에 담겨 있던 액체가 순식간에 기화하며 사방으로 퍼져갔다. 마치 구름을 인공적으로 뿜어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병에서 나온 연기는 삽시간에 홀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도둑들은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는지 마스터가 병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재빨리 가스의 범위를 피했다.



지하인 탓에 가스는 밖으로 나갈 곳을 찾기 힘들었다. 가스는 어느새 홀을 가득 메웠다.



“큭큭. 제대로 맡으면 삼일 동안 눈꺼풀 하나 까딱하지 못할 거다.”



마스터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입가를 가렸다. 그의 손에는 항상 들고 다니는 마스크가 들려있었다. 자신이 쓰는 독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소양이다.



도둑들도 저마다 조치를 취했다. 독에 내성이 있는 이는 멀찍이 떨어진 상태로도 족했고, 다른 이들은 각자 마스크를 쓰거나 입가를 다른 것으로 가렸다.



가스는 진한 자줏빛을 띄고 있었다. 특히 병이 터진 부근은 완전히 자욱해서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하지만 보지 못해도 소리는 들을 수 있다. 그 곳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런, 설마 이거 한 방 맞았다고 뻗은 건 아니겠지? 크하하.”



상황을 짐작했는지 마스터는 웃음을 터트렸다. 길드원들도 그를 따라 저열한 웃음을 입에 머금었다. 독가스는 보통 사람이 대처하기 힘든 무기다. 어지간히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아차하는 순간에 중독당할 수 있다. 그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홀 안의 한 사람만은 그렇지 않았다.



전투가 벌어지면서 구석으로 대피해 있던 네리아는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다시 위험하게 되어서가 아니다. 리타가 이런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다가 혹여라도 나쁜 짓을 당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마스터가 사용한 독은 도둑들이 널리 쓰는 것으로 상대방을 기절시킬 때 사용한다. 인체에 해는 없지만 독을 들이마신다면 바로 기절해서 며칠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보통 희석한 것을 수건에 뭍혀 사용하는데, 마스터가 던진 것은 원액이 담긴 병이다.



네리아는 리타가 둘러준 망토를 꽉 쥐었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갔다.



연기는 여전히 미동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연기는 흩어졌다. 안개에 휩싸였던 풍경이 바람에 모습을 드러내듯 천천히 홀이 모습을 보였다. 희미하게 바닥에 쓰러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크하하핫! 말은 거창하게 하더니 고작 이 정도냐?”



마스터는 비웃음이 가득 담긴 말을 쓰러진 인형을 향해 던졌고, 대답은 곧장 들렸다.



“그럴 리가요.”



갑자기 시야가 번쩍였다.



“크억!”



“꺽!”



“끄아악!”



갑자기 나타난 빛의 막대기는 사방으로 날아갔다. 한껏 승리에 도취되어 웃고 있던 이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그것을 얻어맞았다.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위력을 지닌 그것에 맞은 이들은 멀찍이 떨어져 나가며 몸을 꿈틀거릴 뿐, 움직이지 못했다.



쓰러져있던 것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팔에 든 것을 휘둘러 연기를 쫓아 보냈다. 리타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녀의 얼굴에는 붉은 색으로 물든 천이 둘러져 있었다. 마치 도둑이 얼굴을 가리는 것처럼 천을 얼굴에 둘러 코와 입을 가렸다.



마스터는 얼굴에 가득했던 웃음을 싹 지우며 물었다.



“어떻게 한 거냐?”



대답은 덤덤했다.



“보시는 대로입니다.”



완전히 몸을 일으킨 리타의 모습은 꽤나 선정적이었다. 안 그래도 그녀의 다리에 비해 현저하게 짧았던 옷은 이제 완전히 옆면을 드러냈다. 그녀가 입은 원피스의 옆면이 길게 찢어져서 속살을 훤히 드러냈다. 다리를 가리는 치마부분부터 그녀의 골반 윗부분까지 한쪽이 잘려 나갔다. 남은 옷은 아슬아슬하게 중요부위를 가리는 정도였고, 잘려나간 틈 사이로 왼 다리는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지간한 남자들보다도 훨씬 길어 보이는 다리는 이름난 장인이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끈하고 유려한 각선미를 보였다. 보고 있던 남자들 중에 몇 명은 상황도 잊고 침을 삼켰다.



리타는 독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테이블로 달려가며 치마를 찢었다. 그리고 테이블에 있던 술을 부어서 적신 다음 얼굴에 둘렀다. 손으로 천을 얼굴에 밀착시켜 직접적으로 들이마시지 않도록 했다. 처음엔 어떤 종류의 독인지 몰라 쓰러진 척을 하면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주변의 소리를 들었고 그들의 말에서 독의 종류를 판단했다.



독의 정체를 알고 난 그녀는 눈을 떴고 연기가 흩어질 때를 기다려 상대방을 정확히 지정한 다음에 매직미사일을 사용한 것이다.



“네년, 마법도 쓸 줄 알았냐?”



“제가 마법을 못 쓴다고 했었나요?”



“큭큭큭. 그런 적은 없지.”



마스터는 웃었지만 리타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눈썹이 모아지며 미간에 주름이 생겨났다.



“당신들은 끝까지 실망만 안겨 주는군요.”



동료가 있는데 개의치 않고 독을 썼다. 리타의 뒤편에는 중년 남성이 쓰러져 있었다. 그와 어떤 관계도 아니고, 그가 쓰러졌다고 해서 리타가 화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같은 길드원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게 있다. 그 최소한의 도리조차 저들은 지키지 않았다.



리타가 화가난 이유를 짐작했는지 마스터가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아. 이건 그냥 수면제라고. 가뜩이나 늙어서 사는 게 힘든 양반인데, 이 기회에 푹 자면서 쉬라고 하지.”



“당신……”



“아아, 그렇게 노려보지 마. 애초에 네가 날뛰지 않았으면 그럴 일도 없었어.”



마스터는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는 말을 하는 와중에도 리타의 몸을 시선으로 훑고 있었다. 특히 드러난 그녀의 다리를 집중적으로 보았다.



“아무리 봐도 아깝단 말이지. 네가 네리아 대신 나하고 놀아주겠다면, 이제까지 했던 일도 모조리 없던 걸로 만들어 주지. 물론 돈도 주고.”



“말씀드렸다시피 전 꽤 비싸서 당신 정도로는 살 수 없습니다.”



“어지간히도 비싸군.”



“나라 하나 정도는 바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수지가 맞죠.”



“……”



이번만큼은 마스터도 할 말을 잃었다. 리타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녀의 표정에는 가볍다거나 농담을 했다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리타는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쭉 뻗은 길쭉한 다리가 훤하게 치마사이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스터가 그 것을 쳐다보지 않았다.



“성가신 년!”



마스터는 품에서 또다시 병을 꺼내서 던졌다. 아까 전과 같은 색이었다.



이번에는 제법 거리가 가까웠다. 전처럼 멀리서 곡선을 그리며 던진 게 아니라, 가까운 거리에서 거의 바닥에 메다꽂듯 던졌다. 유리병은 바닥에 닿자마자 와장창 깨졌다.



하지만 리타는 여유로웠다.



“똑같은 수가 통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독의 효능은 이미 알고 있고, 그녀는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같은 공격을 한다는 건 전혀 의미 없는 짓이다.



하지만 아무리 실망스럽긴 해도 도둑길드의 마스터라는 자가 그런 공격을 할까? 그런 생각이 들자 리타는 재빨리 그에게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병 안에서 퍼져 나오는 연기 때문에 그의 모습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연기 너머에서 마스터의 비열한 목소리가 들렸다.



“물론 아니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병을 던지기 전에 서 있던 방향이 아니었다. 리타가 그 곳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갑자기 철컹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발밑이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딛고 서 있던 바닥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녀의 몸은 갑작스런 사태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크하핫. 길드 안에서 싸운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었어, 아가씨. 아, 이렇게 말해도 이미 못 들으려나?”



마스터는 벽에 달려있던 촛대를 잡고 있었다. 촛대는 원래 달려있던 것보다 많이 밑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그것이 바로 함정을 작동시키는 장치였던 셈이다.



바닥이 꺼지는 함정 외에도 길드 내부에는 여러 가지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스터가 사용했던 독은 어디까지나 시야를 가리고 주의를 흐트러트리기 위한 기믹이었다.



그가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는데, 갑자기 목에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마스터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씨익 웃었다.



“이런, 네리아. 지금 뭐 하는 거야?”



“닥쳐!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



네리아는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목을 붙잡은 채 대거를 들이밀었다. 그녀는 리타를 돕기 위해 나설 틈을 노리고 있다가 마스터를 뒤에서 잡았다. 하지만 마스터의 표정에 놀람의 감정은 그다지 떠올라 있지 않았다.



“도둑에게 뭘 바라는 거야? 너 좀 이상해졌어.”



“닥치라고 했지? 다시는 입을 못 열게 해줄까?”



“오호, 진짜 그럴……”



마스터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는 날카로운 칼끝이 목을 파고들어 따끔함을 느꼈다. 피가 한줄기 흘러내린다.



네리아는 그의 귀 뒤에 대고 씹어 먹을 것처럼 말했다.



“진짜 뭐? 진짜 그럴 수 있겠냐고? 확인시켜 줘야지 믿겠어? 내가 그 정도로 신뢰를 주지 못하는 여자였나?”



“……”



마스터는 인상을 찌푸리진 않았지만 표정을 굳히며 양 손을 들어올렸다. 항복의 표시였다. 네리아는 계속 험악한 어조로 말했다.



“저 여자를 끌어올려.”



“이봐, 그건……”



한층 더 깊숙이 대거가 파고들었다.



마스터는 안색을 싸늘하게 굳히며 다른 길드원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길드원들은 주춤거리다가 하는 수 없다는 식으로 연기가 나는 곳으로 다가갔다.



마스터는 그것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리아. 잘 생각해 봐. 이대로 날 협박한다고 하더라도 네가 제대로 도둑 생활을 할 수 있겠어?”



“지껄이지 말라고 했다.”



“너는 나를 찌를 수 없어. 찌르면 너는 도둑이 되지 못해.”



“닥쳐.”



“지금 저 여자를 네가 구출해 낸다고 해도 어떤 방도가 있나? 만약 내 목숨 하나로 길드원들이 따르게 할 생각이라면 버리는 게 좋을 거야. 마스터의 자리를 노리는 놈들은 의외로 많거든.”



“그럴 거면 네 말을 따르지도 않겠지.”



“그 정도로 어리숙한 놈들일 것 같나?”



네리아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말처럼 그녀에게 승산이 많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녀가 지금 행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단지 마스터를 협박하는 것뿐이다. 그 외에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봐. 저 여자가 계속 방해해 와서 그랬지만, 난 네가 나랑 즐기기만 한다면 괜찮다고.”



“……”



“그러면 넌 돈을 받을 테고, 그 잘난 모험가님들에게 돈을 찾아줘서 고맙단 소리를 듣겠지. 그걸로 끝 아냐?”



마스터는 천천히 네리아의 뻗은 손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네리아는 쉽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팔에 힘을 주며 단검을 더 단단히 붙였다.



“허튼 짓 하지 마!”



마스터는 여유를 부렸다. 그는 다시 비열한 웃음을 머금었다.



“아니야. 넌 틀렸어. 이미 승부를 걸 순간을 놓쳤어.”



“뭐?”



“나를 협박할 셈이었다면 그 여자에게 손이 안 닿도록 했어야지. 만약 그 여자로 내가 협박한다면 넌 어떻게 할 셈이지?”



“그런 여자 보다는 당연히 날 선택할 것이라는 것을 알텐데.”



“쯧쯧. 너는 가치를 아는 여자야. 자기 몸의 가치와 다른 사람의 목숨 중에 어느 것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할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지 않나?”



“그 말대로지요.”



갑자기 들린 미성에 마스터와 네리아의 고개가 확 돌아갔다.



“으악!”



안개 사이로 드러난 홀은 중앙의 바닥이 뻥 뚫려 있었다. 그 곳에 가까이 다가갔던 길드원은 상처를 입고 쓰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구멍 속에서 무엇인가가 확 튀어나왔다. 검은 머리를 휘날리는 선정적인 차림의 여자다.



“리타!”



네리아가 반가움과 안도감이 적절히 섞인 이름을 불렀다. 리타는 그녀에게 가벼운 미소를 지어주며 손목을 붙잡고 돌렸다.



“네리아는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이지요. 그럼 당신은 자신의 목숨에 어느 정도 가치를 두십니까?”



“크윽. 네 년 도대체 정체가 뭐냐?”



리타는 즉답했다. 너무 거리낌이 없어 천연덕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함정을 피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을 조심하라고 들었거든요.”



리타는 나이젤의 말을 떠올렸다. 바닥이 꺼지는 순간 그녀는 검을 나무 바닥에 박아 넣으며 매달렸다. 손바닥이 다 까질 정도로 아팠지만 가까스로 매달릴 수 있었다. 검이 부러질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버텨주었다. 검을 만들어준 조이스씨와 가벼운 몸매를 가꾼 스스로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 사실을 모르는 마스터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상황이 어렵게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는지 드디어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그는 지금 네리아에게 목을 맡겨둔 상태이며, 협박 재료로 생각했던 리타는 멀쩡하게 함정에서 튀어나왔다. 그에게 승산은 등을 돌린 채 멀리 떨어져 가고 있었다. 이대로 네리아와 리타에게 얌전히 항복해야 될 추세다.



그러다 그는 갑자기 눈을 크게 떴고, 다시 표정을 이죽거림으로 바꾸었다.



“정말로 그래?”



“그렇지요.”



리타는 즉답했지만 그의 변화를 이상하게 여겼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함을 표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리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라 의문이 가득 찬 시선을 앞으로 던졌다. 그녀의 눈에 거만한 마스터와 경악한 네리아의 얼굴이 비쳤다. 그들은 리타보다 조금 더 뒤를 향하고 있었다.



리타는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몸이 따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털썩 쓰러졌다. 의식이 점차 몽롱해진다. 흐려지는 시야와 멀어지는 감각 사이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맞아, 아가씨. 함정은 피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법이지.”



그녀의 의뢰를 받았던 중년 남자의 목소리였다.



리타의 세계는 그 말을 끝으로 완전한 암흑으로 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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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55분에 무사히 공모전에 투고를 끝마치고 오늘 예비군까지 뛰고 온 타자입니다.

피곤피곤열매를 먹었는지 피곤해 죽겄네요.

이제 또 격일 연재체재로 돌아와야지요.

문피아 공모전용 소설도 바로 쓸 계획인데,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진...

어쨌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다음 화 내용은 붙잡힌 리타의 능욕이 이어지...ㄹ 까요?

후후후후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2 개
헉 아저씨가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는 법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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