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4. 가장 빨리 죽는 새 (17)2015.04.20 AM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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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리아는 일행 앞에 나서기 부끄러운지 주저하는 기색이었다. 밤에는 급한 마음에 앞뒤 안 가리고 들이닥쳤다지만 멀쩡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러 가지로 껄끄러웠다. 돈을 훔친 것부터 해서 그냥 놓아준 점이나 한밤중에 찾아와 소란을 피운 일까지, 아무리 뻔뻔하다고 해도 편안한 얼굴을 할 염치는 없었다.



하지만 이국 남성 한 명을 제외한 일행은 그녀의 등장에 기뻐했다. 네리아는 그들의 반응에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인사했다.



“오랜만이지?”



샌슨이 피식 웃었다.



“오랜만은 무슨. 아침까지 같이 있어 놓고서는. 갑자기 사라져서 도망간 줄 알았는데 칼이랑 같이 있었나 보네?”



“뭐어? 내가 그렇게 염치없는 여자로 보였어?”



“그러면 염치 있는 여자가 구해준 사람 돈 주머니를 노리냐?”



“으윽. 또 그 말이라니.”



살짝 입술을 내밀고 투덜거리는 네리아에게 샌슨은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런데 그건 내 착각이었어. 넌 염치없지 않아. 널 그런 여자로 몰아서 미안해. 그리고 다시 만나서 반가워.”



“반갑…… 다고?”



얼떨떨한 네리아에게 샌슨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뭐, 첫 인상이 별로였다곤 하지만 결국 우리 돈을 다 돌려줬고, 거기다 리타를 구하는 데 협력해 주었으니까. 우리로서는 네가 아니었으면 리타를 구하지 못했을 거야. 잘은 모르지만 그, 도둑들에게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을 텐데 그런 걸 버리면서 까지 했을 거 아냐? 그런데도 아직 꿍해 있을 정도로 속 좁은 남자는 아냐. 그렇지, 후치?”



후치는 샌슨을 향해 새삼스레 놀랐다는 시선을 보내던 것을 들켰다. 단순하게만 보이는 샌슨이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니. 후치는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샌슨을 힐끗 보았다가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그래요. 우린 네리아에게 고마워하고 있어요. 샌슨 말대로 우리가 속 좁은 사람들도 아니고요.”



“그, 그치만 내가 처음부터 돈을 안 훔쳤더라면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



후치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풀이 죽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네리아에게 일침을 놓듯 말했다.



“뭐뭐 했더라면 이라고 가정한다면, 처음부터 우리가 이 도시로 오지 않았더라면 아무 문제없었겠죠. 네리아에게 돈을 얌전히 주고 건너거나 네리아를 강에 빠트렸더라면 마찬가지로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테고요.”



“후치……”



“그런 가정은 무의미해요. 네리아는 본인이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졌어요. 오히려 그 이상으로 우리를 도와주었지요. 그런데 우리가 네리아 때문에 사건에 휘말렸다며 네리아를 매도할 것 같나요?”



“…… 아, 아니.”



“그렇죠? 저기 오거랑 친구 먹게 생긴 샌슨이라면 몰라도 나처럼 잘생긴데다 성격까지 좋은 남자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거든요. 아악, 미안. 때리지 마! 흠흠, 어쨌든 나도 할 말은 하나에요.”



후치는 샌슨의 주먹을 피해내고서는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골랐다. 기껏 뭔가 멋진 말을 하려고 하는데 샌슨의 방해 때문에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가벼운 분위기가 그에게는 더 어울린다. 애초에 무게 잡는 건 후치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는 말했다.



“반가워요, 네리아.”



“너희들……”



후치는 닭살이 돋는지 괜히 몸을 한차례 떨었다. 본인이 말해 놓고도 민망해지는 걸 보면, 괜히 무게까지 잡고 말했다가는 닭으로 변해 버릴 지도 모른다.



칼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일행에게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네리아 양. 제안이 하나 있소.”



“뭔가요?”



“보시다시피 우리가 시골에서 올라온 촌사람들이라서 도시에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오. 이 청년들이 네리아 양의 아름다움을 첫 눈에 몰라 본 것도 다 그런 탓이 아니겠소?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누군가 경험 많은 동행이 있어서 이것저것 알려준다면, 앞으로 눈총을 받게 될 일이 좀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네리아가 놀란 토끼 눈으로 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 사람들이 도대체 왜 이러나 하는 시선을 보냈다.



“그 말은?”



칼은 싱긋 웃으면서 네리아의 시선을 받았다.



“우리랑 같이 다니는 게 어떻겠소?”



네리아는 크게 떴던 눈을 가늘게 줄이면서 칼에게 도전적인 어투로 말했다.



“그래도 돼요, 아저씨? 내 직업 알잖아요?”



“글쎄. 네리아 양의 경우에는 모르지만, 나라면 우리 일행 같은 사람의 짐보따리는 노리지 않겠소. 가난하잖소?”



후치와 샌슨은 꽤 괜찮은 표정으로 칼을 바라보았다. 그는 네리아에게 직접적으로 그녀가 저지른 짓에 대한 일행의 대응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리타가 ‘역시 남편감을 잘 골랐어.’라고 중얼거리는 걸 애써 일행이 무시하는 가운데 네리아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내가 아저씨들 짐을 노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내가 어떤 처지인지 잊었어요?”



“우리랑 같은 처지지 않소?”



칼의 말은 어차피 길드에 쫓기게 된 처지니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소리다. 칼은 이왕 도망치는 거라면 같은 배를 탄 사람끼리 함께 움직이자고 제의한 것이다.



하지만 네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달라요. 엄밀히 말하자면 그쪽은 길드를 난장판으로 만든 여행자에 불과해요. 하지만 난 아니에요. 완전히 길드를 판 배신자로 낙인찍혔어요. 전쟁터에서 적군포로와 배신자 중에서 누굴 더 강하게 처벌할지 생각해 보시면 알 거예요.”



“어차피 죽는다.”



“운차이?”



칼과 네리아의 대화에 갑작스레 난입한 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국의 간첩이었다.



“전쟁터에서는 적군도 배신자도 모두 죽일 뿐이다. 살려둘 때는 이용가치가 있을 때뿐이지. 후치. 너희 일행은 도둑 길드에서 살려둘 가치가 있나?”



“뭐, 없겠죠.”



“그렇다는 군…… 이라고 전해줘.”



말을 끝맺었던 운차이는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덧붙이는 바람에 말이 어색해져 버렸다. 후치가 묘한 시선을 그에게 보내자 운차이는 고개를 돌려서 외면했다. 네리아도 후치와 비슷한 시선을 운차이에게로 보냈다. 그가 한 말에 담겨진 뜻을 알기 때문이다.



칼은 그가 하려했던 말을 대신 해준 운차이에게 감사하며 네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쫓기는 처지라면 같이 다니는 게 좋지 않겠소? 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면 더 안전해질 테니 말이오. 그리고 우리들도 네리아 양 같이 도둑들에게 밝은 동료가 있다면 한결 더 안심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쉽게 볼 문제가 아니에요!”



“어려운 문제일수록 쉽게 보아야지 답이 보이는 법입니다. 시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들은 내용인데, 도둑 길드의 마스터로 보이는 이가 변사체로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



“뭐라고요?”



“그 뿐만이 아니라 여러 도둑들이 죽은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내분이라도 있었던 건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잡히지 않고 살아남은 길드원들 사이에도 분명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노릴 인원은 그렇게 많지 않겠지요.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네리아는 말없이 붉어진 눈을 들어 칼의 얼굴을 보았다. 칼은 편안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길을 맞이했다. 어떤 흑심도 없는 순수한 호의가 오히려 껄끄러울 때가 있다. 검게 물든 자신이 새하얀 도화지에 어떤 얼룩을 남기게 될까 걱정되기에, 그 호의를 받아들이기에 망설여진다.



칼은 다른 일행들에게 물었다.



“퍼시발 군, 네드발 군, 스마인타그 양, 세레니얼 양.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샌슨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후치는 팔짱을 끼며 가볍게 말했다.



“아름다운 밤의 레이디께서 친히 내려와 주셨는데 못 알아볼 정도로 눈이 나쁘진 않아요.”



이루릴과 리타도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좋습니다.”



“원래부터 제가 동료로 삼으려고 했지만 이렇게 되는 것도 괜찮군요. 환영해요.”



운차이만 콧방귀를 뀌며 탐탁치 않아 했지만 애초부터 그의 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를 제외한 일행은 모두 네리아가 함께 하기를 바랐다. 저마다의 말은 달랐으나 네리아를 감싸듯 따스하게 녹아든 온기는 같았다.



네리아는 붉어진 눈을 억지로 크게 뜨며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저 반드시 여러분께 도움이 되도록 할게요.”



그녀의 승낙에 일행은 푸근한 표정으로 환대했다. 어쩐지 따스하긴 하지만 한창 때의 남자들은 이런 분위기가 어색한 법이다. 후치는 파스텔 톤으로 배경이 그려질 것 같은 모습에 팔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데 조금 의외네요.”



“뭐가?”



“네리아라면 ‘나 같은 미녀가 같이 가주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라고 하면서 냅다 승낙할 줄 알았거든요.”



네리아는 한순간에 받은 감동을 모조리 깨버리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장난스레 한쪽 눈을 감으면서 후치에게로 다가갔다.



“어머, 사실 나는 후치 같은 미남이랑 같이 가게 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네리아는 후치를 슬며시 안고는 귀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



“으히힉! 무, 무슨 짓이에요?”



“무슨 짓일까?”



눈웃음치는 네리아를 보며 후치는 후다닥 물러섰다. 하지만 네리아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에게 달라붙었다. 뱀처럼 그를 휘감아오는 네리아의 손길에 후치는 기겁하며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불가능했다.



재미난 광경에 일행은 웃으면서 편안하게 감상했다. 운차이만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이펀 어로 조그맣게 욕설을 뱉어냈을 뿐이다.



칼은 샌슨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퍼시발 군. 이제 이곳에서 볼 일은 다 끝났네. 앞으로 수도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리겠는가?”



“어…… 갈색산맥을 통과해야하니 이틀 정도 걸릴 겁니다.”



“그렇군. 돌아가는 시간까지 계산해보면 아직 시간적 여유는 좀 있는 셈이군.”



칼의 말에 옆에 있던 리타가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더 머무를 생각이신가요?”



“지금은 정오가 지난 시각입니다. 이제 출발한다 하더라도 해가 지기 전까지 멀리 가진 못할 테니, 차라리 푹 쉬어둔 다음에 출발하는 게 낫겠지요.”



리타는 턱을 괴었다. 칼은 그녀의 몸이 완쾌되길 기다렸다가 가려고 한다. 하지만 리타는 일행을 고생하게 한 것도 모자라 시간까지 소모시키고 싶진 않았다.



“저는 반대에요. 수도에서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는 건 저라도 잘 알고 있어요. 저 때문에 늦출 필요 없습니다.”



“스마인타그 양, 편치 않은 몸으로는 여정이 쉽지 않을 겁니다.”



“어느 정도 거동하는 건 가능합니다. 지금이라도 말을 달려야 내일 제 시간에 리브레인 호수를 지날 수 있어요. 하루를 소모한다면 속도를 계산해 봤을 때, 리브레인 호수에서 시간을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칼은 리타의 단호한 얼굴을 마주하자 난처해졌다. 그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다 낫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시다가 탈이 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제 몸은 약에 의해서 약해진 것이니, 약 기운이 빠지는 게 중요한 겁니다. 몸의 면역력에 관련된 것이 아니니 큰 상관은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말은 어떻게 타실 겁니까?”



리타는 이루릴과 함께 앉아있는 카피를 가리켰다. 카피는 이라무스 시에 들어올 때 지친 후치와 함께 제미니에 타서 말을 이끌었었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아스화리탈에 함께 타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저와 말이 함께 카피를 타면…… 아, 말이 꼬였습니다. 카피와 제가 같이 말에 타면 됩니다.”



“푸흡!”



느긋하게 물을 마시고 있던 샌슨이 갑자기 물을 뿜어냈다. 졸지에 맞은편에 있던 칼은 물벼락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컥! 카, 칼! 죄송합니다!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샌슨은 허둥거리며 닦을 것을 찾아서 칼의 얼굴과 옷에 튄 물을 닦아내었다. 물을 뿜어낸 기세가 강해서 칼은 흠뻑 젖은 상태였다. 점잖은 칼이지만 이번에는 퍽 당황스러웠는지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런 얼굴을 닦는 샌슨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리타와 이루릴, 그리고 카피와 운차이는 갑작스런 샌슨의 행동에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후치를 실컷 놀리고 있던 네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유일하게 진실을 아는 후치만이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핫!”



“후치!”



“마, 말이 누구에게 탄다고? 으하하핫!”



이루릴은 샌슨이 했었던 말을 기억하고 있지만, 이 상황을 웃기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고가 없었다. 대신 이 자리에 엑셀핸드가 함께 있었다면 더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후치는 마음껏 배를 잡고 뒤집어졌다.



“그만 웃어!”



샌슨은 칼을 닦아주면서도 웃음을 터트리는 야속한 후치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후치는 그런 샌슨을 보고 더 웃음을 크게 터트릴 뿐이었다.



칼에게 튄 물이 어느 정도 닦이고 나자 샌슨은 간신히 자리에 앉았다. 그가 너무 미안해하는 바람에 오히려 칼이 계속 괜찮다면서 그를 위로해주는 이상한 그림이 연출되었다. 일의 전말을 모르는 네리아지만 그 상황만으로 재밌어서 히죽거리며 지켜보았다.



상황이 진정되고 나자 간신히 이성을 되찾은 샌슨은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커흠. 어, 그럼 리타는 지금 출발해도 된다는 거야?”



“응. 오히려 그렇게 해줬으면 해.”



“카피가 말을 끌어 준다면 가능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꽤 힘들 텐데.”



“오늘만 조금 참으면 내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니까 버텨봐야지. 나중에 시간 없다고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부터 아낄 수 있는 시간을 아끼는 게 좋아.”



“호오. 웬일로 네가 그런 말을 다 하네.”



리타가 눈을 깜빡거리며 샌슨을 올려다보았다. 샌슨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네가 언제 시간을 아껴야 한다느니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야지. 뭔 일을 해도 느긋하게 천하태평하기만 했던 녀석이 말이야.”



“내가 그랬던가?”



“그래, 임마. 네가 그러니까 오히려 네 주변의 사람들이 다급해했던 게 한두 번이 아냐.”



샌슨은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는지 끔찍한 표정으로 변했다. 리타는 볼을 긁적이며 과연 자신이 그러했는지 떠올려보았다. 확실히 이제까지 시간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네 말대로 시간은 아껴야겠지. 칼, 출발해도 괜찮겠습니까?”



“우리 일행의 안내자는 자네일세. 자네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나는 당연히 따르겠네.”



“알겠습니다. 흠, 아, 참. 레너즈 씨?”



샌슨은 갑자기 생각난 듯 두 손을 딱 치면서 카운터에 있는 레너즈를 불렀다.



“뭐요, 총각?”



“6인분, 아니, 7인분 도시락 좀 부탁합니다. 저녁 때 먹을 건데 아무거나 양만 맞춰서 해주면 돼요. 물론 대금은 지불하지요.”



“알았소.”



레너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샌슨은 손을 비비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운차이가 반사적으로 같이 몸을 일으켰다. 샌슨은 그를 보고 의아한 얼굴을 했다.



“넌 왜 일어나?”



“너, 너!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들었어?”



운차이가 화난 표정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샌슨이 시선을 밑으로 떨어트리니 그와 자신의 발을 연결한 밧줄이 보였다. 그제 서야 알았는지 샌슨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지. 거 참, 아직 어색하네.”



운차이는 그를 씹어먹지 않고서는 도저히 조상님을 뵐 수 없다는 증오에 찬 눈빛을 보냈지만 샌슨은 여상스럽게 무시했다. 그는 후치를 보며 턱으로 위를 가리켰다.



“갈 준비하자. 돈도 돌아왔고, 리타도 돌아왔으니 출발만 남았군.”



리타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저지른 게 있으니 아무래도 민망하게 된다. 네리아를 간신히 떼어내며 후치는 샌슨에게로 다가왔다.



“침대가 또 안녕이로군. 오늘 밤은 야영이지?”



“아까 말했다시피 이틀 정도는 쭉 가야지 바이서스 임펠에 도착할 수 있어. 어쩔 수 없지. 내일과 모레만 넘기면 돼.”



“긴 여행이 드디어 끝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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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무슨 끝. 이제부터 시작이지.

라는 말을 후치에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벌서 타자가 쓴 분량이 450장 째로군요.

아직 ch4에 그려낼 장면도 몇 개 더 남았으니, 이거 다 적으면 거의 500장 될듯... ㅎㅎ

그림자자국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예상하실 법한 소제목에 관련된 내용도 나와야 하고, 매력적인 폐태자도 등장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1 개
운차이가 적극적으로 플래그를 꽂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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