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4. 가장 빨리 죽는 새 (26)2015.05.07 PM 11:53
*
일행은 식사를 끝낸 후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출발했다.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하면 되었기에, 일어나기 싫어하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말고삐를 잡았다. 레브네인 호수에서는 말을 타면 안 되기 때문에 끌고 걸어갈 수밖에 없다고 샌슨이 말했다.
검은 갈기가 멋들어진 아스화리탈은 얌전히 리타의 손에 이끌려 걸었다. 슈팅스타만큼은 아니지만 꽤 크고 단단한 몸에다 짙은 갈색의 피부는 윤기가 흘렀다. 검은 두 눈은 총명하게 빛났지만 길들여지지 않은 사나운 풍모도 같이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리타에게 제압당한 탓인지, 괄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리타에게 순종적으로 따랐다.
얼마나 순종적이냐면, 오전동안 질주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꼿꼿하게 세운 채 당당하게 발을 내딛고 있음에도, 그 머리 위에 카피가 자리 잡고 앉아 있는 것을 묵묵히 용인할 정도다. 카피는 편안한 자세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호수의 광경을 즐겼다.
고향에 있는 아버지가 언젠가 떠날 그녀를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 둔 말이 고생하는 것을 보며 리타는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미소는 호수로 가까이 가면서 사라졌다.
이상한 느낌이 몸을 덮쳤다. 호수로 다가가면 갈수록 그 느낌이 심해진다.
이 곳에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 마치 나가라고 재촉하는 듯 부정하는 느낌이 든다. 존재자체를 거부당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적개심을 태울 정도로 강렬하진 않지만, 깊숙한 곳에 깔린 은은한 적의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뭐랄까…… 불쾌하다.
일행의 남자들은 길시언을 제외하고선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하긴,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누구나 편안하진 못할 것이다. 다만 불쾌함을 느끼는 얼굴이 아니라는 게 이상하지만.
네리아가 후치에게 소곤거리며 말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지?”
“어, 네리아도 그래요?”
“모두 다 그럴 거야. 여기는 페어리퀸의 영토니까.”
“흐음, 그렇군요. 어쩐지 너무 고귀한 곳에 함부로 발을 내딛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아무래도 여왕님이니까.”
“킥킥. 그래도 나쁜 느낌은 안 드네요. 제가 좀 초라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반발심이 생기지 않아요. 그냥 웅장하고 거대한 걸 봤을 때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리타는 고개를 숙였다. 네리아는 후치의 말에 동조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자신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 걸까?
마침내 일행은 호수에 다다랐다. 샌슨은 수면 가까이 가더니 지리서를 들고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저희들……”
샌슨도 압박감에 짓눌렸는지 목소리가 작게 나왔다.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좀 더 크게 목소리를 냈다.
“저희들, 대지를 걷는 방랑자가 고귀하신 페어리퀸 다레니안의 영토를 걷고자 하오니……”
“됐어요, 샌슨 씨. 가죠.”
갑자기 이루릴이 샌슨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레셔널 셀렉션 위에 올라타며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샌슨에게 말했다.
“친구의 집을 방문할 땐, 인사나 허락은 필요없어요.”
“예?”
“전 다레니안의 친구이고, 저의 친구는 곧 다레니안의 친구죠. 가요. 조용히 예의를 지켜 걸어가면 됩니다.”
“아, 예……”
샌슨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에 올랐다. 일행은 불안한 표정이었지만 이루릴이 확신에 찬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그녀를 신뢰하기로 했다. 이루릴은 잠시 리타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리고 말을 걷게 했다.
이루릴의 시선이 의미하는 바를 리타는 알아 차렸다. 그녀는 이루릴과 다레니안이 친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리타의 말을 완전히 믿고 있었기에, 그저 아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시선을 보낸 것이다. 혹은, 지금 그녀가 짓고 있는 창백한 표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리타는 입술을 깨물며 아스화리탈을 몰았다. 호수가 주는 느낌과 이루릴의 태도에 정신이 팔린 일행은 리타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리타는 피곤한 듯 눈을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리타? 피곤하다 해요?”
손을 치우고 눈을 뜨니 카피가 아스화리탈의 머리 위에서 그녀 쪽으로 돌아 앉아 있었다. 리타는 손을 내리며 대답했다.
“조금요. 오전에 달린 게 힘들었나 봐요.”
“우움. 그렇다 해요? 카피는 호수 때문에 불편해서 그런 줄 알았다 에요.”
“…… 카피는 불편한가요?”
카피는 앙증맞은 두 팔을 서로 교차하며 콧김을 내뿜었다. 어딜 봐도 인형 같은 외모로 그런 행동은 소녀들의 심장에 큰 무리를 가져다 줄 게 분명하다. 다만 리타에겐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다.
“불편하다 에요. 그리고 불쾌하다 에요. 막 나가라고 손으로 떠미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해요.”
“실은 나도 그래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리타도 그렇다 해요? 왜 그럴까 궁금하다 에요.”
“카피는 드래곤의 분신이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그게 왜다 에요?”
“페어리퀸은 드래곤을 싫어하니까요. 정확히는 드래곤로드를 싫어하는 것이겠지만, 그녀는 인간 남자 하나 때문에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해버리는 요정이니까요. 드래곤로드 때문에 드래곤을 다 싫어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겠죠.”
“왜 싫어한다 해요?”
“카피에겐 핸드레이크와 페어리퀸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지 않나요?”
카피는 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빛나는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리타는 미소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호수를 바라보았다. 너무 깊고 크기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그 속에는 여왕의 성이 있을 것이다.
“그녀의 사랑을 방해했으니까요.”
리타는 아득한 눈길로 어딘가에 있을 페어리퀸의 성을 그렸다. 그녀는 단 한 명의 남자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하기에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척한다. 자신들만의 세계로 숨어버리고 세상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그 남자는 리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인간도 아직은……
“무슨 이야기입니까?”
그때 갑자기 칼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타가 고개를 돌리자 칼이 트레일을 가까이 몰아오고 있었다. 그는 말머리를 나란히 하며 호기심어린 눈빛을 보냈다.
“스마인타그 양은 이 호수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호수의 탄생 과정에 대해서는 들으셨을 테니, 통과 절차가 궁금하신가 보군요. 샌슨이 먼저 했던 것처럼 정중하게 허락을 구하면 물 속에서 빛기둥이 솟구쳐요. 푸른색이 통과의 의미고 붉은색이 거부죠. 꽤 장관입니다.”
“한 번 보고 싶군요. 하지만 그보다 저는 핸드레이크와 페어리퀸 사이에 있었던 일이 더 궁금합니다.”
“싫어요.”
리타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말은 이루릴이 했던 것처럼 수많은 언어를 함축한 의미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싫다는 부정의 의미를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칼은 기분 나쁜 기색 없이 수긍했다.
“그것도 네드발 군에게 말한 이유와 같은 것입니까?”
“네.”
“그렇군요. 그러면 더 물어볼 순 없겠습니다.”
칼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태도였다. 리타는 의외로 순순히 물러나는 그를 보며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녀는 멀어지려는 칼을 붙잡으며 말했다.
“칼. 칼은 아버지…… 나이젤을 기억하나요?”
“나이젤 씨 말씀입니까? 흐음. 저도 그 시절에는 한창 밖을 돌아다녔을 때인지라 많이 뵙지 못했습니다.”
“같이 지내신 적은 없나요?”
“으음, 나이젤 씨가 마을에 처음 오셨을 때 잠깐 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제가 마을을 나가버렸었고, 돌아왔을 땐 이미 변을 당하신 후였습니다.”
“그러면 잠깐이라도 직접 보긴 했다는 거군요?”
칼이 고개를 끄덕이자 리타가 칼 쪽으로 돌아앉았다. 움직이는 말 위에서 취하기엔 위태로운 동작이었으나 리타는 깔끔하게 해냈다. 그녀는 안장에 옆으로 걸터탄 자세로 칼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칼은 이야기에 잔뜩 관심을 보이는 리타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방금 그의 질문을 매몰차게 거절해놓고 본인은 바로 질문을 하다니. 괜히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조금 생겼지만 참기로 했다.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느슨하게 표정을 풀며 칼은 입을 열었다.
“글쎄요. 한 사람을 과연 어떻다고 타인이 정의하는 게 얼마나 명확한 행위일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을 구성하는 건 타인의 시선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의 시선이 나이젤 씨의 일면이 될 수는 있겠군요.”
“칼.”
“죄송합니다. 나이젤 씨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지적인 이미지군요. 그 분은 상당히 많은 분야에 걸친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겐 그저 큰 도시에서 왔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저는 수도에서 온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지요. 마을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던 정치와 외교에 대해서 상당히 해박했으니까요.”
“자기 지식을 뽐내던 사람이었나요?”
“그건 아닙니다. 남이 틀린 것을 말해도 그는 정정해 주지 않았어요. 오직 자신에게 물어보거나,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큰 피해가 생길 것 같은 경우에만 바른 것을 알려주었지요. 나서길 좋아하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말은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꿈에서 만난 그는 항상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다스럽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절대 과묵한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칼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이 많은 분이긴 했습니다만, 남을 지적하거나 가르치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을 재밌게 해주는 일이 많았지요. 그렇다보니 마을 분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귀족처럼 세련된 매너와 정중한 몸가짐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항상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말씀하시곤 하셨죠.”
“귀족이라……”
리타는 오른손에 낀 반지를 무의식적으로 만졌다. 우둘투둘한 드래곤의 형상이 느껴진다.
“여러 소문이 있었습니다. 몰락 귀족이다, 권력싸움에서 패하고 딸만 데리고 도피한 거다, 귀족 가문의 아…… 아닙니다, 이건. 어쨌든 그런 소문들이 돌았지만, 그 분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부정하거나 긍정하지 않았습니다.”
“칼처럼 음험했나 보군요.”
“제가 그분과 비교되어 영광이지만, 분명히 밝히자면 음험하진 않습니다.”
“칼이요? 아니면 아버지가?”
“둘 다라고 해두지요.”
“기각하겠어요.”
“아쉽군요. 그럼 계속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분은 소문에 개의치 않고 마을에 잘 융화되었고, 또 홀로 스마인타그 양을 제대로 키워내셨죠. 남자 혼자서 딸을 돌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텐데, 절대로 힘든 내색을 하시지 않았습니다.”
“딸이 착해서 그래요.”
“…… 아무튼 그 분에게 많은 것을 들었습니다. 그 당시 정치의 흐름이라든가 정세 변화 등, 시골 마을에 박혀 있던 저로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지요.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던 분야기에 저도 열심히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음? 그러고 보니 그분은 자신의 생각을 말씀하지 않더군요. 이상한 일입니다. 제가 섣부른 판단을 내릴까 걱정했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 분은 딱 객관적인 사실과 이론만 일러주실 뿐,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하셨습니다.”
칼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그는 외부의 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적이 없다. 객관식 같은 사람이었다. 그에겐 주관식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알겠어요. 그러면 혹시 특이했던 점은 없나요?”
“특이하다니요?”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든가, 미래를 예언한다든가.”
칼은 잠시 멈췄다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런 건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교양과 지식을 깊이 쌓은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언이라…… 오히려 미래는 모르는 것이기에 재미있다고 하는 분이었지요.”
나비를 쫒는 꿈을 꾸었을 때, 아버지는 그런 말을 했었다. 미래가 정해져 있다면 과연 그 과정을 바꾸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인과의 역전이 일어나 버린다면 제대로 과거와 미래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아주 아득히 먼 곳과 이곳을 잇는 시간축의 각도가 조금만 뒤틀리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 수 있다고 했지만, 과연 그곳에 있는 미래가 현재에서 이어지는지 알 수 없다. 같은 알아듣기 힘든 내용을 말이다.
리타는 볼을 긁적이며 뚱한 얼굴을 했다. 칼은 그녀에게 다른 말을 붙이지 않은 채 가만히 말을 몰았다.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조용하게 잠든 것처럼 평화로운 호숫가를 거닐었다.
치윳!
갑자기 괴상한 소리와 함께 빛이 번쩍했다.
호수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리타는 몸을 뒤로 젖혀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 한가운데서 붉은 빛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은 기겁했다. 리타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대로 상체를 일으켜 안장 위에 똑바로 앉았다.
호수에서 솟아오른 빛의 기둥은 하늘을 찌를 듯이 뻗어갔다.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궁금할 정도로 일행의 시야가 닿는 극한까지 뿜어져 올라가 구름을 꿰뚫었다.
조금씩 느껴지던 적의가 강렬해졌다. 그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분노가 끓어오르진 않았다. 이건 그녀를 향하는 적의가 아니다.
후치와 네리아가 놀라며 대화했다.
“저, 저거예요?”
“아, 아냐. 저건 거부인데! 붉은 빛은 거부야!”
네리아의 말처럼 저 색은 거부다. 무엇이기에 다레니안이 거부하는 걸까?
말들이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일행은 빛이 솟아오른데 이어서 말들까지 날뛰자 당황해서 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아스화리탈도 날뛸 것처럼 움찔했지만 리타가 몸에 살기를 두르자 금방 안정을 찾았다. 정확히 말해선 공포를 더 큰 공포로 짓눌려 버렸다.
하지만 다른 말들은 진정하지 못하고 그들의 주인을 곤란케 만들었다. 그때 이루릴이 외쳤다.
“쾌속의 다리를 가지고 무한한 속도에 도취되는 정열적인 영혼을 가진 짐승들이여, 진정해요!”
놀랍게도 말들의 버둥거림이 잦아들었다. 이루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일까? 말들이 진정하고 나자 이루릴은 레셔널 셀력선의 안장 위로 뛰어올라 그 위에 섰다.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일행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루릴은 먼 곳을 바라보더니 다시 안장에 앉으며 말했다.
“안 보이는군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호수와 그 주변의 땅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당한 모양입니다.”
“우, 우리가 아니고요?”
“인간은…… 그런 면이 있죠. 모든 것이 자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 그런 놀라운 생각 때문에 인간은 번영하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당황함에 물었던 샌슨은 얼굴을 붉혔다. 리타는 이루릴이 바라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어지간히도 예의 없는 것들인가 보군요. 몬스터라면 접근하지 못할 테고, 짐승도 기운에 지배를 받을 텐데. 역시 이런 짓을 할 존재는 하나 밖에 없군요. 우리 때문은 아니지만 인간 때문……”
치윳!
기괴한 소리와 함께 다시 기둥이 하나 더 솟아올랐다. 곧 이어 하나의 광선이 더 치솟아 올랐고, 연이어 하나가 더 솟았다. 총 네 개의 광선이 호수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붉은 광선들이 빗발처럼 하늘로 쏟아졌다. 이루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렇게 격렬한 거부가…… 음?”
이루릴은 급격히 몸을 돌리더니 일행이 향하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뭔가가 달려오고 있어요.”
“뭐죠?”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어요.”
이루릴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라는 생각이 일행들에게 자리 잡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일행은 그녀의 말에 재빨리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네리아는 후치의 뒤에서 내리더니 트라이던트를 뽑아들고 옆의 숲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트라이던트를 장대처럼 땅에 짚더니 나무를 박차고선 그 위로 기어 올라가 버렸다. 매우 날렵한 행동에 후치는 감탄을 터트렸다.
일행은 긴장하며 무기를 꽉 붙잡고 앞을 주시했다. 이윽고 거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 그것도 꽤나 숫자가 많다. 말을 타고 달린다면 필시 인간이다. 우리는 아니지만 인간은 맞다는 리타의 말이 일행의 머리를 스쳤다. 여왕의 영토를 함부로 짓밟고 다닐 존재는 인간밖에 없었다.
마침내 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당히 먼 거리였기에 작은 점으로 보이는 정도였지만, 그것은 무서운 속도로 커져갔다. 후치는 마른침을 삼키며 몸을 긴장시켰다. 샌슨은 재빨리 자신의 안장에 연결된 운차이의 밧줄을 풀어 칼에게 넘겨주었다. 리타는 지금 운차이가 도주를 시도한다면 상당히 쉬울 것이라고 예상하며 앞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점점 뚜렷하게 보인다. 그와 동시에 이루릴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인간, 남자, 여덟 명, 검은 옷, 두건, 활!”
-----------------------------------------------------------------
요즘 드립을 너무 쳐서 그런지 딱히 여기다 쓸 말이 없군요.
말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하는데, 타자는 말을 여러번 타봤습니다.
몇 달 전에 탄게 가장 최근이네요.
달리는 말이 얼마나 충격을 주는지는 직접 시험해 봐서 압니다.
솔직히 전력으로 달리는 말 위에서 말하는 건 혀를 깨물겠단 의도로밖에 안 비쳐져요.
하지만 이건 소설이니 괜찮잖아. 거기다 판소거든!
그런 고로 오늘도 올리고 물러갑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2 개
- 매드★몬스터
- 2015/05/08 PM 11:06
저는 몽골에서 타본적이 있는데
달려보지는 못했어요.
그냥 타기만 했는데도 말이 걱정되고 사람도 걱정되더라고요
달려보지는 못했어요.
그냥 타기만 했는데도 말이 걱정되고 사람도 걱정되더라고요
- 멋지고멋져
- 2015/06/19 PM 02:09
전 무서웠어요....
예상보다 너무 높았음...
예상보다 너무 높았음...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