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4. 가장 빨리 죽는 새 (27)2015.05.08 PM 09:51
길시언이 프림 블레이드를 앞으로 뻗었다.
“프로텍트 프롬 노멀 미사일!”
프림 블레이드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뿜어져 나와 일행을 감쌌다. 순식간에 일행의 주위로 푸른색의 막이 형성되었다. 과연 마법을 사용하는 자아를 가진 마법검이다.
탱! 탱탱!
화살이 막에 막혀 튕겨 나갔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말을 탄 상태로 쏜 화살임에도 꽤 정확하게 일행을 향했다.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샌슨이 악을 썼다.
“뭐하는 녀석들이야! 산적인가?”
“산적들이라고 보기엔 화살이 정확한데. 기마 사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솜씨의 전사들일 게요.”
“아, 그렇군!”
길시언의 말처럼 나타난 그들의 모습은 산적이라 부를만한 것이 아니었다. 모두 여덟 명인 그들은 전신을 검은 로브로 감싸고 타고 있는 말까지 흑마였다. 굳이 산적이라고 한다면 검은 로브단이라고 이름을 지으면 어울릴 것 같다.
그들은 전속력으로 일행을 향해 달려오며 롱소드를 빼들었다. 왼팔에는 통일이라도 한 것처럼 라운드 실드를 쥐고 있다. 질주하는 말의 다리가 호수에 부딪쳐 물보라를 일으켰다. 촤아아아. 좌우로 튀어 오르며 수면을 화려하게 수놓는 물방울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들의 기세를 보며 칼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성난 음색을 내었다.
“말로는 해결이 안 되겠군.”
그는 활시위를 당겼다.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이지만 그에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손을 놓았고 활을 떠난 화살은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자들을 향해 날아갔다.
탱!
그들 중 가장 앞에서 달리던 이는 방패를 들어서 화살을 튕겨냈다. 스스로의 활솜씨를 알고 있는 칼은 저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노, 놀랍군.”
그 사이에 캐스팅을 하고 있던 이루릴이 눈을 뜨며 손을 뻗었다.
“매직 미사일!”
그녀의 주변에 형성된 다섯 개의 빛의 화살이 그녀의 손짓에 따라 다가오는 자들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다가오는 속도가 있으니 쉽게 피하진 못할 것이다. 매직 미사일은 그들을 직격할 것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바로 그들의 몸에 당도하기 전에 소멸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루릴이 눈을 크게 떴다.
“안티 매직 셸?”
“마법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군요. 역시 산적은 아닌 모양이네요.”
리타는 이런 상황에서도 평온하게 말하며 아스화리탈을 앞으로 몰아나갔다. 샌슨은 이를 악물며 외쳤다.
“이런 빌어먹을!”
그는 슈팅스타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리타처럼 느긋한 걸음이 아니라 전력으로 질주하는 것이다. 그의 뒤를 따라 길시언과 후치가 말을 몰아 달려 나갔다.
“음메에에엣!”
“이히히힝!”
황소와 말의 울음소리가 호숫가를 울렸다. 칼은 한 손에 화살을 세 개씩 들며 다가오는 이들을 조준했다. 운차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하니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할 순 없지만, 틈을 봐서 화살을 날리겠다는 의도였다.
이루릴은 매직 미사일이 무효화 된 것을 보고 에스터크를 빼들었다. 마법에도 조예가 있지만 그녀의 검 솜씨도 상당하다. 정교하고 섬세한 검술은 예술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예리하다. 이루릴은 레셔널 셀렉션을 몰아나갔다.
리타는 오른손으로 롱소드를 들고 왼손으로 고삐를 잡았다. 그녀는 아스화리탈의 머리 위에서 로브의 남자들을 노려보고 있는 카피에게 말했다.
“화살까지 쏜 걸 보면 확실한 적이군요. 도둑길드에서 절 못 잊어서 쫒아온 걸까요?”
“모른다 해요.”
“그럼 잡아서 물어봐야겠군요. 카피. 가능하면 죽지 않도록 무력화 시키게 도와줘요.”
“알았다 해요.”
“그럼 우리도 갈까요. 칼! 엄호 부탁해요.”
리타는 아스화리탈의 배를 박찼다. 이미 앞쪽에서는 먼저 달려 나간 샌슨과 후치가 일격을 교환한 상태였다. 샌슨은 제일 앞서서 달려오는 상대와 크게 부딪쳐 틈을 만들고 그 뒤를 후치가 노렸다. 바스타드소드가 사정없이 적을 두 동강 내버릴 것처럼 휘둘러졌다. 그러나 쇠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뒤로 날려가 버렸다. 잘려진 그의 로브 사이로 번쩍이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체인 메일? 저런 중무장이라니……”
리타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다리로만 몸을 고정한 채 왼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가락에 끼여진 반지로 마나가 모여들었다.
“매직 미사일!”
이루릴이 쏜 것과 달리 화살이 아니라 발리스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커다란 빛의 막대가 형성되었다. 여러 발이 아니라 단 한발이다. 안티 매직 셸이 있다면 어중간한 마법은 다 방어할 것이다. 그렇다면 클래스는 낮더라도 마나의 질을 높인 마법이라면 피해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리타는 일행과 부딪치는 이들보다 뒤에 있는 이를 노렸다. 그녀의 왼손과 눈이 정확히 대상을 포착하고 매직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쒜에엑!
대기를 찢어 버릴 것처럼 강렬한 소리를 남기며 매직 미사일이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리타가 노린 상대를 향해 정확히 나아갔다. 상대는 안티 매직 셸을 믿는 것인지 매직 미사일을 보았음에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쿠앙!
그의 방심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매직 미사일은 보호막을 강하게 때렸다. 비록 하위의 마법이라 바로 소멸되긴 했지만 들어있던 힘이 상당했던 탓인지 사내는 충격을 받고 몸을 비틀거렸다. 직격하지 않았지만 보호막 너머로 힘이 전달된 것이다.
“막힌 공격을 다시 한다는 건 어떤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셨어야죠.”
멀어서 들리지도 않는 말을 차분히 내뱉으며 리타는 길시언 쪽을 바라보았다. 일행에게 달려든 여덟 명의 남자들 중 절반이 그에게 붙어 있었다. 그가 중무장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목표는 그였던 걸까?
길시언은 선더라이더와 한 몸이 되어 전투를 벌였다. 길시언이 크게 프림 블레이드를 휘두른 것을 상대가 막아내면 선더라이더가 그가 탄 말을 뿔로 들이받아 버린다. 황소보다 높이가 높은 말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뿔에 몸통을 들이받혔다.
“이히히힝!”
말은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높이 쳐들고 발광했고 그 바람에 그 위에 타고 있던 기수는 굴러 떨어졌다. 그 위로 말이 쓰러지며 그대로 깔려버렸다.
“크아아악!”
각자 상대하고 있는 샌슨과 후치를 제외한 다른 일행은 길시언을 돕기 위해 나섰다. 이루릴은 재빠르게 길시언이 상대하던 남자 중 한 명에게 달려들어 에스터크로 가슴을 깊숙하게 찔렀다. 체인 메일은 베는 공격에는 강하지만, 에스터크처럼 가늘고 찌르는 용도의 무기에는 속수무책이다. 남자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낙마했다.
리타는 그녀가 매직 미사일로 맞췄던 상대가 샌슨의 뒤로 접근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다소 얇은 롱소드가 사내를 향해 사정없이 내려쳐졌다. 그는 롱소드를 휘둘러 리타의 검을 쳐냈다. 여자라서 그런 걸까? 그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번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슈웅!
그러나 그의 조소를 반대로 비웃기라도 하듯이 칼이 쏜 화살이 그를 향해 쇄도했다. 리타와 얽혀 있는 상황임에도 정확히 남자에게로 날아왔다. 그는 다급하게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아냈다. 그리고 그 틈을 카피가 놓치지 않았다.
“크롸롸롸!”
카피는 빙결 브레스 대신 얼음의 창을 만들어 남자에게 쏘았다. 마법이 아닌 순수한 얼음 덩어리였기에 안티 매직 셸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자의 몸통을 가격했다.
“으악!”
체인 메일을 입은 덕에 관통을 당하진 않았지만 충격량이 상당했기에 그는 낙마하고 말았다. 하지만 훈련을 많이 한 것인지 그는 금세 균형을 잡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덕에 목에 서늘한 감촉을 느껴야 했다.
리타는 그의 목에 검을 들이대며 말했다.
“얌전히 투항하시죠.”
“……”
대답은 없었지만 눈빛으로 충분했다. 그는 목에 들이밀어진 검을 두려워하지 않고 곧장 손에 든 검을 뻗으려고 했다. 리타는 주저 없이 그의 목에 대어진 검을 잡아 당겼다. 서늘한 소리와 함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리타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조금의 안타까움이나 아쉬움도 섞여 있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그냥 얼려버리는 게 좋겠군요.”
길시언은 여러 사람을 훌륭한 솜씨로 상대해내고 있었지만 공세에 밀리는지 숲까지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속임수였다. 숲의 나무에서 갑자기 누군가 뛰어내렸다.
“트라이던트의 네리아!”
네리아는 한 남자의 등 뒤에 내려앉았다. 움직이는 말 위에 바로 착지하는 게 여간 날렵한 솜씨가 아니었다. 그녀는 씨익 웃으며 당황하는 남자에게 말했다.
“좀 태워주시겠어요?”
“뭐, 뭐야?”
“매너가 없군.”
그녀는 트라이던트를 남자의 목에 걸어 옆으로 당겨버렸다. 목이 제압된 남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그녀의 힘에 이끌려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네리아는 그에게 끌려 같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땅을 짚으며 공중제비를 넘더니 똑바로 섰다. 감탄이 나올 만큼 깨끗한 동작이었다.
후치는 상대하던 이를 날려 버리고 길시언을 돕기 위해 나섰다. 그와 비슷하게 리타도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양쪽에서 들이닥치는 검을 보며 그는 방패와 검을 들어 양 쪽을 방어했다. 정말이지 안일하기 그지없는 행동이다.
후치와 리타의 공격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리타는 롱소드로 그의 검을 빗겨 쳐버리며 틈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카피의 얼음 창이 들이닥쳤다. 몸통에 제대로 충격을 받은 그는 미처 제대로 정비할 사이도 없이 방패로 후치의 일격을 막아내야만 했다.
“크어억!”
OPG의 힘을 그대로 실은 공격은 남자의 방패를 우그러트리며 그를 날려 보냈다. 그는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날아가다 호수에 처박혀 버렸다.
어느덧 남아 있는 남자는 한 명 뿐이었다. 길시언은 그에게 매서운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남은 남자도 녹록치 않았는지 길시언과 검격을 교환했다.
프림 블레이드의 서늘한 잔광이 허공을 수놓을 것처럼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후치가 순간적으로 넋을 잃을 만큼 멋들어지고 화려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 공격을 모조리 검과 방패로 막아냈다. 거기다 오히려 길시언을 향해 반격을 날리기도 했다. 길시언은 미처 방패로 대응하지 못하고 하프 플레이트의 방어력을 믿으며 가슴으로 받아냈다. 그야말로 엄청난 대결이었다.
모두 저 정도의 솜씨를 지닌 자들이라면 엄청난 이들임이 틀림없다. 만약 그들과 제대로 전투를 벌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후치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진 않았겠지만, 이렇게 쉽게 제압하진 못했으리라.
리타는 그 남자에게 다가가며 외쳤다.
“혼자 남았습니다. 포기하시죠.”
리타의 말처럼 남은 사람들은 죽거나 무기를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길시언과 공방을 교환했다. 검으로는 쉽게 결판이 나지 않을 기세였다. 그러나 길시언이 타고 있던 선더라이더는 앞에서 알짱거리는 말을 뿔로 들이받아 버렸다. 말은 충격을 받으며 쓰러졌고 자연히 남자는 균형을 잃고 떨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프림 블레이드가 그를 가격했다.
후치가 그 광경을 보고 있는데 샌슨이 다급하게 외쳤다.
“후치, 조심해!”
후치는 돌아서 제대로 보기도 전에 제미니가 앞발을 쳐들며 날뛰는 바람에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쓰러졌던 남자들 중 하나가 몰래 후치를 습격하려 했는데 샌슨이 그것을 눈치 채고 남자의 공격을 중도에 막아낸 것이다. 샌슨은 그의 어깨를 내려치고 가슴을 발로 걷어찼다. 샌슨은 말을 탄 상태였기에 높이는 아주 적당했다.
후치는 제미니에서 떨어진 김에 남자들이 다시는 검을 잡고 습격하지 못하도록 검을 아애 호수에 집어던졌다. 하지만 벌써 충격을 회복하고 일어나는 녀석들이 있었다. 한 명은 롱소드를 잡으며 바로 앞에 있는 후치를 경계했다.
후치는 당황하지 않고 일자무식을 사용해 남자를 압박해 들어갔다. 그는 매서운 기세로 휘둘러지는 바스타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물러서는데 네리아의 트라이던트가 그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남자는 그대로 물에 쓰러져버렸고 네리아가 그의 가슴을 밟으며 목에 트라이던트를 겨누었다.
“칼 놔.”
“야압!”
그는 네리아의 발목을 잡아채려고 했고 네리아는 곧장 목을 찔렀다.
“키히히…… 힉!”
남자는 바람 빠지는 비명소리를 지르더니 부들부들 떨었지만 그 와중에도 네리아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네리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트라이던트를 뽑았다. 목에서 피가 왈칵 뿜어져 나오며 남자의 머리가 털썩 물 안으로 떨어졌다.
“망할 놈. 자살도 꼭 이렇게 지저분하게 하는 놈이 있어……”
그 말 그대로였다. 남자들의 행동은 자살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말에서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든다. 무기를 쳐내면 이젠 맨손으로 달려들었다. 말에 타고 무기를 가진 이들에게 마구잡이로 덤벼드는 모양새에 일행은 당황했다.
길시언과 샌슨은 무기가 없는 상대가 그냥 덤벼드니 차마 베어버리지 못하고 기절시키려고 하였다. 그들은 황소와 말에서 내리더니 검 집과 주먹으로 남자들을 상대했다. 이루릴은 수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슬프게 외쳤다.
“왜…… 왜 죽으려 들죠?”
“이 자식들 도대체 뭐야!”
“자살자들이지.”
리타는 일행이 혼란스러워 하는 와중에서도 차가운 눈으로 아스화리탈 위에 타고 있었다. 그녀는 달려드는 상대를 향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롱소드를 뻗었다. 주먹으로 달려들면 그대로 손을 날려버렸다. 검이 닿지 않는 아스화리탈의 다리를 노리면 여지없이 매직 미사일과 카피의 공격이 이어졌다. 그녀는 남자들의 목숨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는 태도로 그들을 상대했다.
“리타!”
보다 못한 샌슨이 양 손을 잘리고도 비명을 지르면서 리타에게 달려드는 남자의 뒤통수를 검으로 내리쳤다. 샌슨이 올려다보는 리타의 얼굴에는 피가 튀어있었다. 창백한 피부에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붉은 색과 감정이 없는 눈은 샌슨을 향해 의아한 빛을 보냈다.
“왜?”
“…… 아냐.”
그녀의 눈에는 살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을 죽인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눈이다. 그저 모기가 피를 빨려고 하니 죽이는 것처럼, 반사적으로 상대할 뿐이다. 만약 남자들이 계속 달려들지 않는다면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비대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여자라거나 가녀리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은 변명이었다. 스무 살에 여행을 갔다 와서부터는 변하기 시작했다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안심하고 등을 맡길만한 동료는 아니었다. 그리고 여전히 적을 상대하는 그녀에겐 과거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샌슨은 고개를 내저으며 다른 남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나섰다. 리타는 뺨에 튄 피를 팔로 닦아내며 그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돌렸다. 카피가 그런 리타에게 물었다.
“리타, 생포는 안 하냐 해요?”
“이 사람들은 죽이거나 죽거나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순순히 생포되지는 않을 것 같군요.”
“그러면 그냥 죽인다 에요?”
“아뇨. 자기들이 죽고 싶어도 못 죽게 하면 되죠. 카피, 쓰러진 사람들 중에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쓸데없는 짓 하지 못하도록 얼려버리세요. 살아만 있으면 되요.”
“알았다 해요.”
카피는 날개 짓을 치며 쓰러진 남자들에게로 날아갔다. 어차피 남아 있는 남자들은 죄다 맨손으로 덤벼올 뿐이었으니 카피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하는데 어렵진 않다. 일행은 어째서인지 남자들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밀리는 것도 아니었으니 문제될 건 없어 보였다.
“이야압!”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남자 한 명이 그녀에게 맨손으로 달려들었다. 자세를 낮춰서 말을 공격하려는 것을 보고 리타는 아스화리탈의 고삐를 당겼다.
“히이잉!”
“으악!”
아스화리탈은 앞다리를 쳐들었다가 그대로 남자를 깔아뭉갰다. 남자는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아스화리탈의 앞발에 깔려서 비명을 질렀다. 리타는 고삐를 당겨 아스화리탈의 발을 치우도록 했다. 남자가 숨 막히는 신음소리를 냈다.
“계속 덤빌 건가요?”
“……”
“알겠습니다.”
적의에 가득 찬 시선을 던지며 남자는 몸을 일으켰다. 리타는 아스화리탈 위에서 뛰어내리며 남자의 뒤로 착지했다. 그러자 남자에게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남자의 몸이 스르륵 무너져 내렸고 그것으로 리타는 그에게 관심을 끊었다.
“위험해!”
그 때 멀리서 칼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리타가 바라보니 칼은 롱보우를 들고 있는 상태였다. 활시위가 떨리는 것을 보니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화살을 발사한 모양이다. 그가 노려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후치의 뒤쪽에 있던 남자가 팔에 화살을 맞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에는 스크롤로 보이는 물체가 들려있었다. 남자는 이를 악물며 못쓰게 된 손 대신 반대 손으로 그것을 들었다. 칼이 다급하게 외쳤다.
“네드발 군, 저걸 뺏아!”
“크으윽!”
후치는 뭔지 모르면서도 달려들려고 했지만, 남자의 동작을 막기엔 늦었다. 그는 손에 든 스크롤을 입으로 가져가며 외쳤다.
“국왕 전하 만…… 컥!”
그의 말은 미처 끝을 맺지 못했다. 머리 한 가운데에 정확히 박힌 롱소드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남자는 스크롤을 든 손을 떨어트리며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후치가 놀라서 검이 날아온 방향을 보니 리타가 검을 던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위험했어.”
리타는 후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하지만 후치는 반응하지 않았다.
“응? 후치?”
“…… 저 사람. 죽으려고 했어요.”
후치는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움직이며 말했다. 그는 보고 말았다. 스크롤을 입으로 가져가며 고함을 지르는 남자의 눈과 마주쳤다. 그 눈. 바로 죽으려 하는 자의 눈.
후치는 충격을 받았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리타는 후치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올렸으나, 그 얼굴을 보고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던졌던 검을 회수하기 위해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그 순간이었다.
“국왕 전하 만세!”
완전히 쓰러진 줄 알았던 남자가 세상이 떠나가라 외쳤다. 하반신과 한쪽 팔까지 얼어 있던 남자였다. 카피는 살아있는 남자들을 죄다 얼렸다. 하지만 머리까지 얼리면 죽어버리기에 머리를 비롯한 상체부분은 얼리지 않았는데 그것이 독이 되고 말았다. 남자는 억지로 얼어있는 깨어 움직인 것인지 팔의 색은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함에도 간신히 손을 움직여 스크롤을 입으로 가져갔다.
스크롤을 든 건 한 명 뿐이 아닌 모양이다. 당장 한 명을 막고 안심했던 게 문제였다. 그의 섬뜩한 눈빛이 폭사되고 곧이어 이빨과 손으로 스크롤을 찢었다.
콰콰쾅!
바라보는 눈을 불태워 버릴 것처럼 강렬한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격렬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위험해!”
너무 놀라서 넋을 놓고 있던 후치는 갑자기 몸이 쓰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검고 따뜻한 무엇인가가 그의 눈을 스쳤다. 그리고 마치 그를 보호하기라도 할 것처럼 망토를 뒤집어쓰면서 그를 안아 눌렀다.
불꽃의 폭풍이 그들을 집어 삼킬 것처럼 다가왔다. 후치는 그를 안은 리타의 얼굴 너머로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버린 세상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제미니!”
-------------------------------------------------------
리타는 무섭다요.
제가 쓰면서도 머릿속에 리타의 모습이 그려지니 좀 섬뜩하더군요.
괜찮아요. 이쁘면 됐지 뭐.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2 개
- 매드★몬스터
- 2015/05/08 PM 11:52
그동안 좀 감정이 다양해진다고 생각했는데
싸울땐 확실히 이성이 지배하는 리타군요
싸울땐 확실히 이성이 지배하는 리타군요
- Defiance
- 2015/05/09 PM 01:12
갭모에입니다. (퍽)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