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5. 복수의 검은 손길 (1)2015.05.19 PM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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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으로 지금 벌어지는 일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루릴은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았고, 리타와 그녀의 머리위에 앉은 카피는 재미있다는 듯이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운차이는 관심 없는 듯 아애 고개를 돌려버리고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면의 연출자는 바로 후치와 네리아였다. 네리아가 소리 질렀다.



“어어어, 살려줘!”



네리아는 말에서 굴러 떨어지며 데굴데굴 굴렀다. 그녀는 땅에 나동그라지더니 그대로 팔을 쫙 펼치며 누워버렸다.



그녀를 낙마시켜버린 거대한 말은 거세게 날뛰었고, 후치와 샌슨은 그 말을 잡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쪽이다, 잡아!”



“으아아압!”



언제보아도 참 무식한 방법이다.



후치는 말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팔 사이에 끼워 힘을 주어 눌렀다. OPG의 어마무시한 힘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같이 말을 제압하던 샌슨마저도 ‘무식한 놈.’ 이라며 중얼거렸다.



암살자들이 자폭해 버렸을 때, 다레니안은 일행 뿐 아니라 암살자들의 말까지 보호해 주었다. 말은 죄가 없으니까. 조악하게 비교하자면 전쟁에서의 살인은 죄가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살아남은 말 중에 한 마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풀어주었다. 말이 없는 네리아가 타기 위해서이다. 어차피 수도에 가면 운차이의 말은 필요 없게 되니 그와 함께 타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운차이는 차라리 혀를 깨물고 자결할지언정 그럴 순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기에 기각되었다.



“허, 어찌 저리 큰 말을 타겠다는 건지.”



칼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네리아가 고른 말은 암살자들의 말 중에서 가장 큰 놈이었다. 되팔 때 값을 가장 비싸게 받을 것 같다는 이유다.



샌슨과 이루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고집했다. 계속 조언을 하던 샌슨도 그녀의 고집에 울화통이 터져 포기해버렸다.



그 결과 다시 한 번 네리아는 허공을 날았다.



군마답게 제대로 훈련을 받았는지 그 말은 주인 외에 다른 이를 함부로 등에 태우지 않았다. 네리아가 억지로 그 위에 올라타도 저렇게 날뛰며 패대기치고 있었다. 그렇게 네리아는 자신과 일행과 말을 동시에 괴롭혔다.



“쿡쿡쿡.”



리타는 입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이며 작게 웃었다. 어찌나 웃었는지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 한 방울이 맺혀있을 정도다.



“꺄르르.”



그녀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카피도 신나게 웃었다. 그녀들이 보기에 그 광경은 하나의 희극이었다. 어지간히 웃긴다는 광대가 오더라도 지금만큼 재미난 광경을 연출하긴 힘들 거다.



곁에서 쓴웃음을 머금던 칼이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스마인타그 양, 무기를 잃어버리지 않으셨습니까?”



“네.”



리타의 검은 자폭하려던 암살자에게 던졌고, 그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검을 선물해주었던 조이스 씨에게 미안해져서 리타는 볼을 긁적였다. 이루릴이 자신의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수도에 갈 때까지 제 망고슈라도 쓰시겠어요?”



“아뇨. 이제 곧 안전지대로 접어드니 괜찮을 겁니다. 이 호수만 지나간다면 레인저들이 주둔하고 있으니까요. 무기를 쓸 일은 그다지 벌어지지 않겠죠.”



“그래도 위험할 겁니다.”



“어머.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칼?”



칼은 곤란한 미소를 띄었고 리타는 피식 웃었다.



“검은 수도에 가서 구하면 되요. 그리고 검이 없더라도 저에겐 반지가 있으니까요. 여차하면 카피가 도와주기도 할 거고요.”



“그러시다면야……”



그때 후치의 기합 소리가 일행의 주의를 사로잡았다.



“우와랏찻차!”



말에게 물어뜯길 뻔한 왼손을 뒤로 빼며 후치는 말에게 눈을 부라렸다. 말도 지지 않고 푸르릉거리면서 거칠게 반항했다. 하기야 어느 말이라도 저렇게 다루면 반항하지 않을 리가 없다.



칼은 ‘17번째 시도 실패.’ 라고 중얼거리며 바닥에 나무작대기로 줄을 하나 그었다.



리타는 팔짱을 끼며 나무에 기댔다. 그리고 눈을 올려 머리 위를 바라보려고 했지만 인간의 신체구조상 머리 위에 앉은 카피를 볼 수는 없었다.



“카피.”



“왜 부른다 해요, 리타?”



카피는 발톱이 리타의 피부를 상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기어가 리타의 바로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다지만, 웜링답게 아기자기한 얼굴이 순진무구하게 나타났다.



“수도에는 카피를 아는 사람이 많나요? 정확히 말하자면 캇셀프라임의 폴리모프 모습 말이에요.”



카피가 지금 상태로 수도에 들어갔다가는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른다. 그곳에는 할슈타일 가문이 있다. 오랜 시간 드래곤과 함께한 가문이기에 카피의 정체를 알아차릴 가능성이 있었다.



칼도 그런 걱정을 하는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지금처럼 웜링상태로 가는 건 위험할 겁니다.”



카피는 골똘히 생각하는 듯 머리를 좌우로 기울여보았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는 듯 귀여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해요. 저택 내에서는 폴리모프한 상태로 있었던 것 같다 해요.”



“할슈타일 저택 말이군요.”



“맞다 해요.”



“그 근처만 조심하면 되겠군요.”



“그건 아닐 겁니다.”



칼은 돌아보는 리타에게 말했다.



“캇셀프라임은 국왕의 드래곤입니다. 출정할 때나 행사가 있을 때는 대부분 드래곤의 모습으로 있었을 겁니다. 당연히 드래곤의 모습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요.”



“그렇죠.”



“저택 내에서만 폴리모프를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소문은 퍼질 겁니다. 물론 할슈타일 같은 명문가에서 그런 소문도 단속 못할 정도로 어설프진 않겠지만, 적어도 흰 머리에 흰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알겠지요. 아시다시피, 그런 머리색과 눈 색은 매우 드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폴리모프를 한 상태를 사람들이 알아볼 거란 말이군요. 그러다보면 할슈타일 후작가의 귀에도 들어갈 테고요.”



“맞습니다. 그리고 웜링의 모습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어째서죠? 연관 점은 없을 텐데.”



“카피 양과 캇셀프라임을 관계 짓기 때문은 아닙니다. 다만 웜링 상태의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게 중요하겠지요.”



리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 바람에 카피가 날개 짓을 치며 리타의 어깨로 자리를 옮겼다. 리타는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정리하며 칼에게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당연히 설명해 주시겠죠?”



칼은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스마인타그 양과 카피 양은 웜링이 드래곤들에게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아십니까?”



그때 가만히 있던 이루릴이 말을 꺼냈다.



“웜링은 모든 드래곤에게 보호받는 존재입니다. 종족을 불문하고 웜링을 지키려고 합니다. 이는 드래곤의 종족성에 따른 당연한 성향이지요. 그들에게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고, 그렇기에 제대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지켜주려 애쓰는 겁니다. 성장이 끝난다면 부모 자식의 관계라 해도 남처럼 지내게 되지만, 그 전까지는 과할 정도의 보호 아래에 놓이지요.”



“예, 맞습니다.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세레니얼 양.”



칼은 이루릴에게 고개를 숙인 다음 마저 말했다.



“웜링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감히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어느 미친 사람이 드래곤의 분노를 사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할슈타일 가문은 다르지요.”



칼의 눈에 우울한 기색이 스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가 묻어나왔다.



“그들은 300년의 영광을 연장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탈을 쓰고서는 할 수 없는 짓거리를 태연하게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드래곤 라자 만큼이나 드래곤도 대단히 중요하지요.”



드래곤이 없다면 드래곤 라자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칼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드래곤을 보기는 상당히 힘듭니다. 그들의 시간관념은 우리 인간이랑 다르니까요. 수면기라는 긴 시간을 잠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루트리에노 대왕이 드래곤 로드를 격퇴한 이후로 드래곤들은 대부분 인간 세상에서 벗어난 곳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몇몇 예외인 드래곤들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르타트……”



칼은 싱긋 웃었다.



“그렇지요. 좋은 예입니다. 아무르타트 같은 드래곤도 있고 지골레이드나 캇셀프라임처럼 왕국에 속한 드래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드러난 드래곤은 이게 전부지요. 드래곤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음…… 할슈타일 가에서는 이번 원정으로 인해 캇셀프라임까지 잃게 되었으니 더 애가 타겠군요.”



“그런 와중에 웜링이 나타난다면 어떤 마음을 먹겠습니까?”



리타가 눈살을 찌푸렸다. 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간악하다.



“웜링을 매개로 드래곤라자의 계약을 강제로 이끌어 낸다는 말씀입니까?”



“추측일 뿐입니다.”



칼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 담겨 있던 분노의 원인은 이것이었다. 그는 할슈타일 가문의 행보를 보았을 때, 그가 걱정하는 바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웜링을 강제로 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제로 구속한다는 것은 드래곤의 분노를 사게 되는 원인이니까. 하지만 어떤 방도를 통하든 계약을 이끌어내는 방향은 가질 수 있다. 웜링과 계약을 한다는 것은 드래곤과 인간의 관계를 트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정당한 것이기에 분노를 사지도 않으면서, 그것은 인질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리타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아무리 할슈타일 가문이 권력에 눈이 멀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도박을 취하기엔, 부담해야 할 것들이 상당합니다.”



“인간은……”



칼은 거듭되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네리아를 보았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도 도전하는 존재입니다.”



아무리 상처입고 생명이 위험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상관 않고 달려든다.



“인간을 속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지요.”



이루릴은 칼의 말이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리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머리를 나무에 기댔다.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퍼즐처럼 퍼져있다.



인간이기에. 그런 한 마디로 인간답지 않은 일들이 벌어질 때도 있다. 어느 인간이 그덴 산의 거인에 맞서고, 어느 인간이 열두 마리의 드래곤과 격절을 벌이며, 어느 인간이 검 한 자루로 위대한 드래곤 로드에게 달려들 수 있을까?



엘프도 드워프도 하지 못한다. 오크는 말 할 필요도 없고, 페어리가 덤빈다는 건 더더욱 웃긴 이야기다. 그렇다고 겁쟁이 하플링이 그런 모험을 할까? 그들의 종족성은 그들의 행동을 규정지어 버린다.



인간은 인간을 규정지을 수 있을까? 무슨 행동을 해도 인간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면 인간이야말로 변화가 아닐까? 인간이 어떻게 그런 일을. 이라고 하는 것만큼 인간을 과소평가 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후우……”



리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카피는 지금 상태나 폴리모프 상태나 위험하단 말이군요.”



이루릴이 큰 눈을 깜박이며 리타에게 물었다.



“리타, 레너스 시에서 카피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적이 있지 않나요? 그렇게 할 수는 없나요?”



“가능하긴 해요, 이루릴. 하지만 그건 카피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으로만 가능해요. 그때 변신했던 건, 캇셀프라임의 드래곤 라자가 되는 아이의 누나였어요. 자주 봐왔기에 그녀의 모습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변신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녀는 수도에 있으니 그녀의 모습으로 변하는 건 더 안돼요.”



“다른 기억하는 사람은 없나요, 카피?”



카피는 리타를 따라 팔짱을 꼈다. 인형 같이 작고 짧은 팔로 팔짱을 끼는 모습은 상당히 귀여웠지만, 그런 귀여움에 감탄을 터트릴 소녀 감성을 가진 여성은 아쉽게도 이 자리에 없었다.



카피는 자신을 바라보는 두 여성의 검은 눈동자에 답하고자 입을 열었다.



“몇 명 기억하고 있다 해요.”



“누구누구죠?”



카피는 팔짱을 풀고 손가락을 펼쳐서 하나씩 접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나면, 타이번과 톨러스가 가능하다 해요. 하지만 남자로는 변신할 수 없다 해요.”



성별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모습을 바꾸는 것과는 클래스가 다른 마법이다. 기본 토대가 되는 것에서 모습만 바꾸는 것은 단순한 변형에 불과하지만, 성별이 바뀌는 건 성질 자체를 바꾸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카피에게 남아있는 마법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여자는 없나요?”



“우움…… 아, 한 명 있다 해요.”



카피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자 기대하는 시선이 그녀에게로 쏟아졌다. 카피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밀어 보였다.



리타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잘 됐군요. 그럼 카피는 그 사람으로 변신하세요. 불편하겠지만 수도에 있는 동안은 그 모습으로 지내도록 해요. 며칠 안 걸릴 테니 조금만 참아요.”



“알았다 해요.”



그녀의 말에 칼이 질문했다.



“길을 떠나실 겁니까?”



“네. 처음부터 수도까지 동행하기로 한 거니까요. 칼은 수도가 여행의 종착지잖아요? 저는 이제부터 위로 올라가야지요.”



리타의 목적지는 북해였다. 타이번에 조언에 따라 그녀는 일행과 같이 여행했을 뿐, 목적은 엄연히 달랐다. 그녀는 북해에 있는 캇셀프라임의 레어에 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칼도 그 사실을 알기에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다만 같이 했던 아쉬움에 한 마디가 나왔다.



“같이 갈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서로의 길이 갈렸으니 안타깝습니다.”



“글쎄요. 칼이 있어달라고 부탁한다면 어떻게 할지도 모르죠.”



“영광입니다만, 제가 감히 아리따운 레이디에게 어찌 그런 부탁을 하겠나이까. 그저 앓는 속으로 떠나간 뒷모습을 그리며 손을 흔들 뿐이지요.”



“후후.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지 말아요.”



리타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고 칼은 능청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리타는 팔을 풀며 나무에서 몸을 떼었다.



“수도에 도착한다고 바로 떠나진 않을 거예요. 간 김에 알아볼 게 있어요. 그리고 칼은 보고 한다고 왕성에 들어갈 거잖아요? 우리나라의 가장 존귀하신 분이 어떻게 사는지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요.”



“허허, 그다지 재미있는 자리는 아닐 겁니다.”



“칼만큼 재미없을까요?”



칼은 쓴웃음으로 그녀의 농담을 받아넘겼다. 저렇게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난처한 말만 골라 하지만 밉진 않다. 그게 바로 이 아가씨의 매력이겠지.



리타는 어깨에 들러붙은 카피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이제 내일쯤이면 사람들의 시선에 많이 노출 될 거예요. 미리 변신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카피. 그리고 변신한 모습이 어울리는지 확인도 해봐야 하고요.”



그녀의 말에 카피는 고개를 끄덕이며 날개를 퍼덕여 날아올랐다. 그녀는 드래곤답게 긴 주문을 필요치 않았다. 간단히 용언을 외치는 것으로 그녀의 마나가 움직였다.



카피는 눈부시지 않은 새하얀 빛에 휩싸였다가 이내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자리에 나타난 건 평소와 다름없는 새하얀 소녀였다.



마법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카피는 계속 눈을 감은 상태로 웅얼거렸다.



그러자 새하얀 소녀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 조그마한 체구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팔과 다리가 약간씩 굵어지며 피부색이 조금 진해졌다. 얼굴에는 주근깨가 조금 올라오고 머리는 말 위에 거꾸로 올라타서 팔을 펼치고 있는 여자만큼이나 붉은 색으로 변했다.



리타는 그 광경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변신하는 카피는 너무도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한편 말과 악전고투를 벌이던 사람들은 마침내 말을 길들일 수 있었다. 자장 39번의 시도 끝에 이룩한 쾌거였다. 네리아는 말의 귀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착한 말이야.”



후치와 샌슨은 말을 잡느라 완전히 탈진해서 뻗은 상태였다. 그 상태가 아니었다면 당장 네리아의 말에 반박을 했을 것이다. 증오에 찬 눈으로 네리아와 말을 노려보는 후치를 무시하고서 네리아는 말의 이름을 지었다.



“까만색이니까 에보니 나이트호크스 세이버 위드 아웃 풋스탭 어때?”



“다시 한번 말해 보라면 할 수 있겠어요?”



“좀 자를까?”



후치는 누운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리아는 싱긋 웃더니 말의 정수리 갈기에 손을 얹고 엄숙하게 말했다.



“나 네리아는 성실한 나이트호크로서 널 에보니 나이트호크라 부른다. 넌 나의 모든 작업의 반려이며 나의 도주의 제일 지원자로 행동해야 한다. 알았지?”



말도 어이가 없을 것 같다. 네리아는 좋다며 말의 목을 껴안으며 갈기에 얼굴을 묻었다.



“에, 에취!”



무지막지하게 땅바닥을 굴렀으니 갈기엔 먼지가 가득했다. 후치는 낄낄거리며 몸을 일으키며 일행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후치의 몸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딱딱하게 정지했다. 그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과연 사람이 눈을 얼마나 크게 뜰 수 있을까 내기를 한다면, 후치는 기꺼이 나설 수 있을 정도로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 자신의 망막에 맺히는 장면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팔로 눈을 비볐다.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비치는 장면은 그에게 거짓이 아니라 현실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의 입으로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 제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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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 일주일만에 돌아왔습니다. 데헷☆

사실, 5장 구성은 진즉에 끝내놨는데 다른 거 손대느라 늦어졌습죠...

네이버 무협에다 뭐좀 올린다고요.

간만에 무협 적으려니 영 어렵네요. 분위기 자체도 많이 다르고.

근데 재미없는 건 똑같음. 엉엉.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4 개
아..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제미니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격 제미니 나이트 스토리
본처☆등장
돌아오셨군요 환절기라 몸 조심하시고 열심히(?) 올려주십시오 ㅎ
요즘 공모전에 무협 적어 내고 있는지라 몸이 죽어나네요.
하루죙일 자판만 두들기고 있습니다. 살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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