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5. 복수의 검은 손길 (17)2015.07.09 AM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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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시원하게 땀을 흘린 리타는 간단하게 몸을 씻으려고 했다. 하지만 흔치 않은 카피의 강력한 요청으로 아침부터 목욕탕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지간히도 목욕이 마음에 들었는지, 카피는 떠난다는 말을 듣고 마지막으로 목욕을 해보고 싶다고 애처롭게 눈을 빛냈다.

네리아는 별로 더러워진 게 없다며 간단히 씻고 나갔다. 리타와 카피는 느긋하게 탕 안에 늘어져서 목욕을 즐겼다. 카피의 말을 듣고 보니 리타도 앞으로 언제 이렇게 편하게 목욕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에 두 여성은 제법 목욕을 오래했다.

복다그리해진 얼굴로 리타와 카피는 기분 좋게 머리를 말리며 밖으로 나왔다. 아침 치고는 조금 지난 시간인지라 홀에는 일행 외의 사람은 종업원과 두 명의 남자 정도만 보였다.

중년의 탄탄한 체형을 지닌 이와 말끔한 얼굴을 한 젊은 청년이었다. 그들은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젊은 청년의 얼굴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영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말했다.

“몸값은 얼마입니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전하께서 춘부장의 몸값을 마련해 주실 것을 약조하셨습니다.”

“닐시언 전하께서요?”

“그렇습니다.”

청년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뭐랄까…… 적어도 국왕에게 경의를 표하는 충신이 지을만한 표정은 아니다.

“리타?”

“네?”

“왜 가만히 서있다 해요?”

그제야 리타는 자신이 올라오는 길을 떡하니 막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던 손도 멈춘 상태였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계단에서 완전히 걸어 나왔다.

조금 떨어진 곳에 후치가 있었다. 리타는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누구야?”

“넥슨 휴리첼이래요.”

“……”

휴리첼이란 이름을 하루 만에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리타는 뭔가를 알아차린 표정을 지었고 후치는 그 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리타도 알아차린 모양이군요. 헬턴트에 파병되었던 부대의 총대장이 저 사람의 아버지라고 해요.”

“로넨 휴리첼 경 말이구나.”

“이름도 기억하고 있네요?”

“나를 어디 사는 오거와 동급으로 취급하진 마렴.”

아침을 먹고도 성이 안 차는지 빵을 입으로 가져가고 있던 샌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자기를 말하는 거냐는 시선을 보냈지만, 후치나 리타나 가볍게 그 시선을 무시했다.

넥슨은 테이블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버님의 소식을 전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수도에서 뭐든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휴리첼 가문이 성심껏 도와드리겠습니다. 바람 속에 흩날리는 코스모스를.”

느닷 없는 인사말에도 칼은 여유롭게 응대했다.

“폭풍을 잠재우는 꽃잎의 영광을. 에델브로이의 신자셨군요?”

“재가 프리스트입니다.”

넥슨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곁에 있던 중년 남성도 같이 몸을 돌렸다. 넥슨은 그 길로 바로 나가는 듯 했다. 그러다 넥슨은 뭔가 미심쩍은지 다시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의 눈은 뭐라도 더 물어볼 게 있느냐는 얼굴을 하고 있는 칼 대신 다른 곳을 향했다.

리타는 넥슨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라도 그렇게 쳐다 본다면 반응을 보일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사람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쳐다보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리타는 그를 바라보았고, 넥슨도 그런 리타를 향해 마주보았다. 둘의 눈이 서로를 담았다.

한동안 계속 되던 둘의 대치는 넥슨이 고개를 정중히 숙이는 것으로 끝났다. 그는 귀족답게 절도 있는 동작으로 인사를 하고서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다시 밖으로 나갔다.

리타는 그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계속 그가 머물렀던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치가 의아해하며 리타를 불렀다.

“리타? 왜 그래요?”

“……”

반응이 없다. 후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시 불렀다.

“리타?”

“어?”

“아는 사람이에요?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예요?”

“아, 그게…… 그러니까……”

리타는 답지 않게 뭐라고 변명을 하려다가 말이 막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후치가 고양이처럼 눈을 뜨며 은근한 표정을 지었다. 기회는 이때다.

“설마 저 남자에게 반하기라도 한 건가?”

“……”

“어? 진짜에요?”

“응? 뭐라고 했어?”

“…… 아애 듣질 않았군요.”

그럼 그렇지라며 후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짓궂게 놀려볼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넋이 나간 상태여서는 곤란하다.

리타는 정말로 넋이 나간 것처럼 멍하게 서 있었다. 그녀는 후치에게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아직도 여관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까?

분명 리타는 넥슨을 처음 보았다. 그런데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사람에게 가지던 경계심이 그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

리타가 스스로를 찾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타인에 대한 경계심에 있다. 그녀 스스로도 느끼지만 그녀는 주변에 꽤 두꺼운 벽을 쳐두었다. 의식적으로 쌓은 벽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세워둔 것이다. 그녀의 본능은 사람과 섞이는 것을 거부했다.

그녀는 스스로의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자 하는 생각도 어린 시절에는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주변에 그토록 무관심했었는지도 모른다.

꽤 많은 변화를 거친 지금에도 그 감정의 잔해는 남아있다. 그녀는 아직도 사람을 대할 때면 경계심이 일곤 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집중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집중한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 그렇지 않은 사람은 흔치 않다. 감정에 눈을 뜨게 해준 그녀의 가족과 어린 시절부터 같이 커온 샌슨 정도다. 그 외에는 디트리히 할슈타일과 할슈타일 후작 정도가 있다.

그런데 넥슨이 추가되었다.

이전 같으면 그녀는 그 감정이 설마 사랑이란 것이 아닐까 고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어제 후작에게서 자신이 라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넥슨 휴리첼이라는 청년의 정체는……

“그런데 말이죠. 난 저 사람 마음에 들지 않아요. 딱딱하게 구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살아있다는데 기뻐하는 구석이 전혀 없네요?”

갑자기 네리아의 목소리가 리타의 상념을 깼다. 네리아는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있는 게 꽤 부정적인 인상을 받은 것 같았다.

네리아의 말에 동의하는지 후치와 샌슨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길시언이 입을 열었다.

“그는…… 그럴 수도 있지.”

일행의 의아한 시선이 길시언에게로 향했다. 그는 말했다.

“그의 가문에는 씻을 수 없는 불명예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런 말을 했겠지요.”

카뮤 휴리첼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리타는 후작의 서리가 낄 것 같이 차가웠던 웃음이 기억났다.

“씻을 수 없는 불명예라고요?”

“그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입이 개구리만큼…… 그만둬! 그러니까, 어, 남의 가문의 불명예를 거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가요, 흠.”

네리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도 마음에 안 들어.”

“그래요?”

리타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샌슨이 먹던 빵을 자연스레 뺏어 반으로 자른 다음에 돌려주었다. 황망히 바라보고 있는 샌슨의 앞에서 그녀는 빵을 조금 떼서 입에 넣었다.

“저는 꽤 마음에 드네요.”

“뭐어?”

네리아가 놀라서 리타에게 후다닥 다가왔다.

“저 남자가 마음에 든다고요? 진짜로? 정말?”

리타가 부담스럽게 들이민 네리아의 얼굴을 피하며 대답했다.

“인상이 좋잖아요. 생긴 것도 제법 훤칠하고요. 보니까 검도 그냥 폼으로 차고 다니는 것 같지 않고. 거기다 귀족 가문이겠다, 가문에 흠 정도는 사람이 좋으면 받아줄 수도 있죠.”

네리아가 마치 딸이 결혼하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의 아버지 같은 표정을 지었다.

“…… 진담이야?”

“농담이죠.”

네리아를 비롯한 일행의 얼빠진 얼굴을 앞에 둔 채로 리타는 천연덕스럽게 뒤늦은 아침 식사를 먹었다.



*



일행은 모두 여관에서 나왔다. 네리아는 안전을 확인했으니 홀로 좀 더 수도를 돌아다녀 보겠다고 말했다. 길시언은 프림 블레이드 때문에 에델브로이의 총본산인 그랜드스톰으로 간다고 했고, 별 달리 할 일이 없는 일행은 그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리타는 어제 말한 대로 길을 떠나기로 했다.

리타는 아스화리탈에 오르기 전에 일행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루릴이 떠날 때처럼 예의바른 분위기는 아니었다.

칼은 제법 정중하게 인사했다.

“목표로 하신 일 잘 이루시길 바랍니다.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바람피울까봐 걱정은 안하시나요?”

“좋은 남자가 생긴다면 기꺼이 받아드리죠.”

“늘었군요, 칼.”

“경험은 쌓이는 법입니다.”

두 사람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뒤를 이어 샌슨과 후치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마을에서 보자.”

“올 때 선물 사와요.”

이웃 마을에 마실 나가는 정도로 착각할 만큼 가벼운 인사였다. 칼보다는 훨씬 격식 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이들에게는 정중한 인사보다 이 편이 훨씬 정다웠다.

그러나 리타를 떠나보내는 네리아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네리아는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리타에게 포옹했다.

“흐엉. 꼭 돌아와야 해요, 리타. 나 안보고 가버리면 미워할 거야. 찾아가서 미워해 줄 거야.”

그 사이에 제법 정이 들었나 보다. 이라무스 시에서 겪은 일이 있으니 네리아가 리타에게 가지는 감정은 꽤 컸다. 그녀는 마치 친자매가 헤어지는 것처럼 대성통곡할 기세였다.

“무서워서라도 꼭 만나러 와야겠네요. 너무 걱정 마요, 네리아. 예쁜 얼굴 망가져요.”

그리고 네리아는 주머니 속에 있는 카피에게도 친절히 인사했다. 카피는 웜링의 모습으로 변해서 얌전히 아스화리탈 위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헬턴트 삼인방도 네리아를 보고 카피에게 덩달아 인사했다. 카피는 사람들의 인사에 기분 좋은 듯이 갸르르 웃었다.

그러는 사이 길시언이 리타에게 손을 내밀었다. 리타의 시선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

“어, 음. 레이디에게는 본래라면 손등에 키스하는 게 맞습니다만, 리타양에게는 이 편이 더 어울릴 것 같군요.”

길시언의 머뭇거리는 말에 리타는 생긋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저도 이 편이 마음 편하네요.”

“잘 갔다 오십시오.”

“길시언도 잘 지내요.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지 마시고 체통을 지키세요.”

“…… 명심하겠습니다.”

“쿡쿡. 프림에게 너무 뭐라하지 마시고요. 프림도 잘 지내.”

길시언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프림이 웅웅거리며 뭐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는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웬일로 이 녀석이 인사를 하는군요. 자기도 아쉬운지 방해를 안 했습니다. 변화한 리타양이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그래요?”

“그리고 실은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음, 오해하지 마시고 들으십시오. 예전의 리타가 싫었다거나 그런 게 아닙니다만, 지금의 리타가 훨씬 더 보기 좋습니다.”

과거에 만났던 리타는 목적만을 위해 사는 괴물 같았다는 게 솔직한 길시언의 심정이었다. 동료로서 나쁘지는 않았지만, 무엇인가 텅 비어서 억지로 채워 넣으려고 구는 절박함이 느껴질 때면 섬뜩해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절박함이 많이 사라졌다. 이것저것 복잡한 말들이 머리를 휘휘 떠다녔지만, 딱 까놓고 말해서 지금이 훨씬 사람답게 느껴진다.

리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인사를 끝내고 리타는 아스화리탈 위에 올랐다. 그리고 일행을 뒤로한 채로 바이서스 임펠의 거리를 걸었다. 그녀는 다시 뒤를 돌아본다거나 하지 않았다.

헤어짐은 언제고 찾아온다. 하지만 헤어짐이 있기에 만남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의 아쉬움은 만남의 기쁨을 위해 접어둔다.

리타의 마음에는 그다지 들지 않는 말이다. 그녀는 단지 길시언이 그러했던 것처럼, 혹은 운차이가 보였던 뒷모습처럼, 그저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으려고 할 뿐이다.

한 번 찾아갔던 곳이라 전보다 더 빠르게 도착했다. 그녀는 커다란 저택의 앞에서 멈추어 섰다. 이전에 왔을 때와는 달리 문지기가 공손하게 그녀를 맞이했다.

곧장 문이 열리고 말구종이 와서 공손히 아스화리탈을 받아갔다. 리타의 시선이 아스화리탈 위에 달린 주머니에 잠시 머물다 떨어졌다.

카피에게는 오늘 아침에 말해 두었다. 할슈타일 후작의 집에 가기 때문에 카피가 지금처럼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후작은 그녀에게 친절했지만 다른 이들에겐 그렇지 않다. 그가 가진 야망은 오로지 가문에만 있다. 그는 가능한 모든 것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그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은 오직 누이와 그 딸인 그녀뿐이다. 카피가 리타의 동행이라 할지라도 후작과 만나게 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다.

카피는 리타가 용무를 마칠 때까지 주머니 안에 잠자코 있기로 했다. 그 대가로 용무가 끝나면 맛있는 걸 원하는 대로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카피는 술을 받기로 한 리타처럼 흔쾌히 승낙했다.

저택의 정원을 지나서 저택에 다다르자 단정해 보이는 인상의 남성이 마중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각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궤헤른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였다. 듣기로는 집사라고 했던 것 같다. 리타는 그의 안내를 받아 저택으로 들어갔다. 궤헤른은 그녀를 지난번에 있었던 응접실 대신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다른 방들과 달리 드래곤 문양이 음각된 문이 있는 방에 다다랐다. 궤헤른은 리타를 멈춰 세워두고 문에 노크했다.

“각하, 궤헤른입니다. 아가씨를 모셔왔습니다.”

“들어와.”

궤헤른이 정중히 문을 열어주었다. 방은 후작의 개인 집무실이었다. 후작은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서 엄청난 양의 서류를 쌓아두고 있었다. 리타가 들어서자 그가 작성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어서 와라.”

“좋은 아침입니다, 숙부님.”

“아침이라기엔 조금 늦었군.”

후작은 리타를 소파로 안내했다. 그리고 본인도 자리에서 일어나 리타의 반대편에 앉았다. 그런 그의 손에는 롱소드로 보이는 검이 한 자루 들려있었다.

후작은 앉자마자 리타에게 검을 내밀었다.

“받아라.”

“예.”

역시나 리타는 가타부타 아무런 말없이 검을 받아들었다. 검은 굳이 뽑아들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품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러운 검집과 들자마자 느낄 수 있는 무게 중심이 그 증거였다.

“뽑아봐라.”

스르릉.

이번에도 리타는 바로 검을 뽑았다. 귀족의 면전에서 검을 뽑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별로 중요치 않았다. 애초부터 뽑으라고 한 사람은 후작이다.

검은 마치 은으로 도금한 샌슨의 검처럼 맑은 빛을 뿜어냈다. 단순히 철의 차가움만이 아니라, 좀 더 정순한 무엇인가의 느낌이 들었다.

“마음에 드나?”

“좋네요.”

“예전에 선물 받은 검이다. 자이펀에서 만들었다고 하더군. 실칸 고원에서 나는 특별한 강철을 이용했기 때문에, 자이펀의 다른 검과 달리 연하고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군요.”

“어떤 주술적 처리를 해놓아서 날을 따로 손질하지 않아도 된다더군.”

그에 대한 리타의 감상은 간단했다.

“귀한 물건이네요. 비쌀 거 같아요.”

리타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검을 보는 눈이 없는 리타라 하여도 후작의 말과 직접 잡아본 느낌으로 검이 얼마나 명검인지 알 수 있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리타에게 바로 후작이 말했다.

“부탁할 게 있다.”

“말씀해 보세요.”

리타의 태도에 후작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검을 받았으니 들어주겠다거나 뇌물이냐는 둥의 말은 필요가 없었다. 다시 봐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후작은 방금 전까지 그가 보던 서류를 들고 왔다.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서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북쪽에 파견한 사병이 있다고 말했었다.”

“기억합니다.”

“그들에겐 임무가 있다. 칸 이디움 근처의 소도시에서 일어나는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지.”

자주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리타는 무엇인가 서늘한 바람이 척추를 타고 관통해서 찌르르 한 기분을 느낀다. 바로 지금, 그 느낌이 들었다.

후작이 말했다.

“그곳에서 수십 명의 아이들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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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는 일이 있어 현재 서울에 올라온 상태입니다.
노트북으로 두들겨서 올리는 중이네요.
금요일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거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흑ㅠㅠ
아마도 연재는 주기대로 안 될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렇진 않겠지만 아쉬우시다면 재주행 하시길 추천합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3 개
  • grgr
  • 2015/07/09 AM 12:44
박수
칸아디움에서도 세이크리드 랜드가....
새로운 셰이크리드 랜드가 나타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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