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5. 복수의 검은 손길 (18)2015.07.31 PM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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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진 눈을 깜박거리며 리타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의미 없이 벌어진 입을 다시 다물었다. 등골이 쭈뼛 선 감각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그녀는 후작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꽤 많은 수의 아이들이 실종되었다. 처음에는 고아들 위주로 실종되었기에 파악이 늦어졌지. 이변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상당수의 아이들이 사라진 뒤였다.”



“얼마나 사라진 거죠?”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43명이라고 하더군. 지인이 없거나 실종 사실을 모르는 경우를 고려한다면 50여명 가량이 되겠지.”



“……”



리타는 입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뭐라고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불안한 느낌은 더욱 그 모습을 선명히 드러냈고, 안 좋은 일에 대해서는 유독 날카롭기 그지없는 그녀의 감이 한층 더 예민해졌다.



후작은 입을 꼭 다물고 있는 리타를 보며 손에 든 서류를 넘겼다. 그는 히끗히끗 새어버린 머리를 뒤로 넘기며 눈두덩이를 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고통 때문일까, 서류 때문일까.



“칼라일 영지를 아나?”



“예.”



당연하다. 그녀는 어제 수도까지 오는 여정을 이야기 했었다. 칼라일 영지의 문제는 칼에게 거듭 주의를 들은 탓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들렸다는 것과 문제가 있었다는 것 정도는 말했다.



후작은 이미 아는 사실을 굳이 물어 확인했다. 그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리타의 얼굴을 훑고 있었다.



리타는 긴장으로 저도 모르게 굳어졌던 몸의 힘을 풀었다.



“세이크리드 랜드라고 생각하시나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가능성은 있겠네요.”



“같은 생각이다.”



후작은 길게 말하지 않는 타입이다. 그는 대화의 여러 과정을 생략하고 핵심을 찌른다. 자신이 궁금한 것만을 질문하고 필요한 것만을 말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크리드 랜드일 가능성이 있다. 네 일행이 국왕에게 보고한 것에 의하자면 세이크럴라이제이션이라고 했던가?”



일행이 닐시언에게 보고할 때는 그들 자신만이 있었다. 그런데 후작은 하루만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파악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가 엄청난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후작은 팔짱을 꼈다.



“평소라면 아이들의 납치 목적을 여러 가지로 유추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이라는 시기에 벌어졌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가 하나 떠오르는군.”



“제 2의 칼라일 영지의 비극이 벌어질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그렇게 말하는 후작의 태도는 깔끔했다. 결코 흥분한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후작은 세이크리드 랜드를 조장한 것이 자이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적국이 자신의 나라에 와서 그런 만행을 자행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보통 나라의 중신이라고 한다면 마땅히 적국의 무도함에 분개해야 한다. 적어도 화를 내거나 국민들의 피해에 안타까워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후작은 그냥 덤덤하게 일어난 사태를 관망하는 태도를 보일 뿐이다. 그는 잡무를 처리하듯 덤덤하게 그 사실을 이야기했다. 하나도 화나지 않고, 어디에도 분개하지 않은 침착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세이크리드 랜드라는 것은 이제껏 신화의 이론상에만 존재했던 용어다. 감히 그것을 벌이려는 인간은 없었지. 그런데 이젠 신 조차도 인간의 무기가 되어 버렸다.”



인간의 무기. 리타는 조용히 그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물론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시기상 확률이 높을 뿐인.”



“……”



“부하들이 조사랍시고 하고 있지만 그다지 성과는 없는 모양이다.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닐 테니까.”



리타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이상하군요.”



“무엇이?”



“세이크럴라이제이션하지 않은 이상 이건 아이들의 대량 납치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뒤에 자이펀군이 개입해 있을 수는 있지요. 하지만 사실만을 놓고 본다면, 적국의 간첩에 의한 납치 사건입니다.”



후작의 눈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리타는 계속 말했다.



“숙부님께서는 가능성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이크럴라이제이션하지 않았다는 소리겠지요. 만약 이것이 세이크리드 랜드를 위한 납치라고 가정한다면, 아직 의식이 행해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 상황에서는 납치 사건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무리 조직적으로 간첩이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적국에서 대규모로 활동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러면 부하들의 무능이 문제군.”



“그렇겠군요.”



수긍하는 리타를 향해 후작의 시선이 잠깐 머물렀다. 리타는 뻔뻔할 정도로 무표정했다.



후작은 탁자 위에 놓인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그다지 팔짱을 풀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중요한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와 있다. 사람들은 가끔 멍청하게도 의미 없이 어떤 동작을 하고자 할 때가 있다.



“습관이다.”



“괜찮습니다.”



리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후작의 눈꼬리가 슬며시 떨어졌다.



“뱃속에 욕심만 들어찬 돼지들이나 머리가 돌로 된 녀석들만 상대하다보니 버릇이 들었군.”



씁쓸하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사람을 재는 것. 목적을 숨기는 것.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 속이는 것. 모두 정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시커먼 속들을 다들 감추고 있다. 감추지 않은 놈들도 있다. 하지만 그 놈들은 아무런 생각이 없는 멍청이일 뿐이다. 가문을 지키려면 그런 암투 속에서 매일매일 버텨내야한다.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 잠깐이라도 속을 드러냈다가는 사냥당하고 만다.



그래서 조카에게도 그렇게 하고 말았다. 유일하게 그러고 싶지 않은 상대였는데 말이다.



후작은 잠깐 멈추었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칸 이디움의 일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들어보죠.”



리타는 대답을 유예했다.



그녀는 후작이 처음부터 무엇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리고 이젠 숨기는 것 없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안다.



그런 숙부에게 그녀는 한 발 물러섰다.



“일이 벌어진 다음에는 늦다. 하지만 간첩들이 쉬운 상대는 아니겠지. 세이크리드 랜드가 아니길 바라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일은 쉽지 않을 거다. 최악의 경우도 대비해야 하지.”



“조카를 사지에 몰아넣겠다는 말인가요?”



“너는 그곳을 한번 헤쳐 나왔으니까.”



“칼을 맞고 살아났다고 해서 다시 칼을 맞고 살아나리란 보장은 없죠.”



“……”



후작이 했던 말이다. 굳은 그를 보며 리타가 피식 웃었다.



“농담이에요.”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리타는 살짝 키득거리고서는 말했다.



“그러면 저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군요.”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지. 꼭 그렇진 않더라도 아이들을 찾아 본 경험이 있으니 탐색에는 도움이 될 거다.”



“제가 숙부님의 부탁을 들어드려서 얻는 게 있나요?”



“있다.”



“말씀해 보세요.”



“네 일행은 결코 아무르타트에게 줄 보석을 구할 수 없을 거다.”



“……”



이번에는 리타의 입이 다물어졌다.



리타는 자신의 입을 이토록 자주 다물게 하는 사람은 그다지 경험해보지 못했다. 고작해야 고향에 있는 능구렁이 같은 마법사 정도다. 그런데 과연 친척이라 그런가. 후작은 그녀를 꽤나 자주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후작은 리타의 일행이 아무르타트에게 지불할 몸값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기야 국왕에게 보고했던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니 어련하겠냐만은.



리타는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며 예리한 눈으로 후작을 바라보았다.



“어째서인가요?”



“보석 공급이 멈췄다.”



후작은 숨김없이 대답했다.



“드워프들의 채광작업이 멈추면서 보석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약간이라면 구할 수 있겠지만, 10만 셀이나 되는 분량을 구하긴 불가능하다. 설령 국왕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지.”



“왜 드워프들의 채광작업이 멈추었죠?”



“기밀이다.”



후작의 대답은 단호했다. 리타의 시선이 향했지만 후작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살짝 감았다.



“알겠어요.”



반드시 모든 것을 말해줘야 할 필요는 없다. 들을 필요도 없다. 지금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보석의 공급이 멈췄다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다는 건가요.”



“칸 이디움의 문제가 해결되면 보석이 유통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마.”



“으음…… 10만 셀을 지불해 주신다고 할 줄 알았는데요.”



후작은 우습지도 않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그 정도의 가치는 없지.”



“그렇군요.”



농담을 전혀 농담 같지 않은 표정으로 주고받았다. 조금의 웃음기조차 그들의 얼굴엔 존재하지 않았다. 집사 궤헤른이나 다른 하인들이 있었다면 질릴만한 모습이다.



리타는 탁자 위에 올려놓은 검을 내려다보았다. 검이라고는 그다지 견문이 없는 리타지만 그녀의 시선으로 보아도 훌륭해 보인다. 실칸 고원에서 나는 강철로 만든 검이라 했던가?



실칸 고원은 자이펀의 한 지역으로 레브네인 호수와 함께 몬스터가 출몰하지 않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유명한 게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곳에서만 생산되는 강철이다.



레브네인 호수와 달리 어떤 특별한 존재가 실칸 고원에 있기 때문에 몬스터가 서식하지 않는 게 아니다. 실칸 고원 전역에 흐르는 이상한 기운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사람도 실칸 고원에서는 오랫동안 버티지 못한다.



그런 곳에서 채광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철광석은 그리 많지 않다. 거기다 제련 또한 보통 철광석과 달리 쉽지 않다. 철임에도 불구하고 녹는점이 다르다. 일반 적인 무기 제작에 비해 상당히 정교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무기는 절대로 날이 상하지 않는다. 마법적 처리가 되어 있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험하게 사용해도 날이 나가지 않는다.



그 탓에 실칸 고원산 강철로 만든 검은 아주 희귀하고 비싼 값에 거래된다. 자이펀에서도 왕족과 명가의 수장들만이 만질 수 있다고 전해진다.



우습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검 한 자루만으로도 아무르타트가 바라는 금액의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다.



그런 것을 내놓았다.



처음 보았을 뿐인 조카가 검이 없다고 하자 선물이라면서.



리타는 습관적으로 볼을 긁적거리려다 멈추었다. 그녀는 한번 크게 숨을 들이 쉬고서는 검을 잡았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표정이 환해질 법만도 하건만 후작은 여전히 냉엄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후작이라면 리타가 양녀로 들어가는 걸 허락했을 때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을 것 같다.



“칸 이디움까지는 북부대로가 잘 닦여 있어서 오래 걸리는 거리는 아니지. 칸 이디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소도시니 가는 길이 험하진 않을 거다. 칸 이디움에서 네가 부하들과 만날 수 있도록 조치해 두었다.”



후작은 리타가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고 이미 행동했다. 그는 어제 벌써 부하들에게 연락을 보내두었다.



상황을 예견하는 힘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정해진 상황에 불쾌함을 느껴야 할까. 하지만 어느 쪽도 리타의 머리엔 자리하지 않았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제 일이 있으니 오래도록 도와드리진 못합니다. 그 일만 해결한다면 바로 길을 떠나겠습니다.”



“그래라. 자세한 건 따로 일러주마.”



“알겠습니다, 숙부님.”



그녀의 숙부는 지난번처럼 아주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절대 웃음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상당히 보기 좋았다.



다만 웃긴 것은, 후작에게 있어 리타가 일을 받아들였다는 사실 보다는 그녀가 숙부님이라고 부른 것이 더 큰 가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할슈타일 후작답지 않은 그 미소에 빠져, 리타는 그 뒤에 숨어 있는 후작의 후작다운 의도를 읽어내지 못했다.








*








“답답해서 혼났다 해요!”



“미안해요, 카피. 많이 기다렸죠?”



“고개를 내밀고 싶은 생각을 17번 하고, 몰래 하늘을 날까하는 생각을 20번 하고, 마법을 써서 숨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29번 했을 정도로 기다렸다 해요.”



꽤 상세하면서도 추상적인 대답에 리타는 어색하게 웃었다.



리타는 후작가를 빠져 나와서 아스화리탈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녀는 수도의 거리를 걸으며 안장 바로 앞에 앉아서 투덜거리는 카피의 투정을 들어주고 있었다. 아직 수도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카피가 평소처럼 아스화리탈의 머리 위에 앉진 못했다. 그래도 좁은 주머니 속에 계속 놔둔 게 미안해서 바로 앞에 앉혀둔 상태다.



리타는 귀엽게 부풀어 오른 새하얀 웜링의 볼을 보면서 말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요. 약속대로 카피가 원하는 건 다 사줄게요.”



“헤헤. 진짜다 에요?”



리타의 말 한 마디에 카피는 금방 표정이 헤실헤실 풀어졌다. 사람이 해도 귀여울 터인데 인형 같은 외모로 그러니 어지간히 차가운 소녀라도 탄성을 지르지 않고는 못 베길 모습이다.



소녀 감성을 가질 나이는 십년 전쯤에 지났고, 가진 적도 없던 리타는 길거리에서 파는 먹을 것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과연 수도이기 때문인지 길거리에서조차 그녀가 구경도 못한 각종 먹거리가 즐비했다. 카피의 눈이 바삐 돌아가며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그러다 리타는 묘한 시선을 느꼈다. 그녀는 아스화리탈의 고삐를 잡아 당겼다. 아스화리탈은 자리에 섰고, 리타는 그 앞에서 그녀를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는 한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는 한 손을 입에 문 채로 물끄러미 리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떤 의미인지는 읽기 어려운 아이의 눈이다. 아니, 사실 의미 같은 건 없다. 리타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여러 번 경험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이의 위치가 아스화리탈의 바로 앞이라는 사실이다. 아이는 어느새 리타를 발견하고 쪼르륵 달려와서 그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비키라고 말하는 것보다 옆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는 리타지만,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이 낯익다는 느낌을 받고서는 가만히 있었다. 어제 후작가로 향하던 도중에 마주쳤던 아이다. 극성스런 어머니가 있었던.



“아이고! 이 녀석아! 또 위험하게 거리에서 멍 때리고 있어.”



아니나 다를까. 목청을 높이며 후다닥 아이에게로 달려오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재빨리 옆으로 끌었다. 그녀의 팔에 들린 바구니가 흔들리며 안에 담긴 샌드위치가 얼핏 모습을 보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를 혼내고서는 리타에게 고개를 숙였다.



“여행자님, 죄송합니다. 애가 아직 어려서……”



“괜찮습니다.”



그러자 아이의 어머니가 리타를 알아보았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제 뵌 아가씨시네요. 샌드위치는 잘 드셨나요?”



“네.”



리타는 짧게 대답하고서는 길을 가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앞에 앉은 카피가 생각났다. 역시나 그녀는 아이의 어머니가 든 바구니에 눈을 못박아두고 있었다.



리타는 피식 웃으면서 아이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거 파시는 건가요?”



“예? 아, 예. 드릴까요?”



“두 개만 주세요.”



아이의 어머니는 바구니에서 곱게 싸진 샌드위치 두개를 꺼내서 리타에게 건넸다. 리타는 돈을 치르고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다. 자연스럽게 리타의 손을 따라 카피의 눈이 움직였다.



리타는 아이의 어머니가 보내는 인사를 뒤로하고 아스화리탈을 몰았다.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쭈욱 바라보고만 있던 아이가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시하려던 리타는 하필이면 고개를 돌린 순간에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쳐 버렸다.



그녀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에 어쩌지도 못하고 당황했다. 왜 괜히 고개를 돌렸을까 싶었다. 그녀는 어색하게 한 손을 올려서 아이에게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아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아이의 어머니도 밝게 웃었다.



두 모녀의 환송을 받으며 리타는 북쪽을 향해 걸었다.



어색한 무게감의 검이 허리에서 덜렁거린다. 바로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태양에 꼬리가 짧아진 그림자가 뒤를 따라붙었다. 이제껏 그녀를 붙잡던 과거의 잔향이 이제는 인상을 펼 수 있을 만큼 희미해져, 아스화리탈은 그 이름의 주인처럼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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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일 만이군요.

비겁한 변명거리가 몇가지 있지만 고이 접어두고

연재 재개합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2 개
언제나 창작의 길은 멀고 험하니까요
계속 걷는게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계속 걷는것도 이 글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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