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5. 복수의 검은 손길 (22)2016.01.12 AM 02:07
*
수도에서 멀어졌기 때문일까? 밤의 식당은 몇 개의 촛불만이 밝혀져 있었다. 리타는 어슴푸레 비치는 불길이 새하얀 웜링의 몸에 이리저리 장난을 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붉은 색으로 물든 카피가 스프 그릇에 박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무슨 생각 중이다 해요, 리타?”
“카피가 언제쯤 고개를 들지 생각하고 있었죠. 그리고 과연 카피가 먹은 음식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요.”
자기 몸통아리만한 빵을 먹어 치우고 그걸로 모자라 스프 그릇의 바닥까지 핥아먹는 카피를 보니 생명의 신비함이란 게 새삼 느껴졌다.
카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헤헷.’하면서 밝게 웃었다. 딱히 놀리는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 리타도 생긋 웃어보였다. 그녀는 볼을 잠깐 긁적이고서 팔짱을 꼈다. 새카만 어둠이 내린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은 얼핏 불빛마저 변화시키지 못할 것만 같았다.
“숙부님의 병사들이 어째서 절 찾아오지 않은 걸까요?”
“약속이 잘못 전달 된 것 아니냐 해요.”
“그렇진 않을 거예요. 그런 사소한 실수를 할 정도로 사병들을 방종케 하실 숙부님이 아니니까요.”
“그렇다 해요? 카피는 리타의 숙부라는 사람을 잘 몰라서 생각하기 어렵다 에요.”
“카피의 생각이 보통이겠죠.”
그녀라고 해서 할슈타일 후작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만남은 단 두 번뿐이었고, 함께한 시간은 지극히 짧았다. 그녀가 읽어낸 것은 고작 그 시간 동안의 후작일 뿐이다. 그녀와 함께하지 않았던 수많은 세월의 후작이 어떠한지는 모른다.
아무리 느낌이 그러하다지만, 단지 그 짧은 순간만의 기억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게 옳을까? 리타는 고개를 저었다.
“카피의 말대로 실수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전적으로 숙부께 연락을 일임했었고, 숙부는 저와 사병들에게 만날 일시와 장소만을 명시해 주셨을 뿐이니까요. 그 과정에서 사소한 오차가 발생했을 수도 있겠군요.”
“그럼 어쩔 거냐 해요?”
리타는 짧게 ‘음.’하는 소리를 내며 생각하고 대답했다.
“제 마음 대로라면 그냥 무시하고 제 갈 길 가고 싶어요. 그냥 카피랑 북해로 가면 좋겠어요.”
“그렇게 할 거다 해요?”
“아뇨.”
리타의 대답은 즉시 튀어나왔다. 그녀는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부정했다.
카피는 그녀에게 왜 그러냐고 눈빛으로 물었다. 인형 같이 동그란 눈망울이 불빛을 머금은 채 리타를 향했다. 리타는 팔짱을 낀 채로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 편한 자세를 취한 그녀는 자신의 대답을 내놓았다.
“이제까지의 저라면 그랬을 거예요. 제 마음이 내키는 대로, 왜 그런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하고 싶은 대로 했겠죠. 하지만 이제 그러고 싶진 않아요. 하고 싶은 마음과 하기 싫은 마음. 이런 상반적인 마음이 드는 자신이 조금 이상하기도 하네요.”
“이상하다해요.”
“후후. 카피는 카피니까요. 그런데 인간은 이게 이상하지 않다고 해요. 어떤 일에 대해서 단순히 한 가지의 마음만 드는 인간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꿈에도 그리던 연인과의 첫날밤은 황홀하기만 한 게 아니다. 기쁨과 함께 닥쳐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함께한다. 아직 그런 경험이 없는 리타지만, 그 예는 제법 이해가 갔다.
과거에는 절대 알지 못했던 두 가지의 마음. 그녀는 이런 이율배반적인 마음이 인간의 특권이라 생각했다.
카피는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를 하지 못하는 모습에 리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카피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 그녀가 마치 인간이라고 인정해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숙부는 저를 믿고 부탁을 했어요. 그리고 대가로 우리 일행을 도와주기로 했고요. 더군다나 여기서도 칼라일 영지와 같은 비극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요. 저는 다른 사람의 믿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것이 제 마음 중에 하나에요.”
“떠나고 싶단 마음은 뭐다 해요?”
“그건 제가 워낙에 이기주의적인데다 게으름뱅이라서 그런 것이죠. 일종의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음. 알겠다 해요.”
“농담 삼아 한 말이지만 바로 긍정해 버리니 조금 슬프네요.”
카피는 두 눈을 깜박이며 리타에게 의문에 찬 시선을 보냈다. 리타는 가볍게 웃으며 냅킨을 들어 카피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빵가루와 스프가 묻어 있던 카피는 금방 말끔해졌다.
리타는 냅킨을 다시 원위치대로 놓으며 카피에게 물었다.
“그리고 이 일에 개입하게 되면 생각보다 깊게 빠져들 것 같아서 망설여지네요.”
“왜다 해요?”
“일이 길어지면 카피와의 약속을 지킬 시간이 점점 멀어지게 되니까…… 요.”
말을 하던 리타는 슬그머니 입을 가렸다.
시간이 멀어지게 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일까? 리타는 스스로가 가지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관념과 드래곤이 느끼지 못하는 시간의 조급함을 생각했다. 시간이라는 단어는 아주 평범한 것이지만 왜 이토록 입안이 껄끄러운 걸까?
역시나 카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늦어도 상관없다 해요. 리타가 약속만 지키면 되는 거다 해요.”
“…… 그런가요?”
“어차피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것이 언제든 상관없다 해요. 리타는 북해에 갈 예정이다 에요?”
“예.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러면 괜찮다 해요. 리타가 하고 싶은 것부터 먼저 하라 해요. 웅…… 하고 싶은 건 아닌 건가?”
“지금은 해야 할 일이라고 하는 게 적당하겠네요.”
“역시 리타는 똑똑하다 해요.”
“과찬의 말씀을.”
리타와 카피는 서로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이미 자신의 몫으로 할당된 식사를 다 해치운 리타는 맥주가 든 잔을 기울였다. 그녀는 그릇이 뚫리진 않을까 걱정될 지경인 카피를 안주 삼아 지켜보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병사들의 행적을 수소문해 보았다. 숙부의 말에 따르면 수십 명이나 되는 부대이니 당연히 사람들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군인들을 보았다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그리고 본 사람들이라 해도 그들의 행적은 알지 못했다.
군인이 자신의 임무를 외부인에게 발설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이 도시의 사람들에게 발설하진 않았을 것이다. 혹여 발설한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그런 인물을 리타가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병사들이 과연 어디로 갔을까? 거기다 왜 사람들은 그들이 어제부터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을까?
어제부터 어느 누구도 병사들을 보지 못했다. 즉, 그녀가 만나기로 했던 병사들은 갑자기 증발하듯 사라졌다.
“으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병사들을 찾아야 할 건지,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리타는 나지막하게 신음을 흘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삐걱.
그녀의 주름이 미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걱정이 될 무렵, 오래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타가 있던 식당은 여러 소리로 가득했지만 이상하게 그 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눈을 들어 입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들어선 사람은 십대 후반의 소녀였다. 사람이 많은 거리를 걷는다면 남자들 중에 대부분은 돌아볼 법한 미소녀다. 바이서스보다는 헤게모니아 쪽의 분위기가 난다. 길쭉하게 뻗은 다리나 여리지만 잘 짜여진 몸매가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
그러나 그녀가 미소녀란 것이 리타를 놀라게 할 순 없었다.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새빨갛다.
식당의 입구를 밝히고 있던 양초의 촛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선명한 붉은색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쓰고 있는 모자 아래로 드러난 머리는 그다지 길지 않았으나 어깨 근처에서 깔끔하게 잘려있었다. 그리고 일렁이는 불꽃을 듬뿍 머금어도 그 색이 변하지 않을 만큼 진한 붉은색을 자랑했다.
리타는 턱을 괴었던 손을 치우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녀는 검은 두 눈을 깜박거리며 다시 입구를 쳐다보았다.
잘못 본 게 아니다.
그녀의 눈에 잡힌 것은 분명한 붉은 머리다. 그것도 십대 중후반의 소녀가 가진 것이다.
너무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탓일까. 문을 열고 등장한 소녀는 식당의 안을 살피듯 둘러보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리타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리타가 시선의 마주침에 놀라서 고개를 돌려버릴 정도의 위인은 아니었기에 두 여성의 시선은 한동안 맞물렸다. 그리고 그것은 호박색으로 빛나는 눈망울을 지닌 소녀가 웃는 것으로 끝났다.
소녀는 식당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있지 않아야 할 것이 억지로 이곳에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을 거리낌 없이 걸어 리타의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 리타의 맞은 편 의자를 빼더니 거기다 바로 엉덩이를 털썩 떨어트렸다.
“여기 있었네? 찾는데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당신 정도의 미인이 흔하지 않다 보니 금방 찾았어. 당신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당신을 보고도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던걸?”
소녀는 머리에 쓴 모자를 벗더니 탁자 위에 자연스럽게 올려놓았다. 그 동작에 스프 그릇과 합체를 시도하고 있던 카피가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갑작스레 나타난 소녀의 존재를 의아하게 생각하며 바라보았다.
하얀색의 영롱하고 큰 눈망울이 향하자 소녀는 미소 지었다.
“어머나. 맛있게 생겼네.”
카피는 큰 눈을 빠른 속도로 몇 번 깜박거렸다. 그리고 즉시 리타를 올려다보았다.
“리타, 지금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해요?”
“자신의 특이한 식습관에 대한 견해를 직설적인 화법으로 표현했어요.”
카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의 뜻을 깨닫고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잽싸게 탁자를 달려서 리타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어깨를 타고 올라가 등 뒤에 숨어버렸다.
그 장면을 쭉 보고 있던 소녀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쿡쿡. 그거 귀엽네. 그런 건 어디서 구했어?”
자연스레 소녀는 반말을 했다. 겉보기로는 겨우 후치와 또래 정도로 보이는 데 꽤나 반말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리타는 누구에게나 그러듯이 자연스럽게 존대로 응했다.
“25년 동안 연애하지 않으면 그랑엘베르가 불쌍히 여겨서 선물해 줍니다.”
“아쉬워. 난 안 되겠는 걸. 아, 나 여기 앉아도 되지? 안 된다고 해도 앉을 거지만.”
너스레를 떠는 소녀를 리타가 빤히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눈매의 리타가 무표정하게 바라보면 꽤나 무서운 느낌이 든다. 그러나 소녀는 그 눈매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여기 맥주 하나 줘.”
주방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자연스럽게 주문까지 한다. 주문을 받던 주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꼬맹이한텐 안 판다.”
“헤에. 어리게 봐 줘서 고맙긴 한데, 이래봬도 마신 술이 이곳에 쌓아 두고 있는 것보단 많을 거거든. 그러니 그냥 주시지?”
어림도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고선 주인이 대꾸했다.
“이제 겨우 털 나기 시작한 내 자식 놈도 자기 친구들 앞에선 오크통 하나 정돈 우습게 비워내는 주당이지.”
한마디로 허세 부리지 말란 뜻이다. 그러나 소녀는 쉽게 굴하지 않았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아빠. 근데 파티는 이미 남자친구랑 술도 마셔 봤어요. 그러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뭐?”
어이없음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형상화해놓은 얼굴의 주인에게 소녀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어리다고 술 마시면 안 된다고 참견하기에 우리 아빠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네?”
“허헛……”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말고 그냥 주시죠, 아버지?”
“난 너 같은 딸 둔 적 없다. 내 딸이었으면 남자친구랑 마셨다는 말이 나온 그 순간부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주인은 그 말만을 남기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소녀는 다시 주인이 맥주를 들고 나와서 그녀에게 가져다주는 순간까지 미소를 유지했다. 주인은 그 미소가 어이없는지 허허 웃으며 맥주를 탁자에 놔두고 돌아갔다.
소녀는 맥주를 매우 익숙한 동작으로 들이켰다. 처음 술을 맛보는 사람 특유의 어설픔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몇 모금 꿀꺽거리며 마신 소녀가 크게 숨을 내쉬며 맥주잔을 내렸다.
“캬하! 시원하구만!”
리타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소녀가 눈을 깜박였다.
“왜 그렇게 쳐다 봐?”
“저보다 더 여성답지 않은 여자를 보는 경험은 꽤나 희귀합니다.”
“욕이야?”
“저는 그런 의도로 한 말은 아니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군요.”
리타의 농담 같은 진담에 소녀는 피식 웃었다.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 모습 때문일까. 그 모습도 어쩐지 아저씨 같아 보인다.
소녀는 맥주잔을 놓지 않은 채 리타를 향해 말했다.
“자, 이제 물어봐.”
“뭘 물어보란 건가요?”
“이 상황에서 응당 물어봐야 할 것.”
“그게 뭐죠?”
소녀는 ‘이것 봐라?’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으면 ‘응당’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지. 그러면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리타는 잠깐 생각했고, 금방 입을 열었다.
“남자친구 있습니까?”
“…… 없어.”
“그렇군요.”
납득하고서 고개를 끄덕이는 리타를 보니 소녀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방금 전 주인이 짓던 표정이 떠올랐다.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아니면 원래부터 성격이 그런 거야?”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조심스레 후자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이상한 여자네.”
“종종 듣는 소리입니다.”
덤덤하게 인정하는 리타의 모습에는 전혀 동요나 비꼼이 섞여 있지 않았다. 소녀는 별 희한한거 다 보겠다는 듯 리타를 살펴보며 말했다.
“그쪽에서 먼저 묻지 않으니 내 소개부터 해야겠네. 내 이름은 세파티. 보는 대로 아리땁고 어여쁘고 순진무구한 꽃청춘이야. 점을 보는 걸 나름의 업으로 삼고 있고. 아, 참고로 이상형은 키가 크고 몸도 좋은 데다 집안 빵빵하고 잘생긴 기사야.”
“반가워요, 세파티씨.”
“…… 역시 여간내기가 아니네. 어쨌든 내 말은 내가 점을 좀 보는데 말이야. 나한테서 점 볼 생각 없어?”
“점?”
“그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한 거 없어? 마음에 품고 있는 남자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뭘 해야 돈이 좀 벌려서 마음껏 술을 사먹을 수 있을까? 불안한 이 세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뭐, 이런 것들 말이야.”
“어차피 일어날 일을 제가 알게 된다고 무엇이 달라집니까?”
리타는 꽤나 진지하게 물었다. 그리고 그 진지함에 답하듯이 세파티도 똑바로 대답했다.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되지. 물론, 통속적으로는 말이야. 화염의 창이 이 세상을 모두 불태워버리는 미래를 알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그럴 순 없겠지만.”
화염의 창이라는 단어가 리타의 가슴에 무엇인가를 건드렸다. 그러나 큰 울림은 아니었다. 리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좋은 일이라면 그 기쁨을 위해 남겨두고, 나쁜 일이라면 지금의 평안을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잡상인에게 절대 물건을 사지 않을 처자로군.”
그건 사실이다. 리타는 한 가지 물품을 제외하고서는 쉽게 물건을 구매하지 않았다. 참고로 그 한 가지 물품이 연애서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제미니 밖에 없다.
세파티는 리타의 부정에도 포기한 기색을 비치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에도 과연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을지 시험해 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이건 어때? 어떻게 해야지 사라진 병사들을 찾을 수 있을까.”
마지막 말에 리타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말을 한 세파티는 싱글거리며 리타의 눈을 정면으로 받았다. 가볍게 올라간 그녀의 입 꼬리가 꽤나 여유 있어 보였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내가 왜 그쪽을 찾아 왔을 거라고 생각해? 사람은 정보도 돈으로 만들 수가 있는 종족이지. 아는 게 있으면 제 값을 받고 필요한 사람에게 팔 수 있고 말이야.”
“사죠. 얼마면 됩니까?”
돈은 많다. 부자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도둑 길드에 냈던 것과 비슷한 보석들이 몇 개 더 있다. 세파티가 상식에서 벗어난 금액을 말하지 않는 이상 얼마든지 낼 수 있다.
그리고 세파티는 그녀의 작은 각오를 손쉽게 무너트렸다. 그녀는 계속 잡고 있던 맥주잔을 살포시 들어 올렸다.
“이거 하나만 더 사줘. 물론 이거 값도 포함해서.”
맥주 두 잔 값을 위해서 일부러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서 찾아온 소녀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타인에게 무관심한 리타라 하여도 어떤 목적이 있음이 분명해 보이는 소녀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깊어졌다.
“여기 맥주 한 잔 더 주십시오.”
“거래 성립이군.”
세파티는 진한 웃음을 머금었다. 휘어진 호박색 눈동자가 꽤나 즐거운 듯 보였다.
리타는 그녀의 눈빛에서 일차적인 감정 외에 다른 것은 읽지 못했다. 그녀는 의도대로 끌려가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며 질문했다.
“그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세파티는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 안에 있음에도 손가락을 쭉 들어서 방향을 가리켰다.
“여기서 세미나스 평원 쪽으로 가다 보면 숲이 하나 나와. 병사들은 그곳으로 갔어.”
원래라면 여기서 알겠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것을 의식적으로 멈춘 리타는 다시 질문했다.
“당신은 어떻게 그걸 알고 있습니까?”
마을 사람들 중에서 그 누구도 알지 못한 병사들의 행적이다. 그런데 이 이상한 소녀는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정보를 순순히 넘겨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라면 그것을 단순한 호의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세파티는 가볍게 양 손을 들어 제스처를 취했다.
“내가 착해서 곤란해 하는 사람을 못 내버려 두거든.”
“그렇군요.”
리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나가 다 쉽게 변하는 법은 아니다. 그녀의 반응에 오히려 세파티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농담으로 한 말에 진짜로 수긍해버리니 미안해지는데?”
“농담이었나요?”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습니다.”
리타는 짧게 대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품을 뒤져서 식사 값과 함께 세파티가 마신 맥주 값까지 꺼내 탁자에 내려놓았다. 세파티는 돈이 나오자 눈에 반짝거리는 생기가 돌았다. 붉은 머리와 맞물려 그 모습이 누군가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혹시 그들에게 쫓기고 있었습니까?”
이번에는 세파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살짝 벌어진 입을 금방 다물며 되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그 병사들을 찾는다는 걸 듣고 아는 사이인가 싶었는데, 정말 그런가 보네. 맞아. 난 그 녀석들에게 쫓기고 있었어.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잡아가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순순히 잡혀갔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 그럴 수 없지. 당신이 그들에게 내가 잡히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내 진짜 조건이야.”
“보통 그 조건을 먼저 말하는 게 정상입니다만.”
자신의 입에서 정상이라는 말이 나왔음에 리타는 내심 놀랐지만 겉으로 동요를 드러내진 않았다. 다행히 리타에게 정곡을 찔린 세파티는 그녀의 변화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세파티는 변명하듯 조금은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다짜고짜 그렇게 말하면 아애 안 들어줄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난 내 인생 망치긴 싫거든. 이제 겨우 그 일을 시작했는데 그 사람들 때문에 망칠 순 없어. 그러니까 꼭 그 사람들이 날 포기하게끔 만들어 주지 않겠어?”
리타의 논리로는 그녀의 말을 납득할 수 없었다. 협상은 기본은 완료되기 전까지 거래를 완료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장소는 가르쳐준 상태에서 목적을 말했다. 그건 이상한 일이다.
“만약 제가 이대로 당신을 잡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도망쳐야지.”
당연한 말을 왜 물어보냐는 것처럼 즉시 대답이 나왔다. 그리고 리타도 즉시 다음 질문을 던졌다.
“제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졌을 줄 알고 도망칠 수 있다고 장담하시는 겁니까?”
“내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졌을 줄 알고 도망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그대로 되받아친 말이 리타의 입을 막았다. 세파티는 어느덧 다 비워버린 맥주잔을 치우고 주인이 새로 가져다준 맥주잔을 잡았다. 그녀는 즐거운지 생글거리며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협박할 생각 하지 마. 잡을 마음이 있는 놈들은 그런 말도 없이 듣는 척하다가 뒤통수 칠 궁리나 한다는 걸 잘 알거든. 그 말은 잡을 마음이 없으니 그렇게 말했다는 뜻이지. 틀려?”
“아뇨.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어. 그쪽 언니는 내가 가르쳐준 대로 병사들을 찾아서 날 쫓는 걸 중단시키기만 하면 돼.”
“……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뭔데?”
“몇 살이죠?”
대화의 흐름상 의외의 질문이지만 세파티에겐 익숙한 질문이었다.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 질문이었기에 그녀의 인상은 조금 찌푸려지는 게 당연했다.
“적어도 열일곱은 아냐.”
할슈타일 후작의 사병들이 쫓았다면 수도 없이 질문을 받았을 것이다. 리타는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됐어. 진짜 죄송한 일은 날 잡아가는 거니까, 그렇게만 되지 않게 해줘. 알겠지?”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 대답은 세파티에게 불만족스러웠다. 단순히 설득만 하겠다는 말로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더 이상 요구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잘 부탁해.”
세파티의 호박색 눈동자가 촛불을 머금고 그녀의 머리칼과 닮은 빛을 냈다. 짙은 붉은 빛이 진하게 흘렀다.
*
늦은 밤에 마을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밤의 숲을 거니는 것은 엘프가 아닌 이상 숙련된 모험가라도 피하는 일이다. 리타는 마을에서 하루를 더 보내고 나섰다.
세파티가 일러준 대로 그녀는 방향을 잡고 아스화리탈을 몰았다. 날씨는 이제 꽤나 추워져서 망토를 걸쳐도 서늘함을 벗 삼은 바람이 어루만지고 지나가자 꽤나 몸이 차가워졌다.
리타는 휘날리는 그녀의 머리를 정돈해 짧게 묶었다. 그리고 아스화리탈에서 내리섰다. 눈앞으로는 숲이 펼쳐져 있었고, 숲에서 말을 타는 것은 숲지기의 딸이라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가 말을 타고 숲지기를 하진 않았으니 말이다.
숲의 초입에 들어선 리타는 발걸음을 천천히 내딛으며 숨을 내쉬었다. 아직 하얀 입김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입김이 퍽 뜨겁게 느껴진다. 리타는 입을 열었다.
“이상한 숲이네요.”
아스화리탈의 머리 위에 있던 카피가 고개를 쑤욱 돌렸다.
“리타도 그렇게 느꼈다 해요?”
“네.”
리타와 카피는 모두 숲에 들어서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들의 감각이 예민한 편이기도 했으나, 숲에서는 분명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조심하면서 가도록 해요. 카피는 위로 날아가면서 상황을 살펴봐주지 않을래요?”
“알았다 해요.”
카피는 날개를 쫙 펼치며 금방 하늘로 날아갔다. 숲의 나무들이 울창했지만 카피의 상승을 방해하진 못했다. 카피는 나뭇가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사이를 손쉽게 빠져나갔다.
리타는 시야에서 카피가 사라지자 눈을 돌리고 걷기 시작했다. 아스화리탈은 이제 꽤나 그녀에게 친숙해져서 고삐를 잡지 않아도 그녀의 뒤를 알아서 따라왔다.
리타는 무표정으로 숲을 걸었다.
다가닥다가닥 거리는 아스화리탈의 발자국 소리만이 숲을 울린다. 그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흔히 있어야할 새들이나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전혀 없다. 몬스터들이 있는 숲에서는 가끔 그런 일들이 벌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몬스터들의 흔적조차 없다. 있는 것은 대규모의 인간들이 이동한 흔적이다.
무엇일까? 무엇이 이리도 숲을 고요히 만들어 버렸을까?
대지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자랑하고픈 태양의 강렬한 시위조차도 막아버리는 나무들 사이로 어둑한 길을 걸으며 리타는 생각에 잠겼다.
이 곳을 알려준 건 세파티라는 이상한 소녀다. 그녀는 자신의 목적을 밝혔지만, 진짜 목적이 그것 밖에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수상했다. 그녀가 처한 입장이야 그럴 듯 했지만, 리타를 숲에 보내려고 한 것 외에는 목적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보낸 숲은 명백히 뭔가가 어긋나 있는 곳이다. 그렇다는 것은 정말로 리타를 이곳에 보내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는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면 왜 그녀를 이곳에 보낼 필요가 있었을까? 리타는 자신이 원한을 산 곳을 떠올려 보았다. 당장 도둑 길드가 생각났지만, 그들은 이렇게 복잡하고도 조잡한 방법을 복수에 채택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이서스 임펠에서 분명히 그들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아 있었다.
다가닥다가닥.
말발굽 소리가 귀를 때린다.
지금 중요한 것은 세파티의 목적보다는 당장 이 숲에 있다. 지금이라도 돌아 나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도 확실히 보이는 병사들의 흔적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병사들이 이곳에 왔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녀는 그들을 도와서 아이들의 실종을 해결하기로 결심했으니, 지금은 그 결심을 따라야 한다.
그러다 리타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뒤따라오던 아스화리탈도 걸음을 멈췄다. 이제 숲에는 그 어떤 소리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 고요한 적막 속에서 리타는 미간을 좁혔다.
“피 냄새……”
비릿한 철의 냄새. 리타는 잘 알고 있는 냄새를 맡았다. 숲지기를 오래도록 한 그녀는 동물의 피 냄새와 사람의 피 냄새가 다름을 알고 있다. 그녀는 지금 맡은 냄새가 분명히 사람의 것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리타는 고개를 들어 외쳤다.
“카피!”
꽤 큰 소리가 숲을 울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활공하는 것은 없었다. 리타는 고개를 갸웃하며 몇 번 더 카피를 불러보았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리타는 카피를 부르는 것을 포기했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숲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평범한 숲의 모습뿐이다. 어디에나 있는 나무와 어디에나 있는 풀. 한 폭의 정물화 마냥 멈춰선 숲이 그녀의 눈에 담겼다.
미풍조차 불지 않는 숲 속에서 리타는 결국 걸음을 옮겼다. 카피의 의견을 구할 수 없으니, 지금은 이 피 냄새를 따라 가는 것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숲은 걸어갈수록 기묘했다. 피 냄새는 분명 느껴졌으나 걸어도 그 냄새가 가까워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왜 가까워지지 않는 것일까?
리타는 숲길에서 벗어났다. 길이 아닌 곳으로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흔적은 길에서 벗어나 있었다.
수풀 가득한 곳을 헤치며 나아갔다. 그녀의 원피스에 잔뜩 나뭇잎들과 작은 풀들이 묻었다. 하지만 작은 발걸음으로 그녀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어쩐지 익숙한 길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조그마한 손을 들어서 그녀는 눈앞을 가린 수풀을 치워냈다. 그러자 널찍한 공터가 드러났다.
공터에는 나무로 지어진 집 한 채가 있었다. 처음보지만 아주 낯익은 집이다. 왜 이렇게 낯익을까? 그녀는 작은 머리를 옆으로 기울였다. 묶지 않고 풀어진 긴 머리가 스르륵 흘러내렸다.
그 집의 입구에는 흔들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 위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꽤나 두꺼워서 어려워 보이는 책이었다.
그녀는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
단정히 자른 검은 머리에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과 큰 키. 약간 호리호리해 보이는 체형임에도 안긴 가슴은 따뜻했던 사람.
어린 소녀는 매우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를 사용했다.
“아빠!”
나이젤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
생존신고만 남기기 죄송한 관계로 한 편 올립니다.
근황보고를 해보죠.
타자는 계속 각종공모전에 글을 제출하고 있습니다.
아직 계약한 글은 없으며, 현재 네이버베스트의 창이천충기와 노블엔진 단편전 입상만이 유일한 업적달성 상태입니다.
지난 한해동안 A4로 2천장, 총 10작품 가량을 적어냈지만, 아직도 해낸 게 없단 사실에 조금 슬퍼집니다.
아무르타트까지 병행하기엔 시간도 없었지만, 문체의 변화가 심해서 힘들었습니다.
지금 문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영도님과는 멀어진 상태입니다. 신경 썼지만 힘들더군요.
그래도 아직 이 글을 포기하고 있진 않습니다.
이번 로코조이 런칭행사때 영도님이 오시면 접선해볼 요량이었지만 오시지 않으시더군요 ㅠㅠ
뭔가 확실한 계약이 맺어지면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이 글에도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힘듭니다.
그래도 조금씩 적어 올리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덧. 기다리시는 분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 소제목 떡밥을 투척해 보겠습니다.
6. 죽어서 사는 것
7. 약속의 가치
8. 관찰자의 책임
9. 그녀의 이름
10. 홀로 걷는 그림자
11. 헤게모니아의 무녀
12. 과수원의 만담
13. 미정
제 글을 쭉 읽으신 분들이라면 12챕터의 의미와 13챕터가 왜 미정인지 짐작하시겠죠.
그럼, 진짜로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3 개
- 부가가치
- 2016/01/12 AM 02:17
오랜만에 올리셨네요.
단편제 입상도 하셨으니 앞으로 좋은 결과가 기다릴 겁니다.
단편제 입상도 하셨으니 앞으로 좋은 결과가 기다릴 겁니다.
- 매드★몬스터
- 2016/01/12 AM 02:44
오~랫만에 확인하네요
좋은 꿈들 꾸셨는지요
좋은 꿈들 꾸셨는지요
- 멋지고멋져
- 2016/01/13 PM 07:10
돌아 오셨군요.
바쁘실 거라 생각은 했지만 기다림은 가라앉지 않더군요.
이공간을 잊지만 말아 주시고, 원하는 일에 매진하시길...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바쁘실 거라 생각은 했지만 기다림은 가라앉지 않더군요.
이공간을 잊지만 말아 주시고, 원하는 일에 매진하시길...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