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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잠이 안와 그냥 혼자 지껄여보는 이야기2013.09.02 AM 03:47
20대 중반까지 정말 아무걱정없이 흘러가는대로
그냥 몸을 맡기고 별다른 고비는 겪지 않았습니다.
모질게 남을 몰아붙인적도 없고 무시하지도 않고
그냥 문안하게 살아왔습니다. 대낮의 그림자처럼 있어도 없는느낌이랄까....?
잠시 삐걱댔던건 좋은 일자리로 취직되었다가 짤렸을때?.....
뭐 개인적으로 부적합한것 때문이라 어쩔수 없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집에 누를끼친게 되어버리니 집안 분위기가 안좋았었죠.
그것도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정도는 고비도 아니죠.
갑자기 찾아온 친척 그리고 5천만원의 빚.
솔직히 저는 돈이 없으면 불편할 뿐 별로 엄청난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갚으면 되는 돈 이라며 위기 의식을 갖지 않았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좌절해서 불평불만의 삶이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살짝 위험했죠. 힘들게 얻은 집을 팔아야 하는 지경이니까요.
하지만 진짜는 그다음이죠.
아버지의 간암선고
그때 솔직히 얼어붙었습니다.
간암선고 6개월 전 빚을 떠안았을때 제가 아버지께 드린 말씀이 있거든요.
"무리하게 빚 갚으려고 용쓰다가 병걸리면 큰일나니깐. 절대 아프지 마세요"
솔직히 아버지 건강은 간암선고 이전부터 조금 안좋았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무슨일이 있어도 사극을 챙겨보시던 분이 그냥 주무셨죠.
지레짐작으로 그냥 마음 상해서 피곤해서 그러시겠거니 했는데......참.......
제 말이 독이 된것같아 마음이 좋지 않네요.
인터넷, 책자 각종정보들을 찾아봤지만.
간암 말기의 수명은 1년이하가 상당 하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보러 야간 끝나면 꼬박꼬박 찾아갔었죠.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만큼 행복했던 시간은 없었을겁니다.
병원에 가면 살아계신 아버지의 얼굴을 볼수 있다는것은 크나큰 행복이었죠.
처음 절제수술하고 상태가 좋다고 하여
치료 받다가 약제 실험에도 참가하려 했으나
갑자기 수술경과가 안좋게 나왔다며 약제 실험도 취소되고
색전술까지 시술받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냥 수술해서 좋아지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만하고 좋아질거라고 마음만 놓게 하지
실제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자기들도 잘 모르는것 같더군요.
안좋아져서 손 못쓸정도 되면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더라고요.
뭐 그런건 둘째치고
상태가 안좋아지셨을때 간 이식에 대해 의사분께 잠깐 이야기 한적 있습니다.
돌아온 이야기는 간이식을 한다 해도 금방 재발할지도 모르고, 재정적 부담만 커진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시더군요
솔직히 제 간을 떼어낼 생각도 하고 있어서
순간 이 분이 의사가 맞나? 생각했지만.... 금전적 현실로는.......솔직히 그시절엔 한계가 있었죠.
간이식 후 재발이라도 하는날엔 아버지는 물론이고 남겨진 어머니와 저도 파탄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사분이 마지막에 한말
"간 이식 해줄분은 있으세요?" 라는 물음에 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 일생일대의 최대 실수이자 최대의 오점이죠.
금전적 문제로 아버지의 목숨을 재고 있었던 거죠.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아니죠 알고 있었으나 그 무게를 너무나도 몰랐던겁니다.
작년 11월 아버지는 세상을 뜨셨습니다.
약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버지 사진을 제대로 보질 못합니다.
보면 그냥 눈물이 자동으로 나와요.
저희 외가친척들이 가끔 모일때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서 까페 홈피에 올립니다.
내일 오전출근인데 오래간만에 생각없이 구경하다가 아버지 사진을 보고
궁상맞게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참 못난놈이네요.
쓸데없이 긴 글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고요
만약에 여러분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진짜 잘 생각하셔서 판단하시고
저 처럼 후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댓글 : 2 개
- madcat_mk2
- 2013/09/02 AM 03:59
가슴 아프지만 현실은 냉정하죠. 이식을 해서 백퍼산다면 모르지만
암말기라면 사실 별로 소용없었을거에요.
이식 못한거에 죄책감느끼지 마시고 같이 병원에서 한 대화와
같이 있던 시간을 좋은추억으로 소중히 생각하세요.
제가 어릴때부터 한집에 사시던 삼촌을 췌장암으로 보내드릴때 그랬거든요.
암말기라면 사실 별로 소용없었을거에요.
이식 못한거에 죄책감느끼지 마시고 같이 병원에서 한 대화와
같이 있던 시간을 좋은추억으로 소중히 생각하세요.
제가 어릴때부터 한집에 사시던 삼촌을 췌장암으로 보내드릴때 그랬거든요.
- Curius
- 2013/09/02 AM 04:32
아버님도 수술하시는 것이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삶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신다는 걸 아셨을 겁니다. 선택은 아픔을 가져왔지만 그 아픔의 무게만큼 아버님을 마음속에 더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게 된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저도 비슷한 일로 선택의 기로에 선적이 있었는데 님과 비슷한 결정을 내렸었지요.
그 일 이후에 혼자서 밤에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고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힘내세요.
저도 비슷한 일로 선택의 기로에 선적이 있었는데 님과 비슷한 결정을 내렸었지요.
그 일 이후에 혼자서 밤에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고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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