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축의금 만삼천원 [펌]2013.06.25 AM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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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는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아이를 등에 업고서

토막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 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헐떡이면서

땀을 흘리며 나타난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의 아내를 통해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만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커 사과장수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우며 번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 먹기 위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젯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 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 해남에서 형주가 -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축의금 일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어젯 밤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 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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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9 개
아 ㅅㅂ...
직장인데 눈물났자나요 ㅠㅠ...

아.............ㅠㅠ
아.... 울컥하네요 ㅠㅠ
ㅠㅠ
울컥 하다가..
축의금 13,000원
+ 고속버스 왕복차비 약 6만원 이상??
4~5일치 장사한 돈일텐데..
ㅜㅜ
아 울컥하네요.....눈물좀 닦아야겠습니다
국문과나 철학과 출신인가보네요. 그쪽이 취직이 안되긴하죠 ㅜㅜ
저거 예전부터 돌던글이라 작성 시기가 언젠지는 모르겠는데
일당 2만원이면 걍 다른일 하는게 낫지 않으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볼때 마다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다린보람 //
1. 저 글이 수록된 행복한고물상이 2005년 초판이니 10년 전 이야기면 당시 1995년

2. 주인공인 이철환작가는 서울태생에 서울에서 야간학교 교사였으니 결혼식이 서울이라고 가정

3. 친구의 편지 마지막 -해남에서 형주가- 로 미루어 친구 아내는 해남에서 출발

4. 1995년 해남-서울 버스요금을 찾을 방법은 모르겠고 2005년 해남-서울 일반고속버스요금이 17400원이며 200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년간 시내버스와 지하철, 시외ㆍ고속버스, 택시 요금은 1995년과 비교해서 평균 85.4%올랐다고 하니 1995년엔 9385원정도로 유추해볼 수 있음

5. "등 뒤의 아가" 보호자가 동반한 유아 1인이 별도의 좌석을 요구하지 않을때 무료

6. 왕복하면 18770원으로 예식장까지의 대중교통요금까지 고려하여 2만원정도??

7. 한국노동연구원이 작성한 "1995년 최저임금심의를 위한 표준생계비"에 수록된 가구별 표준생계비(3인)기준 687,573원을 근로일수 25일(95년 당시 주6일근무)동안 벌려면 일일 27500원 벌어야 겨우 먹고 삼.

8. 내가 미쳤나 왜 이딴걸 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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