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돈과 원수진 英 기인, 1년간 무일푼 생존 수기 2010.10.19 PM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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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버젓한 집이나 차도 없이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를 먹으면서, 돈이라고는 10원 한푼 쓰지 않는 외로운 독신남이 돼버렸다.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하다니, 어찌보면 영락없는 광인이다.

이렇게 평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생활로 해외토픽까지 오른 마크 보일(31)의 책 '돈 한푼 안쓰고 1년 살기(부글북스 刊)'가 도착했다.

책 속에서 영국의 기인 마크는 영국 록그룹 멤버 로저 워터스의 표현을 빌려 우리가 '안락한 마비상태'에 빠져 있다며 도리어 우리들을 꼬집는다. 대자연에 안기는 멋진 경험과 안락을 맞바꿔버렸다는 것.

그는 이 안락한 마비상태와 자연 파괴, 과소비를 낳는 원흉이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지난 2008년 11월, 돈없이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직접 체험에 돌입했다.

테마가 있는 뉴스Why뉴스최승진 포인트 뉴스T-50, 흑표가 안 팔린 이유는?당근·귤·호박…노란색 채소는 장수의 열쇠궁에서 왕세자가…뮤지컬 '왕세자실종사건'나름 재밌는 캠핑을 매일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징어 뼈와 야생 회향 씨앗을 섞어 치약을 만들기도 하고 나무 열매로 친환경 세탁 세제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니 말이다. 피부에 좋은 비누풀로 세수를 하고 자작나무 버섯이나 늙은 개덕다리 겨울우산 버섯으로 종이도 만든다. 잉크는 잉크모자버섯을 채취해 만들 수 있다.

사과술 담그는 법과 질경이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다스리는 법 등 마크가 직접 효과를 본 치료법까지 읽다보니 한번 해볼만하기도 하다. 더 많은 생존법이 소개되지 않은게 아쉬울 정도다.

독특한 생존 노하우로 자신의 인생 철학을 그럴듯하게 포장을 할 수도 있었으련만, 마크는 돈없이 사는 삶의 고충까지 적나라하게 적어놨다. 세탁기로 10분이면 끝날 빨래는 2시간이 넘도록 손에 찬 물을 담가야 하는 부담스러운 과제가 됐고, 차가 없으니 친구를 만나러 자전거로 왕복 60km가 넘는 길을 달려야 한다. 그러다 자전거 바퀴가 펑크라도 나면 돈을 쓸 수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무일푼으로 신체노동이 늘어난데다, 이미 6년이 넘도록 채식주의자로 고기를 먹지않고 지내고 있으니 뼈와 가죽만 남았겠다는 걱정과는 달리 마크는 건장한 체격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마크의 사진이 국내에 공개되면서 국내 누리꾼들이 고기를 먹지 않고 어떻게 저렇게 살이 찔 수 있는지 의심을 했을 정도다. 그의 책에 공개된 식단을 보면 감자, 옥수수, 두부, 호밀, 브로콜리, 통밀 빵 등 '돈을 포기한 사람의 여름 식단'치고 풍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크는 무일푼 도전을 하는 동안 오히려 몸이 더 좋아졌다고 자랑까지 했다.

이런 독특한 인생을 전세계에서 마크만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크는 자신과 같은, 혹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독일의 하이데마리 슈베르머(67·여)와 미국의 대니얼 수엘로(48)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놀랍게도 슈베르머는 13년이 넘도록 돈을 쓰지 않았다고.

이 외에도 마크는 자신의 받기만 하는 휴대전화 요금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책이나 칼럼을 써서 생긴 수익금은 어디에 사용하는지 등을 책 속에 털어놨다. 또 우연히 접했다는 수족 인디언 존 레임 디어의 글귀도 인상적이라며 책 한쪽에 적어놨다.

'백인 형제들이 우리를 문명화하러 나타나기 전에는 감옥 같은 것은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죄인도 없었다. 감옥이 없는데 어떻게 죄인이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들에게는 자물쇠도 없었고 열쇠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도둑도 없었다. 어떤 사람이 너무 가난하여 말도 없고 집이나 담요가 없으면, 누군가가 그 사람에게 그런 것들을 건넸다. 우리는 문명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의 소유물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우리는 오직 다른 사람들에게 주기 위해서 물건들을 원했다. 우리에게는 돈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성문화된 법도 없었고 변호사도 없었고 정치인도 없었다. 그렇게 때문에 남을 속일 수도 없었다.(본문 중 215-216p)'

가만히 생각하다 보면 반문명주의자 같기도 하고, 친환경주의자 같기도 한 이 기인의 철학이 은근히 탐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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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진정한 기인

댓글 : 5 개
ㅎㅎ 이렇게 극단적일 필요는 없지만 어느정도 공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
저는 삼 일도 못 버틸듯 --ㅎㄷㄷ;;
이거 비슷한 영화있었는데
인투 더 와일드가 떠오르네요..;;
(영화는 "노임팩트맨"을 말씀하시는 듯.)

지금 읽고 있는데 컴퓨터는 도서관에서 쓰고..공동생활로 자급자족 하는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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