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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도쿄 올림픽 경기장은 왜 이렇게 되었나?_건축썰2020.03.07 PM 06:04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 도쿄 올림픽이 뭔가 꼬이기 시작한
가장 중요한 기점은...
자하 하디드의 건축적 재능이 총 투입되었던 이 개쩔었던 경기장이
이 밋밋하기 짝이 없는 이 경기장으로 변한 순간이라고 생각함.
그 이유를 좀 자세하게 알아보자고 하면 이야기는 다음과 같음.
자하 하디드의 경기장 원안의 추정 건설 예산이 2400억엔에 달했다는 점은 충분히 문제시 할 만하지만
충분히 설계 변경 등으로 예산안 등을 조절하여 총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을텐데
(실제로 자하 하디드 측 사무소는 다양한 수정안을 제시하며 예산 절감 노력에 동참하고자 했음)
여기서 이 새끼, 아베 신조가 직접 개입하면서 문제가 발생함.
예산 부족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일본적이어야 할 국립 경기장의 설계를 외국인에게 맡길 수 없다'는 이유를
총리가 직접 내세워서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을 날려버렸고,
무엇보다 총리가 직접 외국인은 안된다고 하니 밑에서는 별 수 있나.. (까라면 까야지)
2015년의 2차 공모 시에는 설계와 시공을 한 회사가 모두 담당해야 한다는
새 규정을 집어 넣어서 외국 설계사가 입찰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림...
그렇게 1490억엔으로 1500억엔을 넘지 말라는 규정에 10억엔 낮게 맞춘 (후에 1540억엔이 되기는 하는데...)
타이세이 건설과 구마 켄고의 현 작품이 선정됨.
미래적인 일본 상을 그려내려고 했던 자하 하디드와는 달리 구마 켄고는 자신의 작품은
전통 일본의 서까래 건축 구조에서 착안해왔고, 목재, 돌을 주로 사용하겠다고 밝히며 일본 전통 쪽으로 회귀했음을 알림.
그러나 이 작품은 외형만 자하 하디드의 것과 다르지 내부적인 좌석 배치부터 에너지 절감 디자인까지
구성 요소 상당 부분이 자하 하디드의 것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남.
자하 하디드는 이에 매우 격분하였고...
일본 정부는 위약금과 설계 진행비를 넉넉하게 주면서 함구할 것을 요구하지만 자하 하디드 측은
이와 같은 요구를 거부하고 꾸준히 항의 서한을 일본에 보냈다고 함...
R.I.P...
공교롭게도 자하 하디드 건축가는 1년도 안되어 2016년 3월 31일, 심장마비로 타계하심.
그런데 이 시점부터 도쿄 올림픽이 제대로 삐걱거리기 시작하게 됨.
이미 표절 논란으로 쓴 소리를 듣고있었던 푸세식 변기 닮은 경기장에는 성화대가 설계에 없었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났고...
완공되고 난 다음에 더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경기장 들어가는 구역별 통로가 너무 좁아서
두명 들어가기도 어렵게 되어 있어 설계 미스는 물론이고 대피 상황 때 압사 사고 날 가능성도 크다고 말하고 있고...
건축물로서 경기장은 구마 켄고가 설계한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제대로 된게 없는 상황.
무엇보다...
공교롭게도 경기장 선정 리셋과 함께
자신들의 소프트파워 자산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미래로 부흥하는 일본을 그려냈던
초기 올림픽 구상들은 점차적으로...
자기들이나 알아보는 일본 전통 PR 대잔치로 변해가기 시작함.
물론 국제 대회의 개최국이 자국의 전통을 자랑하는 것은 분명 당연한 일이고, 국가 브랜드를 생각하면
분명히 필요한 전략이라지만 관심있게 이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도쿄 올림픽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일본의 미래를 그리던 초기와는 달리
1964년 도쿄 올림픽의 재현이라는 분위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여기에 집착적으로 변해가는게 느껴질 듯.
일본 전통의 기반은 나무라며 경기장도 나무로 만들었는데
(자민당 요구로) 좌석까지 딱딱한 나무로 만들고
대책으로 만엔 짜리 방석 팔이로 해결하려는 걸 보면, 허술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국제 대회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전통을 강요하고, 돈 들여서라도 맞춰라 라는 근자감이 가득하지...
마인드가 그래서인지 국가역량을 총 투입하는 곳인데도 번역하는 꼬라지도 이럼...
즉 지금까지 이야기를 요약해보자면 초기 도쿄 올림픽이 세계인들이 선망해왔던
소프트파워 강국 일본, 아시아의 기술적 선두를 다시 찾겠다는
느낌을 가득 담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도쿄 올림픽은 일본인들 스스로 잘 나갔던 과거를 다시 회상하고 재현하려는 느낌에,
국제 행사라는 것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점점 내수용 행사화 된다는 느낌이 가득하다는 것.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경기장 설계안을 갈아 엎은 것을 기점으로 가시화되었다는 것이 꽤나 의미심장한 부분이라고 생각함.
건축도 그 사회의 분위기를 담는 것이고, 특히 기념비적 건축물은 더욱 그러한데
그 건축물이 미래지향에서 과거재현으로 목표점이 바뀌었다는 것 역시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담았다고 볼 수 있을지도?
반대로 주 경기장이라는 대표 건축물이 과거를 따라가니, 나머지도 끌려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함.
이번 올림픽의 실패, 그리고 아예 취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올림픽 후의 일본은 더욱 과거로 향하게 될까, 미래로 향하게 될까? 지금 재현하고자 하는 1964년의 과거보다
더 과거 지향으로 돌아간다면 그들이 선택할 그 역사의 기점은 어디일까?
공교롭게도 2020 도쿄 올림픽의 폐막식 날은 나가사키에 마지막 원폭이 떨어진 8월 9일 같은 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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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드 경기장 개멋있네요
- 스타드림
- 2020/03/07 PM 06:15
- 돼지 저금통
- 2020/03/07 PM 06:17
- 白手之王
- 2020/03/07 PM 06:28
- 당근천국
- 2020/03/07 PM 06:50
- hydyjh86
- 2020/03/07 PM 06:53
- 거꾸로보일러
- 2020/03/07 PM 07:01
현재 공사중이어서가 아니라 설계 자체가 저렇게 된 부분이었나요? ㄷㄷㄷ
- 라스카린츠
- 2020/03/07 PM 07:05
리우올림픽 폐회식때 영상은 좋더만
- yuchasns
- 2020/03/07 PM 07:05
- 거꾸로보일러
- 2020/03/07 PM 07:10
리오 끝에 나왔던 저 첫번째 영상은 진짜 '잘만들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그 이후에 마리오니 뭐니 이리저리 보이지 않는군요 ㅎㅎ;;
- S_NTTT
- 2020/03/07 PM 07:11
과거에만 매여서 엔화 자체가 유의미하게 남아있을지언정
일본이라는 국가의 경쟁력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게 10년만 더 지나면 확연해 질것 같아요
- 교통뻑큐
- 2020/03/07 PM 08:26
- 후루룩찹찹
- 2020/03/09 AM 10:53
괜히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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