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장] 출근 전에 조카애를 혼냈습니다.2019.03.20 PM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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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집 가까운 곳에 살아서 출근 전에 10살짜리 딸 아이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갑니다.

늦게 얻은 데다가 가족들 중에서도 유일한 딸아이라서 귀여움을 받고 자란 것에 더해서

본인 성격 또한 굽히기를 싫어하고 자기가 궁금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기어이 고집을 부리는 등

쉬운 말로 버릇이 좀 없게 자라버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조카애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고나서

밥상머리에서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숟가락을 들 생각도 안하는 아이에게

 

'어서 물 마셔라' 라고 말하고는 다시 잠시 후 물을 마시라고 강조합니다.

 

아이는 물을 마시고나서 또 할머니가 말하자 대뜸 성을 냅니다.

 

'아 마셨다고!!'

 

그리고 평소엔 항상 놀아주고 장난을 쳐주는 저는 그 모습을 보고 넘기지 않았습니다.

 

-이녀석. 너 그게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누가 할머니한테 그렇게 말하라고 했어.

-혼내는 사람이 없어서 자기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몰라?

-너 안되겠어. 이제부터 니 맘대로 못하게 할거야.

-너 삼촌 퇴근하고 와서도 구몬이나 학습지 티비 보면서 계속 풀더라?

-공부하면서 티비 보는애가 어딨어

-아주 그냥 마음대로 하게 뒀더니 무서운걸 몰라

-앞으로! 오늘부터! 삼촌이 오면 무조건 티비는 끌 줄 알아.

-그리고 다음부터 할머니한테 말대꾸하는거 한번이라도 들리기만 해봐

-삼촌이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이따 와서 보자

 

훌쩍이는 조카애를 두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며 출근합니다.

어릴 때부터 친척에 무서운 사람은 하나씩은 있기 마련인데, 우리 가족은 그런게 없어서

(그리고 앞선 남자조카애 둘이 워낙 예의 바르게 자른 것도 있어서)

오늘 부터 할 때는 무서운 삼촌을 하기로 결심하고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녀석 마루 이불 속에 숨어서 눈만 살짝 내밀고 저를 봅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습니다.

 

무서운 삼촌 끝.

 

이길 수가 없네 진짜

 

 

댓글 : 7 개
저도 조카는 못 이깁니다 ㅋㅋㅋ
초롱초롱 눈빛어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지하게 읽다가 막판에.....에이 항복이다 ㅎㅎ
울프맨님이시죠? 다압니다
ㅋㅋㅋㅋㅋㅋ 좋은 삼촌이네요 혼나야 할 상황은 혼나야지만 너무 귀엽네여 ㅋㅋㅋ
조카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쳐다보면 그냥 무장해제 되어버리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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