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_습작모음] [시] 사건 32023.11.23 PM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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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3



뜻밖의 소용돌이가

너를 집어삼킬 때

허둥지둥 버튼을 눌렀지만

기계는 멈추지 않았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집어삼킨 듯

까드득 까드득

섬뜩한 비명을 내뿜으면서도

기계는 멈추지 않았다


사냥개들이 달려들어

잔해를 먹어치우고는

손해를 들먹거렸다

손이 끼인 것도

발을 헛디딘 것도

판이 쏟아진 것도

네 탓이란다

가슴에 박혀버린 자책도

뇌리에 박혀버린 공포도

현장에 남겨진 공기마저도

다 네 탓이란다

모두 다, 모두 다 네 탓이란다


어느새 멀끔해진 기계 앞

새파랗게 어린 신입이 서 있다

눈물이 마르지도 않은

그 자리에 서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어

비상 버튼을 마구 두드렸지만

기계는 계속 돌아갔다

멈추는 것 하나 없이

그렇게, 그렇게 돌아갈 뿐이었다


댓글 : 1 개
뭐 아수라장이 그런거겠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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