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_습작모음] [시] XXX-XXXX-XXXX2023.12.13 PM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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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XXXX-XXXX



꽤 오랫동안 편지가 오질 않는다

쉼 없이 뛰어야 하는 서로에게는

사치스러운 매개체였나

나지막한 울림은

푸르던 어느 날에서

표류하고 있나 보다

애꿎은 우편함에 하소연하다

어쩔 수 없이 전화기를 든다

긴급 상황이야

응급 상황이야

홀로이기엔 밤이 너무 길다


이따금 후회가 쌓일 때면

알약 몇 개를 털어 넘긴다

좋은 거라니 좋은 것이겠지

믿을 수 있는 몇 사람 말 따라

어긋나지 않는 날을 지낸다

숙련된 모범 조교는 드물고

오류 교정 담당자만 바글거리니

한 걸음 디디기도 조심스러워진다

이래도 큰일이야

저래도 큰일이야

마냥 걷기엔 날이 너무 차다


사진을 잔뜩 찍었다

하늘이 너무 파래서

쏜살같이 보낼 수야 있겠지만

열화 된 하늘은 사뭇 다른 빛을 띄겠지

너무도 푸르던 날은

두 눈 가득 담아둬야겠다

다시 볼 날에

마주볼 수 있을 거리에서

바래지 않은 울림을 전해야지

밤은 여전히 길고

날은 여전히 차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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