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우일기] [20/02/25] 와우클래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끄적인 허접한 회고록2020.02.26 PM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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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왔다.

 

 


저기압이라 더욱 고단한 아침과 오후 일과를 겨우 마치고 한숨 돌린 뒤에

게임을 켜보려고 했지만...

 

...마음 내키는 게임이 없다.

 

 

 

나는 게임 방송을 한다. 

나같이 게으른 녀석이 이렇게 방송을 꾸준히 할 수 있을 줄은 몰랐지만 

본업을 그만두게 되어 쉬던 와중 충동적으로 방송을 켜서 시작한지 벌써 일년이 조금 넘었다.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방송을 켠다.

 

 

대단히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고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작은 방송이지만

 

꾸준히 방송을 찾아와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시청자분들이 늘 지켜봐주신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용의 방송을 하며 보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주어야하는 포지션인만큼

게임과 방송 모두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최근 추천받아 했던 게임 컨텐츠들은 연출이 수려하면서도 내 기준엔 난이도가 상당한 것들 뿐이었어서,

감탄스럽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뭐랄까 너무 큰 벽처럼 느껴져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해왔던 이력을 보면 대단한걸 한 것도 아니고 누구나 접근하기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는데도 내겐 그랬다.)

 


 

 

궁극적으로는 방송을 하는 주체인 나와 보는 사람 모두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었다.

방송을 하다보면 개인적으로 어렵고 힘들더라도 재미 있는 분위기가 되도록 오롯이 혼자서 노력해야 할 때가 있다.

ㅡ어떤 일이든 재미를 느끼는 것은 마음 먹기 나름이지만... (특히 게임의 컨텐츠를 즐기는 일)

 

게임이 더 이상 취미가 아닌 일로서 잘 해내야 하다보니, (잘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재미있게. 아무튼 돈받으면 프로입니다)

정말 진심으로 즐겁지 않으면 어쩔때는 노동처럼 느껴지기까지 해서 너무 슬펐다.

원래 일로 하다보면 뭐든지 다 그런거 알지만서도.

 

이 일이 다른 직업들에 비해서 힘든 편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눈에는 마냥 앉아서 재밌게 게임하고 떠들어가면서, 돈 쉽게 버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뭐든지 상대적인 것이기에 ... 

막상 겪어보면 이따금씩 정말 안간힘을 써도 어려울 때가 있다.

 

 

 

 

'나도 재미있게 즐기고 싶은데, 남들은 이 게임 재미있게 한다는데 나는 왜 그렇게 못할까...'

'내가 준비를 제대로 못해서 그런걸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마음가짐의 문제인가'

 

잘 해내지 못하는것만 같아서 자책도 많이 했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방향인가,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고민도 해보았지만

결국엔 자꾸만 안맞는 옷을 입은 것만 같았다.

 

 

결국 그냥 그 게임이 재미가 없던거였어.

 


 


그래서인지 최근 이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아.... 뭔가 맨날 먹는 밥같으면서도 그냥 수더분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새로 하고 싶다.

막 완벽하게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 덧없이 시시껄렁한 대화 하면서 협동하는 그런 게임 하고 싶다.'


그러다보니 뭔가 가슴속 한구석에서 자꾸만 자리를 잡아가는 그 게임.....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와우에서 뭐 하나 자꾸만 방송들을 기웃거리면서 들여다보게 됐다.

보니까 진짜 옛날 생각이 많이 나고, 왜 접었었나 괜히 떠올려보게 되고 그랬다.

옛날 기억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면서 아련했다...

(필자는 오리지널 끝물에 시작해서 불성~대격변까지 얼마 안했던 라이트유저이다)

 

사람들이 이래서 자꾸만 추억팔이 하나보다. (추억 보정은 무서운거야!)

 

 

막상 해보면 내가 생각하는 추억속의 그 느낌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큰 추억 몇개를 꼽으라면 그 중 와우에서의 즐거운 기억들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을 하게 되면,

그렇게 편하지도 재미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컨텐츠들을 재미있게 살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레벨링 하는 구간이 보기에 너무 지루해서 시청자분들이 싫어하실 지도 모른다.

인던과 레이드를 돌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트러블들과 사건 사고들을 겪어서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치만 너무 재밌어 보이는걸!!!!!!

 

나도 레이드 가고싶다!!!!!!!!!!!!!!!!!!!!!!!!!!!!!!

40인 레이드는 왜 이렇게 재밌어보인담 정말.

열몇시간씩 헤딩한다 해도 몸은 피곤해질지언정 재미있을 것 같다.

템맞추는 재미도 너무 쏠쏠해보인다.

 

 

 

수만가지 걱정보단 재미있어보임에 끌리는 걸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그냥 3달짜리 질러버렸다~~~~~

(우리방 시청자 나부렝이들에겐 죄송합니다... 조금만 한 3주만 기다리시면 재미있는 레이드가 펼쳐집니ㄷ....)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생각이 있으면 이 게임을 리치왕의 분노까진 출시해줘야 되는거 아닌가 싶은데,

그럴 계획이 없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도 오리지널 서버 열어줘서 고맙다고 생각한다.

재밌게 해볼거야! 나야 화이팅!

브렝투레일_112.png

 

 


댓글 : 4 개
와우 클래식하면서.. 그때 블리자드와 와우는 대단했구나라는 걸
다시 느끼고 있네요.

요즘 게이머들이 원하는 게임성.. 로망이 그때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는걸..
맞아요 정말 대단했죠.
MMORPG계의 교과서이자 전설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감성의 컨텐츠 할 생각에 벌써 두근두근하네요ㅎㅎ
검둥 40인 레이드 열린 첫주에 한번 다녀오고 바빠서 지금껏 못가고 있네요 ㅠㅠ
와요일이 다가오는데 이번 주차는 그냥 패스해야 할듯요 ㅋㅋ

직딩이 되면서 바쁜 시간 쪼개가며 와우를 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역시 과거 블리자드의 와우가 대단함을 새삼 느껴요 ㅎㅎㅎ
ㅎㅎ 직장 다니시는 분들은 공대 가기 넘 힘들죠ㅠㅠ
그렇지만 그 없는 시간 쪼개고 잠도 줄여가며 재미있게 하시는 분들 많은거보니
저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것 같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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