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아내가 임신했다..는 어머니들께 치트키군요 ㅎㅎ

요 며칠 와이프는 입덧은 없지만 꼭 먹고 싶어 안달이난 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시큼한 귤과 달달한 호떡이었죠.

그러나 집 근처에는 불행히도 호떡 장수 분들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ㅜㅜ

아내의 호떡 갈망은 더더욱 심해져 예물과 예복 대여를 한 어제 절정에 달했습니다.

하루 반나절을 서울 외출을 하고 지친 아내는 귤과 호떡을 먹고 싶어했고 저는 집근처 마트에 들러 먼저 귤을 사려고 했습니다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ㅜㅜㅜㅜ

마트의 귤은 5키로에 9900원.
얼마전 할인행사때 6900원에 산 생각이나서 전단지를 봅니다.

전단지: 27일부터 다시 6900원이다. 이틀 기다려라.

나: 자기야. 집에 귤 조금 있으니까 이틀만 참자.

와이프는 3천원에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은 제게 큰 섭섭함을 느끼고 기분이 상하기 시작합니다.
둔한 저도 큰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ㅜㅜ

그런 제게 하늘은 마지막 찬스를 주었습니다.
집 근처에 와보니 마침 아파트 장이 열린 것이었습니다.
아파트 장터를 지나가며 보니 호떡 푸드트럭이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신이난 아내와 썩은동앗줄이라도 잡고픈 저는 후다닥 걸음을 재촉해 호떡장수 할머니에게 말을 겁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고개를 젓습니다.
시간은 이미 저녁 8시30분.
할머니는 막 마무리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단 두세개 구매할 걸로는 다시 기름을 두르고 철판을 달구고 준비를 하기 너무나 번거로운 것이었겠죠.
아무리 호떡이 먹고 싶어도 야심한 밤에 호떡을 많이 사고 싶지 않던 와이프는 그냥 가자며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렇게 아내의 가슴에 섭섭함만 남기고 집에가서 혼이나는 일만 남게될 위기 상황에서 하늘은 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를 끌어안은 아가씨들이 다가와 호떡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신이난 할머니는 재빨리 기름을 두르고 철판에 불을 붙이며 호떡을 굽기 시작합니다.
저희도 재빨리 4개 추가 주문을 넣습니다.

호떡을 구으시며 할머니는 소량으로는 다시 정리하기 어려웠다며 양해의 말을 구하십니다.
저도 감사하다고 하며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할머니의 눈빛이 변했습니다.

"안그래도 안사람이 임신하고 호떡을 찾았는데 다행이네요 ㅎㅎ"

고개를 숙이고 호떡을 굽던 할머니가 고개를 퍼뜩 들며 호통을 치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얘끼 이사람아 그럼 그걸 먼저 얘기해야지!! 그럼 한개라도 구워줄텐데!! 그런 중요한걸 이제 얘기하면 어떡하나??"

그러면서 할머니는 임신 중엔 여왕이 되야한다면서 자신이 임신 중에 아쉬웠던 일을 토로하십니다.
옆의 아가씨들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임신 중에는 뭐든지 요구해라.
임신 중에는 부인이 최고다.
출산하면 아기가 왕이되니 그전까지 누려라.

할머니의 말을 인상깊게 귀담아들은 아내는 연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호떡을 구한 덕분에 아내는 기분을 풀고 저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ㅎ

앞으론 임신한 아내가!!를 적극 써먹어야겠습니다 ㅎㅎ

[우리집 뚠뚠이]

호떡은 넘어갔지만 귤은.... 아이 출산하고서 한동안 얘기가 나올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넌나를]

눈에 그려지듯이 행복한 이야기네요

일단 메모... 써먹기만 하면 되는데 음...

[김쟌슨]

아하 귤이 좀 걸리긴 하지만...
호떡으로 어찌 넘어간다고 해도 이젠 그냥 뭐가 먹고 싶어하면
주섬주섬 옷 입고 다녀올게 이러고 나가시는게 좋습니다.

[빨간맛콜라★]

ㅋㅋㅋ 글 넘 잘적으시네요 ㅋ 재밋게 보고 갑니당 ㅋ

[내가내라꼬]

나: 자기야. 집에 귤 조금 있으니까 이틀만 참자. <- 이건 진짜 ㄷㄷㄷㄷㄷ

[Wing-Zero]

결혼 하시는건 알았지만 속도위반도 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engus12]

호떡 믹스 좀 사다놓으세요~ 맛 거의 비슷해요!!

[동네 까페형]

임신때 뭐 먹고싶은데 못사주거나 안사주면.....20년이 넘어도 얘기합니다...ㅎ

[†아우디R8]

치트키임ㅎㅎ

[泰盛[태성]]

아는형 이야기 들어보면..임신중에 먹고싶은거 안사주면 그거 평생간다더군요.

[악어인간]

우와 현재 와이프 임신중인데,
몇천원 아끼자고 뭐 그런말 했다가 몇십년 갑니다 그거~
그래도 호떡 이라도 있어서 다행

[루리웹-2268228903]

귤마다 산도가 달라서 땡기는 입맛이랑 안맞을수도 있어요~ 금방물러서 손 안가는 상태일수도 있구용.. 입덧 없다해도 그때그때 먹고싶은게 몸상태마다 달라서 애지간하면 바로바로 사다주는게 점수따기도 좋고 행복한 기분도 오래 가더라구용..

저도 딸기가 막 나오는 시기에 먹고싶다는거 너무 비싼거 같다하고 슬쩍 넘어갔다가 계속 마음에 걸려서 퇴근길에 하우스딸기 박스 급하게 샀는데 가격이 3만원.. 다시 무를까 하다 그냥 가져다 줬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여기저기 너무 맛있다 소문내고 다닐정도로.. 이렇게 점수 따놔야겠구나 싶었어요

[상상은금물]

2006년 겨울에 수박 먹고 싶다고 해서 그거 구한다고 ㅋㅋ

[지저스크라이스트츄푸덕에게치명타]

가뜩이나 임신한적 없는 츄푸덕도 상대하기 어려운데
임신하고 왕 노릇 했을거 상상하니
눈 앞이 아찔하군요 ㅎㄷㄷ

[†아우디R8]

음....화....화팅?

[연어알밥]

악으로 깡으로... 하하하..하

[연어알밥]

아마 나중에 귤이야기 농담으로 꺼내실듯 ㅋㅋㅋㅋ

[SOMA0076]

농담이 아니라면? ㅋㅋ

[SOMA0076]

잘 하셨네요. 귤만 빼고...

[『Breeze』]

이미 귤에서 out인걸로...

[다산=파산교주]

저도 마눌님 넷째 임신했을때 방송에서 나온 빵집에서 빵을 먹고 싶다고 해서.. 빵사러 갔었음

줄이 겁나 길어서 기다리면서 처음보는 앞에 분과 얘기를 하다가 집사람 임신해서 빵사러 왔다니까 앞으로 쭉쭉쭉 양보들을 ㅋㅋ..

정말 감사했었죠.. ㅎㅎ

[기쁨맨]

담엔 호떡 소량 안판다 하면 파는 양 물어보고 걍 좀 많이사세여 ㅎㅎ 임신한 아내 먹고 싶은 건 사드려야죠

[살몬와플]

저도 이렇게 했을듯... 저희 와이프는 먹고 싶은거 제가 사먹든 시켜먹자고 하면 돈아깝다고 안먹는다고 했어서..;;;;

[아틴]

설령 버리는 한이 있어도 사셔야됩니다....

[돌이돌이]

임신때는 가성비 생각마시고 무조건 잘해주세요:D

그때 기억이 정말 오래가요ㅎ

[딜레온]

안잊어먹는게 문제

[초용자신]

ㅋㅋㅋㅋ 그 이야기 생각나네요 친구랑 술마시고 2차로 자기집가자고 해서 갔는데
임신한 친구와이프가 순대는? 이래서 친구 대신 자기가 급하게 순대 사온거ㅋㅋㅋㄱ
진짜 읽기만 해도 행복한 글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