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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제주도에서 말을 타보니 유비는 정말 대단한 장수였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2022.01.20 PM 02:16
제주도 신혼여행 중에 우도를 방문했습니다.
우도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우도봉으로 향하는데, 가는길에 보니 무슨 목장이라고 써있고 우람한 멋진 말들이 연신 콘크리트를 핥고 있습니다.
(아마 염분 섭취를 하는거겠죠)
그걸보며 이왕 제주도에 온거 말을 타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같이 온 와이프는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말을 탈 수 없었던거죠.
결국 저 혼자 타고 와이프는 구경해야하는 상황이 됩니다.
같이 여행을 왔는데 바람직한 그림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냥 외면하고 지나치려 하는데 눈치빠른 와이프가 저에게 먼저 묻습니다.
"오빠 말 안타?"
괜찮냐고 물으니 와이프는 저 타는 모습을 찍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다고 합니다.
허락도 구했겠다 거칠게 없어진 저는 냉큼 목장으로 달려가 가수 박완규를 심하게 닮으신
관리 안한 야성미 철철 넘치는 장발을 기르신 마주님에게 말 체험을 요청합니다.
비용은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작은 마당 크기를 몇바퀴 도는데 3만원이었죠 ㅠ.ㅠ
그래도 기왕 타는거 돈을 내고 몸을 푸는데 야성미 넘치는 마주님께서 물어보십니다.
"말 타보신 적 있으세요?"
예전에 에버랜드에서 당나귀 비슷한 체험? 그리고 어딘가 농원에서 말을 타고 산책해본 그런 경험이 있어서 있다고 말하자 마주님이 피식 웃으십니다.
"차원이 다를 겁니다."
그렇습니다. 비용이 비싼것에서 예상했어야 했습니다.
마주님은 늠름한 적갈색 말 하나를 가르키시며 올라타라고 하시더니 거기에 올라타자 본인은 회색 점박이 말에 타고 나란히 말머리를 합니다.
보통 말체험이면 마주가 앞에서 말을 끄는데 이건 좀 이상하다... 하고 있는데
작은 마당을 돌긴커녕 우도봉쪽으로 말머리를 하더니 몇가지 경고하십니다.
"허벅지에 힘 꽉 주시고 앞으로 쏠리면 뒤로 힘주고 왼쪽이면 오른쪽으로.. 아시죠? 균형?"
네 라고 하자마자 그분은 야성미 넘치는 장발을 손으로 빗어 넘기더니 몽골의 대초원의 전사마냥 갑자기
외칩니다.
'허! 허이! 허이차!!'
그리고 또각또각 걷던 말들은 돌연 넓은 우도봉 초원을 두그닥 두그닥 거리며 약간 빠르게 걷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달리면 쫓아갈 수 있을 정도의 속도.
그러나 말 위에 올라탄 사람은 체감이 다릅니다.
롤러코스터가 털털털털 하고 올라가서 '지루하다' 하다가 갑자기 땅으로 내려 꽂히는 기분입니다.
뒤를 보니 와이프가 저 멀리 점으로 사라집니다.
용을 쓰며 허벅지에 힘을 주고 안장을 부숴져라 움켜쥐고 몸에 이리저리 힘을 주다가 문득 만화에서 말을 타면 밑을 보지 말고 멀리 풍경을 봐라 라는 조언이 생각나 앞을 보니 그나마 좀 나아집니다.
옆에서는 마주님이 연신 허이! 호이! 를 외치며 회초리를 휘둘러 말 방향을 정하고 있었죠 ㅠ.ㅠ
그러면서 성산일출봉에 대한 설명이나 바다의 풍경등을 설명해주십니다만, 솔직히 귀에 안들어왔습니다.
말에서 떨어지면 죽겠구나 싶더라구요.
이전에 타본 말들이 경차면 이건 중형세단이었습니다.
그렇게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데 문득 삼국지의 유비가 떠올랐습니다.
유비는 이것보다 수십배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말 위에서 수십배의 격한 진동을 등자(발고정)도 없이
오로지 허벅지 힘만으로 버티며 손으로 안장을 잡지도 않고 쌍검을 휘둘렀죠.
이게 사람이 할 짓일까요?
코에이는 왜 유비의 무력을 70대로 설정한 걸까요?
새삼 유비는 유약한 사내가 아니라 무서운 마초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넓다란 초원을 금새 돌고 와이프가 가까워지는 것이 보입니다.
태연한척 연기하며 무리해서 한손을 들어 흔들어 인사를 해보이고는 다시 안장을 잡고 야성적인 마주님 흉내를 내며 허! 호이! 를 외쳐봅니다.
내리니 허벅지가 후들후들 힘이 안들어가더군요.
생각보다 힘을 엄청 주고 있었나 봅니다 ㅠㅠ
- 마음의 잔소리
- 2022/01/20 PM 02:23
- 공허의 금새록
- 2022/01/20 PM 02:23
그의 힘을 짐작할수있죠
- 마츠다 진페이
- 2022/01/20 PM 02:24
복숭아꽃밭으로 끌고 가서 나랑 의형제 맺을래? 여기서 생을 마감할래? 하고 물었더니
관우랑 장비랑 냅다 의형제하겠습니다라고 했잖습니까?
- 웨이스트랜드
- 2022/01/20 PM 02:27
연의에서 너무 덕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만들다보니 이상하게 왜곡된 케이스지 직접 세운 전공도 많죠
- 스틸2
- 2022/01/20 PM 02:27
- 한다나는리뷰마스크
- 2022/01/20 PM 02:32
- GoldenViiV
- 2022/01/20 PM 02:37
그러고보니 그쪽 근처에 루리분이 하시는 고기집이 있다 하던데 한번 가보세요. 제주항 오솔길이라는 곳인데, 저희는 작년에 가려다 물갈이해서 못 갔습니다. ㅠㅠ
얼마나 섭섭했음 아직까지 상호를 기억하고 있네요 ㄷㄷㄷ
- 바위군
- 2022/01/20 PM 02:39
- 宮内レミィ
- 2022/01/20 PM 04:53
- 라이칸맨
- 2022/01/20 PM 05:10
전 90 조금 넘었는데 다음에는 감량하고 타시라고 들었습니다 ㅎㅎ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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