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와이프에게 플스5를 선물 받았습니다.2022.12.19 PM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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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기 옷을 사러 다 같이 의왕 타임빌라스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점점 추워지는데 두터운 아기 내복이 없어서 구경겸, 나들이겸이었죠.

 

아기 옷을 적당히 고르고 이제 뭐할까? 하고 얘기를 하니 와이프가 제 신발을 보러 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신발 가게를 아무리 돌아도 그닥 마음에 드는건 없었습니다.

 

너무 운동화스러운건 싫고, 코트와 입을 수 있는 캐쥬얼한 느낌이 좋은데, 그런 종류는 집에 충분히 있다보니 딱히 필요성을 못느꼈거든요.

 

결국 이번엔 살 신발이 없다고 말하곤, 다음에 라온이가 신발 신을만큼 커지면 온가족 신발을 같은 브랜드에서 맞추자고 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구경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재차 조르기 시작합니다.

 

정말 갖고 싶은게 없냐고, 필요한게 없냐고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려는 것 같아보였습니다만, 사실 솔직히 갖고 싶은 물건이 없었습니다.

 

결혼 이후 뇌통령은 탄핵 실각하고, 지름의 욕구불능. 지름부전에 빠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들어오는 돈은 모두 아기용품과 아기 먹거리와 아기 장난감 등으로 쏟아붓고 있었고, 남은 돈은 앞으로 다가올 돌을 위해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차는 잘굴러가고, 캠핑은 당장 갈 수 없으니 갖고 싶은 캠핑용품도 없고, 컴퓨터도 아직은 쓸만하고(전원이 잘 안켜지지만요), 스위치와 플4 엑박360도 있으니 콘솔도 그닥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안사줄걸 아니까 와이프를 놀려먹을 생각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플스5요"

 

그리고 돌아오는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사줄까?"

 

90년대 일본 만화가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지독하게 밝히며 여자들을 따라다니는 남자주인공이 정작 여주인공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버벅이며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장면 말이죠.

여사친에게 사귀자사귀자 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정작 여자가 승낙하자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런 느낌.

 

제가 그랬습니다.

 

막상 사준다는 얘기를 듣자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아직 필요가 없는데'

'갖고 있는 PC,플4 게임도 못한게 많은데'

'내가 게임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닌데'

'그거 비싼데'

'괜한 얘기해서 큰돈쓰게 만드는거 아닌가'

 

그렇게 복잡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와이프는 팔을 잡아끌며 게임코너로 데려갑니다.

저곳에서 파는거냐 저기서 사면 되냐 하구요.

그래서 코너에 가서 재고가 있는지 물어보니 다행스럽게도 플스5 재고가 없다고 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못사겠네 하고 생각을 하는데 와이프는 쇼핑몰을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쿠팡이 좋겠냐 옥션이 좋겠냐 하고 묻다가 제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와이프가 약간 가라앉은 느낌으로 물어봅니다.

 

"왜그래? 별로 안 기뻐?"

 

아무래도 그다지 기쁜 모습이 아니었나봅니다.

그럴만도 한게 평소에 그만큼 노래를 불렀으면 좋다고 팔팔 뛰어도 모자랄텐데 입꾹닫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으니 사주겠다는 사람이 김이 팍 식을만 합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말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들어갈 돈이 많아. 조카애 중학교 입학하니 그거 축하금 줘야할거고, 금방 설이라 부모님들 용돈이랑 선물 준비해야하잖아. 그리고 곧 돌이니까 돌 준비도 해야하고 하는 생각 하다보니까 굳이 나한테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꼭 큰돈 들여서 사야하나 싶었어. 그래서 그랬어. 그러니까 난 괜찮아. 안사줘도 돼."

 

그러자 와이프가 말했습니다.

그동안 내가 잘해준 것이 고마웠고 자기를 위해 큰 선물도 사줬으니 이번에는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구요.

그러면서 일주일의 기회를 줄테니 잘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이번이 게임기를 살 마지막 기회일 거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죠 ㅎㅎ;;

 

집으로 가는동안 운전대를 잡으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다죽어가던 뇌통령이 속삭였습니다.

'너는 니가 선물을 준비했는데 받는 사람이 시큰둥하면 기분이 좋겠냐'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척 거절한게 사실 와이프와 가정을 생각한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와이프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가동해보니 플4로 충분했다는 제 생각은 어리석었더군요.

 

플5 최고야! ㅠ.ㅠ



*그리고 스팀덱도 사달라고 하다가 혼났습니다 ㅠ.ㅠ

댓글 : 11 개
훈훈하다가 막판에ㅋㅋ
선물해줄땐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게 주는 사람에게 가장 뿌듯한 맘이 든다더군요
스팀덱은 혼나야지요 ㅋㅋㅋ
ㅋㅋㅋㅋ스팀덱은 혼나지요...곧 저도 마이피에 글올릴꺼 생겼내요
전 결기때 와이프가 플5사주고 내년 생일때는 후후후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래야 울프맨님이죠
결론 : 플스 파이브 최고오오오오오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오고곡!!!
결론 : 플스 파이브 만세!
저도 작년에 여친한테 받아서 안부럽습니다 ㅎㅎ

근데 스팀덱은 부럽네요
이제 플5로 돌리시고 플4처분하시면 될듯하네요 ㅋㅋㅋ
스팀덱 ㅋㅋㅋ
우리집은 틈만나면 버릴생각만 하는데...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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