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급똥으로 요양병원에 들렀다가... 연락처를 적고 나옵니다 ㅠ.ㅠ2020.12.11 PM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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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가 아닌 이상, 모든 이동 수단은 도보로 대체한지 한달.

 

회사 출근은 물론이고 다른 사무실로 갈때도 역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합니다.

 

오늘은 노트북을 지참하기에 백팩이 다소 무겁긴 하지만 40분 정도 걸으면 되는 수준이니

 

별거 아니네, 하고 시간을 계산하고 역에서 내려 길을 나섭니다.

 

평소보다 걸음이 약간 느려지겠지만, 그래도 일반 보폭보단 빠른 걸음이니 여유 시간을 10분 정도 두고

 

50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고 역에서 나서서 길을 걷는데 날씨도 춥지도 않고 걷기에 딱 좋은 날씨라서

 

아무 어려움 없이 룰루랄라 파견 근무지로 걷고 있었습니다만

 

신 : 순조로워? 재미 없네. 급똥 받아라 ㅋ

 

그만 아침에 볼일을 덜보고 말았던게 덜미를 잡았습니다.

 

절반정도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침공해오는 거센 반란군의 파도가 성문을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머릿속에서는 출발한지 10분 쯤에 신호가 왔을 때 공중 화장실을 지나친 일.

20분 쯤에 두번째 위기가 왔을 때도 다른 역 화장실을 지나친 일 등에 대해

뇌통령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며 야당이 탄핵안을 상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길에 똥싼 회사원이 되버리면 뇌통령은 탄핵을 당하고 말 것입니다.

 

일단 온몸의 내공을 끌어모아 운기조식을 하며 반란군을 제압하고 두뇌를 풀 가동하며 배출을 할만한 장소를 물색합니다.

 

그러나 이미 상가단지를 지나, 지름길이랍시고 주택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도무지 긴급 배출을 할 만한 장소가 보이지 않습니다.

 

교회같은 건물은 거리두기 관계로 아예 불이 꺼져있는 상태고... 열심히 거리를 스캔하다보니

눈앞에 병원이 보입니다.

병원에는 당연히 화장실이 있습니다.

탄핵안을 피하기 위해 아니, 국난극복을 위해 뇌통령은 다리에 전속전진 명령을 내립니다.

 

앞에 들어가는 사람을 따라 재빨리 따라들어가보니, 바로 직진 방향에 남자 화장실이 보입니다.

감사하게도 대변칸에는 사람도 없습니다.

 

재빨리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교향곡을 연주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여유를 찾다보니 문득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들어가는 입구에 입간판이 있던 것이 기억이납니다.

 

[모든 방문객은 데스크에 우선 방문 부탁드립니다.]

 

제가 질풍같이 화장실로 걸어갈때 긴 머리의 여성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쳐다본 것 같은 기억도 납니다.

 

'......위기 상황이었으니까... 이따가 자연스럽게 나가자'

 

결론을 내리고 교향곡 연주를 마치고 화장실을 나가 완벽한 작전대로 그대로 직진하여 나가려 하는데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들어올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때는 아닌걸까요?

 

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까 긴머리 데스크 직원이 저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리고 있습니다.

 

중죄를 지은 죄인모드로 쭈그리가 되어 데스크로 쫄쫄쫄 걸어가자 데스크 직원이 방문 명부를 내밉니다.

 

"이거 적어주셔야 해요."

 

"네..."

 

일시를 적고 전화번호를 적고, 문병 환자는 없으니 가위표를 치고... 순식간에 칸을 채워나가다가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히고 맙니다.

 

[방문목적]

 

머릿속은 또다시 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똥.. 이라고 적어야하나? 화장실? 아니... 급한일?..... 뭘 적어도 이상하고 부끄러워...'

 

주저하는 제 모습을 보고 눈치챈 데스크 직원이 쿨하게 충고를 합니다.

 

"그냥 X치세요."

 

"네."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ㅠ.ㅠ"

 

나가고보니 요양병원이었습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것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모양인데, 출입증이 있는 직원 뒤를 따라 잽싸게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후..... 언제나 먼길을 나설때는 장관리를 꼭 해야합니다.

체크할 항목이 늘었네요 ㅠ.ㅠ

 

댓글 : 6 개
방문목적: X(똥)
아니 배변 있잖아 배변 ㅋㅋ
어우 깜짝놀랐네요. 중간에 그 대사가 '그냥 ㄸ치세요' 인줄.......어후 요즘 일상생활이 잘 안되서 헛것이 보이는..
  • yKANO
  • 2020/12/11 PM 07:14
요양병원은 좀관리빡세게 해요..큰일날뻔 했어ㅇ요..
저도 시립도서관에 같은 용무로 들렸어요. 첨엔 인근 공원화장실은 출입기록 안적어도 되니 거기로 가라고 해서 엄지 발가락을 구부린채 힘든 발걸음을 했는데 좌변기 2개실 중 하나는 나올 생각을 안하고 나머지 하나는 어떤 영감이 물도 안내리고 개더럽게 썼길래 빈정 상해서 다시 도서관으로 가서 기록적고 볼일 봤었습니다.
전 비슷한이유로 경찰서를 갓엇어여......
방문목적 :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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