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 이야기] 마음이 여린 첫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움2022.07.30 AM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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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벌써 7살이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 아이가 남자아이라는걸 알게되었을때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남자가 손해본다 이런느낌보다는, 남자로 당연하게 부여되는 책임이 저는 부담스러웠고 가장이라는 무게가 싫었거든요.

지금도 좋은 가장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합니다.


아무튼 나와 닮은 녀석이 태어나면 나와 같은 고민이나 나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각박하고 치열한 사회에서

잘 적응할까 두려움이 컸던것 같습니다.


물론 여자아이도 마찬가지지만, 여자의 삶을 내가 아는게 모르니 그냥 내가 살아가며 느낀 경험을 자녀가 다시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 자체가 싫었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유전의 무서움에 대해서 전혀 몰랐었는데

아이는 생각보다 저희집안 유전자를 강하게 물려받았습니다. 저는 좀 어머니 유전자가 섞여있는 느낌인데

이 녀석은 저희 아버지 집안 유전자가 80%는 들어간 느낌입니다.

더 무서운 사실은 성격과 성향도 저와 비슷하더군요. 왕성한 호기심과 여린 마음이 저를 너무 닮았습니다.


오늘 아내가 처가댁에 내려가서 잘다녀오라고 안아주고 이야기했는데 아이가 눈물을 보이더군요.

막 엄청나게 각별하거나 아빠밖에 모르는 바보도 아닌데 제가 좀 걱정되서 감정적으로 말했더니 그걸 온전히

느껴버린것 같았습니다.


기차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전화를 짧게 했는데도 저랑 잠깐 통화를 하면서도 아이 눈에 눈물이 고이더라고

아내가 그러더군요. 뭔가 뭉클 하면서도 저리 마음이 여리면 항상 손해만 보며 살게되는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분쟁이나 욕심을 크게 두지 않는 편입니다.

스스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인정받기 보다는 좀 묵묵히 일하면서 인정해주길 기다리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런사람들 있자나요? 무거운 물건이 5개가 있고 사람이 4명이면 제가 2개를 들어야 마음이 편한 성격


사실 적을 많이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덕분에 주변에 좋은 동료들과 친구들도 얻었지만

반대로 너무 정신적으로 치지고 힘든 점도 많았습니다. 자신을 어필하지 못해서 좋은 기회를 놓친적도

있었구요.


하지만 사회는 기회를 놓치지않고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아니까 그리고

세상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자연스럽게 터득한 제 나이에 들어서는

제 아이도 저처럼 사는게 좋은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가장이라면 나서서 욕심도 부리고 손해를 본다면 양보하기 보다는 따지고 싸워야 할때도 있다는 것을 아니까요.


2019 놀이공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글을 올린적이 있는데

https://mypi.ruliweb.com/mypi.htm?nid=529554&num=10210

사실 그 후 며칠간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주변 부모들에게도 상담도 하고요. 

그당시 싸우는게 가장이자 부모로서 해야할일이 아니였을까? 나는 그 자리에 아이들이 놀라지 않게 만들려고

좋은날 서로 마음을 상하지 않는 가정이 더 좋다는 판단으로 한일일까? 아니면 그냥 싸우기 싫은 내

특유의 기질이 나온 분쟁을 회피하는 모양새였을까?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 아침입니다.


아이는 점점 커가며 작은 사회들을 경험해 나가고 있는데 제가 어른으로서 성숙한 사람인가? 내 아이와 아내를

지킬 정도로 든든한 가장이고 용기있는사람일까? 조금 걱정이되며, 내 아이도 그런일로 살아가며

상처를 받게되는게 아닐까?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눈치 안보고 에어컨을 틀고 누워서 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댓글 : 4 개
그상황이라면 제 성격상 엄청 따질거같네용
그쵸 그래서 정말 그자리에서도 짦은 시간에 고민 많이하고 저도 생각 많이했었는데
저 어릴적 부모님이 주차문제로 이웃주민이랑 목소린 높이고 싸우고 했던 생각이 지금도 머리에 생생하게
남아았어서 아이들이 놀랄까 걱정되기도 하더라고요. 정말 그당시 그리고 다녀와서 일주일간 생각을 많이하게된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가장 베스트는 언성을 높이지 않고 잘못된것을 정당하게 따지고 주의를 주는게 맞지만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 내가 그러시면안되죠 라고 말한다고 제대로 반성하고 사과할까? 생각도하긴했습니다.
결국 이미 지나간일이라 놓친 결정에대한 후회라는 모양새가 되버렸지만 쩝..
저도 기본 베이스는 거의 비슷한 성격인데 살면서 점점 단호하고 냉담해지더군요.ㅎㅎ
여전히 무엇이 옳은가 깊이 고민하는 주인장님과 아드님의 선한 마음이 와닿습니다!
가족 분들과 행복하게 지내시면서 마음이 지치는 일이 없으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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