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이야기] 처음 결혼허락 받으러 인사갔을 당시 이야기2016.06.16 PM 07:38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우선 결혼을 약속하고 처음으로 인사드린 자리였는데 평소에 전혀 교류가 없었습니다.

와이프는 누굴 만난다고 집에 이야기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결혼하자고 서로 약속하고 나니
날짜도 잡아야겠고 싶어서 바로 인사드리러 갔습니다.
(서울에 올라와 혼자 생활하니 누굴 만난다고 하면 통금체크하고 전화로 간섭하고 압박할까봐 아에
이야기를 꺼낸적도 없었다고 하네요.)

우선 참고로 말씀 드리면 저희집은 가부장적인 집으로 어머니를 무시하시지는 않아도 집안의 큰 일은
아버지가 결정하고 가정과 육아에 관련된 일은 어머니가 결정하도록 방향을 잡고 키워오셨습니다.

중요한 행사나 가족 회의같은 중요한 일이 있을땐 아버지가 '가장으로서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은
당신이 끼어들면안된다' 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셔서 집안의 중요한 결정이나 가장으로서의 위엄을
철저히 지키시던 분이였습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마냥 마초 스타일은 아니였던게 어머니가 힘드시니 화장실 청소나
집안의 청소는 아버지가 담당하고 집안에 뭔가 고장나거나 수리가 필요하면 직접 나서서 험한일은
여자가 하면 안된다며 직접 처리하셨습니다. (어린 저를 데리고 같이 하셨지만요..시무룩)

잡설이 길었는데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가서 (장사를 하셔서 식당으로 인사를 갔습니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이여서 식당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인사를 했음)인사를 나누니 무척
불편하신 표정이더군요.

그러더니 아내에게 잠깐 1시간정도 밖에 나가서 들어오지 말라며 아내를 내쫒으시더군요.
셋이서 나눌 이야기가 있다면서요. 아내가 긴장하면서 나 여기있을거야 라고 반대했지만
말이 안통하는지 결국 포기하고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우선 '너는 우리집 사위가 아니야 지금 시험보러온 수험생이야' 라는 분위기였고, 평소에 잘 웃으시는
장인어른도 처음뵌 당시에는 눈도 안마주치셨습니다.

제일 먼저 질문하신 내용은 "자네 종교가 있나?"
였고, 장모님은 불교 장인어른은 산(산의 정기를 받고 심신을 깨끗하게 한다는 형태의 의미)을
믿는다고 하셔서 조금 긴장했습니다.
저는 집은 무교라고 이야기했고 종교보다는 가족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집안이라 어떤 종교를
가족이 믿더라고 가족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집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서 1점 획득했더군요.

그 뒤 질문은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고? 어머니는 무슨일을 하고 계신가?" 였습니다.

사고로 돌아가신걸 대충 말씀 드리고 넉넉한 집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전에
이제 어머니와 여유있는 노후를 생각하고 하나씩 정리하시던 시점이라 고정적 수입원이
좀 남아있고 생계가 큰 문제는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 나중에 알고보니 ㅋㅋㅋ 어머니가 약간 건물주 같은거라고 오해하셨더군요 ㅋㅋㅋ 그냥
다세대주택 월세 받아서 적당히 생활하시고 국민연금 일찍부터 하셔서 연금도 나오고 하시는것
뿐인데..

다른 질문은 "자네는 무슨일을 하는가? 수입은 어떻고?" 라고 장인어른이 물어보셨지만 장모님이
중간에 말을 자르며 "사람이 괜찮으면 됐다 수입은 말할거 없다."라고 다시 정정하셨습니다.

..그래도 장인어른이 연봉을 물어보셨기에 솔직하게 말씀드렸고 무슨무슨일을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씀 드렸습니다. 비전이있다 없다 보다는 IT쪽이 생소하니까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이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 외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인상적인 이야기는 아니였고 장모님은 한시간 가까운 대화가
거의 끝나가자 긴장을 풀고 마음이 놓이셨는지 한숨을 쉬시며 진짜 이상한녀석 오면 어떻게 하는지
걱정 너무했다고 다행이다 라고 혼자 중얼거리셨습니다.

근데 의외로 제가 점수를 땄던 부분은 대화하면서 나눈 이야기들 보다 가게에 있던 손님들이나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제가 살갑게 인사하고 그집 아들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댓글 : 10 개
생각해보니까 저는 이런 질문을 하나도 안 받았었네요
마누라가 대충 얘기는 해놨었겠지만...;

아 나중에 듣기로 제가 좋게 보인 건
엄청 잘 먹어서 좋으셨다고 하시더군요;
(처남과 장인어른이 입이 좀 짧은 타입이라. 이런 사람 처음 봤다고 하셨습니다;;)
음 역시 인사성이 밣으면 좋군요 ..
뭔가 부럽습니다
하 전 넘어야 될 산 같기만 하고 어떻게 뵈야 할지 두렵기도 하네요..
가장 좋은건 인상과 앞으로의 어떻게 살아갈것인가에 대한 비전(대체적으로 수입)입니다.
내 딸이 시집가서 돈때문에 고생은 안했으면 하는게 모든 부모님 마음이니까요
너무 걱정마세요 근데 어른들은 날렵하고 날카로운 인상보다
곰같이 푸근하고 듬직한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처음 와이프 부모님 뵈러 갔을때 정말 긴장 많이 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면 정말 이렇게 무난하게 넘어간 케이스는 드물정도로 아무일도 없었지요~

처가쪽에서는 '내 딸이 고른 남자니까 뭐~'
우리집에서는 '너를 좋아한다는 아이니까 ㅇㅋ'

양가모두 되게 쿨하게 넘어감
저는 처가쪽 : 와 다행이다 이상한새끼가 아니야. 애가 착해보여서 다행이야.
우리집: 와 널 좋다고 하는 사람인데 우리가 모셔와야지 그걸로도 합격이다.
휴..저도 장인,장모님 모시고 첨 면접볼때 생각나네요. 몸은 굳고...얼굴은 경직되고 그래도 사전에
준비한 멘트들이나 장인어른이 술을 좋아하셔서 낮술(?)에 영향이 있어선지 무난하게 넘어갔던거같습니다.
물론 낮술마시고 긴장이 풀려서 바로 뻗어버렸지만요...나중에 말실수했던게 생각나니 초반에 아버님 아버님 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사장님 이라고 말씀드렸던적이....ㅠ.ㅠ 장인어른은 역시 기억하고 계시더군요 ㅎㅎ
사장님 ㅠㅠ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