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절주절::] 소설 디아블로 - 사막의 결전 - 챕터32011.07.14 PM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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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멍청이야, 와리브." 기드가 독설적으로 말했다. "아니, 그걸로는 부족해! 이 한심한 바보!"

"아무렇게나 부르시지. 나야 신경 안 쓰면 그만이니까."

와리브는 동료들을 지휘해 물건을 마차에 실으며 대답했다. 기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봐, 다이아몬드였어, 다이아몬드! 그것도 진짜!"

"알고있어."

"그것도 하나가 아냐! 주먹만한 자루에 다이아몬드가 꽉? 이 병신아, 굴러들어온 복을 왜 걷어 차냐?"

"남이사."

"뭐? 임마, 다이아몬드가 그 정도면 얼마나 엄청난 금액인줄 알아? 내가 말했잖아! 그거면 로그들의 길이든 칸두라스든 루트골레인이든 웨스트 마치든, 아니, 교회도 장악할 수 있다고! 그거 네 소원이었잖아! 그게 그냥 이루어진 건데 왜 그냥 포기한 거야! 앙?"

기드의 목소리는 점점 신경질적으로 높아졌다. 그에 반해 와리브는 여전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목재상자를 들어서 일꾼에게 건네며 말했다. "서늘한 곳에 놓는 것 잊지 말게. 사막을 건너는 동안 말라버리면 곤란하니."

"야! 내 말이 안 들리냐! 사람 무시하는 거야?"

재차 대답을 촉구하는 기드의 고함소리가 울려퍼진다. 와리브는 소매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물었다.

"왜 그렇게 신경쓰는 거냐? 남이사 다이아를 버리든 룬(Rune)을 버리든 네가 알바 아니잖아?"

기드는 질린 얼굴로 되물었다. "뭐, 룬? 너 설마 그것도 나중에 얻으면 버릴 거냐?"

"젠장, 그건 어디까지나 비유고. 내가 다이아 갖고 있어봤자 너 줄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신경질이냐. 가서 가게나 봐."

"끄으윽!" 기드는 아픈 곳을 찔린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 거렸다. 사실 그렇지. 나 줄건 아니지. 그래도 아깝잖아. 기드는 간신히 웃는 표정을 지으며 사근사근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며 대답했다.

"그래, 친구. 그건 그렇지...하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줄 건 또 뭐야."

"주인에게 돌려주라고 그런 거야."

"어떤 미친 놈이 그걸 주인한테 돌려주냐!"

"...그 사람은 성기사야."

"성기사고 뭐고! 사막을 건너 정처없이 떠나버린 주인은 그냥 험악하게 생긴, 검은 옷에 뼈다귀 장식을 한 네크로맨서라는 것이 네가 알고 있는 것의 전부인데! 고귀하기 짝이 없는 성기사가 그런 놈을 무슨 수로 찾아서 그걸 돌려주냐? 그거, 다이아몬드 한 주먹을!!"

와리브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은 후 다시 일에 몰두하며 말했다. "어떻게든 찾아내겠지 뭐."

"미친놈아! 만약에 못 찾으면!"

"그럼 그 사람이 갖는거고."

기드는 불타는 가슴을 쾅쾅 두드려가며 간신히 말했다.

"어이구, 이 자식아!!! 닥치고 잘 들어! 그 딴 생각은 집어치고, 루트 골레인에 가면 일단 그 사람부터 찾아! 사막가는 사람은 다 그랬듯 그 성기사도 그곳으로 갔을 꺼야! 그러니까 가서 받아내라구! 그리고 그걸로 그냥 행상때려치고 늘어지게 살아!"

"...뭣땜에 내가 그렇게 하냐."

"뭣땜? 뭣땜은 무슨 뭣땜!"

"내가 포기했단 말이야. 근데 왜 도로 찾냐."

"왜 그걸 포기했냐! 왜! 왜! 왜!"

와리브는 한숨을 쉬며 일손을 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기드를 마주 보았다. 그의 순박한 얼굴에는 속을 들여다보기 힘든 두 눈이 박혀있었다. 그 눈을 바라보던 기드는 약간 질려버렸다.

"뭐, 뭐야? 왜 그래?"

와리브는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넌 그 다이아몬드 있으면 뭐 할껀데."

"집 사고, 땅 사고, 먹을 거 사고, 여자 사고, 도박 하고...많지!"

"새로 산 집에 도둑이 들면?"

"경비를 사서 세워 놓으면 되지! 돈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땅을 누가 파헤쳐 버리면?"

"거기도 농장관리인을 새로 배치하면 되잖아."

"먹을 거 너무 많이 사 먹고 배탈나면."

"젠장, 그렇게 복잡한 거 까지 따지지마라."

"여자가 돈을 갖고 튀어버리면?"

"그럴리가 있냐."

"도박해서 기껏 생긴 돈 다 잃어버리면."

"기분 더럽겠지."

와리브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멍청한 기드, 아직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냐?'

"이튼저튼, 골치 아픈 일이 계속 생길 거 아냐?"

"그거야 그렇지."

"뭣하러 그렇게 머리 아픈 일을 일부러 벌이냐?"

"뭐? 너 그럼 그 다이아몬드를 포기한 게 겨우 골치아플 것 같아서란 말이냐!"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끄아아아아아악! 그러면 나 하나만 주지 그랬어!"

"본색이 드러나는군."

절규하는 기드를 뒤로 한 채 와리브는 쓴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은 지평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그 너머에 펼쳐져 있을 사막을 그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내 손으로 번 만큼만 쓰면 되지.'

고뇌는 필요없어. 단순하게 생각하지. 구태여 긁어 부스럼 만들면 무엇하나? 그냥 내버려 두는 거야. 신의 축복은 주시면 받는 거고, 악마의 선물 따위는 반가워 해야 할 이유가 없지.

바보처럼, 생각하자고.





한편, 티나와 카르마에 의해 구해내어진 케인은 로그들의 사원에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가 가지고 온 것은 오직 지팡이 하나 뿐이었지만, 그는 사원의 책장에서 이것저것을 들여다 보며 가져갈 만한 책을 고르고 있는 중이었다.

방 하나에 가득 들어차 있는 책들을 바라보며 케인은 신나게 흥얼거렸다.

"으허험, 헛허! 이 책을 가져갈까, 저 책을 가져갈까?"

그 때,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카르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려면 어때요? 어차피 들지도 못하는 거 아닙니까?"

"이노옴! 날 쓸모없는 늙은이 취급하지 마라!"

그러나 카르마는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꺼떡거리며 괜히 흥분하는 케인을 향해 이죽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그는 슬그머니 다가와 방패만큼이나 커다랗고 두꺼운 책을 거뜬히 들어올리며 케인에게 말했다.

"이렇게 할 수 있어요? 푸화핫하하하!"

카르마가 웃으며 책을 바닥에 내려놓자, 케인은 몹시 노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들어올리며 외쳤다.

"이놈, 후회하게 해주마! 잘 봐라!"

그리고 그는 지팡이를 옆으로 홱 집어 던진 후 길게 늘어진 소매를 휙휙 걷어올렸다. 말라서 뼈가 비치는 앙상한 팔이 드러났다. 카르마는 연거푸 웃음을 터뜨렸고 케인은 더욱 더 화가 난 얼굴로 카르마가 내려놓은 그 방패만큼 커다란 책을 두 손으로 단단히 움켜 쥐었다.

"흐으-읍..." "그만 두세요."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는 문 쪽에서 들려왔다. 케인은 여전히 허리를 굽혀 책을 잡은 채로 고개만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작은 소녀는 긴 흑발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놓은 채로 어깨를 문에 기댄 채 서 있었다. 그녀의 몸 주위로는 무수한 갯수의 푸르고 흰 얼음조각이 그녀를 둘러싸듯 떠오른 채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티나냐? 끼어들지 마라! 이건 남자들의 명예가 걸린 자존심대결이닷!"

"...네."

너무 쉽게 물러서는 그녀의 태도에 케인은 잠시 당황하고 말았다.

"...아, 아니, 왠만하면 말리기라도 하지 그러냐?"

"음홧홧, 못 드시니까 얼렁뚱땅 핑계를 대서 넘어가시려는 거죠?"

카르마가 정곡을 찔렀다. 티나가 말리는 것을 핑계로 대충 그만 두려던 케인의 계획은 들통나고 만 것이다. 젠장, 이렇게 된 바에야 어쩔 수 없지! 케인은 이를 앙 다물고 자신의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 용을 써 댔다. 하지만 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그만 두시라니까요? 그 나이에 허리라도 삐면 고칠 수도 없는 거 몰라요?"

"케인. 그만두세요. 나 말했어요."

진짜로 케인이 시도할 줄은 몰랐던 티나와 카르마는 급히-티나의 경우도 역시 상당히 급히 신경쓴 편이었다-말렸지만,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노인은 어떻게든 그 책을 들어올려야만 손을 뗄 것처럼 악을 써 댔다. 보다못한 카르마가 다가서서는 책을 번쩍 들어 가져가 버렸고, 잠시 후 아우터 클로스터로 올라오는 계단에는 방패대신 의기양양하게 책을 들고 있는 사내와, 그 뒤를 풀죽은 모습으로 뒤따르는 노인과, 얼음조각을 몸 주위로 휘날리며 걷는 소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 여러분! 준비는 끝나셨습니까?"

중앙 성당에서 쉬고 있던 카샤가 그들을 발견하고 외쳤다.

"케인도 준비된 것 같은데요?"

카르마가 대답했고, 직후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온 세 사람의 대화에 카샤는 그만 혼란에 휩싸였다.

"이놈아, 머리도 새파란게 왜 멋대로 케인, 케인이야?"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신경 안 쓰는게 좋을 걸요." "그렇겠지?" "작당하지 마라, 이 녀석들아!"

카샤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상황을 타개키 위한 시도를 감행 했다.

"저기, 여러분. 그거야 어쨌든 지금 바깥에 아카라님이 기다리..." "부를 이름이 없잖아요?" "반말 하지 말라 이거야!" "케인이면 됐지 뭘 바래요, 케인." "티나! 저 녀석 편들지 마라!" "음홧화하! 케인? 케인? 케인? 케인?"

카샤는 아카라를 불러오기로 했다.





"아, 아하하..."

아카라는 귀에 들려오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신음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케인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카르마를 쫓고 있었고 카르마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고 있었다. 물소리로 보아 두 사람은 분수 주위를 미친듯이 돌고 있는 듯 했고 아마도 티나는 그 중앙에 무표정하게 선 채로 바보, 바보들이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게 섯거라!" "나 잡을 수 있어요? 잡아봐요~꺄악~." "바보." "이놈, 서지 못해?" "서기를 바랬어요?" "바보들." 풍덩! "커허억!" "아앗, 거기에 빠지면 어떡해요?" "바...보..."

"카, 카샤. 내 손 좀 잡아 주겠어요?" "네. 여기..."

모두가 진정된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아카라는 케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그 쪽이 태양이 지는 쪽이라고 믿고 있었다-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네."

케인이 쑥스러운 듯 사과를 건넸다.

"그건...됐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여러분 모두들 준비는 끝나신 모양이죠?"

"네." "그렇죠, 다들?" "준비는 끝났네."

아카라는 잠시 이 황당한 삼인조를 바라보았다.

생츄어리 대륙에 가장 유명한 옛날 모험이야기들에는 대부분 주인공이 셋 나온다. 그 중 한명은 언제나 정의감이 넘치는 남자, 다른 하나는 날렵하고 예쁘장한 조연(간혹 여자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작가의 취향에 따라 근육질의 거한이나 현자(늙은이다.)로 구성되곤 한다.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이 삼인조는 어떤가? 일단 경력과 전직만 보면 결코 대 서사시에 모자를 것 같지 않았다. 주인공 역할을 할 만한, 쾌활한 성격의 카르마. 어디선가 홀연히 등장해 데카드 케인을 구출해낸 남자. 다음은 두번째 조연에 어울릴 만한 티아나르 운디네프. 잔 에수의 어린 자식, 정령마법의 대가 소서리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 그대로 대륙제일의 현자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데카드 케인.

그러나 아카라에게 보이는 세 사람의 앞날은 암담했다.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두 남자와 둘 모두를 무시하는 한 여자. 묻기만 하는 남자와 대답만 하는 여자, 그 사이에 끼여서 온갖 말을 늘어 놓을 듯한 노인. 무기라곤 하나도 없는 건장한 청년과 들고 있는 지팡이조차 무거워 보이는 늙은이, 보호받지 못하는 마법사. 도대체 저 사람들을 어떻게 앞으로 어떤 위험이 판치고 있을지 모르는 여행길로 떠나보낼 수 있단 말인가? 아카라는 고민 끝에 로그 캠프로 서신을 보냈다.





태양은 이미 저물고 있었으므로 오늘 길을 떠나기엔 무리였다. 티나는 일찌감치 잠자리를 찾아 가버렸고, 카르마는 다른 로그들을 따라 이곳저곳을 둘러 보며 '야!' '히야!' 하고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케인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곤 옆에 조용히 꿇어 앉아 있는 아카라를 돌아 보았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살아날 길을 찾느라 바빴는데, 지금은 이렇다네."

"사람이란, 다 그런 것이겠지요."

"한심하단 말인가?"

"아니요...(뭐 지금은 약간 한심해 보이긴 하지만)힘들 때는 고뇌에 빠지지요. 대답이 나올 수 없는 문제에 대하여."

"흐음, 뭐 대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서 뭐 하겠나."

"그렇습니다. 사람은 늙으면 죽고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사는 것이지요. 살아날 길 따위는 없는 것 아닙니까? 고뇌해 보아야 소용없지요."

케인은 아카라의 말을 듣고는 적잖이 놀랐다.

"호오, 그렇다면 그 때 살길을 찾아해메던 내가 한심하단 얘기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슬며시 떠보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요. 어려울 수록 단순하고 명쾌한 답을 찾기 힘들다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침착을 잃고 허둥거리죠. 그건 안 그래도 모자라는 우리의 시간을 허비하고. 그것이 고뇌가 우리에게 주는 악몽이 아닐까요."

"고뇌라..."

케인은 고뇌라는 단어를 되씹어보았다. 캐타콤을 지배했던 악마는 고뇌의 여신 안다리엘이었다고 했지.

"고뇌는, 어디까지나 더 좋은 결론을 얻기 위한 생각의 행위가 아닌가."

"글쎄요...? 만약 우리가 당장 굶어 죽느냐 마느냐에 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을 때 고뇌에 빠져 이도저도 못하고 주저 앉아 있는 게 과연 좋은 결과를 가져 올까요?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제가 어떻게 하면 밥을 찾아 먹을 까를 고민 하는게 정말 도움이 될까요?"

"호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순하고, 간단한 답을 찾을 수 있어야죠. 굶어 죽을 것 같으면 어떻게든 뭔가를 먹으면 될겁니다. 어떻게든요. 그냥 가서 아무거나 줏어먹으면 일단 살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장님인 제가 밥을 찾아 먹으려면 카샤에게 식당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는 편이 더 빠르겠지요. 고뇌가 필요 합니까?"

"흐음."

케인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카라는 만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악마가 남긴 것인가?"

"그런가 보죠. 고뇌, 고뇌...제 머릿속을 최근 계속해서 맴도는 어떤 것들이죠."

케인은 말을 멈춘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북쪽으로 지고 있는 태양이 보였다. 태양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붉고 푸른 물결은 저녁 하늘속으로 한껏 퍼져나가고 있었다.

"도대체 이 세계에 무슨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말은 안 했었지만, 난...지옥의 세력이 다시 세상으로 손을 뻗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네."

"손은 벌써 뻗쳐졌었죠."

"그렇지. 이미 시작된 걸세. 그러나 모르겠어, 그 계기가 무엇인지. 억지로 연관지어 보면, 트리스트람에 악마들이 돌아온 시기와 안다리엘이 이곳을 점령한 시기, 그리고 다크 원더러가 마을을 떠난 시기를 한 시점에 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네."

"세 가지가 모두 관련된 거란 말이세요? 그럼, 안다리엘이...?"

"아니, 그렇지 않아. 안다리엘이 트리스트람까지 손을 뻗칠 순 없거든. 생각해 보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안다리엘은 이 로그들의 사원에서 자네들이 임시로 설치해둔 캠프까지만 세력을 확장했네. 그 변경에 있는 도시와 국가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어. 웨스트 마치나 칸두라스 쪽에서는 자네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할 걸세. 어째서 여기서 몇 백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는, 게다가 지금은 마법으로 봉인 되기까지한 도시가 파괴된 것이 그녀의 소행으로 볼 수 있겠는가?"

"그렇군요. 그럼 다른 생각이라도 있으신지?"

"내가 추론하고 있는 것은, 다크 원더러의 머리에 나 있는 상처일세."

"상처요?"

"그래. 신경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그가 예전 폐허가 된 사원에서 디아블로를 무찌르고 나올 적에 머리에는 꽤 깊게 패인 상처가 있었지. 다 아물어 있었지만."

"그곳에는 지옥에서 소환된 악마가 무한대로 존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지옥같은 환경에서 상처하나 없는 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가요?"

"그래, 그렇긴 한데...그, 뭔가를 마치 쑤셔넣은 듯한 상처였단 말일세. 게다가 이미 아물어 있었고. 그리고 마지막 날 나는 술집에서 그 상처에서 진홍색 빛이 뿜어져 나온 것을 기억하고 있네."

아카라는 '진홍색 빛' 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착가했던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사실을 쉽게 긍정할 수도 없었다.

진홍색 빛은 디아블로의 상징이다. 그렇다면 다크 원더러가 그 이마에 디아블로의 소울 스톤을 박아넣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몇 개월을 트리스트람에서 살았고, 결국 디아블로에게 사로잡혀 악마의 입구를 열었다? 그 몸을 숙주로 공포의 군주는 다시 세상에 도래했고, 사막으로 떠났다? 그리고 추적자를 막기 위해 고뇌의 여신을 남기고...

말이 되긴 된다.

"하지만 그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추측에 불과해요."

"근거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확실하진 않지만 안다리엘과 트리스트람, 그리고 사원...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꽤 그럴듯한 추리가 아닌가?"

"...그런가요..."

아카라는 다시 고뇌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를 케인이 멋지게 구해냈다.

"간단하게 생각하지."

"바보처럼요?"

"그래. 간단하게."

"케인이 찾은 답은 무엇인가요?"

케인은 힘차고 자신있게 말했다.

"쫓아가는 거지. 그리고 물어보는 거지."





아카라의 전갈을 받은 와리브가 사원에 자신의 마차를 끌고 도착한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일찍부터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케인과 카르마, 티나는 냉큼 그가 이끄는 마차에 올라탔다.

"와리브, 귀찮은 부탁을 드려서 미안하군요."

"조금도 부담되지 않습니다, 아카라."

와리브는 조용히 인사했다.

"자, 그럼 여러분." 벌써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은 세 사람은 아카라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가는 길, 평탄하시기를 바랍니다."

"음핫핫! 걱정 마시라니깐요?"

"감사합니다."

"고맙네. 아카라, 카샤. 아, 다른 로그들도 모두 잘 있게나."

카샤를 위시하여 전원 반원 형태로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로그들은 환호성을 동반한 박수를 퍼부으며 그들의 여행길을 축복했다. 달그락, 달그락, 마차가 특유의 소리를 내며 굴러가기 시작했다. 로그들의 축복속에서, 눈먼 사제의 손짓을 따라, 와리브가 이끄는 상단은 사막으로 출발했다.


카르마는 씨익 웃으며 마차에 드러누웠다. 티나는 구석에 틀어박혀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고(얼음 조각들은 여전히 그 주위에서 빙빙돌고 있었다), 케인은 멀어져가는 사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와리브는 조용히 동료들과 함께 마차를 몰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사막을 향하는 세번째 무리들은 희망찬 얼굴로 여행의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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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때문에 글씨 안보이시는 분들은 드래그 하셔서 보시면 편할꺼에요~^^
댓글 : 1 개
이제 전부 사막으로 이동햇으니 또 이야기가 넘어가겟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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