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절주절::] 소설 디아블로 - 사막의 결전 챕터5 -2011.07.21 PM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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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역시 덥다. 다섯 대의 마차와 세 대의 수레, 두 마리의 낙타, 그리고 다섯 명의 상인과 세 명의 일꾼 그리고 다시 세 명의 여행객으로 구성된 와리브 상단은 평상시보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사막을 돌파하고 있었다.

'로그들의 길'의 특징은 말이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길을 자세히 모르는 사람은 이리 저리 걷다가 드넓은 사막의 한 가운데에 낙오되기 십상이지만, 꼬불꼬불하고 교묘하게 이어져 있는 이 길만 제대로 따라가면 말도 사람도 수월하게 사막을 지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와리브 상단도 '로그들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출발한지도 어느 새 사흘째, 끝없는 모래언덕으로 둘러싸인 사막의 한구석에서 하루종일 멍하게 수레에 누워 있는 게 다 였던 카르마는 퍽이나 지루한 참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는 티나에게 시비를 걸어 대고 있었지만, 대꾸도 제대로 안 하는 그녀의 냉담한 태도에 그만 기가 죽어 버렸다. 케인은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꾸벅꾸벅 졸기만 했고, 상인들은 다들 자기들 일로 바빴기 때문에 그를 상대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견디다 못했던 그는 상단의 짐꾸러미 속에서 아무 무기나 꺼내어 수련 하겠다고 난리를 쳤고, 그랬다가 상인들에게 크게 혼이 난 후로 풀이 죽어 있었다.

"이봐요, 와리브?"

"뭐요, 카르마씨."

"얼마나 남았어요?"

"...그거, 십분 전에 물어 봤던 거 기억하지요?"

"이십분 전에 물은 것, 삼십분 전에 물은 것, 사십분 전에 물은 것...이렇게 세 시간 전 것 까지 다 기억하는데요?"

"......"

그렇다. 그것이 바로 그가 선택한 시간 때우기 전법이었다. 문득 잠에서 깨어난 케인이 대뜸 그에게 말을 건네왔다.

"이봐, 할 일이 없는가?"

"있는 걸로 보이십니까?"

"흐음, 그렇지가 않으니까 물어본 것 아닌가."

"그래 보이면 물어 볼 것도 없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라고 해두세. 그건 그렇고, 할 일이 없으면 그 책이나 좀 갖다 주겠나?"

"무슨 책이오?"

"왜, 로그들의 사원에서 실은 그 큰 책 있지않은가."

"아, 그거요?"

카르마는 조깅하는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 수레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케인의 짐(엄밀히 말해, 카르마의 짐에 포함되어 있는)이 실려 있는 다른 수레로 달려가 그 큰 책을 꺼내왔다. 책을 받아 자기 앞에 놓은(엄밀히 말해, 바닥에 놓여진 책을 낑낑 거리며 자기가 볼 수 있게 돌려 놓은)케인은, 소매를 살짝 걷은 채 책에 묻어 있는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제목이 적혀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세심히 닦아내었다. 잘 보이지 않던 작고 빽빽한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 '호라드림의 마법서-서역의 마법사들편' 이게 뭐죠?"

옆에 앉아 케인이 하는 양을 지켜보던 카르마가 물었다. 케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마법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서쪽 왕국에도 오래전에 존재했던 위대한 마법사들의 후예가 있지. 호라드림 마법사들의, 3대 악마들에 대한 위대한 추격과 봉인이 있었던 시대에 활약했던 자들 말일세."

"호오, 이건 그 사람들이 남긴 마법서로군요?"

"별로 대단한 건 아닐세. 기껏해야...기본지식이 약간 담겨 있는 정도이니까."

케인은 두 손을 다 써서 두꺼운 책 표지를 넘겼다. 낡은 양피지로 만들어진 책장은 케인도 한손으로 넘길 수 있을 정도였지만 역시 거대한 책장은 넘기기가 쉽지가 않아 보였다. 그러고 난 뒤 그는 티나를 불렀다.

"티나야. 이리 와 보거라."

"왜요."

"...글쎄, 좀 와봐라. 이 책은 너 보여줄려고 가져온 거란 말이다."

"그렇담 좋아요."

티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케인의 곁으로 다가왔다. 정지해 있던 얼음 조각들이 그녀의 움직임과 함께 천천히 몸 주위를 회전하기 시작했다. 카르마는 기겁을 하며 외쳤다.

"그, 그것 좀 멈출 수 없어?"

티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못해...미안."

카르마는 약간 무안해지긴 했지만 '왜' 못 멈추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왜 못 멈추는 거지?"

그 말에 케인이 대답했다.

"잔 에수의 여사제들은 정령술사들이라네. 소서리스라고들 하지? 티나는 그중에서도 빙한 정령과 가장 친하다고 알고 있는데...역시 그렇지? 음음, 그리고 정령과의 친교가 극한에 다다르면 일부 특별한 정령술사들에게는 그 정령과의 동화가 일어나거든. 티나의 몸 주위를 회전하는 얼음조각들은 그녀의 몸이 빙한 정령과 일체화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식인 거지."

설명을 들은 카르마는 이죽거리는 표정으로 티나에게 물었다.

"아아, 그러니까 넌 좋든 싫든 그 얼음조각을 몸에 달고 다녀야 하는 거로군?"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어."

티나가 약간 표정을 어둡게 하며-보통 여자들 같으면 새침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대답했다.

"어째서? 그런게 맨날 붙어있으면 불편하잖아?"

"전혀."

"귀찮지 않아?"

"이건 내 몸만큼이나 친밀한 친구가, 나와 영원히 함께 한다는 뜻의 징표야. 넌 친구의 선물을 귀찮게 생각하는 모양이지."

말문이 막혀버린 카르마가 주춤하는 사이, 케인이 티나앞에 책을 들이밀었다.(티나를 끌어당겼다.)

"이게 뭐길래..."

"호라드림 마법사들 중 서역의 마법사들이 남긴 마법서들이다."

티나는 고개를 왼쪽으로 꺾으며 케인을 위로 살짝 올려다 보며 눈을 찡그렸다.

"...뭐, 뭐냐 그 눈빛은?"

"모르시지는 않을텐데. 우리는 위험한 다른 일족들의 원소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데요."

잔 에수의 여사제들이 다른 일족들의 마법을 위험한 것으로 여기고 엄격하게 선택된 정령마법만을 사용한다는 것은 물론 케인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 그건 안다. 이건 사용하라는게 아니라, 익혀두라는 거야."

"익혀두라는 건, 사용하라는 거지요."

"그게 아니라...흠, 그러니까...티나, 너는 전격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었더냐?"

그 때부터 카르마는 일찌감치 자리를 털고 와리브에게서 소드(Sword:검)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조르러 가 버렸다.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않고 있던 티나는 고개를 푸욱 숙였다 얕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케인. 케인이 날 마지막으로 본 건 내가 열 두살 때에요."

"지금은 몇살이지?" "열 아홉 살."

"7년? 벌써 7년이나 흘렀나? 세월 참 빠르군."

"말 돌리지 마세요."

"아, 미안하다. 그러니까, 지금은 전격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

"그럼요..."

티나가 말끝을 약간 흐렸다.

"완전히 마스터한 거냐?"

"아...뇨."

"흐음, 좋아. 테스트 한번 해보지."

"...테스트...무슨...테스트를..."

케인은 목소리가 잠기는 티나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차지드 볼트."

티나는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무거운 손길로 스태프를 들어올렸다. "차지드 볼트."

케인의 재차 신호에도 불구하고 티나는 조용한 모습으로 식은 땀만 흘리고 있었다. "차지드 볼트?"

"차지드 볼트!"

세번째 재촉끝에 티나는 스태프를 낮게 휘두르며 마법을 사용했다.

파치칙!

강렬한 전격마찰음과 함께 전기 에너지 덩어리 두 세개가 확 흩어졌다. "호오!" 케인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지팡이를 옆에 기대둔 채 머리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린 그는 손뼉을 치며 다시 주문했다. "자, 그럼 라이트닝."

"......"

"라이트닝?"

티나는 마침내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탄식과도 같은 말을 내뱉었다. "나 못해요..."

"그럴 줄 알았다니까." 케인은 희희낙락하게 웃었다.

"그래요. 나 못해요. 하지만 전격계 정령은 나와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는 걸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아, 놀리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책망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걸 읽어 보란 말이야. 서역 마법사들은 소서리스들과 비슷하다는 건 모르지?"

티나는 호기심이 동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고, 케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첫 장을 넘겼다. [정령마법의 기초]......

"이들도, 정령 마법사로군요..."

"그래. 하지만 잔 에수의 여사제들처럼 최고위 정령들과는 이야기 할 수 없지. 남자들이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소서러'라고 불리지."

티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녀의 눈빛으로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제, 제발요 제발!"

"아, 안돼요 안돼!"

와핫핫하! 주위에 모여있던 상단무리들의 폭소가 터져 나왔다. 카르마는 억울한 듯한 눈빛으로 자신의 말투를 계속 따라하며 자기를 놀리는 상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칼 한 자루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빌려 달라는 건데 그것도 안돼요?"

"빌려달라는 것도 달라는 거 아닙니까."

눈물 섞인 호소에도 상인들의 태도는 한결 같았다. 사막 행상의 복장을 하고 있던 한 상인이 껄껄 웃으며 말없이 마차를 몰고 있는 와리브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봐, 저렇게 원하는데 하나쯤 빌려주면 어떤가?"

"상품에 손상이 가면 곤란해. 싫어."

"아아앗! 그냥 허공에다 대고 휘두르겠다는데 무슨?"

카르마가 허공에다 대고 절규했다.

"에,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아시오. 그리고 보아하니 칼이라곤 잡아본 적도 없는 샌님같은데 왜 갑자기 칼을 들겠다고 난리인거요?"

"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앞으로 우리가 어떤 위험을 겪게 될지 누가 압니까? 모두가 위험해지면 자기 몸은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나름대로 지어낸 이유였지만 와리브는 한마디로 잘라 거절했다. "안됩니다. 아무리 위험하다 해도 선생같은 분까지 칼을 들어야 할 정도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거요. 내가 걱정하는 건 선생이 그렇게 악을 써대다가 사막의 기후에 먼저 쓰러지는 거지, 몬스터들한테 칼 맞아 죽는 것이 아니오."

"이런...?! 그럼 사겠어요!"

"호오? 돈이 있었소?"

"당연하지! 까짓 칼 한 자루 살 돈이 없겠습니까?"

호탕하게 돈주머니를 찾아 허리춤을 더듬던 카르마는 잠시 후 안색이 뒤바뀐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 돈을 수레에다 두고 온 것 같은데? 곧 가서 가져올테니, 쓸만한 걸로 한 자루 꺼내놔 주시겠습니까?"

상인들은 씨익 웃었다. 카르마는 그 웃음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어 당황했다. "왜들 웃는 거죠?"

사막행상의 복장을 하고 있던 아까 그 상인이 배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소! 여기있는 수레중 어디에도 무기따윈 싣지 않고 있으니까! 으핫하하!"

"뭐, 뭐라구요?"

자신이 놀림거리가 되고 있었음을 깨닫는 카르마였다.





-제 6주



"꺄아악! 꺄아아악! 꺅! 꺅!"

데이먼과 골렘은 짧은 눈짓을 교환했다.

퍼어-억!

육중한 타격음에 이어, 툴리아가 털썩 모래 바닥에 얼굴을 묻는 사태가 발생했다.

"업어라."

골렘은 둔한 움직임으로 쓰러져 있는 툴리아를 업으려 했지만 아무래도 잘 되지 않았다. 데이먼은 혀를 차며 가까이 다가가 툴리아의 오른팔을 어깨에 짊어지며 골렘을 도와주었다.

잠깐...?

"......"

툴리아의 오른팔과 함께 상체를 그의 어깨로 기울이던 데이먼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툴리아의 상체에 닿아있는 그의 어깨, 거기서 아무런 감촉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자라면 당연히 느껴져야 할, 그런 느낌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데이먼이 '엄청난 절벽이군.' 할 리가 없겠지만, 어쨌든 이상한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쳐가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잠시 묻어두기로 했다. 아무튼 지금은 바빴던 것이다.

골렘에게 간신히 그녀를 업힌 그는 골렘을 인도하여 소용돌이 모양으로 빛나고 있는 웨이포인트 위로 올라섰다. 체중을 받은 돌바닥이 가볍게 내려앉았고, 그것을 확인한 데이먼은 온 정신을 한 가지 장소에 집중시키며 나직히 말했다.

"로스트 시티(Lost City:잃어버린 도시)."

순간, 바닥의 소용돌이 빛무리가 맹렬한 속도로 회전했다. 바닥을 타고 흘러나던 그 빛무리는 조금씩 데이먼과 골렘이 서 있는 윗단을 흘러내렸고, 마침내 아랫단까지도 그 정체모를 빛무리에 가득찬 순간, 번쩍! 하는 빛과 함께 바닥에 넓게 펼쳐지던 소용돌이 빛무리가 위로 솟구쳤다.

마치 마법과도 같이, 데이먼과 골렘의 모습은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빛무리속으로 사라졌다.

말 그대로 분수처럼 다시 빛무리가 잔잔히 가라앉았을때는, 이미 두 사람과 한 골렘의 모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댓글 : 1 개
슴을 썰어낸 아마존?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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