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절주절::] 소설 디아블로 - 사막의 결전 챕터6 -2011.07.23 PM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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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서석!

잿더미 날리는 소리와 함께, 아론에게로 다가오던 또 한 마리 좀비의 머리가 모래처럼 흩어졌다. 하지만 지친 그가 미처 숨 돌릴 틈도 없이, 동굴안에 가득 찬 좀비와 해골병사들은 쓰러진 시체들을 넘고 또 넘으며 몰려오고 있었다.

"우윽, 빌어먹을!"

아론은 흔들흔들 처지는 오른팔을 들어올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셉터의 무게는 그의 마음을 철저히 무시하며 차가운 바닥을 향해 내려앉았다.

"꾸으으어어!"

무기를 놓친 그에게 또 다른 좀비의 강렬한 일격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좀비의 느릿한 동작 따위는 컴뱃의 달인, 전투 팔라딘이자 '자카룸의 손' 그 왼쪽 두 번째 손가락인 아론 맥클레인에게는 가만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흐읍!"

아론은 날렵하게 몸을 뒤틀어 좀비의 공격을 피한 다음 왼손에 지켜든 카이트 쉴드(Kite shield)에 몸무게를 실어 강하게 후려갈겼다. 푸서석! 그리고 또 한마리.

그러나 한번에 한 두마리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홀은 이미 걸어다니는 시체들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젠장, 죽여도 죽여도 계속 몰려오는군."

아론은 이를 갈며 셉터를 간신히 들어올렸다. 후들거리는 그의 다리 주변에는 이미 사지가 날아가고 머리가 으깨진 좀비들이 무수히 쓰러진 채 꿈틀대고 있었다. 그러나 아론은 언젠가부터 그런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쉬리릭!

어느 새 가까이 접근한 해골병사가 녹슬어서 버석거리는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 검 휘두르는 소리가 어둠을 갈랐고, 아론이 맞휘두른 방패에 불꽃이 튀며 검은 두동강이 나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퍼버벅! 육중한 셉터의 충격과 함께 해골병사는 뼈가 조각조각 나 흩어졌다. 그래서 또 한마리.

'끝이없다.'

아론은 아까부터 자꾸 입속에서 끝이없다, 끝이없다라고 웅얼거리고 있었다.

불의의 기습이었다. 옛 추억에 빠진 채 느긋히 노독을 풀고 있던 그에게 갑자기 썩어들어가는 얼굴을 들이댄 좀비하며, 팟 하고 나타난 수십개의 칼날들, 그리고 어둠속에서 기어나오는 시체들, 시체들, 시체들. 그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탐닉이라도 하듯이 서서히 몰려왔다.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맹수들처럼...

그러나 아론 맥클레인이 누군가. 전투 팔라딘이다. 몇십번이나 강조하지만 '자카룸의 손' 그 왼쪽 두번째 손가락이다. 그는 얼른 놓아둔 방패를 집어들어 마구잡이로 휘둘러댔고, 덕분에 어느정도의 예비시간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재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탓에, 이미 좁은 방의 세 입구는 움직이는 시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놀람과 공포의 첫 폭풍이 스쳐간 후, 놀람이 진정된 아론은 순수한 공포와 함께 순수한 의문을 느꼈다. 도데체 '왜'...? 이렇게 많은 시체들이 이런 사막 한구석에서 마구 기어나오는 걸까. 답은 간단했다.

'이곳은 묘지다!'

그렇다! 이곳은 묘지였다. 사막에 만들어진 공동묘지. 죽음의 안식을 얻은 자들이 마지막 수면을 취하는 곳. 그리고 두 번째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왜' 이미 죽은 자들이 일어서서 자신을 공격해 오는 것인가. 신의 품으로 갔어야 마땅한 자들이.

악마인가.

문득 아론은 그렇게 생각했다.

악마.

네크로맨서.

악마.

네크로맨서.

아론의 눈은 증오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악마인가.

그런 것인가.

분노의 떨림에 가득찬 그의 손은 이미 눈 앞에 있는 시체들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의 몸이 전방을 향해 살짝 숙여진 '찰나', 정말로 그 '찰나'의 순간, 어둠은 칼로 흠집이라도 낸 것처럼 찢겨져 나갔다.

"크아아!"

콰쾅쾅! 방패를 앞세우고 달려가 격정적으로 내리쳐진 아론의 강력한 돌격(Charge:차지)에 단번에 열댓마리의 해골병사들이 우수수 무너졌다. 좀비와 달리 아무런 괴성을 지르지 않는 그것들은 비명소리조차 없이 깨끗하고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

콰콰쾅! 재차 돌격이었다. 운 나쁘게도 아론의 행로에 걸쳐져 있던 놈들은 말 그대로 '튕겨져나갔다.' 그리고 일격을 얻어맞은 좀비는 그대로 곤죽이 되어 흩어졌다. 방패에 얻어맞은 다른 한 마리는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 몰려오는 다른 좀비들 수마리와 함께 나뒹굴었다.

"꾸오오오오!"

"크아아아아아!"

아론의 돌격은 무차별적이었다. 그가 어찌나 흉흉한 기세로 내달았던지, 해골병사는 물론 자아가 그 주인에 의해 조종받는다는 좀비들까지도 슬금슬금 뒷걸음질칠 정도였다. 광포한 수십차례의 돌격이 마치 폭풍처럼 홀을 흩고 지나가자, 홀 안에 꽉 차 있던 죽음의 무리들은 모조리 쓸려가 볼품없이 찢기고 뜯기고 망가진 모습으로 바닥과 구석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주위에 더 이상의 적이 보이지 않음을 깨달은 아론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바닥에 쌓여있는 언데드들의 찌거기들은 잘 정리하면 지금 그가 서 있는 홀의 절반 이상을 쌓아올릴 수 있을 정도였다. 눈부신 전과였다. 비록 그것이 암흑속에서 치뤄진 전투의 결과임에도.

"방금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움직일 수 조차 없을 것 같았는데. 아론은 하려던 말을 꾹 삼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는 곧 다시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수많은 시체들의 움직임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길 시간이 없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둠이 깔린 통로는 다시금 수많은 언데드들의 행렬로 메꿔지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욕할 기운도 별로 없었다. 죽음이 엄습해오는 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절망, 오직 절망만이 가득했다.

아론은 절망적인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희망은 없었다.

'이젠 끝인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 주저앉을려던 아론이 텅 비어있는 층계를 발견한 건 바로 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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