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절주절::] 소설 디아블로 사막의 결전 - 챕터7 -2011.07.26 AM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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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탓, 탁탁! 팟팟팟팟!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던 와리브 상단. 낙타가 이끄는 수레 위에 걸터앉은 두 남자의 손이 번개처럼 교차했다. 닝글닝글한 미소를 입안에 가득 띄운 구경꾼들이 두 사람을 쭉 둘러싸고 있었다.

파바박! 팍팍!

중간에 둥글고 납작한 탁자를 놓고 그 위로 서로 양손을 희한하게 놀리며 현란하게 공수를 주고받는 두 남자의 얼굴은 상당히 진지했다.

팟팟팟! 탁탁탁!

마치 평생동안 머리를 깎지 않은 듯 회색머리를 길게 내려뜨려 묶은 남자는 열심히 두 손을 놀려대며 마주보고 앉은 남자를 공격하고 있었지만, 터번을 둘러쓴 상대는 느긋한 태도로 상대의 공격을 받아넘겼다.

팟팟팟! 따-악!

다시 한번 두 사람의 손이 번개처럼 허공을 가로지른 후, 수가 딸리는 머리 묶은 남자가 터번을 두른 남자에게 보기좋게 뺨을 얻어맞았다.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는 장발남자는 얼얼해진 뺨을 매만지며 공허한 눈길로 허공을 바라보았고, 상대방의 뺨을 때린 터번을 두른 남자는 까무잡잡한 얼굴속에 지독히 투명한 미소를 띄우며 즐거워했다.

"와-핫하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상인들에게서 박장대소가 터져나왔다.

"이로써 33전 33패!"

"우핫하하! 젊은이, 그만두는게 어떤가!"

"크으으-윽?"

서른 세 대나 얻어맞아 이젠 거의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는 뺨을 매만지며 카르마는 처절하게 절규했다. 사막상인들의 전통적 놀이이자 문화이며 호신술이기도 하고 가끔은 분풀이에도 사용되는, '불꽃같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멋진 싸나이들의 끓어오르는 열기의 진수' 줄여서 '뺨 때리기'. 카르마가 그 수많은 빰 때리기 기술중에서도 손꼽히는, 전 대륙 방방곡곡을 쏘다니면서 장사를 하고 수많은 선배들에게 부대끼며 방방곡곡의 술집을 전전해보지 않은 자는 터득조차할 수 없다는 전설의 데져트마이크로핸드블로우(DesertMicrohandblow:사막정밀수타..--;;;)를 익히기 위해 미치기 시작한 이유는 그저 지루함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앗, 한판 더 하시지 않을래요?"

"커흠, 더 이상은 안되겠소이다. 때리는 것도 싫증이 났소."

상인 와리브는 달라붙는 카르마를 떨쳐내고 상단의 최전방으로 걸어갔다. 맨 앞에서 낙타에 올라타 일행들을 지휘하고 있던 상인은 와리브를 보자 손으로 이마를 살짝 건드리며 인사했다.

"슬슬 나올때가 되지 않았나?"

와리브가 물었다. 앞서 가던 상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흘밤낮을 거의 쉬지 않고 왔으니까 슬슬 나올때도 됐습니다. 글쎄요, 제 생각으론...지금 저어기에 도시방어벽이 드러난다해도 전혀...오오!"

"으음...? 아하!"

상인은 말하다 말고 갑자기 손을 이마에 얹어 멀리 바라보는 시늉을 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오-히아오-호-"

그러자 그 외침을 들은 다른 상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서 외치는 것이었다. "오-히아오-호-" 갑작스런 외침에 놀란 케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앞을 바라보았다. (티나는 미동조차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들은 모두 쏜살같이 각자가 맡은 곳으로 달려가 말과 낙타를 채찍질하여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약간 불안해진 카르마가 와리브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거, 다들 왜 저러는 거죠?"

와리브는 싱글벙글 미소를 띈 채로 외치듯이 말했다.

"우핫하하! 드디어 보여요! 이제 거의 다 온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오. 저기를 봐요!"

카르마는 와리브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목을 쭉 잡아빼었다. 아득히 먼 지평선에, 가까이 다가갈 수록 올록볼록 솟아나는 것들이있었다. 그것들은 사막의 모래가 발생시키는 열풍에 휩쓸려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지만, 분명 신기루는 아니었다. 성벽과 탑과 거대한 궁전비슷한 건물이 갈수록 더욱 더 뚜렷해졌다. 카르마는 입을 헤죽 벌리며 물으려 했다.

"그럼 이게 바로...?" "우핫하하! 환영하외다! 저곳이 바로 아라녹 대사막의 황금도시, 루트 골레인(Lut Gholein)이오!"

상단은 덜컹거릴 정도로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드디어 그들은 루트 골레인에 닿은 것이었다.





"우호~오? 히야~앗~오호오! 호오 호오!"

"조용히 해."

티나의 차가운 목소리가 길거리에 늘어서 있는 모든 물건들 하나하나에 감탄하고 있던 카르마를 잠시 경직시켰다. 사실 두 사람은 조금 전 시장거리로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사람들의 관심을 먼저 끌기 시작한 것은 한시도 쉬지 않고 티나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쉬버 아머(오한의 보호막:Shiver Armor)의 얼음조각들이었는데, 그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스스로 회전하는 얼음조각도 얼음조각이지만, 역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좍좍 비오듯 흐르는 사막의 주민들에게 있어서 '녹지 않는 얼음' 만큼이나 경이로운 대상이 없었던 탓이기도 했다.

"뭐 어때? 오와! 그건 뭐에요? 이건? 저건? 요건? 우아!"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런 티나의 모습보다 별로 숨기는 기색도 없이 꽥꽥 소리를 지르며 시장을 이 잡듯 파헤치고 다니는(그리고 아무것도 사지 않는) 카르마의 행각이 더욱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온갖 상점이 밀집되어 있는 루트 골레인의 중심가의 한복판이었지만, 길거리를 꽉 매우고 돌아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속에서도 카르마의 목소리는 너무도 또렷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와아아! 이야아아! 크아아아! 고오오오!"

"...조용히 해."

"키에에에! 갸아아악! 꾸에에! 니오오오~"

"...조용히 해."

"꺄아악! 꺅꺅! 캬아아아악!"

퍼어억!

사람들은 잠시 후 까무잡잡한 피부의 아가씨가 헤롱거리는 사내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별로 힘든 기색도 없이 질질 끌며 거리에서 멀어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흠...그런 일이있었단 말인가?"

갑자기 찾아온 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아리송한 것 따위뿐이라 파라의 얼굴은 괜히 어두워져 있었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난 케인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은데요."

파라는 루트 골레인의 대장장이였다. 그녀는 은은하게 붉은 빛이 감도는 산발을 휘날리며 루트 골레인 상단의 무기업을 보조하고 있었다. 허름한 작업바지, 상의는 어깨에 걸친 두툼한 하얀 천을 가슴 앞에서 깔끔하게 조여매는 것으로 끝내버린, 실용적이면서도 은근히 과감한 복장의 그녀는 어딘가 로그 캠프의 차르시를 기억나게 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충분한 정보일세. 그나저나 그새 아주 많은 일이 있었군 그래."

"좋은 일은 전혀 없어요." 파라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말씀하신 두건 뒤짚어쓴 사나이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얼마전부터 사막에서는 못보던 괴물들이 나돌아다니고, 지하하수로에서는 썪은 시체들이 걸어다닌다구요. 얼마전에 그중에 몇놈이 기어나와 술집여주인 아트마의 가족을 살해한 뒤부터는 그리즈 대장의 경계가 훨씬 삼엄해졌지요. 하수구 입구를 단단히 방어한 뒤로부터는 희생자는 없어졌지만...아무튼 모든게 다 엉망진창이에요. 시장은 용병들을 고용하는데로 전부 신전으로 보내버리는데, 아무도 그 이유는 모르고 있지요. 게다가 바로 며칠전에는 사악한 기운을 풍기는 시커먼 옷을 입은 사람이 걸어다니는 돌덩이에다가 거의 다 죽어 가는 여자 하나를 업혀 와서는 다짜고짜 메쉬프 선장의 배를 타고 떠나버렸지요."

"흐음..." 케인은 파라의 모든 이야기중에서도 뒷부분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눈빛이었다. "그게 어찌된 일인지 좀 더 자세히 말해주게나." 파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때부터 검은 옷 입은 사나이와 관계된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것들을 케인이 정리한 바로는 이랬다.

...와리브 상단이 도착하기 한 주일 전에, 은빛 방패를 든 성기사 하나가 찾아왔었다. 파라는 과거 자카룸의 성기사단에 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도시에 머물렀던 짧은 기간동안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아무래도 로그 캠프를 지나갔던 아론이라는 남자가 분명하다) 그런데 그는 모든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무작정 사막으로 달려나갔으며, 도시를 떠나기전에 계속해서 떠들고 다닌 이야기가 바로 검은 옷을 입은 네크로맨서를 보면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떠난 후 사나흘 씩이나 돌아오지 않아 모두들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라 믿고 있던중, 갑자기 전에 이야기 했었던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도시에 갑자기 나타났다. 걸어다니는 돌덩이가 따라다녔는데, 그 등에는 처참한 상처를 입은 여자가 하나 업혀 있었다. 그들은 한밤중에 마을로 들어왔고 어둠을 틈타 순식간에 메쉬프 선장의 배로 접근했었다. 그리고 홀로 배를 지키고 있던 메쉬프 선장을 협박하여 그 즉시 출항했고, 급히 뒤쫓았던 다른 배들은 어둠을 찢고 날아드는 날카로운 귀곡성에 놀라 그만 돌아오고 말았다. 최후까지 그 뒤를 쫓았던 배가 돌아와서 보고한 바에 의하면 사나이는 메쉬프로 하여금 평소에 전혀 가지 않는 트윈 해의 남쪽을 향해 배를 몰아가도록 힌 것으로 나타났다...

머릿속으로도 정리를 끝낸 케인은 두건을 뒤짚어 쓴 사나이와 검은 옷 입은 남자의 인상착의가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점에서 두 사람 사이에 연관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아론의 경우는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못했다는 거였다.

"그런데, 케인 님은 무슨일로 여기에 오신 거죠? 겨우 그 두건 뒤짚어 쓴 남자나 찾으러 이 먼 곳까지 오신 건 아닐테고."

파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케인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어리둥절해 하는 파라를 향해 무겁게 대답해주었다.

"겨우 그 두건 뒤짚어 쓴 남자나 찾으러 온 걸세."

파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그동안 사막의 도시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그녀의 마음속에 일어나고 있던 심증들 속에서 하나의 연관성을 끄집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케인의 말은 그것을 정확하게 집어내었던 것이다.

"혹시, 악마인가요?"

이번에는 케인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턱수염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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