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dle Talk]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있는거라고...2012.07.08 PM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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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앞선 글에서도 밝혔듯 저는 그다지 사회성이 강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히키코모리까지는 아니지만 그다지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기엔 많이 부족하고 삐뚤어진것은 사실이고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아마 그렇게된건 물론 본인의 재량도 있지만 굳이 남탓을 하자고 한다면 아무래도 아버지때문입니다.

중학생시절 여느때와 같은 날일거라고 생각했던 날밤이었습니다.

사업때문에 가끔 만취되어 집에 들어오시는 아버지는 여느 대한민국의 아버지와 똑같죠.

다만 아버지의 술버릇은 그다지 좋은 술버릇이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는 분입니다. 물론 지금도요...

다만 그날은 좀더 특별했던 날이었습니다.

술에 취하면 손찌검까진 아니지만 상당히 강압적고 고압적인 태도로 어머님을 대했던 아버지였고 그날도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날은 달랐습니다.

손찌검이 있었던걸로 기억하고(이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였던건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어머니와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었죠.

그날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다만 아버지는 술이 깨시고(필름이 끊기신건 아니었습니다) 친지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난뒤에야 후회하셨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 후회하셨던거 같습니다.

그날이후로 저는 아버지를 증오했고, 그 여파는 어머니에게 까지 이어졌습니다.

일주일동안 집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학교에선 그냥 혼자 조용하게 있었습니다. 학원에서도 그냥 수업을 듣는둥 마는둥 하면서 있었죠.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어머니가 우시면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아버지한테 네가 그러는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왜 당신에게마저 그러느냐고.

아직도 기억합니다. 내 뒤에서 사시나무 떨듯 떠시면서 살려달라고 하던 모습이

나는 그 나약함과 어머니가 나를 지켜주지 않았다는 데에서 많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나이가 든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와 화해를 했습니다. 아버지와 화해를 한건 군입대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지금도 심혈근 질환을 앓으시는 아버지를 외동인 제가 군대에 들어가면서 나 없는 동안 무슨일 생기면 어쩌나하고 느끼면서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구나를 느꼈습니다...그리고 자연스레 화해를 했었습니다.


물론 그것과는 또 다른 별개의 문제로 그 뒤로부턴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게 무척이나 어려워졌습니다.

교우관계도 원할하지 못했고..,지금도 그다지 누군가를 만나는게 달가운것은 아닙니다.

즐거움을 느끼다가도 어느순간 공허해지거나 왠지모를 씁쓸함이 오지요.

그리고 덕분에 술을 잘 마시지도 않고 마시더라도 당최 취하지 못하더군요. 아마 심리적인 요인이지 싶습니다만...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것이고, 이 이야기는 제가 가진 상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상처를 많이 치료해주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문득 떠올라 주절주절 거려봅니다...
댓글 : 11 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괴로움을 짊어지면서 살아오셨군요. 힘네세요 ㅜㅜ
내 아버지 술버릇도 마찬가지라서 공감이 되네요

집안살림 부시고 소리 지르고 공포 분위기 조성하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러셨죠 글쓴이분 마음이 이해가 가는군요

대봉황월화[大鳳凰月華]//감사합니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시는군요...화해했다고 상처가 싹 아물지는 않지만 덧나지는 않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치유해주던 사람이 떠나가시다니...인연이라면 다시 만날 수 있을겁니다...
비슷한 과거 어렸을 적의 그런 일들은 나이가 먹어서도 트라우마로 남게되더군요.
화해하셨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여전합니다
저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그래도 계실때 효도하세요~!
  • 2012/07/08 PM 09:44
제 아버지도 술만 드시고 오면 죽니, 사니 하면서 많이 다투셨죠.
플라스틱 상을 부수면서, 칼들고 피도 보고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

저랑 너무 비슷해서 놀랐내요.
예전에는 원망도 많이 했지만 요즘은 그려러니하고 살고 있습니다.
누굴 탓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이고 결국 제 문제니까요.

여튼 모두 화이팅입니다 ^^
길거리흔남//힘내세요.
지크문트//그러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RenderMan//핏줄이라는게 생각보다 강하다는걸 느낍니다. 정말 어릴적엔 할수만 있다면 피를 전부 뽑아서 새피로 갈아 넣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RenderMan님도 잘 되셨으면 합니다.
참함도//효도라는거...참 어렵습니다...
X//감사합니다.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지신 분이시군요. 물론 이제는 그정도의 모습은 아니시지만 예전에 중,고 시절엔 자주 겪었던 일이기도 하네요. (심지어 전 도망치다가 화장실에 숨고 문을 부시고 들어오시는 아버지를 피해 창문으로 뛰어내린적도 있습니다. 2층이지만요. 1층이 상가라서 쫌 높아요. 중학생에게는) 대인관계가 저도 썩 그리 원만한 편은 아니지만 친한 친구들도 더러 있고 그저 새로운 사람 만날때 뭐하나 거슬리는게 있으면 못 참고 걸고 넘어지고 뭐 이러는 꼬인 성격이 좀 있는데 그게 어렸을때의 일로 인해 일종의 외상성스트레스증후군이 생긴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나이가 35. 아직도 중,고때 끔찍했던 일들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네요. 저에게 군대는 다시 가라면 가도 중고등 시절은 돌아가고 싶지 않네요. 지금도 썩 그리 유쾌하게 살고 있진 않지만 우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진 않습니다. 뭔가 열심히 해서 남들에게 인정 받고 성과를 내거나 해서 주변 반응이 달라지는것이 큰 도움이 된다 생각합니다. 지금 무얼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시는 일 열심히 하셔서 본인이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사람이고 소중한 사람임을 진하게 느끼시면 좋겠네요.
$$$봉봉$$$//좋은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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