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인간을 혐오하는 자가 인간을 구할 수 있으려나.2023.05.07 PM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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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생각해.




토요일에 아는 감독님을 뵈었다.

글이 써지지 않는 고민을 나눴다. 세상을 멸망 시킬 수 있는자와 그것을 막는 이야기 인데

도통 세상을 막아야 하는 자의 이야기가 써지지 않아서 였다.

매트릭스의 스미스나, 지구가 멈추는 날의 그 외계인 이나. 그들의 논리에 동조가 되기도 하면서

반대로 인류를 구하는 자들의 논리는 허술하게 짝이 없었다.

그것에 대한 재대로된 논리를 써나가고 싶었다. 인간을 구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무신론자 이다.

양심이든 정의이든 인간이 집단으로 살아야 함으로 생겨난 후천적 가치관이라 생각한다.

더 깊게 얘기 하자면 난 인간을 혐오한다.

그렇다. 역사적으로, 논리적으로, 인류학적으로 난 인간을 혐오한다.

인간을 혐오하는 자가 인간을 구하는 케릭터를 구성 할 수 없다.

그것은 자기부정이다. 자기부정이니 케릭터가 안써질 수 밖에

그것이 감독님께서 내게 해주신 이야기 였다.

솔직하게 써라. 어떤게 돈이 되더라, 어떤게 잘 팔리더라 그런거에 신경쓰지말고

하고싶은 얘기를 하라고 조언 해 주셨다.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그때는 그냥 흘려들은것 같았다.

인간을 혐오하면 무엇을 지키는 존재가 되어야 하나

그때 나를 돌아보았다.

나역시 인간을 혐오하지만 한명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를 써 나가기로 했다.

인간은 혐오하지만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려는 사람의 이야기를.

PS/

감독님께서 한가지 더 해주신 이야기는 사람은 주위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였다

내가 인간을 혐오하는 것이 내 주위의 사람 때문일 수 있다는 이야기 일까? 다른 사람들이 옆에 있다면

세상을 보는 시점도 달라지려나? 그것은 정말 생각해봐야 하는 과제 인것 같았다.

어찌 됬든 귀를 막는건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건 사실 이니까.

댓글 : 5 개
사랑 / 혐오 모두 감정적 시선이라 둘 다 틀린 관점입니다.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꼭 주인공이 정의로워야 좋은 작품인가요
작가가 케릭터를 완전히 감정적으로 공감하지 않고서 만든 이야기는 잘못된 걸까요
시간이 촉박한 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품고 있었던 틀을 완전히 뒤집어서 글을 써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혐오스럽지만, 필요에 의해 지켜야 한다는 논리는 어떤가요? 한정된 수명 안에 주인공이 만족스러운 풍요를 누리기 위해서인간은 필요악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는 식으로..
생각만 말씀드린다면 구원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단,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고, 그 행위의 실질적 목적은 세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을 위한 것이 되겠죠. 어떻게 보면 굉장히 쉬운 문제일 수 있다고 봅니다. 본의 아니게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경우는 일상에서도 많으니까요. 그걸 세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천운이 될 것이고- 아직 멸망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겠죠.

물론 세상은 아마 그런 위기가, 그리고 그런 누군가의 노력 혹은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거나 이내 망각해버리고 말겠죠. 어쩌면 그렇게 하루를 잊고 또 하루를 살아가는 게 '흔해 빠진 인간'일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상기한 내용과 비슷한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최대한 선하게 살아가고 세상에 도움이 되려는 것은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일반적인 인간들이 아니라 그래도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할 착한 이들을 위한 것. 결국 (사회구조상) 누구보다 쉽게 병들고 빨리 세상을 뜨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이지만, 진짜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극소수의 착한 사람들일테니까요. 돈많은 기업인, 권력을 쥔 정치인들이 죽어가든 말든 올바른 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선택을 할 것이고, 설령 그게 부패하고 타락한 다수를 살리게 되는 일이라도 개인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 따위 참아내고 그 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네요.
완벽한 정의라는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에게 소중한 일상들을 지켜나가기 위해
정의가 아닌 일도 하며 살아가는 것은
부모님들 모두가 겪으면서 살아온,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삶의 씁쓸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말리아 해적들도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총 들고 해적질 한다고 하지요.

우리가 뉴스에 나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욕 하지만
교통법, 조세법 등등
알게 모르게
다양한 법을 어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본인 또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상태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계시다면

맘에도 없는 이야기를 억지로 짜내기 보다는
그러한 본인의 이야기를 적어가는 것이
이야기의 설득력도 강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반드시
어떤 정답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논리적으로는 빌런의 생각이 옳지만
감정적으로 주인공에 공감 된다면...
게다가
그러한 주인공의 선택이 '인류의 수호'라고 제시된다면
그 정도로도 이야기의 설득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주인공 측 주장이 지나치게 비 논리적이라 생각된다면
주인공 또한 그로 인해서 고민하고 있지만
그걸 인정하면
빌런과 구분이 불가능하게 되는 갈림길 위에서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전달한다면 어떨까요? ^^;;

오히려
주인공의 주장이 지나치게 정론이고 명확하게 되면
그만큼 평면적인 빌런이 나올 수 밖에 없을테고

그냥 어떤 질문을 제시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함께 생각할 요소를 남겨두는 것도
요즘은 낯설지 않은 방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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