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c] 카펠로가 던진 경기네요 2014.06.18 AM 09:14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세계적인 명장
팀 스피릿의 화신
아리고 사키의 후계자이자
AC 밀란 식 압박 축구의 신봉자

네. 그 명장 카펠로가 경기를 던졌습니다 ㄱ-;

원인을 좀 찾아보면
일단 시로코프의 부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카펠로 입맛에 딱 맞는 공격형 미들인 시로코프의 부상이
러시아 스쿼드 전체의 변화를 줘버렸습니다

당초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공격적으로 나올 것을 예상했던 것에 반해
그 동안 중용하지 않았던 지르코프를 왼쪽 측면에 쓰면서 콤바로프를 같이 써버렸죠
한 쪽 라인 전체가 윙과 수비를 겸비한 선수들로 가다 보니
러시아의 왼쪽 돌파는 어중간 해지고 올라가고 내려감의 유기적 전환 또한 안됬죠
원래 지르코프의 자리는 선발 라인업에서 원톱으로 나왔던 코코린 선수의 자리 입니다
스트라이커로도 뛰지만 윙포워드로써 더 재능을 발휘하는 선수인데
중원을 풀어갈 공미의 부제를 수비 강화로 풀려는 카펠로의 전술이었죠
덕분에 원톱 역할을 해줄 케르자코프는 선발에서 제외 됩니다

거기다 시로코프를 대체할 수 있을만한 러시아 스쿼드 내 유일한 재능인
알란 자고예프는 시즌 후반기 폼 하락과 함께
스타일 상 카펠로가 좋아하지 않는 유형의 선수라
평가전에서 조차 외면 받아왔죠
그것은 본선 들어서도 고스란히 적용되서
시로코프가 없어진 라인업에서 당연히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 되었던 자고예프가
선발에 들지 못함은 물론
중앙 미들 조합을 공격적 재능을 배제하고 수비 위주로 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러시아 골 장면을 생각해 보죠
알란 자고예프의 원투패스 -> 오른쪽 측면에서 슛 -> 혼전 상황 중 케르자코프의 골

카펠로가 고집을 꺽음으로써 나온 결과가 동점골입니다
그 이후에도 알란 자고예프의 발에서는 시간대비 많은 수의 기회가 나왔고
솔직히 끝나기 직전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에 발을 댄 선수가
크렘린 대폭발 슛만 날리지 않았으면 알란 자고예프 하나에 농락 당할 뻔한 경기였죠

결국은 카펠로의 고집이 경기를 날렸습니다
알란 자고예프가 아직 미성숙한 선수임에는 분명하고
볼을 끈다거나 카펠로식 전술의 핵심인 압박에 알맞지 않은 선수인건 분명합니다만
후반 한국의 선제골 이후 투입된 자고예프의 발에서 만들어진 찬스들을 생각하면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패착에 가깝죠
카펠로가 고집을 꺽고 원래 베스트 맴버에서
시로코프의 자리만 자고예프로 대체 했다면 러시아는 훨씬 좋은 경기를 했을거라고 봅니다

응원할 마음이 안생기니 경기를 무슨 제 3국 경기 마냥 굉장히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군요
러시아는 확실히 체력 쪽의 문제를 전반서부터 노출하기 시작했고
한국은 예상치 못한 한국영 선수의 분전에 힘입어 미들 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가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사실 구멍이라는 평가가 꽤 있던 한국영 선수였는데 말이죠)
덕분에 제 예상과는 크게 다르게 팽팽한 경기가 나왔고
결과도 무승부로 끝이 났네요

카펠로 감독은 참 아쉽습니다
저 고집을 조금만 꺾을 줄 알았다면 훨씬 좋은 감독이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하긴 카펠로한테 리켈메 같은 유형의 선수 쓰라고 하면
아마 물주전자나 나르게 할 인물이니
우승 트로피를 그렇게 들고서도 이팀 저팀 옮겨다니는거긴 하겠지만요
댓글 : 6 개
연봉도 장난이 아니던데..푸틴한테 홍차 대접 받을 듯..ㅋㅋㅋ
근데 사실 러시아의 조직력과 패턴 플레이를 여기까지 끌어올린 것도
카펠로의 공이죠
패턴 플레이는 꽤 능숙해 보이는데
정작 패스를 전달해줄 플레이 메이커가 없으니
영 공격이 안풀린 모양세 였음
그러니 카펠로가 던진 게임이라는거고
전반때 공격할때마다 줄창 크로스질 공격수가 받지를 못하는데도 끝까지 크로스만 그냥 패스 플레이나 중거리슛으로 공격 했으면 위험 했을듯
시로코프 부상의 여파죠 뭐
원래는 원톱으로 나왔던 코코린을 왼쪽에 세워놓고
코코린을 깊숙하게 공격시킨 다음 콤바로프를 거의 윙처럼 쓰면서
시로코프의 게임 메이킹에 기대는 전술이었는데
그 중심인 시로코프가 부상으로 빠진데다
중앙 미들 3명을 공격 재능 보다는 수비 재능 위주로 채우다 보니
양질의 패스가 나갈 곳이 없었음
그러니 계속 측면으로 빠지고 맥빠지는 크로스 올리고의 연속
저는 뭣도 없는 축빠 나부랭이지만
제가 감독이었으면 전반 끝나자마자 자고예프 투입해서
볼 배급 전체에 관여하게 만들었을 듯
연봉 쩔지만 이근호 월급 알면 뒷목 잡을듯 ㅋㅋㅋ
이근호 골도 골이지만
오늘은 한국영의 날이라고 봐야겠지요
한국이 수비적 조합을 들고나온 러시아 중미들을 싸워 이길 수 있었던 건
오롯히 한국영의 공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