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한국야구는 더욱 강해진다2009.03.25 PM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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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WBC대회는 올림픽 전승우승국 대한민국의 야구는 강하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해주는 대회가 되었다.


혹자는 야구란 스포츠는 단기전으로 파악할 수 없다면서 올림픽과 WBC의 결과물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하지만, 승패라는 결과를 떠나 플레이 자체를 보면서 팀의 기량정도는 얼마든지 파악이 가능하다. 이미 보여지는 코치진의 전술능력, 선수들의 타격 투구 수비 메커니즘과 이제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누적기록들은 한국야구의 강함을 부정할 수 없게한다.
투수들의 구위를 보고, 타자들의 스윙자세를 보고, 수비의 움직임을 보면 그 팀의 수준 정도는 파악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예상밖의 구질에 순간적으로 대응하는 배팅컨트롤. 분명 이종욱타구는 아웃처리되었다. 그러나 저런 고품격 타격스킬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바로 야구수준.


한국야구의 힘 마운드와 선구안

한국야구의 강점을 꼽자면 안정된 투수진&수비, 선구안, 벤치작전능력이다.

그중에서 최근 한국야구팀을 한층 강하게 하는 원동력이랄 수 있는
투수력과 선구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기서 선구안은 투수와 볼카운트싸움을 까다롭게 하는 총체적인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하는 능력이상의 타석에서의 집중력, 예상밖의 공에 대한 커팅능력을 포함한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한국야구의 가장 무기는 바로 "선구안"이다.
한국야구는 이번대회에 총 50개의 볼넷을 얻어서 경기당 5.5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다. 총 볼넷숫자로는 당연히 1위의 수치이고, 평균으로 따져도 푸에르토리코(6.5개)에 이어서 2위이다.(쿠바는 평균 2.8개...)
더군다나 강조하고 싶은 건 이 결과물이 방어율1.71로 자타공인 WBC대회 최강 마운드 일본팀과의 많은 대전을 통해서 나온 수치라는 것.

단순히 수치에 기대지 않아도 실제 한국타자들이 상대투수를 상대하는 것을 보면, 김인식감독의 말그대로 정말 악착같다. 기본적인 선구안으로 바깥쪽 흘러나가는 공이나 떨어지는 유인구에 속지 않을 뿐더러, 예상치 못한 공이 올때는 기술적으로 커팅을 해내고, 몸쪽 위협구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이 이런 능력이 보여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 얼마되지 않았다.
확연히 보여준 건 불과 2008년도 베이징올림픽부터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한국야구의 무서울 정도의 성장의 기점을 2006년이란 해의 마지막 무렵으로 잡고 싶다.


위기는 기회다 도하 아시안게임

2006년 11월에 펼쳐진 아시안게임은 한국야구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는 대회일 것이다.

먼저 펼쳐졌던 대만전엔 한국은 무려 7번이나 선두타자를 출루시켰고, 득점은 2점에 불과했다. 세차례나 희생 번트가 실패했고, 또한 찬스에서 번번히 박재홍 장성호등의 병살타로 기회가 무산되는 맥없는 플레이로 일관하다가 패배했다.
그 다음 일본사회인야구팀에게까지 지면서 한국야구는 절망했다.

분명 한국야구의 자만으로 인한 느슨한 플레이와 코치진의 작전미스들이 패인으로 꼽힐 수 있으나, 원초적인 패인은 한국야구 자체가 전력이 떨어진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KBO관계자는 고르지못한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때문에 선수들이 거기에 맞추다 보니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국제 야구대회 스트라이크 존이 높아 타자들도 어려워했음을 밝혔다.

당시 양상문 대표팀 투수코치는 대만전 대비책으로 대만타자들의 아래로 떨어지는 공에의 약점을 파고들것이라 했다. 그러나 한국투수들은 떨어지는(=종) 변화구컨트롤을 실패했으며, 결국 주로 사용해왔던 횡을 이용하는 투구를 사용했으나 국제심판들의 계속된 볼선언에 당황했다.

이건 변명할 여지없는 기량의 문제였다.

한국타자들이 국내프로야구에 맞춰져서 정식규격의 국제대회에서 적응을 못했다는 건, 그저 기량이 국제규격에서 떨어진다 것이며,
한국투수들은 종변화구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게임으로 기억나는 것이라곤 국내에서 "통하는" 바깥쪽 공을 안잡아주는 주심에 당황한 표정의 우리 투수들과 종의 변하는 구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우리 타자들에 대한 씁쓸함 뿐이다.


한국야구를 거꾸로 가게한 원흉. 기형적인 스트라이크 존



당시 한국프로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점선부분)은 보시다시피 옆으로 길고 높낮이는 낮았다. 이런 식이다보니까 바깥쪽으로 휘어저 나가는 슬라이더나 바깥쪽 꽉찬볼로 승부보는 등 바깥쪽 공 위주의 패턴이 중심이었다.
이러한 패턴은 사실상 현대야구의 추세와 정반대의 흐름이다.

볼을 쳐서 안타를 만들기는 쉽지않다. 기존 한국야구의 스트라이크 좋은 바깥쪽 볼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줬던 것이다. 검은 점의 코너를 적극활용해서 그쪽으로 속구를 사용해 공을 한두개 넣었다 뺐다한다거나 슬라이더로 휘어저 나가는 유인구가 국민투구패턴이었다.

현대야구는 횡보다는 종으로 변화하는 공으로 스윙을 유도하거나, 빠른공 느린공을 혼용하여 완급으로 타이밍을 빼앗는 야구의 흐름이다.

그러나 98년부터 도입된 어처구니없는 스트라이크 존은 투수에게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나 타이밍을 빼앗는 완급조절에 대한 노력을 필요없게 만들었다. 필연적으로 타자들 역시 바깥쪽 공에 대한 적응도만 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자. 류현진정도의 속구를 가진 좌완이라면 요런 변태스트라이크존아래에서는 서클체인지업같은거 굳이 연마할 필요가 없다. 그냥 속구를 바깥쪽 던지다가 슬라이더만 간간이 섞으면 되는것이다.(이런 기형적인 스트라이크존을 제대로 사용한게 제구력 뛰어난 정민태란 투수였다. 이도 일본야구 적응실패의 이유중의 하나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안잡아주는 공이 주무기였으니까)

어떤 공이라도 물흐르듯이 치는 김현수도 변태스트라이크존에서라면 이병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자기도태로 점철되오다가 한방에 문제점이 빵~!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대만에게 졸전으로 나타났다.
타자들은 대만투수들의 떨어지는 구위에 속수무책이었으며, 투수들은 대만타자들의 떨어지는 공에 약함을 알지만, 그쪽으로는 개발이 없으니 활용도 못했으며, 잡아주지도 않는 국내산 바깥쪽 스트라이크존를 활용하다가 난감한 볼카운트 상황만 쌓아갔을 뿐이다.
한국의 국가대표타자들은 일본실업팀 수준의 종변화구에 대응도 못할 수준이었다.


하일성의 비책

충격의 패배직후 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세가지를 지적했다.

"국내프로야구는 높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도록 스트라이크 존이 바뀐 지 3-4년 흘러 예전에 스트라이크로 선언했던 낮은 쪽 코스가 지금은 볼로 바뀌었다. 그런 바람에 국제 대회에서 우리 타자들이 낮은 쪽 공에 대해서는 모두 볼로 생각하고 서서 삼진을 당하거나 유인구에 말려든다"

"현재 자율에 맡기고 있는 공인구의 규격을 작은 쪽에서 큰 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야구 유소년들을 한 데 모아 집중적으로 육성, 앞으로 자주 있을 국제 경기를 장기적으로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프로야구 출신 지도자들이 많은 만큼 교육리그 등을 통해 이들을 체계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2007년 변화된 프로야구 룰



결국 KBO는 협의를 거쳐서 당연히 필요했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필자역시 한국프로야구의 기형적인 스트라이크존이 한국야구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생각해와서 대환영했던 기억이... 역시 하일성을 외쳤다)

앞서 지적했던 문제점을 모두 개선했다.
ⓐ횡스트라이크 존을 종스트라이크 존 국제규격에 가깝게
ⓑ공인구의 크기를 키워서 투고타저의 현상 완화. 마찬가지로 국제규격에 가깝게
ⓒ마운드의 높이를 낮춰서 역시 투고타저 완화. 또한 국제규격에 가깝게

이로써 한국야구는 비로서 현대야구의 흐름에 동참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결과로 드러난 3대개편

이 개선은 불과 1시즌만으로 효과를 뚜렷하게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국야구의 타석에서 놀라운 집중력과 끈질김, 그리고 세밀한 야구는 솔직히 올림픽 이전에 필자는 상상도 못했다.

그 이전 침체기의 한국야구는 태극마크란 계왕권(?)을 사용해서 전력이상의 모습을 보여왔을 뿐, 객관적인 기량에서 뛰어나다고까지 말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올림픽때부터는 한국야구가 일본야구에게도 기량 그자체로 당당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투수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들과 공의 스피드에 차이를 주면서 완급조절하는 피칭을 활용했다. 일본투수에 비해 제구는 약간 미흡하다하나 힘으로는 앞섰다.

타자의 변화는 그야말로 확연하다.
멕시코전 5회에 나온 이종욱의 기가막힌 타격스킬
일본에게 콜드패할때 김태균이 보여줬던 마쓰자카와의 홈런승부
아시아순위결정전에서의 이범호의 풀카운트 밀어내기 승부
한국타자들은 더이상 떨어지는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는다.


한국야구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지금 한국야구가 강성한 것은 단순히 우연으로 이시기에 야구천재세대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게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당연히 가졌어야할 기량을 국내 프로야구의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 둑으로 막힌 것처럼 정체되어 있다가 다시금 물꼬가 트여진 것에 불과하다.

특히나 내가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건
우리한국야구가 이런 스트라이크 존에서 다시금 제대로 야구하기 시작한 것은 2년여에 불과하다.

현대야구의 흐름을 타기 시작한 불과 2년여 올림픽전승우승 & WBC준우승
앞으로 한국야구가 얼마나 더 진화할런지 필자는 당장 아시안게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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