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9.2023.02.14 AM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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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조 원장은 자신의 독선과 위선을 쏙 빼고 간척공사가 실패한 이유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답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결국 그가 찾아낸 답은 이상욱의 편지에서 언급된 '공동운명'입니다.

즉, '나는 오로지 사랑과 희생으로 원생들을 보살폈지만 공사가 끝나면 떠날 사람이라서 실패했다'는 겁니다.


아무튼 마침내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 조 원장은 서둘러 소록도로 돌아 오지만 여전히 간척공사에는 손도 대지 못합니다. 그러자 이제 '원장이라는 권력'을 갈망합니다.


384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이정태에게 '사랑을 행하는 데는 절대적으로 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힘이 있어야만 행할 수 있는 사랑... 그건 진정한 사랑일까요?

서미연이 힘으로 윤해원을 치유했나요?

지금은 원장이라는 권력이 없어서 행할 수 없다는 조 원장의 그 '사랑'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386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다시 말합니다.


"운명을 같이하지 않는 한에서의 힘의 질서는

무서운 힘의 우상을 낳을 뿐이겠지요."


이것이 2부의 실패에 대한 조 원장 스스로의 평가입니다.


"허심탄회한 힘의 질서 속에서

자유와 사랑이 행해져나가야 했었어요."


그리고 이것이 그가 3부에서 이루고자 하는 세상입니다.

만약에 정말로 조 원장이 다시 소록도의 원장이 된다면, 그 허심탄회한 힘의 질서 속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도대체 어떤 일들이 행해질까요?

그 끝에 있는 것은 정말로 '원생들의 낙원'일까요? 아니면 '당신들의 천국'일까요?


388 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원장의 권능이 섬사람들 자신의 의사에 의해 선택 되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한 힘은 언제나 그 힘 자체의 욕망을 충족시킬 이기적인 명분을 지어내게 마련이다.'

지난 회에 말한 것처럼, 이 문장은 소록도에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앞으로는 원생들에 의해 선출된 원장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지만, 조 원장은 이것마저도 '원생들이 (공동운명을 이룬) 자신을 다시 원장으로 선출하는 것' 정도로만 해석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조 원장의 관점에서는 공동운명을 이루지 못한 새 원장은 진정한 원장이 아닌 것입니다.


이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를 되찾은 듯한 소록도에서 조 원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 같은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이정태는 그의 눈에서 감추어진 광기를 발견합니다.


이렇게 작가는 비록 사회가 민주주의를 향해 첫걸음을 떼더라도, 과거의 독재 세력은 그 흐름에 순응하지 않고 어떻게든 다시 흐름을 돌리려는 위험 요소로 남게 될 거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부를 읽다보면 제겐 1970년대가 아닌, 딱 지금의 대한민국이 보입니다. 그래서 문학은 항상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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