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무명용사의 편지2013.06.25 PM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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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용사의 편지
- 설곡 정 옥희

열일곱

열여덟

스물남짓

텃밭에서 허리가 휘던 어머니와

알 감자 하나에 허기가 지던

보릿고개 한스런 내 아우와

뽀얀 이빨 드러내며

무 꽃처럼 흐드러지게 웃던 분이,

마을동산 환하게 밝혀주던

고향의 하늘을 사랑하는

착하디 착한 무지랭이 농군의

아들이었습니다



펜 대신 총을 들고

내 어머니와 내 아내

군화에 짓밟히며 소리없이 스러지던

고향의 꽃들을 지키기 위해

고향을 떠나가던 그 날도

오늘처럼 햇살 눈부시고 하늘 푸르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지금은 혀도 썩고

귀도 썩고

눈도 썩어

더 이상 썩을 것 없는 뼈만 남아

지명을 알 수 없는

조국 산천에 묻혔습니다




삼천리 방방고곡 백골을 찾아

백발이 되신 내 어머니

슬퍼 마셔요.




조국은 나의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이라는

따뜻한 조국의 이름을 압니다.



봉분없는 무덤

잡초 무성해도

백골이 누워 있는 이 곳

고향을 품고 잠든 곳 이기에

오래 전 고향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내 사랑하는 어머니

살은 썩어 거름이 되고

전쟁의 역사는 흘러

평화의 싹을 틔웠습니다.




오늘,

썩을 살 위에 돋아 난

그리움의 촉수

고향의 꽃을 봅니다.



친구여!

사랑하는 것들을 남겨두고

눈물 글성이며 전선을 향하던

나를 잊지 않았다면

내 고향 냉이꽃을

사소하게 지나치지 말아다오

그 꽃에 향기 있다면

내 젊은 날의 꿈이 있다고

부디 기억해 주게나.





호국 보훈의 달 6월입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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