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필리핀에서 본 소년소녀들의 애정결핍2014.04.29 AM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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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술 얘기나오다보니 갑자기 예전 필리핀에 있던때가 생각납니다.

2010년 7월쯤에 반년정도 계획잡고 필리핀에 갔습니다.

목적지인 바기오에 가기도 전에 원주민에게 칼빵맞을뻔했지만 재치로 넘어서고 어찌어찌 필리핀에 도착햇는데 아무 생각없이 와서 남들 다 하던 어학원? 같은건 생각도 안했고 불행히도 비가 와서 쫄딱 젖은몸으로 싸돌아다녔는데 숙소를 미리 잡은것도 아니라서 다 젖은 캐리어랑 백팩매고 거지꼴로 돌아다니다가 운좋게 한국인 목사님 만나서 어찌어찌 방을 구하고 필리핀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거기서 생활하며 한국인 소년소녀들이 많이 만났는데 내가 느꼇던건 이친구들이 부모님이 주는 아가페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기때문에 남들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걸 많이 느꼈습니다. 사실 필리핀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제 주변에는 부모님이 이혼하거나 편부모 가정을 본적이 단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겪은 충격은 더 컸죠.

주로 친하게 지내던 동생들이 8명정도 있었는데 A양은부모님이 이혼해서 아버지랑 새엄마 밑에서 자랐고 새엄마가 평소엔 좋은데 술을 마시거나 부부싸움을 하면 남편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A양에게 학대를 했고 그 모습을 아버지에게 보여줬다고 했고 B군은 초등학생인데 덩치는 중고등학생 만했습니다. 위로 형이 하나 있는데 꽤 잘나가는 집안이었습니다. 형은 정말 모자란거 하나 없는 엄친아였고 동생은 만날 사고만치고다니니까 부모가 돈주고 필리핀으로 맡겨버렸더군요.

C양도 역시 초등학생이지만 성숙해서 중고등학생으로 보였는데 이친구 역시 부모가 이혼후에 아버지가 새엄마랑 결혼했는데 C양이불편해서 새엄마의 명령에 따라 아버지가 C양을 돈주고 필리핀에 보냈고 D양은 좀 황당한게 아버지가 결혼해서 낳은 첫째딸이 있고 이혼후 낳은딸이 D양이었음 근데 아버지가 다시 이혼후 결혼해서 새엄마가 생겼는데 두딸이 귀찮아서 돈주고 필리핀에 보낸케이스. 그래서 필리핀에서 D양과 배다른 언니랑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E양은 평범한 가정집 소녀였고 F양은 내가 살던 집주인 딸.
G군은 F양의 남자친구였는데 노래를 정말 잘 부르던 소년이었음.
H군은 A양의 남자친구인데 G군과는 형제사이로 노래도 잘불렀으면 가끔 노래방 가면 A양과 H군이 커플곡부르는게 그렇게 달달하고 보기 좋을수가 없었음. 둘다 노래를 꽤나 잘했었습니다.
H군과G군은 누나랑 같이 필리핀으로 와서 살고 있었는데 자세한 사정은 듣지 못했지만 그리 순탄치는 않았던거 같았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집에 돈은 많으나 사랑을 받으면 자라지 못했던것이었고 다들 상처를 가지고 있고 예민한 사춘기 시기여서 접근하기 꽤나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같이 놀러가서 많이 친해졌는데 그이후로 쭉 같이지내면서 느낀점이라면 어떻게든 주변에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행동들이 많았으며 관심을 가지면 정말 순수하게 기뻐했던것. 그래서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상담꾼노릇을 반년정도했었고 사실 꽤나 기뻣습니다. 눈에 띄는 도움은 아닐지라도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의지가 된다는게.

평소 제가 살던 집에서 주로 모엿었는데 저만 제외하고 다들 미성년자여서 저랑 집주인이모님이랑만 술을 마시고 나머지는 음료를 마셨지만 이모의 입회하에 이 친구들도 가끔 술을 마셨습니다. 그때 마시던게 깔루아 밀크(추정) 이었고 이와관련해서 에피소드도 꽤나 있지요. 지금도 사진을 가지고 있는데 사진 볼때마다 아빠미소 생겨납니다.
댓글 : 5 개
글 읽고 저도 덕분에 많은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이 형제가 많으셔서 어린조카들을 많이 봤는데
어떤 사랑을 받았느냐에 따라 정말 영향을 받은 모습 많이 봤어요
부족하게 받은 부분은 특정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 역시도 그렇구요)
그래서 나이도 꽤 먹었지만 부모가 된다는게 얼마나 큰건지
새삼 무서워서 아직도 내 가정을 꾸린다는건 계획도 못하겠어요
제일 가슴아팠던건 개인적으로 가족 혹은 집이라면 최후의 안전지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곳에서 쫓겨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는 그 친구들의 심정을 짐작만할뿐 이해는 할수 없겠지요. 전화기를 붙들며 울던 C양의 뒷모습을 보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해하는게 어렵죠 사실..ㅎㅎ
저도 그리 따뜻한 환경은 아니었고 솔직히 집이 편하고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을 별로 가지질 못해서 빨리 독립을 한 편인데
그래서인지 그런 환경의 아이들을 보면 좀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그래도 얘기를 들어주던 dell님이 있으셔서 의지가 많이 됐을거예요
저도 딱히 사람한테 마음을 여는 편이 아니여서
그런 존재가 있다는게 얼마나 큰 건지 알거든요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쓴건데 칭찬받는거 같아서 쑥스럽긴한데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길고양이나 짐승들도 자기새끼만큼은 아끼는데
아무리 돈이많고 돈으로 해결할수있다해도...
저렇게 한참 부모님사랑받을 아이들을 그것도 해외로 보내버리다니...
저런어른들은 짐승만도 못한 새끼라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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