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담] 헤어지자는 말 자주하는 여자친구2012.12.29 AM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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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중에 보면 헤어지자는 말 참 쉽게하는 여자들이 있죠.

예전에는 그런 여자들이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좀 한심하기도 하고, 뭐 썩 좋게 보지는 않았어요.

근데 최근 혼자가 되고 나서 지난 날을 돌이켜볼 때가 많은데, 차라리 (말로만)헤어지자는 소릴 하는 여자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일종의 경고라고 할까, 알려주는 거잖아요.

나 너한테 부족함을 느낀다. 더 잘해라.

뭐, 여러분이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판단되신다면 여자분이 잘못하고 계시는 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연애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냐의 문제이니까요.

상대가 나한테 부족함을 느끼고, 그로 인해서 불안함이나 흔들림을 느낀다면, 그런 상대가 내 곁을 떠나는 게 싫다면, 이쪽에서 더 잘하는 수밖에 없는 거겠죠.

제 첫사랑이자, 8년여 만에 다시 만난 전 여자친구는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꺼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 쪽에서 그런 말을 종종 했었죠.

이미 8년 전에 한 번 버림받은 적이 있었던 저로서는 다소 연애에 방어적이었습니다.

네가 나를 이만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나도 그 이상의 사랑은 주지 않겠어, 라고 저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는 스킨십에는 적극적인 편이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애교 자체는 거의 없는 타입이었습니다.
(애초에 연상연하 커플이기도 했지만, 사실 이 부분은 별로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겉으로 잘 대해주고 그러기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저를 거의 종처럼 부리는 타입이었죠.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그런 행동들이 제 안에 쌓이다보니 제가 느끼는 불만도 커져갔던 것 같습니다.

얘는 정말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잘 대해주고 잘 받아주고 시키는 대로 따르니까 곁에두는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늘 신경쓰고, 진심으로 절 걱정하고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려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 그렇듯이, 저 역시 상대가 자신에게 잘하는 부분은 당연한 걸로 생각하고, 못하는 부분만 민감하게 느꼈던 거죠.

그래서 그 전까지는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왔던 행동들에 어느샌가 의무감을 느끼고, 거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고, 오히려 그에 반하는 행동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서로를 상처입히고 상처입히다가, 헤어지자는 제 말에 그녀는 조용히 그러자고 하더군요.

반나절도 안 돼서 사과하고 붙잡아봤지만, 이미 모든 것은 끝나있었습니다.

제가 위에 주절댄 내용들을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더라면, 헤어지자는 말을 제 쪽에서 먼저 꺼내지는 않았을 텐데.

마지막까지 이별만큼은 피하고자, 이전부터 끊임없이 애써왔던 그녀와는 다르게, 저는 그저 제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제 문제점은 조금도 깨닫지 못한 채로요.

헤어지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죠.

그나마 스스로 깨달은 것조차 아닌, 다시 돌아와달라는 말에도 응하지 않는 그녀를 괴롭히고 닦달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들은 얘기를 통해서요.

2년반을 사귀면서 꽃 한 송이 건네 준 적 없는 남자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2년반을 사귀면서 직접 고른 선물 한 번 준 적 없는 남자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었을까요.(선물을 안 준 건 아닙니다)

2년반을 사귀면서 소소하게나마라도 이벤트 한 번 해준 적 없는 남자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헤어진 이유가 이뿐만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위 세 가지 중 단 한 가지라도 했었더라면 지금처럼은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만이 가득합니다.

헤어지자고 말하면서, 섭섭했던 마음들을 제게 한 번이라도 털어놓았더라면, 저도 좀 더 반성하고 각성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럴 의무가 없습니다.

상대를 탓하기보다는 전부 끌어안으려 애쓰다, 결국 자신이 지쳐버린 그녀를 전 결국 보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사랑을 하고 계시다면, 혹은 나중에 사랑을 하시게 되신다면 전력을 다해서 사랑하세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상대를 사랑하세요.

내일이라도 당장 그녀를 만날 수 없을 것처럼, 내일이라도 지구에 종말이 올 것처럼 그녀를 사랑하세요.

후회해도 소용없는 순간이 온 뒤에는 이미 모든 것이 늦습니다.

다행히 제게는 그 후회를 지워나갈 기회는 주어졌습니다.

이 기회가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로 발전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녀에게 내가 뭔가 해줄 수 있는게 있을 때, 아직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전력을 다 해 사랑할 생각입니다.

밤늦게까지 두서없이 길기만 한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댓글 : 11 개
사랑은 잃어버렸을때 깨닫게 된다는말이 생각나네요...
행복하세요
후회에서 끝나지 않고 변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요....
후회하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으니......
정말 다시 잘되서 후회없는 사랑하셨으면 좋겠네요
사랑은 기브엔 테이크가 아니라 기브기브기브
사랑하고싶어도 상대가 음슴 ㅜㅜ...
편안함에 익숙해져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지말자...
semi oduk!!! // 답글 감사드립니다. ^^ 세미 오덕님도 행복하시길...
Parasite// 응원 감사드립니다. 말씀주신 대로 다시 잘 되어서 후회없는 사랑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레서팬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상대가 정말 밉고 얄미워도 헤어지자는 말은 입밖에도 뻥끗 안합니다;;
자칫하면 정말 헤어질수도 있기에...ㅠㅠ
힘내세요!
여자 = 수동적 ... 능동적인 여자가 별로 없던데...
헤어지자는 말이 그런뜻이었군..

난 왜 여태 몰랐지...
제가 한참 병원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글 내용처럼 습관적으로 헤어지자고 말하는 여자와 사귀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다리 수술도 해야하고 원치 않는 병원 생활에 지쳐 있던지라 딱히 잘 해주지 못했기에 본인 화 난다고 서슴없이 헤어지자 말하는 여친에게, 그리고 병원에 와서 틈만 나면 다른 남자 얘기를 하면서 그 오빠 잘 생겼다 그 오빠랑 만났다 그 오빠랑 만나서 얘기했다 라고 얘기하며 지금 내가 권태기라서 그런거지 지금 시기만 지나가면 너 하나만 사랑할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라고 말하는 여친에게 많이 화가났지만 여친 말을 믿고 넘어갔습니다 그 후 퇴원해서 당시 유행하던 싸이 (미니홈피)의 행적들을 둘러 보다가 그 당시에 얘기하던 그 오빠라는 사람에게 저를 그저 불쌍한 친구라고 말하며 자신을 불쌍한 친구를 생각해서 먼 길 왔다갔다 문병하는 착한 사람처럼 꾸미며 얘기 나눴던 걸 보고는 바로 전화를 해서 너의 이런 모습을 알게 되었다 라고 말했지요 돌아오는 여친의 반응은 불같이 화를 내며 니가 뭔데 날 조사하느냐 난 잘못한것 없다 당장 헤어지자 였습니다 이미 전화하기 전에 마음이 다 식었기에 그래 헤어지자 라고 즉답을 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후로 몇일동안 계속 문자와 전화가 왔지만 일정 받지 않았습니다 이미 마음이 다 식었으니까요 결국 여친이 집으로 찾아와서 용서를 빌더군요 그 때부터 서로 관계가 오묘해지더군요 한 사람은 칼 자루를 쥔 사람 (저)이 되고 다른 한 사람은 고양이 앞의 쥐(여친)가 되고....뭐 이런저런 일도 많았지만 결국 4년여를 사귀다가 지금은 헤어진지 몇년 됐는데요
당시에 제 여친이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헤어지자고 말할 때 어떤 기분이었냐고. 그래서 저는 니가 헤어지자고 한번 말 할 때마다 널 사랑하는 내 마음이 하나씩 지워졌고 다 지워졌을 때 너에게 헤어지잔 말을 했었다 라고. 여자들이 흔히 그런 말을 합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 받기 위해서 헤어지자는 말로 상대를 떠보는 것이라고. 글 내용에서 처럼 일종의 경고? 물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애정이 있는 사람에게 단지 경고를 위해서 헤어지잔 말을 습관적으로 할수있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리고 경험한 바로는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남자 여자를 떠나서 상대방에게 가장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는 헤어지자 라는 말이 습관적으로 나오진 못할거라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입에서 헤어지잔 말이 나왔을 때 당시의 제 여자친구도 정신 차리고 반성을 했던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인 의견이며 경험담이지만 일방적인 사랑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끝이 옵니다 사람이기 때문이죠 항상 원하고 갈구하는 욕심많은 존재가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관계를 회복해서 지낸다고 이미 금이 가버린 마음이 다시 붙을까요? 물론 저도 주인장이 잘 됐으면 싶은 마음을 진심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빨리 털고 다른 사람 찾으라는 말을 하고 싶은 심정도 진심입니다. 물론 선택은 당사자의 몫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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