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잣말] 지금 바깥에 비 억수 같이 쏟아 지는데 피자 주문했다.2CH2013.09.11 PM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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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부터 30분 측정 시작. wwwwwwwww



5

배달원이 너무 불쌍해.


8

>>1

너 진짜 나쁜 놈이다. wwwwwwwwwwww


9

일단 돈 받고 일하는 이상 이런 것도 감안할 수밖에 없어.
>>1은 나쁜 놈이지만, 딱히 비난 받을 일은 아냐.


20

나도 꽤 자주 하는 짓이야.
늦으면 할인 받는다.

할인 받아 먹는 피자, 정말 맛있습니다.


22

나도 태풍 오던 날 초밥 배달한 적 있는데
발이 미끄러져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쳐박혀 죽을 뻔했다.


29

배달원이 여자애라면 죄악감 장난 아닐텐데?


39

30분 지나면 공짜 였던가?


41

요즘은 30분 같은 거 안 따지는 거 아냐?
그거 때문에 배달 중 사고가 많이 났다고 하던데.


59

하지만 실제로 비오는 날 주문 하는 사람 많아.
오늘도 바빴는걸.


60

>>59

비오는 날엔 장보러 가는 것도 귀찮으니까.


64

아무튼 >>1처럼 배달원 골탕 먹일 속셈으로 시키는 사람은 적을 테지만. www
비오는 날에 배달 시키면 골탕 먹이는 짓이 되는 구나. 처음 알았어.
앞으로는 조심할게. www


77

>>1이랑 똑같은 짓을 2시간 전에 우리 아버지가 했어...


83

[이 빗속에 배달하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이 한마디에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84

>>83

그 기분, 나도 알거 같아.


97

나도 예전 배달 아르바이트 일을 할 때 빗속 배달 경험한 적 있어.

가게 문을 나서자 마자 장대비가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 거야. www
그렇게 어찌 어찌 배달할 곳에 도착하니 배달을 주문한 그녀 (20대 중반?)가
흠뻑 젖은 내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란 얼굴을 하며,

[미안해요. 이런 빗속에. 배달하느라 고생하셨네요. 타올 가져올테니 안에 들어오세요.]

나 그녀한테 그렇게 상냥한 말 들은 건 난생 처음이라 진짜 울었어. wwww

너무 한심해보인다는 건 알고 있지만 울음이 도저히 멈추질 않는 거야.
그러자 그 그녀는 다시금 나한테,

[저기 괜찮아요? 감기 걸릴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목욕도 하고 가실래요?]

아르바이트 도중 이니까 솔직히 그런 일은 할 수 없었다.
나는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바로 자리를 뜨려 했어.
그런데 그녀랑 그녀의 집에서 파티 같은 걸 하고 있던 여자들 (3명, 전원 조금 취한 상태)이
나를 억지로 집안에 끌고 들어간 거야. www



...여기까지 쓰고 깨달았는데, 이거 무슨 에로게임이야. www


102

>>97

계속해, 계속해.


105

>>102

이건 내가 세운 스레도 아니고 솔직히 이 이야기...
중간부터 완전 소설같은 이야기가 되니까 그만 둘래. www


108

>>105

쓰고 나서 누가 뭐라 하면 그때 관둬도 되잖아.


114

>>108

그 때, 그녀랑 그 친구들한테 붙잡혀서 어찌 어찌 목욕은 했는데.
당연한 일지만 가게에 돌아간 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결국 점장한테 이것 저것 추궁당한 결과, 그 자리에서 해고 당했어.

그리고 얼마 후 여러가지 문제 (내가 들고갔던 타올이나 기타 물품)를
해결하려고 그 그녀 집에 다시 찾아 갔어.

그녀 [요즘은 주문해도 다른 사람이 배달하러 오던데, 무슨 일 있나요?]

나 [아니 그게, 그 날 돌아가는 게 늦는 바람에 해고됐거든요.]

그녀 [어...? 그거, 설마 저 때문인가요?! 미안해요!]

내 입은 왜이리 싼 걸까.www
쓸데없이 정직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


120

나 [아뇨. 그쪽 책임이 아니에요.]

그녀와 나는 서로 서로 미안해요. 미안해요. 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한참을 그러던 중 나는 그녀에게 타올을 건네준 뒤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는 뭘 어떻게 생각한 건지,

그녀 [그러고 보니 지금 점심 시간인데, 사과할 겸 답례로 식사라도 함께 어떤가요?]

어째서 당신이 이렇게나 상냥한 건가요.
솔직히 나는 한심한 겁쟁이였기 때문에 그때까지도 분명 뭔가 꿍꿍이가 따로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녀가 사기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 실례였지만.


120

그렇게 해서 나는 별 수 없이 그녀와 함께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당시 나는 아직 고등학생이었지만 이런 자리에선 남자가 돈을 내는 법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계산을 할 때, 그녀가 지갑을 꺼내기 전 얼른 2천엔을 내놓으며,

나 [거스름 돈은 필요 없어!]

점원에게 그렇게 말한 뒤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 나왔다.
점원이랑 그녀, 둘 다 멍한 얼굴이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124

가게를 나오자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다.
얼굴이 홍당무마냥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데 그녀가 나왔다.

그녀 [아이 참~ 내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이러면 답례가 안되잖아.]

나 [어라, 그런가.]

내 말에 그녀는 배를 움켜 쥐고 웃었다.

그녀 [그럼 다음엔 확실히 답례하게 해줘야 해?]

그러면서 전화 번호를 가르쳐 줬다. www


지금도 믿을 수 없어...


125

>>124

그리고?
어떻게 됐어?
전화 했어?


127

그녀가 직장인이 아니라 대학생이란 게 이때 발각.
일요일에 영화 보러 같이 가자는 약속도 잡았다.
내가 뭐라고 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저쪽에서 마구 밀고 들어왔다.
그 날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움켜 쥐고 잤다.

그러나 일요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내 패션 센스는 괴멸적인 지라 당일 무슨 옷을 입고 나갈지 결정을 못했기 때문이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별 수 없이 통장에서 1만엔을 꺼내들고 유니클로에 갔다.
그리고 점원한데,

나 [지금 예산 이것 뿐인데, 위에서 아래까지 저한테 어울리는 걸로 뽑아 주실 수 있나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려.


130

좋아. 그럼 끝까지 써볼까.
내일 주말이라서 다행인걸.

132

당일 영화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복장은 전부 유니클로 였지만, 당시 나는 굉장히 멋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머리는 전날 세련된 미용실에서 잘랐다.
굉장히 잘생긴 미용사가 왁스를 바르는 법도 가르쳐 줬다.
아침 일찍부터 목욕을 해서 몸도 구석 구석 닦았다.
이빨도 3번 닦았다.
덕분에 잇몸에서 피가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수염을 깎으려다 실수로 베였다.
별 수 없이 그 부위에 반창고를 붙였다.

죽고 싶었다.


136

서두르지마. 동정. wwwwwwwwwwwww


137

약속 장소인 영화관은 역 근처에 있었다.
나는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기 때문에 도심속 인파 사이를 가로지르는 건 괴로웠다.

아무튼 서둘러 약속 시간 30분 전에 영화관 앞에 갔지만
그녀가 벌써 나와 있었어. www
게다가 엄청 예쁘게 차려 입었어. www

너무 놀라서 멍하니 있다 슬며시 말을 거니 그녀도 놀란 표정이었다. www
예정보다 빨리 와서 놀랐다고. wwww

일단 상영 시간까지 조금 기다려야 되는 상황인지라 영화 팜플렛을 구입한 뒤
근처에 있던 스타벅스에 갔다.

이때가 스타벅스 첫 체험.


143

그렇게 스타벅스에 들어갔는데 어째선지 남은 자리가 창가 자리뿐이야. wwwww
그것도 사이가 딱 들러 붙어 있는 자리. wwwwwwwwwwwwww
일단 거기에 앉았는데, 심장이 위험할 정도로 뛰었어. wwwwwww
그녀한테서 굉장히 좋은 냄새가 나고, 가깝고, 팔 부드럽고...

너무 흥분되서 죽을 거 같았어. www

솔직히 이때 그녀의 가슴팍을 힐끔힐끔 쳐다봤습니다.

미안. wwww

그러던 중 그녀가 시선을 돌려 날 쳐다봤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나 깜짝. www

가슴팍 보고 있던 걸 눈치챘는가 싶어서 두근반 세근반 하고 있는데
그녀가 반창고를 가리키며,

그녀 [이거 왜 그런 거야?]

수염 깎다가 실수했다고 말하니 그녀는 입을 꽉 막은 채 웃기 시작했다.
그녀가 웃는 얼굴을 굉장히 귀여웠다.


150

그러다 시간이 되서 영화관에 갔다.
그때 본 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을 거야.
나는 딱히 그녀와 손을 잡는 다거나 그런 건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영화를 보는데 집중했어.

음악 굉장하다던가, 그 베이컨 먹어 보고 싶다던가 하는 생각만 했다.

영화가 끝난 뒤 근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뒤, 그녀를 집에 바래다줬다.


152

당시 나는 열등감 덩어리에 겁쟁이였다.
이렇게 얼굴도 못생기고 센스도 없는 녀석한테 애인같은 게 생길리 없다고 믿었지.

때문에 그 데이트도 문자 그대로 그녀의 답례라고만 생각했어.
그리고 메일 같은 것도 내가 먼저 보내거나 한 적도 없어.
대신에 그녀한테서 메일이 오면 꼭 답장을 보냈지.

이상한 부분에서 성실한 성격인지라...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되었다.


156

이 시기에 굉장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기말 시험에서 학년 상위 등수에 들었던 날이었다.

기쁜 마음에 얼른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 얼굴이 굉장히 어두웠다.
우리 보모님은 나랑 달리 엄청 밝은 성격을 갖고 계셨는데,
그 날 만은 이상할 정도로 어두웠다.
심지어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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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 남동생이 백혈병이란 말을 들었다.

너무 급작스런 말이라 처음에는 무슨 사기꾼한테 속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아버지랑 어머니 둘 다 흐느끼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무릎이 부들부들 떨렸다.

애초에 이 시대에 백혈병이라니,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웃을 상황이 아니지만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160

그 후 남동생이 입원한 병원에 부모님과 함께 갔다.
여러가지 튜브를 몸에 꽂은 남동생을 보고 있자니 그제서야 실감이 들었다.
나는 남동생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161

이거...이제 피자 스레가 아니잖아?

뭐 상관없지만.

계속 해라.



163

내 동생은 말이야.
나 같은 것보다 훨씬 굉장하다구.

부모님한테서 좋은 점만 물려 받아서 공부는 물론이고 운동이면 운동, 얼굴이면 얼굴.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어. 물론 여자 친구도 있어.

그 일이 있고 나서 모든 게 귀찮아졌다.
뭔가 하고 싶은 의욕이 전부 사라진 거야.

어째서 별달리 쓸모도 없는 내가 아니라 남동생이 백혈병에 걸린 걸까.

매일 매일 이런 생각만 반복했다.
그녀가 보내온 메일도 어느 새부턴가 건성으로 대응했다.
나중엔 그 마저도 귀찮아져서 대충 핑계를 대며 답장을 거절 했다.


166

역시 대학에 가는 건 그만 두려고 했다.
입원비나 수술비도 많이 들테니까.
하지만 부모님이 내 등을 억지로 떠밀었다.
두 분 다 힘드실 텐데.

하지만 그때쯤해선 이미 바깥에 나가는 것도 귀찮아져서
근처에 있는 적당한 대학에 입시해서 들어갔다.

이후 남동생은 본격적인 치료를 위해 전용 병동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남동생의 병수발을 하느라 거진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밤까지 직장, 그리고 퇴근하면 남동생을 살피러 병원에.
나는 대학에 갔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면 한밤중.

집에는 나빼고 아무도 없어. www

외로워. www


170

내가 일하던 곳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곳이었다.
도심인 만큼 다양한 손님이 드나들었다.
깡패 같은 손님도 많았다.

일하는 곳의 점장이나 다른 점원은 모두 상냥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깡패 손님이 너무나 많았다.

대학 생활도 익숙해지질 않아서 친구 한명 사귀지 못했다.
아르바이트 장소에선 인파에 치이고, 깡패 손님들 상대로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리기 시작했다.
식사도 점차 거르게 되더니, 어느 샌가 3일에 한끼를 때우는 지경이 되었다.

그 사이 살이 7킬로나 빠졌어. 슈퍼 다이어트. wwww

그렇게 멍하니 보내던 중 일을 하다 실수를 하게 되었다.
그걸 본 취객이 지껄이길,

손님 [이 새끼, 이거. 일 더럽게 못 하네. 너네 가족도 너같이 얼빵한 쓰레기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남동생이 생각나 울화가 치밀었다.
정신 차렸을 땐 어느 새 손님의 얼굴을 후려 갈긴 뒤였다.
...그리고 당연히 해고당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허나 그 때는 주위 사람들이 내 사정을 헤아려 주지 않는게 마냥 원망스러웠다.

당시 함께 일하던 누구한테도 남동생이 백혈병이란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또 이 일과 내 가정 사정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었지만.

그렇게 다른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었다.


174

그리고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지만,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이 두마디를 말할 수 없었다. www
어째서 그러는 거야. 무슨 트라우마라도 생긴 건가. www

결국 거기서도 해고당했다.
나는 또 다시 그 가게 점장을 원망했다.

그녀하고는 아직 메일을 주고 받았지만, 답장을 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177

그러다 몸을 움직이는데 장애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학에 입학한지 3달 지났을 무렵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몸 움직이지 못하는 게 아니라 움직일 생각이 사라졌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불에 틀어 박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간신히 몸을 움직인 건 화장실에 갈 때랑 밥을 먹을 때 정도.
할머니가 1주일에 2번씩 찾아와 밥을 해줬지만
그것 이외에는 정말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살이 5킬로 정도 또 빠졌다.


178

어머니는 병원에 거주 = 집에 없다.
아버지는 나보다 빨리 나가고 늦게 들어온다. = 내가 잘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 = 이불 속에 틀어 박혀 있거나 하루 종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 = 1주일에 한번 메일을 보낼 정도. 답장은 거의 보내지 않았다. 영화관에서 본 이후 만남도 없다.


이 시점에서 내 사망 플래그가 서기 시작했다.


179

결국 학교도 가지 않은 상태로 여름 방학에 돌입.
니트 생활 정말 즐겁습니다. wwwwww

여름 철이 되서 목욕도 하지 않게 되서일까.
이상한 냄새가 감돌기 시작하고 나서야 아버지가 내 상태를 눈치챘다.

아버지가 당황한 얼굴로 너 대체 무슨 일이냐고 말했다.
아버지랑 대화를 한 게 몇개월 만일까, 나는 아버지한테 대답을 하려고 했어.
그런데 말이 안 나오는 거야. www

아버지는 심각한 얼굴로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 wwww


181

이 이야기는 진짜 낚시였으면 좋겠는데.


184

이건 피자 배달원 골려 먹는 스레 아니였어?


185

바보 같은 >>1의 장난질 스레가 이런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이어질 줄이야.


187

병원에서 여러 가지 진단을 받은 결과, 일단 우울증이랑 영양 실조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치루에 걸렸다는 것도 알았다.
수술을 해야 되서 항문 털을 전부 밀었다.
수술 한다고 째고 꼬매고, 이래 저래 괴로웠다.

이 후 한동안 입원했는데, 식욕이 생기질 않는 거야. www
아버지랑 어머니는 그 동안 신경 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울었다. www

그만해. www
나는 관심병 환자 같은 게 아냐. www
아참, 환자였지.


194

부모님도 엄청 괴로웠을 거야.
작은 아들이 그 상태인데, 큰 아들까지 저렇게 됐으니
속이 어땠을지는...


198

어느 날, 할머니가 병원에 문병을 왔다.
그런데 어째선지 그녀랑 함께 온 거야.
나는 이런 모습 보이는 게 굉장히 부끄러워서 얼른 숨고 싶었지만
링겔 꽂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 w

할머니한테 대체 어떻게 같이 온 건 지 물어보니,

1. 아무도 없는 집을 청소하려고 갔더니 그녀가 집앞에 있었다.
2.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내가 연락을 하지 않게 되서 걱정이 되서 집에 찾아온 거라고 했다.
3. 병원에 데리고 왔다.

할머니. wwwwwwwww


200

그런데 남동생은 어떻게 된 거야?



204

사랑의 큐피드 = 할머니


207

>>200

남동생은 이름 모를 어떤 기증자분 덕분에 골수를 이식받아 완치되었습니다.
이름 모를 기증자분 정말 고맙습니다.




할머니가 이상하게 배려심을 발휘해 나랑 그녀 단둘이 놔둔 채 퇴실.
단둘이 남자 그녀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내가 어쩔 줄 몰라 허둥대자 그녀는 화내며 말했다. www

그녀 [어째서 이렇게 중요한 일을 말해주지 않았던 거야?!]

나 [가족 일로 타인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자 그녀는 날 꽉 끌어 안았다.

언니 [타인이라니, 그렇게 슬픈 말 하지마.]
언니 [나는 xx 군 정말 좋아하니까. 날 좀 더 의지해도 돼. 난 미움 받았다고 생각했단 말야!]

어라?
나한테 평생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말을 들었다.



208

다행이다. 완치됐구나. 정말 다행이다.



209

이 에로 게임은 언제 발매합니까?



212

지금껏 헌혈이라던가, 장기 기증 같은 거 무시했는데...
이런 걸 보고 있자니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실감이 들어.


213

피자 배달원 골탕 먹이는 스레인데 어째서 이렇게 변한 거야. wwwwww

물론 계속 볼 거지만.


217

>>212

헌혈이나 장기 기증은 확실히 중요한 일이야.
나도 장기 기증 같은데 등록할 생각이야.
헌혈도 3달마다 한번씩 하고 있고.



계속해서,

나 [지금 저보고 좋아한다고? !#@$&*ㅒ@#$&(*@!#]

그녀 [그래!! 눈치 못 챘던 거야?! 이 바보! 벽창호!]

그녀는 한동안 나를 타박하더니,

그녀 [나는 마음에 든 사람 이외에는 데이트 같은 거 안 해.]

입원하기 전의 나라면 기뻐 날뛴 것 같은 대사였지만,
그때 나는 우울증 환자,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말았다.


나 [하, 하지만 나는 못 생기고 우울증이고...저는 그런 말 들을 자격 없습니다.]

그 때 나를 세게 후려 치고 싶다아아아아아!!!!


226

나도 피자 배달원 아르바이트 자리 알아볼까.


232

오랫만에 정말 따끈따끈한 스레다.
좋아!!
네가 커플이 되서 염장질을 하는 것을 허락해 주겠어!!!



233

내가 이렇게 바보 같은 소리를 했지만,

그녀 [그래도 좋아.]

그녀의 말에 나는 정말 하늘을 날아 오르는 기분이었다.
헌데 어째선지 내 입은 이런 소리를 지껄였다.

나 [하지만 남동생이 저런 상황인데, 저 혼자 행복해질 수는 없어요.]

그녀 [그럼 남동생이 나을 때까진 애인 이하 친구 이상이네?]

그 이후 부턴 완전히 에로 게임 같은 상황이었어.
퇴원하고 나서 매일 내 도시락을 만들어서 챙겨주고, 바쁘지 않으면 저녁 식사까지...



234

그리고 피자남 탄생!!!



237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그녀.



248

결말이 신경쓰여서 잘 수가 없잖아!
내일 일찍 나가봐야 되는데,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




251

아무튼 남동생이 무사하다니까 다행이네.



253

나도 아르바이트 시작할까.



256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좋은 이야기인 거냐고.



258

그런데 >>1은?



260

전화 하느라 늦었다.
미안.


그런데 역시나 우울증 증세가 꽤 심했다.
의사한테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심할 거라곤 생각 못했어.

바깥에 나서면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전철에라도 타려면 심장이 터질듯이 뛰어.
결국 대학도 거의 가지 못 한 채 휴학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외출은 할 수 있게 됐지만, 학교에 간다는 생각을 한 순간 현기증이 나.
아직도 모르는 사람하고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혼자 있는 게 편해.

이후 남동생한테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결국 내가 2번째 1학년 시기를 맡이하고
얼마 안 있어 완치되었다.

그 때는 정말 기뻤어.



261

좋았어!!
나도 내일부터 피자 가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봐야지!!

일할 생각은 없지만. wwwwwwwwwwwwww



265

해피 엔드 잖아. wwwwwwwww

축하해. wwwwwwww



269

그런데 남동생 몇 살?



270

이상하다...피자 스레였는데...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271

결국 그녀는 네 아내가 됐다는 걸로 끝?



279


남동생이 그렇게 무서운 병을 극복했으니까
너도 형으로써 지지 말고 우울증을 멋지게 극복해 내는 거야!
아무튼 너한테는 멋진 애인도 있으니까,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자.



276

>>269

지금 고2야.

>>271

아니 아직 결혼은 안 했어.
하지만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만은 틀림없어.



284

질문에 답하는 건 적당히 하고 빨리 써!! wwwwwwww
너 때문에 지금 자고 싶은 거 참으면서 기다리는 사람이 몇 명인 줄 알고 있는 거야!!



288

그렇게 해서 남동생이 퇴원하는 날 가족 파티를 열었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가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거야. wwwwwwww

그녀를 보고 있던 중 아버지가 나한테 말했어.

아버지 [xx (그녀 이름)가 너한테 할 말이 있다는 것 같구나.]

그러자 주위가 조용해졌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할머니도, 남동생도, 남동생 애인도.
누구 하나 말을 하지 않았어.
그렇게 조용한 가운데 그녀가 입을 열었지.



그녀 [xx 군, 좋아해요. 저랑 사귀어 주실래요?]

나 [부, 부족한 몸입니다만.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가족들 전원 박수 갈채. www
이건 뭐야, 벌 게임?
가족 앞에서 고백이라니 이거 완전히 고문이잖아. wwww
어째선지 어머니랑 할머니도 울고 있고. www
이게 그렇게 감동할만한 일입니까? wwwwwwww



292

전미가 울었다.
세계가 울었다.



293

생각지도 않게 울었다.



294

아...눈물이 핑도네.



295

좋은 이야기구나.
아...젠장, 결국 못 자겠네.



296

난 조금 화나. www
너무 행복해 보여서 부러워.



299

너무 훈훈하잖아!!!



301

그렇게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다.
우울증 증세는 그녀와 함께 한 노력 덕분인지 사생활에는 거의 지장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경감됐다.

대학에 가는 거랑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입으로 말하는 건 아직 무리지만.
굼벵이 마냥 느릿 느릿 썼는데도 끝까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302

이것도 전부 할머니 덕분이야. www



303

고생한 뒤 행복해졌으니까...일단 응원해주도록 할까?




307

스레 초반 흐름으론 예상도 할 수 없는 전개, 정말 감사합니다!!



308

>>1은 상상이나 했을까, 자기가 세운 장난질 스레가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될 거라고.




309

그러니까 이 에로 게임 발매일 좀 가르쳐 주세요.



313

>>301

쓰느라 고생했어!
그리고 할머니한테 감사해라. wwwww



315

정말 감동했어.



321

가족이랑 그녀, 그리고 이 글을 읽어준 너희들 모두.
정말 정말 고마워.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 다시 재확인했어.

남동생이 입원했을 때 깨달았던 건데도 말야.
재 아무리 고마운 것이라 해도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 같아.



326

자기 전에 좋은 이야기 들려줘서 고마워.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아라! 이 망할 자식!!



342

나도 피자 가게에 면접 보러 갈 거야. www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아. 안녕!!



348

너도 남동생처럼 건강해 져라.
그럼난 이만 자러 간다.



353

>>348

고마워. 열심히 살게.

지금 비 엄청 오는걸 보니 차 세워둔 곳이 좀 걱정되니까 보고 올 생각이야.
그거 보고 와서 나도 자야지.
여기까지 지켜 봐 줘서 정말 고마워.
그럼 모두들 잘 지내~ 안녕~



354

간신히 따라 붙었는데...벌써 끝이야?
아무튼 행복해라!!



355

네 몸도 챙겨 가면서 살아.
그럼 행복하길.



361

아...정말 좋은 이야기였어.


365

좋았어. 그럼 나도 이만 가서 잘까.

387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1이 바보짓 하는 스레라고 생각해서 들어왔는데...
너무 부러워서 죽고 싶다...


420

이렇게 좋은 스레가 될 줄이야...정말 상상도 못했어.



428

이렇게 하여 VIP의 역사에 피자남이라는 이름이 새로 새겨졌다.


449

피자를 배달 시키면 남자 친구가 생깁니까?
그럼 저도 매일 피자를 먹겠습니다.

452

>>449

그러다가 몸매가 동글동글해질걸?
둥근 피자를 먹으니까 말야.


458

그런데 >>1은?
아직도 피자 먹고 있는 거야?


505

>>458

>>1도 새로운 이야기를 자아 내고 있는지도 몰라.
물론 주먹다짐이 오고 가는 이야기일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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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vip2ch.tistory.com/
댓글 : 3 개
뭐야 이건 ㅠ.ㅠ.
주작
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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