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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빅데이터와 독창성2019.08.26 PM 11:35
빅데이터와 독창성
습관
인간은 늙어갈수록 무의식에 기대게 됩니다. 의식적 행동보단 무의식적 행동을 한다는 겁니다. 이는 교육과 경험으로 다양한 기억을 가지게 된 인간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편한 행동을 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습관대로. 이것이 이 현상의 이름입니다. 늙어갈수록 하던 일을 하고 하던 휴식을 취합니다. 뇌가 새로운 기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기억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 때문에
자원소모가 적어 편함을 느끼는 겁니다.
늙어갈수록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이는 당연합니다. 습관대로 행동하다 보니 새로운 기억이 적으니까 회상할
기억도 얼마 없으므로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겁니다. 이런 말도 있습니다. “변화나 도전을 저어하게 한다.” 이도 당연합니다. 습관대로 하는 것이 편하니까 새로운 변화나 도전을 저어하는 겁니다. 굳이 새롭게 하다가 그 편함을 읽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익숙함의 중독. 그것이 습관대로입니다.
편함이 아니더라도 습관대로에 거역하기도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 무의식적 행동은, 켜켜이 쌓인 자신의 과거의 기억들이 만든 행동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무의식적 행동을 거역하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거역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늙어갈수록 무의식에 기대게 된다는
겁니다.
관습
이러한 현상은 사회에도 나타납니다. 인간들이 모인 곳이 사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도 역사가 쌓이면서 과거에 기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관습. 정치를 생각해보세요. 관습대로 이분법으로 나뉜 이념들을 가지고 있죠. 경제를 생각해보세요. 관습대로 새로운 것을 보고 성공사례를 가져오라고 하고 있죠. 사회를 생각해보세요. 관습대로 연령계급화가 이어지고 있죠. 문화를 생각해보세요. 관습대로 과거문화만을 한국적으로 여기고 있죠. 스스로 독창적인 한국적 문화를 만들 생각이 없다는
거예요. 과거의 한국음식. 과거의 한국의복. 과거의 한국예절. 그런 것들을 주로 한국적이라 말하죠. 다른 문화에 영향을 받은 현대의 한국인의 창작물들을
한국적이라고 말하지를 않아요. 그게 바로 과거에만 기대고 있는 겁니다.
특히 창작물들은 더해요. 봤던 캐릭터, 봤던 배경, 봤던 시나리오. 독창성이 없어요. 단순히 자본의 논리로 투자자들이 성공사례만 요구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새로운 것이 보이질 않아요. 인간이 늙어감에 따라 많은 기억을 토대로 습관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사회가 늙어감에 따라 많은 역사를 토대로 관습대로 움직이게 되고 있어요. 변화를 바라지 않는 이상, 우리는 지금 늙은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빅데이터
본론으로 들어가죠. 우선 빅데이터가 뭔지 간단히 설명할게요. 빅데이터란, 말 그대로 커다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주로 이런 것을 말합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데이터화하여 빅데이터가 되면, 그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맞춤동영상 같은 것이 있겠습니다. 이용자들의 검색어, 시청한 영상, 구독한 유튜버 등을 분석하여 이용자들이 원할법한
영상을 맞춤동영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빅데이터 활용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개인의 행동을 데이터화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자유를 일부 희생해서 안락을 영위하기
때문에 논란이 심하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국가에 속한 이상, 완전한 자유는 있을 수가 없지요. 국가에 자유를 일부 헌납하고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안락을 영위하고 있으니까요. 단지 범위에 따라 달라질 뿐입니다. 남용하면 독재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빅데이터의 개인정보논란이 심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빅데이터의 문제는 개인정보논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한번 빅데이터를 살펴보지요. 수많은 자료를 기반으로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 여기서 수많은 자료는 과거를 뜻합니다. 새로운 것이 아니란 겁니다. 과거의 기억, 과거의 성향, 과거의 취향, 과거의 행동 등. 인간의 과거를 종합해서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무의식인 습관과 사회의 무의식인
관습과 같은 겁니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한 거죠. 습관과 관습은 어느 정도 허술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기계적인 완벽함이 제공하는 편안함은 변화의 가능성도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했던 것만 또 하고 했던 것만 또
하는 사람들이 빅데이터의 편리함에 물들게 되면 새로운 것이 얼마나 등장할 수 있을지 저는 걱정이 됩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인간이 과거에 가장 원했던 것을
위주로만 제작하려 들겠죠. 빅데이터를 주로 활용하게 되면 과거 성공사례가 없는 새로운 것은 등장할 차례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최근에 국산 애니메이션을 보고 더욱 더 걱정되었어요. 아니 도대체 과거 동화 따윌 왜 패러디 하는 겁니까! 알게 뭐야! 새로운 보여줘요! 독창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빅데이터는 분명 편리한 도구입니다.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할 것에는 이견이 없어요. 하지만 이건 창작에 독이 되는 도구입니다. 과거의 것들로만 분석하기 때문에 독창성이 죽어버릴
위험이 있는 도구라는 겁니다. 비단 창작뿐만이 아닙니다. 빅데이터 활용이 가속화될수록 우리 사회는 과거에 머물게 될 겁니다. 과거의 자료로만 행동하게 만드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늙어버린 사회, 이보다 더 늙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편리함에 이면에 노화가 있음을 잊으면 안됩니다.
사실 주제는 끝났는데, 간단하게 빅데이터가 끼칠 영향 몇 가지를 이야기를
해볼게요.
첫째, 인간의 규격화
빅데이터로 인간을 분류하기 시작하면, 인간의 규격화가 진행될 것입니다. 성향에 따라 규격을 맞춰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교류를
하겠죠.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복잡하네요. 단지, 변화가 줄어들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 봅니다.
둘째, 감시사회
빅데이터를 위해 인간의 행동을 모두 수집하고 있죠. 우리는 모두 감시 당하고 있는 겁니다. 뭐 다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알면서도 그냥 편하니까 모른 척 하는 거죠.
셋째, 문화경쟁
세상은 넓고 인간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죠. 빅데이터로 인간의 규격화가 진행되면 국경과 관계
없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교류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문화경쟁을 통해 최상위권 문화의 문화독점이 시작할 겁니다. 뭐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는데, 개방되지 못한 나라들이 아직 많이 있으니까요. 살아남은 문화들이 인류의 문화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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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의 정치수단은 이성적이되,
유권자의 정치지지는 감정적이다.
정치수단은 정론으로,
정치지지는 감정으로.
대강 이런 것 같네요.
중국은 아편전쟁의 피해자로서 결집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하네요. 같은 나라는 아닌데, 거기 사는 사람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마약에 대한 반응을 보면 그 시절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그러니까 홍콩이 해야할 것은, 중국 본토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벗겨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근데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어쨌든 응원합니다. 중국에 민주화의 바람이 불길!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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