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 사장과 형의 사이.2012.12.18 AM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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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홀로 내려와 벌써 5년이 되어간다.
몇년전 나는 개같은 사장밑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했다. 정말 뭐 설명이 필요없는 개새끼였다...
정말 개새끼라는 말밖에 안나왔었고.
그 한을 풀곳이 없어서 웹디자이너 커뮤니티쪽에 한쪽의 글을 남겼었다.

우연찬케 그 글에 댓글을 달며 xx사장 말인가요? 하고 말을 걸던 그 사람.
그 개같은 사장한테 몇년전 신입 디자이너로 일을해 나보더 먼저 엿같은 일을 당하고
세월이 흘러 사장이 되어버린 그사람과 그렇게 만났다. 나보다 3살 많은 그냥 형뻘.

첫만남은 같은 업종의 선배이자 같은 설움을 당한 선배로서의 대화였지만.
우연중에 이런우연이 또 있을까.. 그 사람이 또 루리웹 유저..피규어 덕후더라.
첫만남을 가지고 대화를 하다보니 어찌나 취향도 같고 대화도 잘맞고 사장님의 사모님조차 질투할정도로
우리둘은 정말 죽이 잘맞고 대화가 한번터지면 시간가는줄 몰랐다.
하지만 일은 일이니까. 퇴근후엔 항상 프리랜서로 사장님을 도우며 서로 프리랜서직원과
사장사이로 그렇게 2~3년이 흘렀다.

그 짧다면 짧은 시간에서도 우린 서로를 참 잘 알고있었다.
집안문제. 가족문제. 금전문제.일문제. 스트레스. 고민.. 성경험의 뒷간농담..ㅎㅎ.
주말땐 항상 같이 외근나가서 촬영이나 영화도보고 밥도먹고..
아무리 친해도 사장과 직원사이는 그 선을 넘으면 무언가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는것을.
그걸 알고있기에 서로 욕까지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사장님과 xx씨라는 호칭을 절대
놓지 않았다.
술김에 얘기도 오고갔다.
xx씨도 그렇고 우린 말이 너무 험하니까서로 존칭을 써주지않으면 도를 넘어서서 결국 트러블이 생길것같다고.

그런 사이로 시간은 점점 흘렀다. 난 금전적이 아닌 오로지 정만으로 사장님을 도왔고
(중간중간 힘들 작업엔 작은돈을 받긴 했지만.)
형도 그런내가 너무 좋았는지 형제와 같은 관계가 되어간듯했다.

그렇게 직원과 사장의 껍데기를 쓴 상태가 계속되는 상황에
홀로사는 부산생활에 부모님의 빚 보증으로 내 생활이 무너지며 멘붕이 시작.
이러면 안되지만 일적인 관계에서 사장님의 작은 실수에도 심하게 화와 짜증을 많이 냈고.
받아주다 받아주다 화가난 사장님은 그런 나에게 상처를 받았는지 일때문에 화를내는 xx씨한테
더이상 일을 안넘기겠다고 말을 꺼냈다.

그말을 듣고나서야 "아... 이제 끝이다... 사장님을 도울일이 없으니 사장님도 내가 필요없겠지" 하고 느꼈다.
전화를 끊고 난 그냥 사장님과의 연결되어있던 메신져를 나가버렸다.

사실 난 너무 외로웠다.
그리고 가끔 생각했다.
사실 사장님이 날 친하게 대해주는건 내가 일을 도와줘서가 아닐까?.
난 어쩌면 형과 동생이라는 이름으로 이용당하는건 아닐까..
그래도 괜찮아. 이렇게라도 덜 외로울수있다면..

관계가 끝났다는 그 시간속에 공허함은 말로 못했다.
어차피 이렇게 이용당한거겠지.


하루도안가서 사장님한테 전화가 왔다.
xx씨 일관계 끝나면 나 안볼거에요? 일 못하고 그래도 서로 그렇게 얇은 사이 아니지않냐고.
어떻게 그렇게 바로 안볼사람처럼 메신져 나가고 연락 끊냐고 그러면서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xx아 우리 말 놓자.
우리 이런 사이 아니잖아 나 정말 너 동생처럼 생각했고 매번 니 걱정했고 우리 그냥 일관계로 이렇게 온거 아니잖아.
근데 일 관두는것보다 그렇게 쉽게 인연 끊는게 난 너무 화가난다고.

그 전화의 몇마디에 나도모르게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
아마 그 기나긴 시간동안 쌓여온 외로움이 이제서야 터진게아닐까 싶은 정도로.

결국 사장님과 난 그냥 형과 동생 사이가 되어버렸다. [말도 이제 그냥 서로 반말함 ㅎ]

뭘 말하고싶은건지 횡성수설하지만.
세상 참 좁은 것 같다.
그 넓은 땅에서 이렇게 가까운곳에 같은 일을 하는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 핏줄보다 가까운 사이가 된다는게.

내년이면 벌써 33살이다.. 부모 빚은 언제 다 갚을련지.. 한땐 자살생각이 끝이 없었지만.
옆에서 매번 끈질기게 내 눈물 다 받아준 형 믿고 좀 더 버텨봐야겠다.
직원으로선 결국 자격 박탈이라는게 좀 씁쓸하긴하지만

인생에 가장 소중한것이란거.. 그걸 얻은 느낌... ... 맞겠죠?



[형. 형이 이 글을 볼지도 모르겠다. 맨날 피겔이랑 정사겔만 서식해서 형이 마이피 알랑가 몰라 ㅋㅋ
나 정말 많이 힘들었고 그 와중에 형이 딴생각하지말라고 몇번이고 잡아준거 정말 너무너무 고마웠어.
애기때 아빠 세상떠나고 그래서그런지 3살차이밖에 안나는 형이 왤케 아버지같이 큰형같이 느껴지는지 몰라.
우리 서로 잘살때까지 서로 열심히 살잔거 잊지말자. 힘내자. 나도 힘낼거고.
내가 너무 힘들때 형이 도와준건 항상 마음속에서 잊지않고 있으니까.. 고맙고. 사랑한다고..는 재수없어서 못하겠고.
사모님 싫어하니까 좀비물좀 그만쳐보고.. 쫌만 정상인처럼 살자 우리; ㅋㅋㅋㅋ
고맙다 맨날. 형밖에 없다.]
댓글 : 4 개
으앙 뀨리스.....
왜 하필 이런 창피한글을 범치가 일빠로 보고 댓글을 다는걸까..
늦은 시간 긴 본문을 공감하며 진지하게 읽어 내려갔는데..

댓글이 이상해;
  • 2012/12/18 PM 01:52
ㅠ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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