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야스케(弥助), 흑인 사무라이.2024.06.17 PM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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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케(弥助).
어쌔신 크리드 신작 '섀도우스'의 주인공.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400여년 전 일본 사무라이 한 명이 억까를 당하든 말든 내 인생 사는 데는 아무런 영향도 없지만,
400여년에 걸쳐 축적된 사료와, 그 사료에 대한 사학계의 해석과, 당대 사람들의 인식과, 이를 접해온 현대인들의 생각을,
불과 한달도 안돼서 인터넷 리플 몇 줄로 깔아뭉게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고 좀 배알이 꼬이는 느낌이라 이런 글을 남긴다.
누가 알겠나.
나중에 혹시라도 운좋게 게임이 졸라 잘나와서 분위기가 반전되면,
그 때 '봐라, 나는 이럴 줄 미리 알고 있었지롱' 하고 잘난 체라도 할 수 있을지.



'야스케는 사무라이가 아니라 노예, 광대였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나무위키'를 퍼오던데,
나무위키 아카이브를 보면 2024년 5월 말까지 야스케 항목에서 야스케가 사무라이가 아니라는 소리는 애초에 논의조차 된 적 없었다.
야스케는 사무라이가 아니었다는 주장은 어크 섀도우스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된 직후부터 난데없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사료에 따르면, 야스케는 오다 노부나가의 총애를 받아 이름과 칼과 주택을 하사받았고, 노부나가와 토쿠가와 연합군이 타케다 가문을 멸망시킨 코슈정벌에서 노부나가와 동행했고, 노부나가가 최후를 맞은 혼노지에 함께 있었고, 노부나가의 장자 노부타다와 최후까지 함께 싸우다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생포됐다고 전해진다.
미츠히데가 하극상 직후 민심을 수습하고 토벌대와의 전투를 대비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노부나가의 부하를 죽여야 한다는 살기등등한 장수들을 말리며 '검둥이는 일본인도 아니고 짐승이니 죽이지 말라'며 야스케를 살려보낸 이야기가 당시 사료의 한 대목으로 남아있다.
통설에 따르면, 야스케가 혼노지에서 노부나가의 최후를 지킨 뒤 자결한 노부나가의 목을 들고 탈출했다고도 전해진다.


신장공기, 이에타다일기, 예수회일본연보 등 공신력을 인정받는 일급사료 뿐만 아니라,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야사나 설화 이야기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 또한 최소한 당대 일본인들이 야스케라는 인물에 대해 단순한 일개 노예 취급이 아닌 엄연한 '노부나가의 가신'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대 일본에선 1960년대 동화책으로 야스케의 이야기가 나와서 지금도 어린이 권장도서로 추천되고 있다.
야스케는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게임, 만화 등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현재 야스케를 까는 모습은 서양 게임사들의 블랙워싱 PC질에 질릴대로 질린 사람들이 '중세 일본 배경에 무슨 얼어죽을 흑인 주인공이냐!' 이러고 분노가 폭발한 모양새인데,
야스케는 갑툭튀한 근본없는 캐릭터도 아니고, 엄연히 일본에서 수시로 대중매체에 등장했던 인물이다.



야스케는 흑인이라서 등장한 게 아니라, 일본 사무라이라서 등장한 것이다.



* 어크는 시리즈 대대로 가상인물이 주인공이었다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게 프랑스 법으로 못박은 것도 아니고, 제작사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해서 죽일 듯이 욕할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야스케는 노부나가의 가신이 된 후 불과 1년만에 역사에서 그 행적이 사라진 인물이라서, 오히려 온갖 상상을 더해서 픽션으로 만들기에 더 좋은 캐릭터이다.


* 흑인 거한 야스케와 호리호리한 나오에를 보면서 전형적인 성역할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비난하는 글도 있던데,
예로부터 창작물에서 뚱뚱이와 훌쭉이 콤비는 유서깊은 클리셰였다.



 

댓글 : 8 개
야스케가 사무라이가 아니엿다 주장한 됴코대 사학자 차단
블랙워싱 논란에 유저들은 동양인 주인공에 몰입이 안된다는 발언 후 사과없이 그 부분만 삭제
이래서 욕먹는거 아닌가요?
말랑박시은//
그 사람, 일본어 번역기 돌리며 일본 역사학자 사칭하는 인터넷 찐따라고 정체 탄로났어요.
중요한 것은 '게임이 그래서 재미없는가?' 아닌가요. 그 다음이 '해당 요소가 윤리적 문제점을 침범했는가?'이고. 또 그 다음이 '그 점이 특정국가나 민족의 역사나 자존심를 폄훼하였는가?'이겠죠.

제가 본 기사(많이는 못 보고, 구글 크롬메인에서 추천하는 기사를 읽음)에서는 블랙워싱을 떠나 일본 내에서 자국인 주인공이 아니라 흑인 주인공이라고 불만을 가진다고 썼던데, 그런 문제는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근데 팩션적 요소를 집어넣었던 게임들은 많았고, 성별역전과 인종역전은 그다지 낯설지 않은 거 아니었나요. 이번 서브컬처계에서는 특이할 것도 없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럼 만화 <나루토>는 금발에 벽안이니까 화이트워싱인가???

노예이든 광대이든 그게 가상의 이야기를 만드는데 문제가 되나요. 우리나라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이후 각종 팩션적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냥 가상의 이야기를 하는 픽션적 요소를 받아들이지 못할만큼 사람들이 단순해진건지 본문의 글을 보면서 의문이 생기네요.

아주 가끔은 개인의 기호에 맞지 않다고 자신의 기준을 대중의 기준으로 비약하여 평가하고 비난하는 경우가 있죠. 이건 비단 게임과 같은 작품평에 그치지 않고, 사건과 인물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당장에 루리웹도 종합게시판- 특히 스포츠나 연예면을 보면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더 일어나는 걸요.

아주 가끔은 문제가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문제적 인간(불특정 개인)이 문제를 야기하고 풍파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될 때가 있는 게 요즘 세상인 것 같아요.
소년 날다//
불과 몇달 전에도 야스케가 나오는 게임을 즐겼던 저로선,
지금 사람들이 야스케를 블랙워싱이라며 폄하하는 모습이 어이가 없습니다.
그냥 게임 잘 나오겠지 하고 즐겁게 기다리려고 합니다.
만든 당사자중 한사람이 동양인에 이입 못해서 넣었다고 직접 발언까지 한걸 쉴드칩니까..
요는 하필 일본 배경에 흑인 실존인물 주인공이라는게 참 공교롭다는겁니다
본인들도 이러한 반대 여론에 대한 방지책으로 실존인물을 선택한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끔 말이죠
SUPACLIP//
처음 유비 발언을 상당히 거슬려한 사람들도 있던데,
저는 순수한 일본 내부인의 시각과 일본으로 건너온 이방인의 시각이라는 상반된 연출을 의도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유비에서도 괜히 인종적인 오해를 살 걸 우려해서 해당 발언을 수정했구요.
  • HYTT
  • 2024/06/18 AM 01:26
동양인 남성 주인공을 보이기 싫어 굳이굳이 기록을 뒤져서 찾아낸 인물을 등장시킨 것 부터가...
HYTT//
본문 내용을 안보고 그냥 본인이 하고싶은 얘기를 적은 건가요.
야스케는 굳이굳이 기록을 뒤져서 찾아낼 정도로 듣보잡이 아니라, 원래 충분히 알려졌고 원래 여러 작품에 출연했던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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