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이제 고작 1년째, 너 없는 내 이야기2018.04.09 PM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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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니가 훌쩍 떠난지도 1년이 지났구나,

 

너 떠나고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너를 기점으로 하여, 여러가지 이별들이 많았던 한해였단다.

 

비단, 너를 시작이라 두둔하진 않으려하는구나.

 

널 화장하고 묻어준 그 자리에 홀로 찾아가서 미안하구나.

 

같이 오겠다고 이야길 했는데 어째 삶을 살다보니 혼자가 되어버렸어,

 

내가 연인과의 몇번의 이별을 했었지만. 그래도 니가 있어서 참 힘이 많이 되었는데,

 

이번은 참 입맛이 쓰고도 쓰구나, 아무래도 니가 없어서 그런듯 하구나.

 

어쨰, 거기서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니?

 

아빠는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게 느껴지는구나, 수염도 빨리자라고, 뭐 여러가지 그렇구나.

 

넌 11살에서 더이상 나이 먹지 않아 좋겠구나.

 

1년이라고 하면 길고, 짧을 수도 있지만. 올 1년은 너무나도 길었어, 너무너무 아주 지루해 죽을만큼 길고도 길었어.

 

1년이 지나고 나면 모든것이 무뎌질까 생각 했지만. 기억이라는건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선명해지는듯 하더구나.

 

잊어버렸다 생각했던 별일 아니었던 사소한 일까지도 기억이 나더구나. 

 

나는 참 머리가 나쁘다고, 기억력이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런건 아니었더구나.

 

니가 없는 집은 참 말끔해졌어, 털도 안날리고 니 화장실 냄새도 안나고, 검은옷에 털도 더이상 붙어 다니지 않고,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무뎌져야하는데 마음이 약한 탓인지 그런것들이 오히려 마음을 쿡쿡 쑤시곤 하는구나.

 

널 묻어준곳에 내가 준비해간 간식들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니가 없는 올 한해는 정말 정신이 없어서 몇개월 만에 널 찾아갔지만, 앞으로는 계절에 한번쯤은 찾아가보려해.

 

많이 외로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햇살이 따사해지니 니 생각이 더 나는구나, 날 좋은 봄날에 널 데리고 나가지 못했던게 가슴을 친다.

 

부디 그 곳에서는 봄 햇살 만끽 하길 바란다.

 

슬슬 벚꽃이 지고 있구나, 니 무덤 그자리에 떨어져 소복히 쌓인 꽃잎이 멋진 이불이 되었으면 하는구나.

 

앞으로는 널 생각하며 좀 덜 우는 내가 되어야 겠구나.

 

많이 보고싶단다.

 

잘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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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1년을 기른 곰이의 1년쨰 기일이었습니다.

 

가족같이 딸같이 기른 고양이라 도저히 안가볼 수가 없었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집사님들의 주인님들이 건강하길 바랍니다.

 

  

 

 

댓글 : 5 개
안녕
그래서 거북이 한 마리가 죽었다구요? 예, 오늘 아침에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제 마침 영화를 보러가느라 문을 일찍 닫았거든요. 아, 영화는 어땠습니까? 뭐, 그렇고 그랬습니다. 그나저나 죽은 거북은 어떤 놈이죠? 기생충으로 고생한다던 녀석인가요? 아뇨, 그건 <궁>이고 죽은 건 아주, 아주 큰 녀석입니다. 혹시 장수거북인가요? 더 큰 것입니다. 그럼... 설마하니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 갈라파고스 섬보다도 훨씬 더 큰 것입니다. 저 역시 한 번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을 만큼. 아... 그래요? 그렇습니다. 손님께선 애완동물의 사이즈에 대해 땀이 날 정도로 제대로 이해하고 계시는군요. 그런, 편입니까? 애완(愛玩)이란... 즉 사랑은 무한한 것 아니겠습니까?

- 박민규, 『카스테라』(「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에요
한자의 의미는 몰랐는데 뭔가 쿵! 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곰이 그동안 행복했었고 지굼도 행복할꺼에요
우리 숙식이랑 엄청 닮았네요 에흉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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