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글]] 즉문즉설 '딸을 낳고 싶은데 욕심인가요'2015.12.22 PM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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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학기 정토불교대학를 담당하고 있고, 결혼한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빨리 건강하고 예쁜 딸을 낳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이게 욕심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이 아닌 딸을 낳고 싶거든요.

또 남편과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내년에는 정토회 활동을 좀 줄일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요?”








아기를 낳고 싶다는 질문에 대해서 먼저 답변해 드리면, 그건 반생명적 태도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좋은 자식을 낳거나 좋게 키우기 어려워요.

생명이라는 건 낳고 싶다고 낳아지는 것도 아니고,

안 낳고 싶다고 안 낳아지는 것도 아니고, 딸 낳고 싶다고 해서 딸 낳아지는 것도 아니고,

아들 낳고 싶다고 해서 아들 낳아지는 것도 아니에요. 그건 내 욕심이에요.

자꾸 욕심으로 접근하면 안 돼요.

여러분의 부모님들이 자꾸 ‘우리 자식은 이래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여러분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잖아요.

그래서 부모님을 보면 지긋지긋할 때가 많잖아요. (청중 웃음)

일베 이용자들이 여성을 혐오하고 공격하는 걸 심리적으로 분석해보면

대부분 어릴 때 엄마의 억압으로부터 인해 생긴 여자에 대한 저항감이

빚어낸 결과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괴롭히려고 한 건 아니지만,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를 키우려 하니 아이가 심리적인 억압을 받아요.

그러니 아이 낳는 건 잊어버려야 해요.

다른 건 욕심을 좀 부리더라도 아이는 욕심 부리면 안 돼요.

아이가 빨리 생기면 신혼생활이 온데간데 없어지고 아이 키우는 데만 집중해야 해요.

일부러 안 낳으려고 조치해서도 안 되지만 낳으려고 애쓰지도 말라는 겁니다.

생명은 소중하니까 아이가 생기면 신혼을 포기하더라도 아이를 키워야 하지만,

일부러 아이를 빨리 가질 필요는 없어요.

나이가 40살 넘어서 지금 안 낳으면 앞으로 아기 낳는 데 장애가 좀 있다면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또 질문자는 20대잖아요. 내려놓고 신혼을 즐기세요.

‘그래도 3년은 신혼생활을 즐겨야지.

3년 뒤에 생겨라’ 이런 마음으로 지내다가 생기면 생기는 대로,

안 생기면 안 생기는 대로 하면 됩니다.

생긴 걸 지운다고도 하지 말고,

안 생기는 걸 억지로 생기게 한다고도 하지 말고 자연 질서에 맡기세요.

그리고 딸 아들 구분하지 마세요.

옛날에는 아들만 좋아해서 딸은 갖다 버리거나 없는 자식 취급을 해서

어머니 세대가 얼마나 많이 상처받았는지 알잖아요.

질문자가 딸을 선호하면 아이가 아들이면 낳을 때부터 이미 기분이 안 좋잖아요.

엄마의 축복을 받아야 할 아이가 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벌써 약간의 저주를 받고 나오는 거예요.

그게 얼마나 큰 불행이에요?

별 거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한 화를 자초하는 위험한 생각이에요.

오늘부터 다 잊어버리고 신혼을 즐기세요.

그리고 아이 낳고 키우는데 빼앗길 시간 3년을 오늘 제가 만들어줬으니까

애 낳고 키우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정토회 활동을 하세요. (청중 웃음과 박수)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 신혼을 즐길 시간이 없는데, 이제 시간이 생겼잖아요.

그 시간을 정토회 활동에 죄다 쓰라는 건 아니에요.

아이 낳는 건 놔두고, 부처님께 불공드린다는 생각으로 정토회 활동을 하면

저절로 좋은 아이가 낳아질 겁니다.

자꾸 신혼생활과 불교 활동을 대립시키면서 어느 게 우선인지 계산하려고 하면 안 돼요.

활동은 그냥 하고 신혼은 신혼대로 즐기세요.

남편을 데려와서 같이 놀면 활동도 하고 신혼도 즐길 수 있습니다. (청중 웃음)

연애도 하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으면 공부하는 사람과 연애해서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연애하면 됩니다.

술도 마시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으면 공부하는 친구와 술 마시면서 토론하면 돼요.

술 마시면서 꼭 잡담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술도 마셔야 하고 정토회 의논도 해야 하면 술자리에서 술 마시면서 의논해도 돼요. (청중 웃음)

그러니 우선은 신혼도 즐기고 정토회 활동도 하세요.

그렇게 하니 신혼도 불만족스럽고 활동도 불만족스럽다면 둘을 합치세요.

그러나 그 시간을 아이 낳으려고 노력하는 것에 빼앗기지는 말고,

아이는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점지해주는 대로 미뤄놓으세요.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면 정토회 활동도 좀 줄이고 신혼생활도 좀 줄여야 해요.

아이가 우선이니까요.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활동을 줄여야 해서 팀장을 그만두겠다’ 하면 정토회에서 말리지 않아요.

아이에게 정성을 쏟는 것은 정토행자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낳는 것은 자연의 질서이기 때문에 자연에 맡겨야 해요.

결혼한 지가 3년을 훌쩍 지나 5년, 10년이 되어도 아이가 안 생긴다면

자연의 질서에서는 좀 덜 맞으니까 병원에 가서 상호 신체검사를 해봐야겠지요.

신체검사 결과 이상이 있다면 치료를 하고,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다면 인공수정 같은 방식으로 시도해 보고요.

이상이 없는데 아이가 안 생긴다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해요.

욕심 부리는 상태에서 아이가 나오면 아이에게도 안 좋아요.

부모가 싸우거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자기 살 길이 좀 막막하니까

나오려다가도 안 나오고 수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이상이 없는데 아이가 없다면 마음을 더욱 편안히 하고

‘나오려면 언제든 나와라. 나는 어떤 경우든 너 하나 키워줄 준비는 다 되어 있다.

편안하게 키워줄게’ 이렇게 마음먹어야 합니다.

‘나는 준비되어 있다’라고 편안히 기다릴 수 있으려면

내가 수행을 더 해서 내 마음을 더 안정시켜야 해요.









한 번의 성추행으로도 아이가 생길 수 있고,

한 번의 만남에도 아이가 생길 수 있고, 5년을 부부생활 해도 아이가 안 생길 수 있어요.

자주 만나면 아이가 생길 확률이 높아지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생기는 건 아니에요.

거기에는 어떤 인연이 있어서, 약물치료를 해야 할 게 있고,

수술로 치료해야 할 게 있고, 기도를 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 3년은 아이 낳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신혼생활을 가꿔가는 데,

즉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행복해지는 데 먼저 신경을 쓰세요.

아직 같이 사는 데 적응이 덜 되었는데 아이가 생기면

아이를 안은 채 갈등이 생겨서 아이한테 나쁜 영향을 줍니다.

3년쯤 싸우다 보면 안 살려면 갈라서든지 살려면 적응하든지 둘 중 하나가 결정됩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 아이가 나오면 좋죠.

그러니 그건 신경 쓰지 말고, 그런 데 신경 쓸 에너지가 있으면 정토회 활동을 하세요." (청중 웃음)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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