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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글]] 즉문즉설 '매일 싸우는 두 딸아이'2017.11.22 AM 12:57
딸이 두 명 있습니다. 서로 사이가 나빠서 매일같이 싸웁니다.
언니는 동생 없이 외동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동생 또한 마찬가집니다.
제가 진단하기에는 언니는 동생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것 같고,
동생은 언니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딸들이 싸우지 않고 서로 우애 있게 지내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이 몇 살이에요?
지금 5학년, 7학년이에요.
그러면 아직 성인이 안 됐잖아요. 이런 나이의 아이들을 ‘어린 아이’라고 부릅니다.
서양에서는 ‘어린 아이’라는 말을 순수하다는 개념으로 쓸 때가 많습니다.
‘아기’, ‘아이’라고 하면 ‘순수하다’, ‘물들지 않았다’는 뜻으로 주로 사용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언어로 ‘어리다’라는 말에는 어리석다는 뜻이 들어 있어요.
뭘 모른다는 말이에요.
즉 ‘어린 아이’라는 말은 그 용어 자체에 ‘뭘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어요.
그래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서문에서도 ‘어린 백성이...’ 라고 하잖아요.
‘어린 백성’이란 말은 아기 같은 백성이란 뜻이 아니라 어리석은 백성이란 뜻입니다.
이렇게 어린 아이라는 말에는 순수하다는 뜻도 있지만 어리석다는 뜻도 있습니다.
세상물정을 아직 모른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방금 질문자는 ‘동생이 5학년인데 언니를 존경할 줄 모른다’고 말했어요.
어린 아이가, 즉 뭘 모르는 어린 아이가 벌써 언니를 존경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5학년 어린이가 언니를 존경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질문자는 어릴 때 언니를 존경했어요?
자기도 안 한 걸 아이한테 요구하니까 힘든 거예요. (청중 웃음)
어른이 되어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자기 남편, 자기 아내도 사랑 안 하는 사람이 있고,
자기 자식도 제대로 안 돌보는 사람이 있는 세상에 살면서
7학년이 벌써 동생에게 사랑을 베풀고 애정이 있기를 바란다는 건 과한 요구예요.
질문자는 그랬어요? (청중 웃음)
저는 첫째라서 동생이 저를 잘 따랐고, 저도 동생하고 싸운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싸운 적이 없는 건 동생이 대들지 않았으니까 안 싸웠겠죠.
동생이 질문자한테 빡빡 대들었으면 질문자랑 싸웠을까요, 안 싸웠을까요?
동생이 대들었으면 싸웠을 것 같아요. (모두 웃음)
그래요. 질문자가 동생에게 애정이 많아 안 싸운 게 아니에요.
동생이 안 대들다 보니까 싸울 일이 없어서 안 싸운 거예요.
싸운다는 건 부모가 볼 때는 안 좋은 일이죠.
안 싸웠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은 저도 충분히 이해가 돼요.
형제간에 싸우는 걸 좋아하는 부모가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그건 부모의 입장이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또 달라요.
5학년과 7학년은 두 살 차이밖에 안나요.
언니 입장에서는 동생이 대드니까 기분 나쁜 거예요.
동생 입장에서는 ‘나이 차이가 두 살밖에 안 나는데 언니라고 뭘 그렇게 폼 잡냐’ 싶고요.
아이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니 동생 입장에서는 언니와 똑같이 하려 들고,
언니 입장에서는 ‘너는 어쨌든 동생이니까 나보다 한 칸 아래여야 한다’ 이렇게 해서 싸우게 되는 거예요.
지금 미국과 북한이 싸우는 것이나 두 딸이 싸우는 것이나 비슷해요.
이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거예요. (청중 웃음)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5학년 아이에게 언니를 존경하기를 원하고,
7학년 아이에게 동생을 사랑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제가 보기엔 질문자가 좀 과해요.
싸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그냥 놔두란 말씀이세요?
놔두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싸우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거예요.
갈등할 수 밖에 없는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싸우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겁니다.
질문자가 자랄 때 안 싸웠다고 하지만 그건 제가 보기에 일반 가정에서는 아주 드문 경우예요.
형제간에 안 싸우는 건 열에 한 둘도 안 되고, 여덟아홉은 싸우는 게 정상이에요.
싸울 수밖에 없게 되어 있으니까요.
언니는 언니대로 질서를 잡으려 하고 동생은 동생대로 그 질서 속에 안 들어가려고 하거든요.
미국은 지금 질서를 잡으려고 하고 북한은 그걸 안 받아들이려고 해서 지금 싸우듯이, 이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러니 질문자가 먼저 그걸 자연스럽다고 봐야 해요.
‘두 아이가 문제다!’ 라고 보지 말고요. 동생이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언니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질문자가 기준이 있어야 해요.
첫째, 누군가를 주먹으로 때리는 건 안 된다고 명확히 가르쳐야 합니다.
서로 갈등이 있는 건 이해가 되지만 때리는 건 안 됩니다.
그가 동생이든 언니든 폭력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건 옳지 않아요.
‘네가 언니니까 참아라’, ‘네가 동생인데 왜 그랬니’ 이렇게 말하면 안 돼요.
때리는 건 누가 먼저 때렸든 모두 잘못된 거예요.
이렇게 질서를 딱 잡아줘야 합니다. ‘이거는 아니다’ 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둘째,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것도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해요.
‘동생이 그랬으니까 봐 줘라!’ 이렇게 말하면 안 되고, ‘언니가 그랬으니까 봐 줘라!’ 이래도 안 돼요.
뺏거나 훔치는 것은 모두 잘못된 거예요.
셋째, 거짓말하거나 욕설을 하는 것도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해요.
서로 자기 의견을 내고 큰소리치는 것까지는 좋은데 욕설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건 안 됩니다.
이런 원칙은 아이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똑같이 적용됩니다.
성추행하면 안 된다, 술 마시고 취해서 남을 괴롭히면 안 된다, 이렇게 두 가지가 더 있는데,
이것은 아이들에게는 해당이 안 되니까 세 가지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 세 가지는 동생이 해도 안 되고, 언니가 해도 안 되요.
그리고 엄마가 자꾸 ‘네가 언니니까 참아라’,
‘네가 동생이니까 참아라’ 이런 말을 하면 나중에 아이들에게 상처로 남습니다.
엄마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언니니까 참아라’, ‘동생이니까 참아라’
이렇게 말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양쪽 다 상처를 받았어요.
동생은 ‘내가 동생이라고 해서 엄마가 내내 나만 참으라고 했다’라고 하고
언니는 ‘엄마가 늘 언니니까 참으라고 했다’ 이렇게 됩니다.
상처는 오래 가기 때문에 엄마가 자기만 야단쳤다고 기억하는 거예요.
예, 지금도 그래요.
그래요. 그러니 야단을 쳐도 ‘언니니까’, ‘동생이니까’ 이런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언니인 네가 손아래 동생하고 싸워야 하겠어?’ 이렇게 말하거나
‘조그마한 게 언니한테 대드니까 맞지!’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언니든 동생이든 자기들끼리 논쟁을 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싸우는 것 자체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질문자가 잘 관찰해 보고 원칙에서 벗어날 때 타일러야 해요.
어떤 일을 서로 막 논쟁을 해서 해결하는 건 괜찮은데 때리는 건 안 돼요.
물건을 빼앗거나 훔치는 것도 안 됩니다.
욕설이나 거짓말 하는 것도 안 돼요.
이런 관점에서 그걸 누가 먼저 했는지를 살펴서 ‘이건 잘못된 거다’ 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그렇다고 질문자가 나서서 애들을 때리는 것도 안 돼요.(청중 웃음)
그런 걸 살펴서 교화를 하면 이런 갈등 덕분에 아이들이 엄마로부터 좋은 교훈을 배울 수가 있어요.
그런데 부모가 보는 관점과 아이들이 보는 관점이 서로 달라요.
자녀가 싸우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옛날에 아이 5명을 키웠던 시절을 생각해 봅시다.
엄마가 사탕을 5봉지 사와서 한 아이한테 한 봉지씩 줬어요.
그런데 맨 막내가 자기는 2봉지 먹겠다고 막 울어요.
그러면 엄마가 막내를 야단칠까요? 그러기보다는 큰 아이에게
‘야, 다음에 내가 사줄 테니까 네것 동생 줘라’ 이렇게 하기가 쉬워요.
엄마가 보기에 막내가 많이 어리니까 봐주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해서 막내에게 2봉지를 주고 난 뒤에 엄마가 방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어요.
그러면 그게 그대로 있을까요, 큰 애가 동생한테서 빼앗을까요? (청중 웃음)
‘내놔!’ 이렇게 해서 빼앗아버린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형제간에 질서가 형성이 돼요.
어른이 없는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질서가 형성된단 말이에요.
이렇게 가정에서부터 형제들 사이에 질서가 잡히는 가운데 자랐기 때문에 세상에 나와도 질서가 잡히는 거예요.
부모가 꼭 가정교육을 따로 안 해도 자기들 사이에서 저절로 질서가 잡혀요.
그런데 지금은 자식 하나를 데리고 키우기 때문에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질서의식을 배우기 힘들어요.
그저 울기만 하면 엄마가 다 해주게 돼 있잖아요.
그렇게 지내던 아이들이 학교에 모이니까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질서의식이 익혀져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으니까요.
그러니 엄마가 너무 아이들 가까이에서 간섭을 하면 안 돼요.
자기들끼리 힘으로 싸우든지 말로 싸우든지 할 때 아주 부당한 것만 부모가 나서서 교화하지, 나머지는 내버려둬야 해요.
그러는 가운데 언니는 ‘동생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하는 걸 저절로 배워요.
자기가 힘으로는 이길 수 있는데 엄마가 힘으로는 못 하게 하니까 동생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터득합니다.
또 동생은 ‘언니한테 함부로 대들다가는 혼난다’ 라는 걸 배울 수 있어요.
이렇게 둘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가운데 둘 다 사회성을 배우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엄마가 자꾸 개입을 하면 이걸 터득할 수 없습니다.
항상 엄마한테 와서 ‘언니가 때렸다’, ‘동생이 까분다’ 이렇게 고자질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어요.
엄마가 나서서 자꾸 해결하는 건 아이들 교육에 좋은 게 아니에요.
가능하면 못 본 체하는 게 좋고, 폭력을 쓴다든지 해서 문제가 심각할 때만 관여를 해야 해요.
야단칠 때도 언니 보는 앞에서 동생을 야단치거나 동생 보는 앞에서 언니를 야단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그러면 야단을 맞는 사람은 자기가 졌다고 생각하거든요.
‘동생 때문에 내가 야단맞는다’, ‘언니 때문에 내가 야단맞는다’
이렇게 돼서 언니를 미워하거나 동생을 미워하는 쪽으로 심리가 가게 됩니다.
또 야단을 안 맞은 쪽은 자기가 이겼다고 생각해서 지나치게 까불게 돼요.
반드시 양쪽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고,
각자 따로 불러서 ‘엄마가 보기엔 지금 네가 잘못한 것 같다’ 이렇게 타일러야 해요.
예컨대 언니한테는 ‘아무리 동생이 너보다 아래라지만 네가 폭력적으로 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 라고 하고,
동생한테도 ‘네가 아무리 어려도 언니한테 대드는 건 올바르지 않다’ 라고 하고요.
야단을 치더라도 따로따로 쳐야지, 한꺼번에 놔두고 야단치면 상처가 됩니다.
스님이 여러분을 야단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제가 자기만 딱 불러서 뭐라 그러면 괜찮은데 사람들 많이 있는 데서 뭐라 그러면 상처 입잖아요.
그래서 부모들이 이런 걸 잘 알아야 해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런 엄마의 원칙 부재 때문에 상처를 받아요.
애들은 어리석어서 싸우는데 엄마도 애들 싸우는 거 귀찮다고 막 성질을 내고 욕을 하면서 같이 싸운단 말이에요.
엄마부터 먼저 애들을 때리고 엄마부터 먼저 애들한테 욕을 하니까 교육이 안 되어지고 더 나빠지는 겁니다.
그러므로 첫째, 갈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둘째, 도를 넘는 건 규제해야 해요.
셋째, 어떤 문제든 엄마가 흥분하지 말고 가만히 들어본 뒤 필요한 조언이 있으면 따로따로 불러서 얘기하세요.
이렇게 하면 조금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런 것도 모르면서 왜 아이를 낳아서 길러요? 이런 것을 잘 아는 저도 안 낳는데요. 하하하(웃음).
좋은 질문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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