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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생 유서 전문2015.12.18 PM 10:53
투신자살한 서울대생 유서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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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환이 형이 딱 이맘때에 떠난 것 같아서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늘이군요.
생명과학부 12 월 18 일엔 뭔가 있나 봅니다.
저도 형을 따라가려고요.
힘들고 부끄러운 20 년이었습니다.
저를 힘들게 만든 건 이 사회고, 저를 부끄럽게 만든 건 제 자신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더 이상 힘들고 부끄러운 일은 없습니다.
지금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죽으면 안 된다.”
엄마도 친구도 그러더군요.
하지만 이는 저더러 빨리 죽으라는 과격한 표현에 불과합니다.
저를 힘들게 만든 게 누구입니까.
이 사회,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남은 사람들’입니다.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못 하고, 나를 괴롭힌 그들을 위해서 죽지 못하다니요.
또 죽는다는 것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비합리적인 일은 아닙니다.
이걸 주제로 쓴 글이 ‘글쓰기의 기초’ 수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제 유서에 써도 괜찮은 내용일 겁니다.
제가 아는 경우에 대해서, 자살은 삶의 고통이 죽음의 고통보다 클 때 일어납니다.
다분히 경제적인 사고의 소산입니다.
말이야 이렇게 했지만, 그렇다고 저를 너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보지는 말아 주십시오.
20년이나 세상에 꺾이지 않고 살 수 있던 건 저와 제 주위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아직 날갯짓 한 번 못 한 제가 아까워 잠실대교에서 발걸음을 돌렸고,
제가 떠나면 가슴 아파 할 동생과 친구들을 위해 옥상에서 내려온 게 수 차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힘이 듭니다. 동시에 부끄럽기 까지 합니다.
제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분노가 너무 큰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이만 꺾일 때도 됐습니다.
무엇이 저를 이리 힘들게 했을까요
제가 일생동안 추구했던 가치는 합리입니다.
저는 합리를 논리 연산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어느 행위가 합리적이라 판단하는 것은 여러 논리에서 합리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합리는 저의 합리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그걸 비합리라고 재단할 수 있는가 하면 또 아닙니다.
그것들도 엄밀히 논리의 소산입니다.
먼저 태어난 자, 가진 자, 힘 있는 자의 논리에 굴복하는 것이 이 사회의 합리입니다.
제 개인적으론 비합리라 여길 수 있어도 사회에서는 그 비합리가 모범답안입니다.
저와는 너무도 다른 이 세상에서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좋은 기억이 없는 건 아닙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꼽으라면 둘이 있습니다.
하나는 작년 가을에 무작정 여권 하나 들고 홀로 일본을 갔다 온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에 제주도에서 돌아온 다음 날의 일입니다.
즐거운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보통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그날 들은 수업은 너무나도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생물학 시간에 인간과 미생물의 상호관계를 배우고 너무나 감명 받았습니다.
인간과 미생물은 정말 넓은 분야에 깊게 상호작용 하고 있었습니다.
연달아 있는 서양사 수업에서는 베버의『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배웠습니다.
유물론적 사관에 익숙한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8 동을 나오는 길에 든 생각이 잠자리까지 이어졌습니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 학문을 하는 것은 정신적 귀족이 되는 것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때만큼은 제가 그 정신적 귀족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서로 수저 색깔을 논하는 이 세상에서 저는 독야청청 ‘금전두엽’을 가진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금전두엽을 가지지도 못했으며,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전두엽 색깔이 아닌 수저 색깔이군요.
맛있는 걸 먹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목이 너무 말라 맥주를 찾았지만 필스너우르켈은 없고 기네스뿐이어서 관뒀습니다. \
처갓집 양념치킨을 먹고 싶지만 먹으면 메탄올의 흡수 속도가 떨어질까 봐 먹지 못하겠네요.
혹시 제가 실패하더라도 저는 여러분을 볼 수 없을 겁니다.
눈을 잃게 되거든요.
오셔서 손이나 잡고 위로해 주십시오. 많이 힘들 겁니다.
제가 성공한다면 억지로라도 기뻐해 주세요.
저는 그토록 바라던 걸 이뤘고 고통에서 해방됐습니다.
그리고 오셔서 부조 좀 해 주세요.
사랑하는 우리 동생 **이가 닭다리 하나나 더 뜯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마지막으론 감사를 전해야겠습니다.
우울증은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로 완화됩니다.
상담치료로썬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도 있지만 ‘실질적’인 위로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거도 없는 ‘다 잘 될 거야’ 식의 위로는 오히려 독입니다.
여러분의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으로 괴로워 할 때 저런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실질적인 위안이 된 사람으로 둘이 기억나네요.
하나는 **누나입니다. “힘들 때 전화해, 우리 가까이 살잖아.”
이 한마디로 전 몇 개월을 버텼습니다.
전화를 한 적은 없지만, 전화를 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도 이렇게 멋진 사람이 날 위로해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힘이 됐습니다.
누나 정말 고마워. 미안해. 결국 전화를 하지 못했네...
다른 하나는 ***입니다.
***도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질문 하나 할 때도 매번 안부 물어봐 주고 이것저것 챙겨다 주고 고마웠습니다.
또 제가 약대 준비할 땐 교재도 빌려 주고 결과 발표 일시도 상기시켜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줬습니다.
약대 붙으면 맛있는 스시를 사기로 했는데, 결국엔 사지 못하게 됐네요.
고맙고 미안해... 행복하게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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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대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
댓글 : 27 개
- RoWaS
- 2015/12/18 PM 11:00
하..
- 칼쑤마졍이
- 2015/12/18 PM 11:01
후....
- 스타드림
- 2015/12/18 PM 11:02
허,.
- ejfjqekdutrkxek
- 2015/12/18 PM 11:04
꼰 : 봐라 서울대생도 자살한다 그러니 저렇게 되지 않게 너는 더욱더 노력해라
- 엄마도사람이야사람
- 2015/12/18 PM 11:06
이건 그냥 본인 우울증 때문인거 같은데
- ArsenaLish
- 2015/12/18 PM 11:06
안타깝기는 하지만 자살한 사람을 동정할 순 없어요...그 고통은 고스란히 남은 사람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니까요...
- 神算
- 2015/12/18 PM 11:09
반대죠. 동정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범죄자마저도 일말의 사연이 있다면,
심정적으론 일부 동정할 수도 있는데요.
단지 자살을 긍정하거나 미화해선 안될 뿐이죠.
동정조차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범죄자마저도 일말의 사연이 있다면,
심정적으론 일부 동정할 수도 있는데요.
단지 자살을 긍정하거나 미화해선 안될 뿐이죠.
동정조차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 kth505-586
- 2015/12/18 PM 11:30
결국 피해자였기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사람을 가해자로 만드는 안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은이냥냥
- 2015/12/18 PM 11:38
끔찍한 말이네여
- 원레D
- 2015/12/19 AM 12:11
유서에 그말하지말라고 적어놨는데 거참.
- 점순이점순이!!
- 2015/12/19 AM 12:24
이런 말 다 소용 없습니다. 자살을 결행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전에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거나, 하려 했거나 하는 등, 예행 연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와 중에 이런 저런 생각 안해 봤겠습니까? 그 들이 지독한 이기주의자 이거나 멍청이가 아닌 이상은 누구나 다 님이 말한 것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도 이겨낼 수 없을 만큼 우울하거나 절망적이기 때문에 자살하는 거지요. 다 소용 없는 말입니다. 본문에 나왔듯 힘들 때 전화하라는 한마디가 훨씬 도움 될겁니다.
그런데도 이겨낼 수 없을 만큼 우울하거나 절망적이기 때문에 자살하는 거지요. 다 소용 없는 말입니다. 본문에 나왔듯 힘들 때 전화하라는 한마디가 훨씬 도움 될겁니다.
- 방구석 정셰프
- 2015/12/18 PM 11:06
...
- 神算
- 2015/12/18 PM 11:07
루리웹에서도 약대 시험 떨어졌다고 자살했니,
그 정신으로 살면되지 이기적인 놈 하는 말이 줄을 잇더군요.
하지만 역시나 원인은 우울증이었나보네요.
난 꼰대가 아닌 줄 아는 꼰대들이 많단 것만 또 느꼈습니다.
그 정신으로 살면되지 이기적인 놈 하는 말이 줄을 잇더군요.
하지만 역시나 원인은 우울증이었나보네요.
난 꼰대가 아닌 줄 아는 꼰대들이 많단 것만 또 느꼈습니다.
- cromlee
- 2015/12/18 PM 11:52
님과 생각이 다르다고 무턱대고 남들을 비하하는게
진짜 님이 경멸하는 꼰대 마인드 아닌가 싶은데요~~
진짜 님이 경멸하는 꼰대 마인드 아닌가 싶은데요~~
- kth505-586
- 2015/12/19 AM 12:03
cromlee//약대 시험 떨어졌다고 자살했니, 그 정신으로 살면 되지 라는 말을 할 정도면 경멸받아도 싸다고 생각하네요.
- 흑두부
- 2015/12/18 PM 11:17
자살은 용기로 하는게 아니라 절망으로 한다고. 그래서 절대로 그 용기로 살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던데.
니 마음 잘 알아 이런말 진짜 도움 하나도 안되고 그래도 힘내야 이런것도 도움 안되고.
사실 그냥 옆에서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고맙고 그랬을 텐데.
니 마음 잘 알아 이런말 진짜 도움 하나도 안되고 그래도 힘내야 이런것도 도움 안되고.
사실 그냥 옆에서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고맙고 그랬을 텐데.
- Glooming
- 2015/12/19 AM 12:15
그렇다면 듣고 있는 사람은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하는 걸까요..
- ParkMB_union
- 2015/12/18 PM 11:22
"먼저 태어난 자, 가진 자, 힘 있는 자의 논리에 굴복하는 것이 이 사회의 합리입니다.
제 개인적으론 비합리라 여길 수 있어도 사회에서는 그 비합리가 모범답안입니다"
한국사회현실에 딱맞는 말인듯 ;;;;쩝..
제 개인적으론 비합리라 여길 수 있어도 사회에서는 그 비합리가 모범답안입니다"
한국사회현실에 딱맞는 말인듯 ;;;;쩝..
- 브로게이머
- 2015/12/18 PM 11:24
우울증을 케어해줄수 없는 사회
- Up목人폐...
- 2015/12/18 PM 11:24
슬프다...
- @Crash@
- 2015/12/18 PM 11:25
.......
아.....
아.....
- SealFate
- 2015/12/18 PM 11:25
죽음에 이르는 우울증은 본인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질병의 영역이라서..
무슨 정신력으로 이겨내라느니 용기드립 치는 사람들은 자기 지능수준 인증하는 꼴밖에 안 됨.
무슨 정신력으로 이겨내라느니 용기드립 치는 사람들은 자기 지능수준 인증하는 꼴밖에 안 됨.
- IAMGAME
- 2015/12/18 PM 11:29
똑똑하니까 차라리 한국을 떠났으면 좋은 길을 찾을 수도 있었을텐데 안타깝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본인이 더 좋은 곳으로 간다고 했으니 분명 그러하겠지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본인이 더 좋은 곳으로 간다고 했으니 분명 그러하겠지요.
- 열혈축생
- 2015/12/18 PM 11:36
안타깝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ThePeace
- 2015/12/18 PM 11:38
우울증이라고 봅니다.
우울증에는 학력, 돈, 명예 모두 무관하죠.
이건희 딸도 자살했으니
우울증에는 학력, 돈, 명예 모두 무관하죠.
이건희 딸도 자살했으니
- 일산백수님
- 2015/12/18 PM 11:42
사회에 대하여 장황하게 썻지만....어떠한 개인적인 사건 사고 인간관계에서 어떠한 일이 생겼을것 같은데....
젊은 나이에 사회의비합리만을 한탄하며 세상을 저버린거면 정말 안타깝다고 밖에는....조금더 보고 경험하고 살아보고 해도 될 나인데. 어린친구들이 무언가에 짓눌려서 자살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밖에는 안드네요.
젊은 나이에 사회의비합리만을 한탄하며 세상을 저버린거면 정말 안타깝다고 밖에는....조금더 보고 경험하고 살아보고 해도 될 나인데. 어린친구들이 무언가에 짓눌려서 자살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밖에는 안드네요.
- 레베리 아놀라
- 2015/12/18 PM 11:53
글 읽는데 술술 읽히는거 보면 글재주가 참 대단한 것 그리고 생각도 깊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우울증으로 인해 똑똑하고 올바른 인재를 잃게 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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