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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소설(흑련이 지는 곳)] 1-22010.06.22 AM 03:25
그렇게 드디어 터널을 빠져 나왔다. 어두웠던 터널 속에서 갑작스럽게 많은 햇빛을 받으니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한 동안 햇빛 때문에 눈앞에는 하얗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밖의 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아주 맑고 드높은 하늘, 주위를 빼곡히 둘러쌓고 있는 풀과 나무들이 바람에 의해 초록색의 파도를 출렁이고 있었다. 거기에 서있는 내 자신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표륜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이제부터는 걸어야 겠는 걸?”
옆에서 앞을 보던 아빠가 난감하다는 듯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앞을 바라보니 앞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이곳의 출입을 금하는 듯이 빼곡하게 차의 진로를 막고 있었다.
‘철컹’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언짢은지 중얼중얼 거리며, 트렁크를 열어 등산용 가방과 취재에 필요한 물건들을 아빠가 꺼냈다.
만약 목적지를 찾지 못하면 오늘 한 마리의 도깨비를 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저 한숨만 나온다.
목적지를 못 찾은 아빠는 그야 말로 도깨비다. 여기저기에 화풀이를 한다. 뭐 화풀이라고 해봤자 여기저기 영역 표시라 던지, 고성방가를 하던지 하는 것뿐이지만. 뭐 도깨비 보다는 불쌍한 강아지 같은 느낌이지만, 그건 불쌍한 것 같으니 도깨비라고 생각해주기로 했다.
‘철컹’
나도 뒤따라 나와 주변을 둘러보며 트렁크 쪽으로 다가간다.
지금까지 여러 곳을 봐왔지만 이렇게 몽롱한 느낌을 받은 곳은 처음이어서 그런지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흑련아 너는 옷 가방 좀 들어라, 그 근처에 산장이 있을 테니 일단 방을 잡고 취재하러 가야겠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넘기면서 아빠가 말했다.
과연 오늘 목적지를 찾을지는 커녕 산장이나 찾을 수 있을지.라는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멀리 사라질 정도로 이 몽롱한 배경에 눈을 뺏겨서 그런지 그저 멍하게 여행용 가방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 나를 이 녀석도 참. 이라며 고개를 저으며 아빠는 나무들이 무성한 숲으로 들어간다.
녀석아 빨리 와라. 라고 말하는 아빠의 말을 듣고서야 숲으로 따라 들어갔다. 정말 내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장면이었다.
숲 안쪽은 나무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디가 어딘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같은 배경뿐이었다.
그렇게 녹색 빛에 취해 계속 걸어가던 중 아빠가 자리에 서서 그 믿음이 가지 않는 지도를 펼쳐보았다.
“흠... 이제 조금만 가면 돌을 깎아 만든 조각상이 있다고 했는데...”
지도와 주변을 번갈아 보며 주변을 살핀다. 나도 함께 주변을 둘러보며 조각상을 찾아보기로 한다.
“아빠 그 지도 정말 맞긴 맞아? 가짜 아니야?!”
밀려오는 불신감과 아니라는 확신이 오늘도 한 마리의 강아지, 아니 도깨비와 같이 텐트에서 밤을 지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 아빠에게 투정을 부린다.
그냥 다시 돌아가서 다른 곳이나 찾아보자. 라며 말을 덧 붙여본다.
“아니야! 분명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아!!!”
자신 없는 목소리로 주변을 살피며 말하던 중 아빠가 무엇인가를 발견한 모양인지 소리쳤다. 뭐 또 어처구니없는 걸 가지고 우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아빠는 기뻐하며 발견한 장소로 달려간다. 달려가는 아빠를 투덜투덜 거리며 쫒아간다. 그렇게 아빠와 도착한 곳에는 내 눈을 믿을 수 없는 물건이 있었다.
그곳엔 정말...
“조각상이다!!!!!!! 흑련아! 이거 보라니까 정말 조각상이 있잖아! 그 지도 진짜라니까!”
아빠는 이리 저리 기쁨을 주체 못하고 아주 묘기를 부리고 다닌다. 연속 5번 덤블링을 하더니 멋있게 마지막에는 손 안대고 덤블링을 하고는 멋있게 착지를 했다.
나는 10점 만점의 8점을 주기로 했다. 저 사람이 내 아빠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였기에 감점을 했다.
그렇게 아빠의 묘기가 끝나고 그때서야 조각상을 본다.
분명 돌로 만들어진 조각상이 있었다.
비록 세월이 지나 부식되고 약간씩 떨어져 나간 흔적이 있었지만 조각상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조각상의 모습은 한 자매를 본떠 만든 듯해 보였다. 언니가 동생을 뒤에서 안고서 두 자매는 다정하게 웃고 있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조각상이었다.
오... 이건 꽤나 걸작이군. 이라며 아빠가 이리저리 살펴보며 카메라를 꺼낸다.
“저 지도... 진짜인가?!”
확신이 가지 않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찰칵찰칵’
이리저리 갖은 폼은 다 잡으면서 여러 각도에서 아빠가 조각상의 사진을 찍고 있다. 저렇게 즐겁게 일하는 아빠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자신의 직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돼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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