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자본주의, 11살때 온몸으로 느끼다. 2009.01.12 AM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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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본직에 가까운 음악 이야기 보다

사회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은 실정이 되었는데,

11살때 였나. 1993년, 신한국을 건설해 보자는 다소 많이 모잘랐던 (모자랐던이 아니다)

영삼한 아저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세상은 80년대와 다른듯 했지만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286 컴퓨터와 MSX를 사용했(었나?) 으며

컴퓨터= 베이직의 시대였다.

물론 도스도 많이 쓰지만 학교 근처에 위치했던 그곳 '컴퓨터 학원'

이라는 곳의 메인 프로그램은 여전히 베이직 이었다.

사실 난 없는집 자식이라 컴퓨터가 좀 복잡하고 비싼 게임기 정도로

받아들였었고, 도대체 게임이라는게 다들 영어로 되어있는 것 투성이라

(사실 당시 가지고 있었던 패미컴보다 재미 없어 보이기도 했다.)

별 필요성을 못느끼긴 했지만

반의 있는집 자식들이 다니는 컴퓨터 학원의 이야기는 먼 나라의 신천지 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불행하게도 국민학생들의 창의력과 개성을 살리겠다는

우리 영삼한 대통령의 교육정책으로 주에 1번씩 특별활동을 갖게 되었고

그 특별활동 부서에 '컴퓨터부' 가 있지 않은가!

세상에나 네상에나.

나도 그 꿈의 기계를 만져볼수 있다니. (사실 컴퓨터가 부러웠던 건 패미컴의 십자키는

단지 4방향에 불과 했는데 컴퓨터의 숫자키는 무려 8방향! 이 가능해 보였기 때문

이라고는 말 못한다.) 물론 진취적이고 사회 참여적 이었으며 자신의 의견 발제에

거리낌이 없었던 프론티어 소년은 번개처럼 손을 들어 자신의 의사를 타진했다.

"저도 컴퓨터부에 가입하고 싶어요."

돌아온 선생님의 대답

"집에 컴퓨터 있냐?"

"....아뇨"

"손내려. 컴퓨터 있는 사람만 할수 있는 거야."

세상이 참 쓰게 느껴졌다. 네 가족이 단칸으로 월세들어 사는 처지에

컴퓨터는 무슨 사치란 말인가. 컴퓨터부는 무슨 사치란 말인가.

결국 난 컴퓨터 대신 단칸방 월세 처지에 맞는 '웅변부' 에 들게 되었다.

사실 1년이 다 가도록 웅변은 할 기회도, 할 필요도 없었지만.

11살. 자본주의를 배웠다. 아니, 자본주의를 느꼈다.

에드윈 티셔츠가 초라하게만 느껴졌던 계절이었다.






댓글 : 4 개
큭~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저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참 공감가네요...저도 그 무렵 시기에 비슷한 일을 겪어봐서 무슨 느낌인지 잘 알것 같습니다.
냉정한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느낌은 한겨울의 바깥의 그것과 비슷하죠...
그쵸? 생각해보면 참 너무 노골적이었어요.
91년도 그랬군요..참 컴퓨터 보급이 빠른듯.
전 96년도에 초딩때 컴퓨터부에 들었는데..컴퓨터 있든 없든 배울수 있었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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