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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장차,.2010.10.29 PM 09:25
주변에서 가끔 "저는 지금 이 길이 제 길이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라든가 "제가 앞으로 뭐를 해먹고 살아야 할까요?"하는 질문을 하는 친구들을 봅니다. 저 역시 그런 질문들을 아직도 스스로에게 하고 있습니다. 답해줄 처지가 못되지요.
사실 그런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답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답을 찾지 말고 직접 만들어가야 하는 종류의 질문이지요. 그렇긴 하지만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올 1월에 여자 개발자 모임터 회원 대상으로 세미나를 했습니다. 제목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었죠. 제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던 강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실천해 오던 것들을 조망해 보고 정리할 수 있었던 기회였거든요.
그 강의에서 "나는 앞으로 뭐 해먹고 사나", 혹은 "이 길이 맞나?" 같은 질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주변사람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선 기본 원칙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위대함의 열쇠는 사람들의 잠재력을 찾고 그걸 개발하는 데에 시간을 쓰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는 말합니다. 약점에 집중하지 말고 강점에 집중하라고. 보통 사람이나 기업은 자신의 약점에 집중을 하죠. 그러면 손실 예방 수준을 넘지 못합니다. 강점에 집중해야 기회를 포착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제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이 강점에 집중하자는 것과 동시에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자는 것, 그리고 남들에게 가치를 주면서 살자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까, 내가 잘하는 일을 할까, 남에게 좋은 일을 할까 삼자 택일의 문제로 고민하지만, 꼭 문제를 그렇게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원칙을 배경으로 해서 총 세가지의 관문이 있습니다.
1. 좋아하는가?
가장 기본 요소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합니다. 불행을 감내하고 나면 찬란한 행복이 올 거라고 믿고, 그 믿음을 어렵지 않게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은 제 가이드라인이 필요 없습니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나요?
다른 일을 하다가 힘들어서 쉬고 싶을 때,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기분이 왠지 울적할 때, 하기 싫은 일을 하다가 진절머리가 날 때 당신은 자발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최근 자신의 행적을 잘 더듬어 보세요. 하지만,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프로그래밍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해서 그 게 좋아하는 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프로그래밍이 나에겐 숙제 같은 것이고, 그걸 하다가 잠시라도 짬이 나면 뭘 하나요? 만화책으로 달려가나요? 춤을 추나요? 사람을 만나나요? 그것이 바로 좋아하는 겁니다.
일의 성패와 상관없이 하고 나면 기분이 유쾌해지고 살아있는 기분이 들던가요? 그걸 하면서 몰입하게 되나요? 누가 돈을 주지 않아도, 아니 심지어는 내가 돈을 내고서라도 그 일을 하고 싶은가요?
그러면 맞습니다. 제대로 찾은 겁니다. 그게 바로 당신이 좋아하는 것입니다.
되도록 실제 예를 생각해 보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좋아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신이 프로그래밍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실제로 일주일에 자발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없다고요? 그러면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 "좋아하는가" 질문을 너무 빨리 묻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싫어한다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이 질문에 긍정이건 부정이건 대답을 하려면 한 번 최선을 다해서 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첫 관문을 넘지도 않고 두번째, 세번째 관문을 갖고 씨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약 가슴 속에 뭔가 뜨거운 것 하나가 느껴진다면, 그것만 생각해도 가슴이 뛰고 행복해진다면, 한 밤 중에 그것 생각하면 잠도 안올 무언가, 그런 것이 나에게 있다면 두번째, 세번째 관문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없다면 두번째 세번째 관문을 넘기도 어려울 것이거니와 넘어도 넘은 것 같지 않을 겁니다.
2. 잘하는가?
두 번 째 관문입니다. 보통 첫 번 째 관문을 통과한 것은 얼마 안가 두 번 째 관문을 통과하게 됩니다. 제대로 좋아하면 잘 할 수 밖에 없거든요.
내가 잘하는가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시작했는데 당신은 훨씬 진도가 빠르고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있었나요? 남들에게서 그 일로 찬사나 칭찬을 받아본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잘하는 것이 맞습니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써도 좋습니다. 자기의 가족, 애인, 동료, 선배, 후배 등에게 설문지를 돌립니다(이게 부끄럽다면 대화 중에 은근히 물어보거나 이메일을 돌려도 됩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뭔지 강점이 뭔지, 실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세요. 중요한 것은 "실제 사례"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피터 드러커가 발견했던 "피드백 분석"이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가 추천하는 자신의 강점 찾기 최고의 비법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그 성과에 대해 예측하는 글을 써둡니다. 그리고 실제 그 일이 끝나고 나면 글을 꺼내어 비교해 봅니다. 내가 예측한 성과와 실제 성과를 비교해 보는 것이죠. 이걸 반복하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통상 자기의 강점을 잘 모르고 과대 평가 혹은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향은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나는 농구를 잘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농구 게임을 한 판 해봅니다. 처참하게 깨졌습니다. 하지만 생각합니다. "흠, 이번엔 운이 안좋았던 거야, 나는 잘하거든." 결국 자신의 진짜 실력에 대해 학습을 하지 못합니다.
사실 첫번째 관문과 두번째 관문을 각기 통과하는 것들은 다들 여러개 갖고 있습니다. 잘 찾아보면 말이죠. 그 중에서 둘의 교집합이 되는 것은 많지는 않지만 또 개인별로 적어도 하나 이상은 꼭 갖고 있습니다(그런 것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직 정말 어린 겁니다). 결정적 대목은 바로 다음입니다. 세번째를 넘지 못하면 취미로 남습니다.
3. 지속 가능한가?
두번째까지 통과했으면 마지막 단계가 남았습니다. 지속 가능한가 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밥벌이가 되냐 이거죠. 좀 더 고상하게 말하면, "남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느냐"하는 겁니다. 내가 좋아하고 또 잘하는 것 중에서 남에게도 뭔가 가치가 있는 것이 뭐냐 하는 겁니다.
두번째 관문까지 통과했으면, 설사 세번째 관문 통과가 어려울 것 같이 느껴지더라도 약간의 변형만 하면 세번째 관문의 빈틈을 찾아 들어갈 수 있습니다. "떼돈을 버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습니다.
세번째 관문은 아직 솔로라면 통과가 훨씬 더 쉬워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아직 솔로인 친구들에게는 첫번째와 두번째 관문을 우선 통과한 것들만 고려하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두 개의 관문은 건너 뛰고 세번째만 고민하지 말라고 말이죠.
지속 가능한지 하는 것은 우선 지속의 정의를 해야 합니다. 자신이 한 달에 최소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 계산해 보세요. 과거 기록을 참고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일년 중에 갑작스런 일(질병, 여행 등)로 예비비로 어느 정도가 필요한가를 계산해서 더하기 합니다. 대신 집 사는 데 들어갈 돈이나 결혼 하는 데 필요한 돈은 아직은 더하지 마세요. 12로 나눠보세요. 한 달에 얼마면 살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생각보다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것만 있으면 일단 즐겁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가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세요.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 중에서 남들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 일로 남들에게서 감사를 받아본 적이 있나요? 그 일을 남들에게 가치있는 형태로 변환(번역)할 수 있나요?
만약 가치있는 형태로 변환이 불가능하다면, 무엇이 있으면 변환이 가능할 것 같나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강조하지만, 여기 들어오기 전에 첫번째와 두번째를 통과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세번째 관문을 넘으려고 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세번째 관문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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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음이 흔들리고 의심이 들고 방향을 찾고 싶을 때면 이 세 가지 질문을 합니다. 그것이 이제까지 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의 순간들에 훌륭한 등대가 되어온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을 옮겨야 할지 말지 결정할 때에도 이런 질문들을 했습니다. 거기에 가서 즐겁게 일할 수 있나, 그 일을 즐길 수 있나, 그 일을 잘할 수 있나, 나에게 그런 잠재성이 있나, 내 강점과 잘 어울리는 일인가, 그곳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얼마나 줄 수 있나, 그 다른 사람들이란 누구인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묻고 나면(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묻고 나면) 좀 더 흔들림 없는 용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세가지 관문을 모두 통과한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참 행복할 겁니다. 그런데 그게 끝은 아닌 거 같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나도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커리어를 갈아타는 일이 생깁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평생 두 세 개 이상의 직업을 거쳐야 한다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에 늘 관심을 갖고 물도 주고 접붙이기나 이화 수분(cross-fertilization)도 하고 해야죠. 물론 그러는 중에 지속 가능함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사회적인 면에서 특히 이 세 번 째 관문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내가 하는 이 일에 남에게 무슨 가치가 있는가"를 묻는 것이 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남에게 가치가 없는 일을 계속 하는 것은 보람도 없더라구요. 긍정 심리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과의 교감, 감사하고 감사 받는 것이 개인의 행복감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김창준
댓글 : 1 개
- ♧스타드림♧
- 2010/10/29 PM 09:26
나(저)도 어렸을 때부터 위와 같은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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